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을 제1, 2, 3, 7, 8,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피고는 2009. 11. 13. 설립되어 상시 근로자 약 25명을 고용하여 레미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14. 10. 10. 피고에 입사하여 피고 생산부에 소속되어 배치플랜트 조종 및 점검 업무를 담당하던 사람이다.
피고는 취업규칙에 정년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가, '사원의 정년은 만 66세가 되는 달의 말일로 한다.'라는 조항(이하 '이 사건 정년조항'이라고 한다)의 신설 등을 포함한 취업규칙의 변경을 추진하였고, 2016. 7. 28.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 24명은 취업규칙 변경동의서에 서명하였다(종전 취업규칙 중 변경된 내용은 별지 취업규칙 개정·신설 비교표 기재와 같고, 이러한 피고의 취업규칙 변경을 이하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이라고 한다). 위 취업규칙 변경동의서에 서명한 근로자에는 50대 9명, 60 내지 64세 2명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 당시 피고에 별도로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존재하지는 아니하였고, 피고 소속 근로자 전체를 소집한 회의가 개최되지는 않았다.
피고는 2016. 7. 28.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익산지청에 취업규칙 변경신고서를 접수하였다. 위 취업규칙 변경신고서에는 의견청취일 또는 동의일(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것을 의미한다)이 "2016. 7. 28."로 기재되어 있고,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 24명이 서명한 위 취업규칙 변경동의서가 첨부되었다.
피고는 2016. 11. 15. 원고에게 '취업규칙 제10조 제2항에 따라 원고가 만 66세가 되는 달의 말일인 2016. 11. 30. 자로 정년퇴직하게 된다.'는 취지의 통지를 한 뒤,2016. 11. 30. 자로 원고에 대한 정년퇴직처리(이하 '이 사건 정년퇴직처리'라고 한다)를 하였다.
원고의 주장
해고무효확인 청구
원고는 피고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이 사건 정년조항의 신설로 인해 만 66세에 정년 도달로 퇴직하게 되었다. 이 사건 정년조항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위 조항이 포함된 이 사건 취업규칙의 변경에 관하여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라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피고는 그 과정에서 근로자 전원 혹은 단위 부서별 회의를 개최하여 의사를 교환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정년조항의 신설은 위법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고, 이를 근거로 한 이 사건 정년퇴직처리는 근로기준법 제23조를 위반한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미지급 임금, 연차수당 및 상여금, 해고예고수당 청구
이 사건 정년퇴직처리가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정년퇴직처리일 다음 날인 2016. 12. 1.부터 2022. 1. 31.까지의 미지급 임금 240,294,702원, 2016. 10.10.부터 2021. 10. 9.까지의 연차수당 및 상여금 10,531,547원,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른 해고예고수당 3,537,500원(이하 '임금 등'이라고 한다) 및 위 임금 등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위자료 청구
원고는 피고의 지속적 퇴직 강요, 이 사건 정년퇴직처리 등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로 22,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해고무효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으며, 그 동의의 방법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를 요하고,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라 함은 사업 또는 한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여기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라 함은 사용자측이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사용자측이 단지 변경될 취업규칙의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그친 경우에는사용자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등 참조).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을 통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나,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한편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 관련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1다16722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용자가 취업규칙 등에 어떤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 또는 면직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 달리하였는데 그 당연퇴직사유가 근로자의 사망이나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보이는 경우, 위와 같은 당연퇴직사유를 규정한 취업규칙이 유효한 이상 그러한 사유의 발생만으로그 사유발생일 또는 소정의 일자에 당연히 근로관계가 종료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정년 등과 같은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인한 퇴직처리는 법률상 당연히 발생한 퇴직의 사유 및 시기를 공적으로 확인하여 알려주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할 뿐 근로자의 신분을 상실시키는 '해고처분'과 같은 새로운 형성적 행위가 아니다(대법원 2008. 2.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참조).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정년조항의 신설로 인해 원고를 비롯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만 66세를 넘어서는 더 이상 근무할 수 없게 되었음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정년제 규정의 신설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
피고에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설립된 적이 없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정년조항 신설 등을 포함한 이 사건 취업규칙의 변경을 위해서는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에 따른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갑 제8호증, 을 제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 당시 피고의 근로자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가 개최되지는 아니하였으나, 피고의 단위 부서별로 이 사건 정년조항 신설을 포함한 취업규칙 변경의 찬반 여부에 관한 의견 교환을 거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는 이 사건 정년조항의 신설에 반대하였기에 취업규칙 변경동의서에 서명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바, 근로자 각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서명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③ 피고가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여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정년조항의 신설을 포함한 이 사건 취업규칙의 변경에 관하여 피고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설령 피고가 단위 부서별 회의를 거쳐 근로자들로부터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원고를 포함한 근로자의 정년을 만 66세로 설정한 것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된다.
피고의 종전 취업규칙에 근로자의 정년에 관한 아무런 제한규정이 없었다고 하여 그 직원인 원고가 연령에 관계없이 무한정 피고에서 근무할 수 있음을 보장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고, 피고로서는 적절한 수준의 정년퇴직 규정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 부칙(2013. 5. 22.) 제2호에 따라 상시 300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는 2017. 1. 1.부터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할 것이 의무화되었다. 피고는 정년제를 신규 도입하면서도 그 정년을 위 법령에서 요구하는 최소 정년보다 6세 많은 만 66세로 정하여 이 사건 정년조항 신설로 인해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을 가급적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는 취업규칙에 태아검진시간 허용 제도와 육아기근로단축신청 제도를 새로이 도입하기도 하였는바, 이 역시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고자 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 사건 정년조항으로 인해 가장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는 60대 근로자 2명과 50대 근로자 9명인데, 이들을 포함하여 원고를 제외한 근로자 전원이 이 사건 정년조항의 신설에 동의하였다. 이러한 결과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전 근로자가 한 자리에 집합하여 회의를 개최하였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소결
이 사건 취업규칙의 변경은 적법·유효하게 변경되었는바,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이 사건 정년조항에 따라 원고가 만 66세가 된 달의 말일인 2016. 11. 30.에 당연히 종료된 것이고, 피고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원고를 해고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정년퇴직처리가 해고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해고무효확인청구는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미지급 임금 등 청구에 관한 판단
위 제3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를 해고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정년퇴직처리가 해고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미지급 임금 등 청구 역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위자료 청구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갑 제2, 10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C의원에서 2016. 8. 29.부터 2016. 12. 1.까지 불면, 불안, 심한 심리적 압박감, 자살 사고 등의 증상으로 치료를 받았고, 2016. 12. 1. 중증도의 우울병 에피소드 진단을 받았으며, 2020. 1. 21. 근로복지공단 익산지사장으로부터 2016. 8. 29.경 발생한 재해와 관련하여 이종요양비 848,000원의 지급 결정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의 퇴직 강요 등 불법행위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피고가 적법·유효하게 신설된 이 사건 정년조항에 따라 원고를 2016. 11. 30. 자로 정년퇴직처리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남현(재판장) 박은혜 김민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