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중 해당 부분(2면 4행부터 9면 18행까지)의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약어를 포함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와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이 계속 중이던 2017. 7. 5.자로 이 사건 대기발령을 받았고, 2019. 4. 26.자로 이 사건 징계해고를 받았다. 이에 따라 이 사건 근로계약은 2019. 4. 26.에서야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2017. 7. 5.부터 2019. 4. 26.까지에 해당하는 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기간에 해당하는 임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① 대기발령의 법적 성질이 무엇인지(대기발령이 휴직에 포함될 수 있는지), ② 만약 이 사건 대기발령이 휴직에 포함된다면, 원고에게 휴직 사유가 존재하는지, ③ 이 사건 대기발령 내지 휴직이 부당하게 장기간이어서 사후적으로 무효로 되는지, ④ 대기발령 내지 휴직의 경우 원고에게 임금청구권이 발생하는지 여부라 할 것이므로, 이하에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대기발령 자체의 최초의 효력에 대해서는 다투지 아니하므로 이에 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대기발령의 법적 성질
대기발령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살펴보건대, 근로기준법, 이 사건 협약 및 이 사건 규정에는 대기발령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하는바, 원고는 ‘휴직’과 ‘대기발령’은 별개의 개념이므로 대기발령을 휴직으로 볼 수는 없으며, 이 사건 대기발령은 그 자체로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위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대기발령 등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라도 취업규칙이나 인사관리규정 등에 징계처분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 이는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하는 인사명령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며(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다64833 판결 참조), 나아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정하는 ‘휴직’은 어떤 근로자를 그 직무에 종사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적당하지 아니한 사유가 발생한 때에 그 근로자의 지위를 그대로 두면서 일정한 기간 그 직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사용자의 처분을 말하는 것이고, ‘대기발령’은 근로자가 현재의 직위 또는 직무를 장래에 계속 담당하게 되면 업무상 장애 등이 예상되는 경우에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를 의미하므로, 대기발령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정한 ‘휴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점(대법원 2013. 10. 11. 선고 2012다12870 판결, 대법원 2013. 10. 11. 선고 2012다13491 판결 등 참조), ②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제60조 제6항, 제93조 등의 개별 조문에서 각 ‘휴직’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보았을 때, ‘휴직’이라 함은 어떤 근로자가 그 직무에 종사함이 적당하지 아니하다는 객관적인 상태를 주된 원인으로 하여 개시되는 잠정적인 직무 배제를 지칭하는 포괄적인 개념인 점, ③ 이 사건 협약 및 이 사건 규정에서는 법령에 의해 징집․소집되었을 때, 형사사건으로 구속되었을 때, 조합원이 공직선거에 출마한 때, 생사 또는 소개가 불명확하게 되었을 때, 법률에 따른 의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직무를 이탈하게 되었을 때,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때 등 다양한 사유를 휴직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점, ④ 대기발령 또한 위에서 언급한 다른 사유들과 마찬가지로 당해 근로자를 직무로부터 배제시키는 잠정적인 조치이므로, 결국 대기발령은 휴직의 하위 개념으로서 휴직에 포섭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는 점, ⑤ 만약 개별 근로계약 내지 취업규칙 등에서 대기발령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둔 경우라면 그에 의하여야 하나, 별도의 규정이 없는 경우라면 상위 개념인 휴직에 포섭되어 그 규정에 따라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대기발령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이 사건 협약 및 규정에서 정한 ‘휴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대기발령이 휴직과 전혀 별개의 개념임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원고에게 휴직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
대기발령이 휴직에 포함되는 개념임은 앞서 본 바와 같은 바, 이 사건 대기발령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원고에게 휴직 사유가 존재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이하에서 원고에게 휴직 사유가 존재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근로기준법에서는 휴직의 사유에 관하여는 별도의 정함이 없고, 다만 이 사건 규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위 규정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규정 제36조 제1항 제4호의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휴직(및 그에 포함되는 대기발령)을 명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범죄의 혐의가 있는 자가 수사에 응하고, 적법한 구속을 수인하며, 재판에 출석하여야 하는 등의 의무는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피의자 내지 피고인의 의무이고, 원고가 이와 같이 형사소송법에 따른 의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직무를 이탈하게 되었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에게는 이 사건 규정 제36조 제1항 제4호에 따른 휴직 사유가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를 원인으로 하여 명한 이 사건 대기발령은 적법한 휴직 명령으로써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대기발령 내지 휴직이 부당하게 장기간이어서 사후적으로 무효로 되는지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가사 대기발령이 휴직에 포함된다고 가정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대기발령은 ‘구속수사에 따른’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가 석방된 이후에도 이 사건 대기발령을 유지하였으므로, 이 사건 대기발령은 부당하게 장기간 지속된 것이어서 무효라고 주장한다.
관련 법리
대기발령과 같은 잠정적인 인사명령이 명령 당시에는 정당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명령의 목적과 실제 기능, 유지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그 기간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대기발령 등의 인사명령을 받은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가 아닌데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잠정적 지위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와 같은 조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다64833 판결 참조).
판단
을 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대기발령이 ‘구속수사에 따른’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증인 B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대기발령이 부당하게 장기간 지속된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는 개별 근로계약 내지 취업규칙 등에서 대기발령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둔 바 없으므로, 이 사건 대기발령에 관하여는 이 사건 협약 내지 이 사건 규정 중 휴직에 관한 규정이 적용됨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그런데 이 사건 협약 제28조에서는 휴직자가 휴직기간 만료일 이전 15일 이내에 복직 신청을 한 때에는 당연 원직 복직되며, 휴직기간 만료 전이라도 휴직사유가 소멸되어 휴직자가 복직하고자 할 경우에는 빠른 시간 내에 원직 복직되나, 휴직자의 복직신청이 없으면 근로의 의사가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자동 퇴직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규정 제38조에서도 휴직자는 휴직사유 소멸 시 7일 이내에 복직원을 제출하여야 하며 소속부서의 장은 지체 없이 복직을 명하여야 하되, 휴직자가 복직을 신청하지 않았을 때에는 복직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아 퇴직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 사건 협약 및 이 사건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았을 때, 휴직을 한 근로자가 복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로자의 복직의 의사표시가 선행되어야 하고, 근로자가 이와 같은 복직의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거나 해태하는 경우에는 소속부서의 장은 휴직자를 퇴직 처리하여야 한다.
따라서 복직을 원하는 원고로서는, 2017. 8. 9.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판결을 선고받아 석방되었을 무렵 복직의 의사표시를 하였어야 하나, 원고가 복직의 의사표시를 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다만 원고는 그 무렵 하수도사업소 무기계약직 근로자를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B을 몇 차례 찾아갔던 것으로 보이나, 이는 국민건강보험 등의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금원을 납부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이고, 달리 B에게 복직의 의사표시를 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원고의 복직의 의사표시가 선행되었음을 인정할 수 없는 한 피고로서도 원고를 임의로 복직시킬 수 없는 것이라 할 것인바, 이 사건 대기발령의 기간이 부당하게 장기간이어서 무효라고 보기 어렵고, 가사 이 사건 대기발령이 부당하게 장기간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의 복직의 의사표시가 없었기 때문이므로 이 사건 대기발령에는 그 기간을 정당화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 할 것이다(이 부분에 관하여 원고가 들고 있는 대법원 2022. 2. 10. 선고 2020다301155 판결은 근로자가 석방된 후 복직신청을 하였음이 인정된 사안으로써 이 사건과는 사실관계가 달라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한편 원고는 위 석방으로부터 약 2년이 도과한 2019. 9. 18.경 경남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받자 그 무렵 복직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는 이미 이 사건 징계해고로 인하여 이 사건 대기발령의 효력이 소멸한 후의 의사표시이므로, 이 사건 대기발령의 효력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대기발령 내지 휴직의 경우 원고에게 임금청구권이 발생하는지
대기발령 내지 휴직의 경우 원고에게 임금청구권이 발생하는지에 관하여 살펴보건대, ① 이 사건 대기발령에 관하여는 휴직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어야 하는 점 및 ② 근로기준법에서는 휴직 중의 임금에 관하여는 별도의 정함이 없고, 다만 이 사건 규정 제36조 제1항에서 휴직자에게는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원고에게는 이 사건 대기발령 기간 동안의 임금청구권이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소결론
이 사건 대기발령은 이 사건 규정 제36조 제1항 제4호의 휴직을 명한 것으로써 유효하다고 보아야 하고, 달리 이 사건 대기발령이 부당하게 장기간 지속되어 무효라고 볼 수 없으며, 이 사건 대기발령 기간 동안 원고의 임금청구권은 발생하지 않는 것이므로, 원고에게 임금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준섭(재판장) 백장미 김수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