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벌금 7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소송비용은 피고인이 부담한다.
사건정보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
판결 사건
2022고정6 근로기준법위반
피고인
A
검사
김성진(기소), 원현호(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우성 담당변호사 박정훈
판결선고
2022. 8. 11.
범죄사실
피고인은 충북 영동군 B에서 C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D(이하 ‘D’이라 한다)의 대표권 있는 이사로, 상시 7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위 요양병원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 유급휴가 등의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하고,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및 연차 유급휴가가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1. 4. 26.경 D으로 하여금 근로자 E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게 하면서<1> E에게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및 연차 유급휴가가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 증인 E의 법정진술
∙ 증인 F의 일부 법정진술
∙ 등기사항전부증명서 등 고소장 첨부서류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근로기준법 제114조 제1호, 제17조, 벌금형 선택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소송비용의 부담
형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 본문
근로기준법위반죄의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요양병원 직원인 F으로 하여금 E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E에게 교부하도록 지시하였으나, E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의로 근로계약서 작성을 회피하다가 일방적으로 퇴사하면서 E에게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못하였을 뿐이다.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인 피고인은 F을 통하여 근로자인 E에게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였고 E이 이를 회피하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E에게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죄책을 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근로기준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에 관하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는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업 경영 담당자”란 사업 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 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한다. 근로기준법이 그 법의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 경영 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는 노동현장에서 근로기준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는 만큼, 사업 경영 담당자란 사업 경영 일반에 관하여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부담하는 자로서 관계 법규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면 원칙적으로 이에 해당하고, 반드시 현실적으로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2도725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D의 대표권 있는 이사인 피고인은 근로자인 E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이 정한 “사업 경영 담당자”로서 “사용자”에 해당한다. 피고인이 F에게 E에 대하여 근로조건을 명시하고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할 현실적인 업무를 위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업무에 관한 피고인의 권한이나 책임이 소멸되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은 자신이 직접 E에게 근로조건을 명시하거나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은 F에게 E에 대하여 근로조건을 명시하고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할 시점 및 방식 등에 관하여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지시를 한 것이 아니었고, F이 실제로 E에게 근로조건을 명시하고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지도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F에게 E을 채용하라거나 E에 대한 채용 절차를 진행하라는 취지의 추상적인 지시를 한 것만으로는 E에 대하여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아니한 데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특히 근로기준법 제17조 제1항 전문은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명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근로조건을 명시하고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여야 하는 시기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이다. 근로계약은 낙성계약으로 청약에 따른 승낙으로 성립하므로(대법원 1999. 1. 26. 선고 97다53496 판결 참조), 여기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고용에 관한 서로 대립되는 의사표시가 합치되는 시점을 말한다. 따라서 피고인은 E이 2021. 4. 26.경 C요양병원에 출근하여 근로를 제공하기 전 D과 E 사이에 근로계약이 체결된 그 시점에 E에게 근로조건을 명시하고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였어야 하였으나 그러하지 아니하였다. E이 근로를 제공하기 시작한 시점은 이미 D과 E 사이에 근로계약이 체결된 시점 이후이므로, E이 근로를 제공한 후에 F이 E에게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였고 E이 이를 회피하였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E에 대하여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아니함으로써 이미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하였다고 판단하는 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 본문은 “사용자는 제1항제1호와 관련한 임금의 구 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및 제2호부터 제4호까지의 사항이 명시된 서면(「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전자문서를 포함한다)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서면”은 반드시 사용자와 근로자가 함께 작성한 근로계약서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조건이 명시된 것이기만 하면 근로계약서의 형식을 갖춘 서면이 아니어도 된다. 피고인으로서는 E이 근로계약서 작성을 회피하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E에게 근로계약서 외의 형식으로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할 수도 있었으나 그러하지 아니하였다.
양형의 이유
근로기준법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근로조건을 명시하고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도록 한 취지는 사용자가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남용하여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제시하지 아니한 채 근로조건의 불확정 상태하에서 근로자의 근로를 수령하는 것을 방지하여 근로자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데에 있다. 이러한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사용자로서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인 E에게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아니한 피고인의 책임은 가볍지 않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며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E이 자신과 D을 무고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자신의 잘못을 근로자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피고인은 근로기준법위반죄로 네 차례 벌금형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이와 함께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원운재
각주1) 1 공소장에는 피고인이 2021. 4. 28.경 E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D의 대표권 있는 이사로서 D을 당사자로 하여 E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었고, D과 E 사이에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은 2021. 4. 28.경이 아니라2021. 4. 26.경이었다.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주지 아니하므로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직권으로 범죄사실을 위와 같이 인정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