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병합피고) 주식회사 C은 원고(병합원고)에게 12,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1. 20.부터 2023. 11. 14.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병합원고)의 피고(병합피고) 주식회사 C에 대한 나머지 청구와 원고(병합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청구를 각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원고(병합원고)와 피고(병합피고) 주식회사 C 사이에 생긴 부분의 3/5은 원고(병합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병합피고) 주식회사 C이 부담하고, 원고(병합원고)와 피고 B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병합원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피고 B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인정사실
피고 B은 2019. 10. 16. 피고 C에 부산 금정구 D 지상 건물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공사대금 7억 1,94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 공사기간 2019. 10. 25. ~ 2020. 4. 20.로 정하여 도급하였다.
원고(E생)는 피고 C 또는 피고 C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의 일부를 하수급한 사람에게 고용되어 이 사건 공사 중 철근 배근 작업에 투입되었다.
원고는 2020. 1. 20.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옹벽 설치와 관련하여 수직으로 설치해 놓은 수직 철근 구조물을 해체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위 철근 구조물이 원고가 있는 쪽으로 넘어졌고, 위 철근 구조물에 깔린 원고는 요추 2번 불안정성 방출성 골절, 뇌진탕, 경추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맥브라이드 장해평가표 기준 14.5%의 노동능력을 5년간 상실하였고, 2022. 11. 15.까지의 요양기간 동안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31,010,990원, 휴업급여 69,809,080원을 받았으며, 장해급여로 34,383,650원을 받아 합계 135,203,720원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소정의 급여를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거나 명백히 다투지 아니한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2,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감정촉탁에 대한 F병원장의 2023. 5. 16.자 회신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피고 B은 아래와 같은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를 유발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정신적 고통을 위자할 의무가 있다(재산상 손해는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 등을 감안하여 별도로 청구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 B은 원고에게 위자료로 30,000,001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소정의 안전조치의무 위반
피고 B은 이 사건 공사의 건축주로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업주에 해당하고,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소정의<1>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피고 B은 철근 구조물이 근로자가 있는 방향으로 넘어질 위험에 대비한 아무런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원고를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소정의 안전교육도 하지 않았다.
도급이나 지시와 관련된 중대한 주의의무 위반
피고 B은 이 사건 공사의 도급인으로서 이 사건 공사와 관련된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을 경우 민법 제757조에 따라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사건 사고 무렵에는 신축 건물에 대한 정식 도면이 완성되기 전이어서 원고를 비롯한 철근공들은 시공사로부터 가도면을 전달받아 8m 높이의 철근을 수직으로 배치하는 작업을 완료하였다. 그러나 현장담당자는 이 사건 사고일 또는 그 직전에 “정식 도면이 나왔는데, 가도면과 상이하니 기존에 설치한 철근 구조물을 철거하라”는 지시를 하였고, 그와 같은 철거작업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처럼 건축주이자 도급인인 피고 B은 도면의 미완성 상태에서 착공을 지시하였고, 철거작업에 관한 전문인력과 장비를 갖추지 못한 피고 C에 철근 구조물의 철거작업을 지시하였다. 이와 같은 지시는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한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
피고 B에게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주의의무 및 그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
산업안전보건법 소정의 주의의무 유무
"사업주"란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를 말한다(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4호).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의무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하는 재해방지의무로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토사ㆍ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
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된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6도14559 판결 참조). 다만 산업안전보건법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를 “건설공사발주자”로 별도 규정하고(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0호), 총공사금액이 50억 원을 넘을 경우 “건설공사발주자”에게 안전보건대장의 작성 등 안전관리에 관한 소정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동법 시행령 제55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 C 또는 피고 C의 하수급에게 고용된 사람일 뿐 피고 B에게 고용된 사람이 아니다. 나아가 피고 B이 피고 C이나 그 하수급인 또는 원고에 대해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실질적으로 지휘, 감독을 하거나 그들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오히려 원고 스스로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에게 구체적 작업을 지시한 주체는 철근공사 팀장 G와 현장담장자(2023. 9. 6.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로 보이고, 이들이 건축주인 피고 B과 어떠한 관계인지 추단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 B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소정의 “사업주”로서의 주의의무가 있었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사의 공사금액은 7억 1,940만 원이어서 피고 B은 “건설공사발주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원고는 대법원 1996. 7. 26. 선고 95다45156 판결을 인용하여 건축주인 피고 B은 산업안전보건법 소정의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위 판결에는, 수급인의 근로자가 공사 중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건축주는 산업안전보건법 소정의 사업주로서 책임이 있다는 판시가 있다. 그러나 위 사안은 건축주가 직접 시공을 하면서 그 중 일부 공사를 도급하여 준 경우로서, 피고 B이 이 사건 공사의 시공에 관여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 사건과는 사안이 다르다.
도급 또는 지시와 관련된 중과실 유무
피고 B이, 도면이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이 사건 공사 착공을 지시하였다거나, 피고 C에 기존 철근 구조물의 해체를 지시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오히려 피고들 사이에 이 사건 공사계약이 체결된 것은 2019. 10. 16.이고, 이 사건 공사계약서상 착공일자가 2019. 10. 25.임을 감안할 때 이 사건 사고일인 2020. 1. 20.보다 훨씬 이전에 도면이 이미 완성되어 있었을 것으로 봄이 합리적이다. 또한 원고는 “피고 B이, 철거작업에 익숙하지 않은 피고 C에 철근 구조물의 해제를 지시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을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C의 법인등기부에는 그 목적으로 ‘건축공사업’, ‘철근콘크리트공사업’, ‘철강재설치공사업’ 등이 적시되어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 C이 철근해체작업과 관련된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B에게 도급이나 지시에 관한 어떠한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와 같이 인정할 증거가 없다.
소결론
결국 피고 B에게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주의의무의 존재 또는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피고 C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청구의 표시
별지 청구원인 기재와 같다.
자백간주 판결
위자료의 액수
위자료의 액수는 자백간주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이 사건 사고의 경위, 피고 C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의 내용과 정도, 원고의 부주의 내용과 그 정도, 원고의 나이 및 건강상태, 부상과 후유장해의 정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위자료를 12,000,000원으로 정한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 C은 원고에게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12,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일로서 불법행위일인 2020. 1. 20.부터 피고 C이 이 사건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3. 11. 1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위 인정범위 내의 원고의 피고 C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고, 피고 C에 대한 나머지 청구와 피고 B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안재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