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판결

창원지방법원 2020. 7. 10. 선고 2020노496 판결

2020

주문

원심판결들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피고인)

가.

원심판결들에 대한 양형부당

각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제1 원심 및 제2 원심: 각 징역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제2 원심판결에 대한 법리오해

피고인이 AF 공단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담보로 제공한 선반 2대를 처분하기는 하였으나, 피고인과 같이 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여전히 점유하고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배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2 원심의 판단은 배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2.

직권판단

가.

병합결정

한편, 당원에 이르러 각 원심판결에 대한 항소사건들을 병합하여 심리하게 되었고, 각 원심판결의 판시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경합범 가중을 한 형기의 범위 내에서 단일한 선고형으로 처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들을 모두 파기하여야 한다.

나.

공소장변경

제2 원심판결의 배임의 점과 관련하여, 검사가 당심에 이르러 배임에 관한 공소사실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아래 범죄사실에서 변경하는 부분과 같이 이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는 권리행사방해의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이 점에서도 제2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에서 본 직권파기 사유가 있음에도 제2 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므로, 아래에서는 이에 관하여 본다.

3.

배임의 점에 관한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

피고인은 김해시 C에 있는 자동차부품제조업체인 B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운영하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3. 9. 3.경 김해시 AE에 있는 피해자 AF공단 사무실에서, 피해자로부터 창업기업지원자금 2억 4,000만 원을 대출받아 AG CNC자동선반(AH) 2대(제작번호, AI, AJ, 이하 '이 사건 선발들'이라 한다)를 구입하면서, 대출금 상환에 대한 담보로 2013. 9. 4. 공장 건물 및 그곳에 설치된 이 사건 선반들에 대하여 근저당권자를 피해자로 한 채권최고액 2억 8,8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보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8. 12. 21.경 미상환 대출원금 1억 2,348만 원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AK에 이 사건 선반들을 9,660만 원에 임의 처분하고 인도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채무를 완제할 때까지 담보로 제공한 위 선반들을 담보 목적을 해치지 않도록 온전하게 보관하여야 할 임무에 위배하여 위 2억 8,8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얻고 피해자에게는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나.

제2 원심의 판단

제2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피해자 AF공단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 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이와 같은 법리는 그 논리적 구조가 같은 근저당권설정계약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인바, 근저당권설정자인 피고인이 근저당권의 목적물을 제3자에게 매각하였다고 하더라도, 근저당권설정계약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대출금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피고인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 대립관계를 넘어서 피해자의 신임 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을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체결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하여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행하는 등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제2 원심은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제2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각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고,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들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