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 A]
피고인을 징역 10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B]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 대한 2022. 1.경 관계수급인과의 협의체 미운영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은 무죄.
무죄 부분에 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피고인 주식회사 C]
피고인을 벌금 1억 원에 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에 대한 2022. 1.경 관계수급인과의 협의체 미운영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은 무죄.
무죄 부분에 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피고인 D]
피고인을 벌금 3,0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 E]
피고인을 금고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사건정보
청주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3고단1464
판결선고
2024. 9. 10.
범죄사실
피고인 주식회사 C은 충북 보은군 F에서 사출성형기 제조업을 운영하는 사업주, 피고인 D은 주식회사 C의 대표이사로 경영책임자, 피고인 B은 주식회사 C 소속 공장장으로 충북 보은군 F에 있는 주식회사 C의 주조 공장(이하, '이 사건 공장')에서 수행되는 성형사출기 주조 공정 중 탈사(脫砂) 공정<1>과 이에 수반되는 탈사설비<2> 정비·보수작업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 피고인 E는 주식회사 C 소속 직원으로 이 사건 공장의 주조팀장, 피고인 A은 충북 보은군 F에서 G라는 상호로 주물제조업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로 주식회사 C으로부터 탈사 공정과 이에 수반되는 탈사설비 정비·보수 작업을 도급받아 수행하는 사업주 겸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다.
피고인 A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피고인 B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피고인 A, 피고인 B, 피고인 E의 업무상과실치사
피고인들은 2022. 2. 24. 09:00경 이 사건 공장에서, 탈사설비 중 탈사기 고장으로 인해 탈사기를 본체에서 탈착하여 이 사건 공장의 수리 작업장에서 수리한 후 피고인 E는 같은 날 18:55경 피고인 A에게 수리 완료된 탈사기를 본체에 안착하라고 지시하였고, 이에 피고인 A은 G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 H(70세)를 지휘하여 천장 크레인으로 탈사기를 본체에 안착시키는 작업(이하, '이 사건 작업')을 하였다.
탈사기는 중량이 약 5톤으로 중량물에 해당하므로 탈사기 취급 과정에서 피해자가 협착될 위험이 있었고, 무선제어조작기로 천장 크레인을 조작하여 탈사기 안착 작업을 수행했으므로 크레인 오조작으로 인해 피해자에게 위험을 끼칠 수 있었다.
한편, 탈사기는 전선을 본체 하부의 연결구에 삽입한 후 본체에 안착시켜야 했는바, 전선 길이가 약 1m에 불과하여 탈사기를 본체 홀(약 1.5m 깊이)의 2/3 지점에 위치시킨 상태에서 피해자가 본체 하부로 내려가 전선 삽입을 해야 했고, 무선제어조작기로 크레인을 조작하던 피고인도 피해자와 함께 전선 삽입 작업을 수행할 경우 위와 같은 위험은 가중되었다.
이러한 경우 사업주는 ① 중량물 취급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작업, 작업장 상황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기록·보존하여야 하며, 조사결과를 고려하여 협착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 등이 포함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하고, ② 크레인을 사용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 일정한 신호방법과 해당 근로자에게 신호할 사람을 정하여 신호방법에 따라 그 근로자에게 신호하도록 하여야 한다.<3>
한편, 도급인인 사업주는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안전조치를 하여야 한다.
피고인 A은 G의 사업주 겸 안전보건책임자로서 위와 같은 안전조치를 취하고, 크레인 조작자가 인양 중인 하물과 본체 내부에서 작업 중인 근로자의 상황을 확인한 후 신중하게 크레인을 조작할 수 있도록 크레인 조작자를 본체 외부에 배치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들의 작업을 적절히 지휘, 감독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피고인 B은 사업주인 주식회사 C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관계 수급인인 G 소속 근로자들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위와 같은 안전조치를 취하고, 근로자들의 작업을 적절히 지휘, 감독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며 위험한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될 경우 작업을 중지시켜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피고인 E는 주식회사 C 소속 직원으로 이 사건 작업의 안전관리자였으므로 G 소속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위와 같은 내용의 안전조치를 취하는 등 근로자들의 작업을 적절히 지휘, 감독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고, 위험한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될 경우 작업을 중지시켜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A은 ① 이 사건 작업이 중량물인 탈사기를 취급하는 작업임에도 해당 작업 및 작업장 상황에 대한 사전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고, 협착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 등이 포함된 작업계획서도 작성하지 않았으며, ② 천장 크레인으로 탈사기를 본체 홀의 2/3 지점에 위치시킨 상태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본체 하부로 내려가 전선 삽입 작업을 수행하도록 했음에도 일정한 신호방법과 피해자에게 신호할 사람을 사전에 정하지 않았고, ③ 천장 크레인을 조작하는 무선제어조작기를 소지한 상태로 본체 하부로 내려가 피해자와 함께 전선 삽입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였다.
한편, 피고인 B과 피고인 E는 주식회사 C이 주도적으로 진행한 탈사기 수리 작업에 이 사건 작업이 반드시 수반되므로 G가 이 사건 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G에서 같은 방식으로 이 사건 작업을 수회 실시해 왔고, 피고인 E가 이 사건 작업 과정을 인근에서 확인했으므로 G에서 위험한 방법으로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으며, 주식회사 C이 탈사 설비를 G에 제공했으므로 짧은 전선 길이, 무선 제어조작기를 이용한 천장 크레인 조작 방식 등으로 인한 탈사설비 자체의 위험성으로 인해 이 사건 작업이 위험한 방법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알고 있었음에도 이 사건 작업 전에 G가 위와 같이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지휘 감독하지 않고, G가 위와 같이 위험한 방법으로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함에도 작업을 중단시키지 않는 등 G의 위험한 작업을 방치하였다.
이로 인해 같은 날 19:00경 피고인 A의 천장 크레인 오조작으로 흔들린 탈사기와 본체 사이에 피해자의 머리가 협착되는 사고가 발생하게 하였다.
결국 피고인 A, 피고인 B은 위와 같은 안전조치를 각각 하지 않음과 동시에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2022. 2. 28. 06:30경 청주시 서원구 1순환로 776에 있는 충북대학교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외상성 뇌출혈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 D의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
피고인은 주식회사 C의 대표이사로 위 회사의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경영책임자이다.
경영책임자는 사업주나 법인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여야 하는바, 그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상 필요한 안전 인력이 총 3명 이상이고 상시 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인 사업장의 경우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전담 조직을 두어야 하고,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위험성평가를 하는 절차 내지 그에 준하여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그 절차에 따라 위험성평가를 직접 실시하거나 실시하도록 하여 실시 결과를 보고받은 후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4>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주식회사 C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인 이 사건 공장에서 주식회사 C의 산업안전보건법상 필요한 안전 인력이 총 5명 이상이고 상시 근로자 수가 540명임에도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전담 조직을 두지 아니하였고,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위험성평가 등 유해·위험요인의 확인·개선절차를 마련하지 아니하였다. 이 사건 작업은 사전에 그에 대한 위험성평가 등의 절차가 진행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그 결과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은 이 사건 공장에서 제1항 기재와 같은 안전조치를 위반하였고, 2022. 2. 24. 19:00경 제1항 기재와 같이 수급인 G 소속 근로자인 종사자 피해자로 하여금 탈사기와 본체 사이에 머리가 협착되는 사고를 당하게 하여 2022. 2. 28. 06:30경 청주시 서원구 1순환로 776에 있는 충북대학교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외상성 뇌출혈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재해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종사자가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 주식회사 C의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피고인은 제1항 기재 일시 및 장소에서, 피고인의 종업원인 B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 기재와 같이 관계수급인 G의 근로자인 피해자가 피고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였음에도 안전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함과 동시에, 피고인의 경영책임자인 D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2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종사자인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 A의 법정진술
피고인 A 외 나머지 피고인들의 각 일부 법정진술
증인 I, A, J의 각 법정진술
K, L, M, N, O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사처리하도급계약서, 협력업체근로자명부, 근로계약서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 탈사작업표준
2022년 안전보건관리계획
중대재해예방팀 조직도
안전보건총괄책임자임명장, 등기사항일부증명서, 사업자등록증
안전보건관리규정(2015. 7. 2. 개정), 안전보건관리규정(2017. 12. 21. 개정), 안전보건관리규정(2018. 1. 14. 개정)
작업중지명령 해제요청서, 탈사작업 표준
수사보고(탈사기 무게 관련 보고), 수사보고(C의 상시근로자수 확인)
사망진단서, 구급활동일지, 변사자조사결과보고
사고 현장 사진
피고인 A 외 나머지 피고인들<5>과 그 변호인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주장
피고인 B, E의 의무위반 및 이 사건 사고와의 인과관계 부정
이 사건 작업의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에 따라 안전하게 작업을 진행하여야 할 의무는 이 사건 작업을 직접 담당한 수급인 A이 부담한다. 피고인 B은 이 사건 공장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할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였고, 수급인의 개별적인 작업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안전조치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 E는 이 사건 공장의 주조동에서 발주, 납품 및 생산량 관리 등의 업무만을 맡고 있었을 뿐, 안전관리를 담당하지 않았다. 피고인 B, E가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였다거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사고는 피해자가 출입구가 아닌 곳으로 나오려던 상황에서 A이 소지하고 있던 리모콘이 눌리게 되면서 이례적으로 발생하였다. 이는 A과 피해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결과이고, 피고인들로서는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다. 설령 피고인 B, E에게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 D의 의무위반 및 이 사건 사고와의 인과관계 부정
피고인 D은 이 사건 공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전담조직을 두어 운영하였고, 위험성평가 절차를 마련하여 실시하는 등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에서 정한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하였다.
설령 다르게 보더라도, 피고인 D의 의무위반이 피고인 B, E의 의무위반 내지 업무상과실이나 이 사건 사고를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 D으로서는 A과 피해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해 이례적으로 발생한 이 사건 사고를 예견할 수도 없었다.
판단
피고인 B, E의 의무위반 및 이 사건 사고와의 인과관계 인정 여부
피고인 주식회사 C의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조치의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 제1항 제11호, 제39조 제1항, 제40조에서는 사업주에게 근로자의 중량물의 취급에 있어 사전조사를 실시하여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작업지휘자를 지정하며 정해진 신호방법에 따른 작업이 이루어지게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서는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조치의무를 도급인에게 직접 부과하고 있다.
피고인들은, '도급사업주인 피고인 주식회사 C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제62조, 제64조 등에서 정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지정을 통한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작업계획서의 작성, 작업지휘자 지정, 신호방법에 따른 작업 등은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단서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로서 도급인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감독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1항, 제2항, 제3항에서는 도급사업과 수급사업이 같은 장소에서 위험작업이 행하여지는 경우 등 일정 요건 하에 도급사업주에게 수급사업주와 동일한 안전조치의무를 부과하고, 그 외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점검, 교육, 협조 등의 의무만을 부과하였다. 이후 2019. 1. 15.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부개정으로(제62조 내지 66조), 도급사업주는 도급사업과 수급사업이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수급인의 근로자가 도급인이 제공한 장소에서 작업하는 경우에도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게 되었고, 수급사업이 위험작업에 해당하는지도 묻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개정은 도급사업주의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조치의무를 확대·강화한 것이고, 개정된 규정의 문언과 체계에 비추어 보더라도, 작업계획서의 작성, 작업지휘자 지정, 신호방법에 따른 작업 등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는 도급인이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 직접 부담하는 안전조치의무에 해당한다고 해석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단서에서 정한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도급사업주의 별다른 조치 없이도 관계수급인과 그 근로자가 취할 수 있는 단순한 안전조치를 의미하는 것이고, 위 단서 조항의 추가가 도급사업주가 부담하는 안전조치의무의 범위를 축소한다고 볼 수 없다. 위 단서 조항의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에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사업주의 안전조치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 주식회사 C은 도급인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이러한 안전조치의무가 제공되고 있는지를 확인하여 수급인으로 하여금 이를 제공하게 하거나 직접 이를 근로자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피고인 B, E의 지위
피고인 E는, '자신이 주조동에서 공정별로 필요한 발주, 납품 및 생산량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을 뿐, 작업자들의 안전에 관한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피고인 E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피고인 주식회사 C의 주조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피고인 주식회사 C의 2022년 안전보건 관리계획에는 '안전보건 조직도'에 대표이사, 생산부문장(안전보건관리책임자) 아래에 주조팀장을 비롯한 7개 팀장 및 각 팀 반장(20개반)이 표시되어 있고, '안전보건 관계자 직무 분장'에는 관리감독자(생산부분 6개팀장)의 담당직무로 "작업장 불완전한 상태의 점검 및 개선조치, 잠재 위험요인 발굴 및 개선조치, 위험성평가 실시 및 개선조치, 작업 전/중/후 안전점검, 산업안전보건법상 관리감독자의 직무에 관한 사항"이 기재되어 있다. 피고인 주식회사 C과 A이 작성한 도급계약서에는 "수급인은 도급인의 검사 기준서 및 작업 순서 등 도급인의 요구에 의하여 작업을 행하며(제4조 제1항), 출퇴근 시간 등 근태 사항은 도급인의 사규에 준하여 도급인의 종업원과 동일하게 작업을 하며, 도급인의 생산 활동에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 되며 이에 위배된다고 판단될 때는 도급인이 종업원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제4조 제4항). 수급인은 도급인의 보은공장 주조동 사처리작업장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업을 한다(제5조 제4항)."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증인 A의 증언에 의하면, A이 피고인 E의 업무에 관한 지시, 감독을 받아왔음을 알 수 있고, 피고인 E는 이 사건 작업 현장에서 진행과정을 지켜보기도 하였다. 피고인 B은 산업안전보건법 제62조에 따라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업무를 총괄하여 관리하는 지위에 있고, 피고인 E를 지휘·감독하는 상급자의 지위에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B, E는 피고인 주식회사 C에서 이 사건 작업과 그 안전에 관한 업무담당자로서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계 법령에서 정한 안전조치를 제공할 법률상 의무 내지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 B, E의 안전조치의무위반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근거한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규정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관련 규정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A과 피해자가 이 사건 작업을 수년 동안 1년에 1~2회 가량 진행하였음에도, 그 동안 크레인 오조작, 오작동으로 인한 끼임 사고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작업의 방식과 순서, 위험요소에 대한 분석, 안전대책 등이 반영된 작업계획서가 작성되지 아니하였고, 작업지휘자의 별도 배치, 신호 방법 등에 관해서도 별도의 정함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A이 작성하였다는 2017. 8. 3.자 중량물 취급 안잔작업계획서(증거목록 순번 6번)에는 일반적인 중량물 운반에 관한 내용만 기재되어 있고, 여기에 기재된 신호방법도 일반적인 크레인 사용시의 신호 방법만을 다루고 있다. 피고인 B, E가 도급인의 업무담당자임에도 관련 조치의 이행을 확인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작업이 위와 같은 상태로 진행되는 것을 방치하였고, 오히려 자신들이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안전조치의무를 방기하였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피고인 주식회사 C 주식회사는 이 사건 사고 발생 후 이 사건 작업에 관한 구체적인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작업지휘자의 배치, 크레인 리모컨의 잠금장치 설치, 인입 전선 길이의 조정 등 보완조치를 하였고, 이러한 조치는 이 사건 사고 발생 전에도 충분히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 B, E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인 피해자의 안전확보를 위한 작업계획서의 작성, 작업지휘자 지정, 신호방법에 따른 작업 등에 관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 E의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죄로만 기소되었는데, 관계 법령상 주의의무가 부과되어 있고 이를 소홀히 하였음이 인정되는 이상,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죄책을 진다.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기소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업무상과실치사의 죄책이 부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이 사건 사고와의 인과관계
결과적 가중범의 경우 위반행위와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행위 시에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어야 한다. 작위의무인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였더라면 근로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될 경우에는 그러한 조치를 하지 않은 부작위와 근로자 사망 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안전조치의무위반이 근로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하게 한 유일하거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만이 아니라,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부작위와 사망의 결과 사이에 피해자나 제3자의 과실 등 다른 사실이 개재된 때에도 그와 같은 사실이 통상 예견할 수 있는 것이라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도6206 판결,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5도680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안전조치의무 등을 취하지 아니한 업무상과실과 근로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유무 판단에도 유사한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 B, E의 안전조치의무위반 외에도 A의 사업주로서의 안전조치의무위반과 피해자가 안전구역을 벗어난 곳에 위치하였던 잘못 등도 그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은 이 사건 사고가 A과 피해자의 중대한 과실이 우연히 겹쳐서 발생한 이례적인 사고이므로, 피고인들의 잘못과 이 사건 사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부정되어야 하고, 위 피고인들로서는 예견가능성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A이 이 사건 작업에 관하여 이 사건 작업은 약 5톤에 달하는 탈사기를 공중에 약간 띄워놓은 상태에서 작업자 두 명이 탈사기 양측 아래쪽 좁은 공간으로 웅크린 채 들어가서 각자 전선을 삽입한 후 나오는 작업으로, 작업자의 신체가 탈사기가 내려오는 곳에 위치하는 상황에서 탈사기가 하강하게 되는 경우 근로자의 신체 끼임 등 사고 발생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점, ②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에서도 이러한 작업 시 끼임 사고의 방지를 위해 사업주에게 작업계획서의 작성, 작업지휘자 지정, 신호방법에 따른 작업 등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점, ③ 탈사기를 납품·설치한 업체의 대표자 J은 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설치 후 일정 기간 동안 자신들이 직접 탈사기 안착 작업을 하였는데, 자신들은 탈사기의 중량이 크고 공간이 비좁아 탈사기를 띄워 놓고 사람이 그 아래 들어가서 전선인입 작업을 하지 않았고, 탈사기를 내려 놓은 상태에서 전선인입 작업을 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④ 안전통로 자체가 웅크린 상태로 있어야 할 정도로 협소하였는바, 피해자가 안전구역 밖에 위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예측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돌발행동을 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⑤ A이 크레인 리모컨을 소지한 채 전선 인입 작업을 위해 탈사기 아래로 들어간 결정적인 원인은 작업지휘자가 배치되지 아니하였기 때문인 점, ⑥ 앞서 본 피고인 주식회사 C과 A 사이의 계약 내용과 피고인 B, E의 지위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B, E로서는 안전조치가 확보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이 사건 작업을 중단시키고,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한 후 작업을 개시하는 조치를 충분히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B, E가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였다면 이 사건 사고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사고가 예측할 수 없는 이례적인 행동이나 돌발적인 상황으로 인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 B, E의 주의의무위반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피고인 D의 의무위반 및 이 사건 사고와의 인과관계
피고인 D의 안전확보의무위반
관련 규정의 내용과 위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주식회사 C의 경영책임자인 피고인 D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 제2호에서 정한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전담 조직을 두지 아니하였음이 인정된다.
즉, ① 위 시행령 제4조 제2호에서 규정한 '전담 조직'은 사업장의 특성과 규모 등을 고려하여 경영책임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규정의 내용과 취지상 전담 조직은 안전확보의무의 이행을 실질적으로 총괄·관리할 수 있을 정도의 인적·물적 요건을 갖출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고, '전담'이라는 문구을 사용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적어도 조직 구성원의 상당수가 안전·보건과 무관한 생산관리 등 안전·보건과 목표의 상충이 일어날 수 있는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 D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을 앞두고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전담 조직으로 P, L, N, M, Q, O를 팀원으로하는 중대재해 예방팀을 구성하였다고 밝혔다. 그런데 위 6인의 팀원들 중에는 L만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전담하였고, 나머지 인원들은 생산공정관리 등 다른 업무를 겸하였다.
관련자들의 수사기관 진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증거목록 69번 이하, 수사기록 2322면 이하 부분 참조), M는, "소형동 조립1팀 반장으로 사출기를 조립하는 공정의 관리를 맡고 있었고, 위 법률 시행을 앞두고 중대재해예방분과에도 소속되었는데, 겸직 후로도 담당 공정의 현장개선 등 안전장비 교체 등 업무를 하였다(팀장으로서 맡아 왔던 업무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N는, "중대형 조립2팀 반장으로 근무하던 중에 중대재해예방팀을 겸하게 되었는데,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에 관하여는 (자신의) 팀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안전 관련 건의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O는 "자신은 판금팀 직원으로 주된 업무는 용접 로봇 조작이고, 중대재해예방팀이 2021. 12.에 만들어졌으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회의를 하였고, 각 팀별로 개선사항을 발굴해 와서 보고하는 형태로 진행이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중대재해예방팀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L의 진술도 위 O의 진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위 진술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D이 구성한 중대재해예방팀은 안전·보건에 관하여 특별히 추가로 담당한 업무나 별도의 근무시간 배정 등의 조치 없이 생산 내지 생산관리를 담당하던 직원들 중 일부를 선정하여 각기 담당하는 업무에서 개선점을 찾아 회의에서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구성과 운영의 실태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D이 법령에서 요구하는 바에 따라 안전확보의무의 이행을 실질적으로 총괄·관리할 수 있을 정도의 인적·물적 요건을 충족한 전담 조직을 구성하였다고 볼 수 없다.
관련 규정의 내용과 위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주식회사 C의 경영책임자인 피고인 D이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지 아니하였음이 인정된다.
즉, 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1호 및 같은 법률 시행령 제4조 제3호 본문에서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시행령 제4조 제3호 단서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 따른 위험성평가를 하는 절차를 마련하여 그에 따라 위험성평가를 직접 실시하거나 실시하도록 하여 결과를 보고받은 경우에는 마련된 업무절차에 따라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에 대한 점검을 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서는 사업주는 유해·위험 요인을 찾아내어 부상 및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의 크기가 허용 가능한 범위인지를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법령에서 정한 조치와 근로자에 대한 위험 또는 건강장해를 방지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위 평가시 해당 작업장의 근로자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4항에 근거하여 마련된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고용노동부고시 제2020-53호, 2020. 1. 16. 시행)에서는 기계·기구, 설비 등의 정비 또는 보수 계획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계획의 실행을 착수하기 전에 위험성평가를 실시한다고 정하고 있고(제15조), 위험성평가를 위한 사전준비 사항, 유해·위험요인 파악의 방법, 위험성을 추정하는 방법, 허용 가능한 위험성의 결정과 위험성 인정시 감소를 위한 대책 수립(계획 단계에서 위험성을 제거 또는 저감하는 조치, 사업장 작업절차서 정비 등의 관리적 대책 고려), 사후 확인과 추가적인 감소대책 수립·실행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들의 도입 취지와 내용에 의할 때,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에는 유해·위험 요인에 대한 신고, 종사자의 의견 청취를 포함한 유해·위험 요인에 대한 확인, 유해·위험 요인 확인시 작업의 중단, 실효성 있는 안전 확보 방안의 마련과 검토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고, 업무절차의 구체적인 내용은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서 정한 위험성평가의 방식과 절차에 준하는 정도에 이를 것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 주식회사 C의 안전보건관리규정(2015. 7. 2. 개정된 것)에서는 제26조에서 위험성평가 절차 등에 관하여 정하고 있었는데, 2017. 12. 21. 개정된 안전보건관리규정에서는 위 내용이 삭제되었다. 피고인들은 위 개정 후로도 실질적인 위험성평가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제출된 위험성평가 자료(수사기록 596면 이하)를 살펴보면, 안전보건정보 조사가 수치상으로 기록되고 담당자의 위험성 감소대책이 간략히 기재되어 있는데, 위험성평가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위험성의 결정은 누가 어떻게 판단한 것인지, 해당 근로자의 의견은 어떠한지, 대책은 어떻게 수립되었고 그 실효성 검토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등에 관해서는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 또한 수시평가가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자료도 제시되지 않았다. 이 사건 사고 당시의 피고인 주식회사 C의 안전보건관리규정에는 유해·위험기구에 대한 안전검사(제45조), 안전점검 및 순찰에 관한 규정(제48조 내지 51조)을 두고 있는데, 위 규정들은 정기적인 위험 설비에 대한 안전검사와 안전관리담당자들의 순찰 및 점검 의무, 위험한 작업 등의 발견 시 보고와 시정 절차 등을 개략적으로 정한 것에 불과하고, 이러한 규정들이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데 필요한 실효성 있는 업무절차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피고인 D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 제3호에서 마련된 업무절차에 따라 확인 및 개선이 이루어지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사고가 위 법률이 시행된 이후 최초 점검주기(6개월)가 도과하기도 전에 발생하였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위 규정에서는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먼저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그러한 업무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이상, 점검주기가 도과하였는지 여부는 안전확보의무위반 여부의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사건 사고와의 인과관계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도 결과적 가중범에 해당하고, 경영책임자의 안전확보의무위반과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하여도 앞서 본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주된 원인은 적절한 안전조치 없이 이 사건 작업이 이루어진 데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사고 발생의 경위, 이 사건 작업의 위험성, 당시 현장의 상황, 지시·감독자의 관여 가능성, 피고인 B, E의 행위 태양과 의무 위반의 내용(피고인 B, E는 자신들이 소속된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수급인에 의해 진행되는 이 사건 작업에 대한 안전조치의무가 없다고 오판한 채, 안전조치 없이 반복 실행되어 온 방식이 이 사건 작업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되는 것을 방치하였다)과 피고인 D의 안전확보의무위반의 내용과 정도(형식적인 전담 조직의 구성,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에 관한 업무절차 미비가 위와 같은 상황을 막지 못하는 결과를 야기하였다고 볼 수 있다)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D이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미리 마련하여 두고,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전담 조직을 실효성 있게 구성하여 운영하였다면, 미리 위험성을 파악하여 산업안전관리법령에서 정한 안전조치가 충분히 이루어진 상태에서 이 사건 작업이 진행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D의 안전확보의무위반도 이 사건 사고 발생, 즉 중대산업재해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A과 피해자의 과실도 이 사건 사고 발생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으나, 그러한 사정도 통상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피고인 D의 안전확보의무위반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결론
따라서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피고인 A: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제38조 제1항 제1호, 제2항(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의 점), 형법 제268조, 제30조(업무상과실치사의 점)
피고인 B: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67조 제1항, 제63조(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의 점), 형법 제268조, 제30조(업무상과실치사의 점)
피고인 주식회사 C: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호, 제167조 제1항, 제63조(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의 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호, 제6조 제1항, 제4조 제1항 제1호, 제2조 제2호 가목(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으로 인한 중대산업재해의 점)
피고인 D: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4조 제1항 제1호, 제2조 제2호 가목
피고인 E: 형법 제268조, 제30조
상상적 경합
피고인 A, B, 주식회사 C: 형법 제40조, 제50조[피고인 A, B의 경우 판시 제1항의 각 죄 상호간, 형이 더 무거운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피고인 주식회사 C의 경우 판시 제3항의 각 죄 상호간,<6> 형이 더 무거운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형의 선택
피고인 A: 징역형 선택
피고인 B: 징역형 선택
피고인 D: 벌금형 선택
피고인 E: 금고형 선택
노역장유치
피고인 D: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집행유예
피고인 A, B, E: 형법 제62조 제1항
가납명령
피고인 주식회사 C, D: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양형의 이유
피고인들이 각자에게 주어진 안전조치의무 내지 안전확보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다. 피고인 A은 피해자의 안전관리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의무를 부담함에도 이를 소홀히 한 채 관행대로 작업을 진행하였다. 피고인 B, E는 피고인 주식회사 C의 이 사건 작업 관련 업무담당자로서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음에도 수급인 A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안전관리시스템의 미비로 인해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경영책임자인 피고인 D과 피고인 주식회사 C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한편 피고인 A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며 자책하고 있다.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는 피해자가 안전구역 밖으로 몸을 옮긴 잘못이 기여한 바도 상당하다. 피고인들은 피해자 유족들과 합의하였고, 피해자 유족들은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 사건 사고 발생 후 피고인 주식회사 C과 그 임직원들은 이 사건 작업을 비롯한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들을 이행하였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시스템 강화 등을 추진하였으며, 이 사건 사고를 계기로 근로자들의 안전 확보에 더욱 힘쓸 것을 다짐하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안전확보의무를 단기간 내에 적정하게 이행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A, D은 오래 전에 이종의 범죄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을 뿐,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피고인 B, E는 이 사건 범행 전까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양형위원회의 권고형량 범위<7>와 그 밖에 피고인 A, B, D, E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양형조건들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공소사실
피고인 B
피고인은 주식회사 C의 공장장으로 주식회사 C을 위해 행위하는 사람이다.
도급인인 사업주는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도급인과 수급인을 구성원으로 하는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협의체를 운영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관계수급인 G를 비롯한 다수의 하청업체 소속의 근로자들이 주식회사 C의 사업장인 이 사건 공장에서 작업을 하였음에도 2022. 1.경 G를 포함한 이 사건 공장의 관계수급인과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협의체를 운영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 주식회사 C
피고인은 위 가항 기재 일시 및 장소에서, 피고인의 종업원인 B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였음에도 관계수급인과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협의체를 운영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법령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등 참조).
산업안전보건법 제64조 제1항 제1호에서는 도급인이 도급인과 수급인을 구성원으로 하는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을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79조 제2항에서는 위 협의체가 작업의 시작 시간, 작업 또는 작업장 간의 연락방법, 재해발생 위험이 있는 경우 대피방법, 작업장에서의 위험성 평가의 실시에 관한 사항, 사업주와 수급인 또는 수급인 상호 간의 연락 방법 및 작업공정의 조정을 협의해야 하고, 같은 조 제3항에서는 위 협의체는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그 결과를 기록·보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도급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 근로자들의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하기 위해 연락 체계를 구축하여 위험 요소의 발견과 위험성 저감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2호, 제172조에서는 위 제64조 제1항 제1호(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을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위반행위가 특정되어 있지는 않다)를 위반한 행위자를 처벌하고 있는바, 산업안전보건법 제64조 제3항에 근거한 시행규칙에서 정한 내용을 위반하였다고 하여 반드시 위 처벌규정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위 시행규칙의 위반이 처벌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그 위반 내용이 협의체를 운영하지 아니한 것과 동일시 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를 것이 요구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위 피고인들이 제출한 증 제26, 2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 주식회사 C이 2022. 1.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이유로 예정되었던 협의체 회의가 연기되고 서면을 통해 회의자료가 배포된 사실, 2022. 2.부터는 매월 협의체 회의가 실제 이루어진 사실이 인정된다. 이 부분 공소사실은 협의체 구성원들이 한 장소에 모이거나 화상을 통해 대면한 상태에서 매월 1회 이상의 회의가 진행되어야 함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앞서 본 산업안전보건법 및 그 시행규칙의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서면을 통해 의견교환을 하는 방식의 회의가 전면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특히 2022. 1.경 당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집합금지명령이 이루어지기도 하였고, 화상회의가 보편화되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2022. 1.경 이 사건 공장의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협의체 회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다르게 보더라도 2022. 1. 한 달 동안 위 협의체가 운영되지 아니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B, 주식회사 C에 대한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무죄 부분에 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권노을
각주1) '탈사 공정'은 주형에 부어 넣은 용탕이 냉각되면 주형 주위를 둘러싼 금속제 틀(플라스크)을 해체하여 주물을 빼낸 후, 주물 표면에 부착된 주물사(모래)를 '탈사설비'를 이용하여 제거하는 공정이다.
각주2) '탈사설비'는 탈사기(진동모터로 진동을 발생시켜 주물에 부착된 주물사를 파괴하는 장치), 본체(탈사기 안착 장소로 약 1.5m 깊이의 홀), 천장 크레인(주물 등 중량물을 이동에 사용하는 양중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주3) 공소사실에는 피고인들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의 내용으로 "크레인 작업 시 미리 근로자의 출입을 통제하여 크레인을 사용하여 인양 중인 하물이 작업자의 머리 위를 통과하지 않도록 하여야 함에도(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제146조 제1항 제4호) 피해자의 머리가 탈사기 아래에 위치한 상태에서 작업을 하는 상황을 발생시켰다."는 부분이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위 조항은 크레인을 통해 인양 중인 화물의 추락에 의해 근로자가 부상을 입는 산업재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의 규정이고, 그 문언에 의하더라도 중량물인 설비 일부를 들어 올린 다음 그 밑에서 전선을 인입하는 이 사건 작업에까지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위 규정은 근로자의 작업 장소 출입을 통제하라는 내용인데, 이 사건 작업은 출입을 막아서는 실행을 할 수 없다). 공소사실의 전체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탈사기를 부양한 상태에서 전선을 인입하도록 한 작업의 방식 자체를 문제 삼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내용은 범죄사실에서 모두 삭제하였다.
각주4) 공소사실에는 "피고인 D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위험성평가를 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고, 이 사건 작업이 수년간 반복되었음에도 그에 대한 위험성평가를 직접 실시하거나 실시하도록 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공소사실의 전체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 D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률 시행령 제4조 제3호에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취지임이 분명하고, 피고인 D이 수년간 연 1~2회씩 반복된 이 사건 작업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 따른 위험성평가를 거치도록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구성요건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에 해당한다. 이에 위 내용은 범죄사실에서 삭제하였다.
각주5) 본 장에서는 '피고인 A'을 'A'으로, 나머지 피고인들을 개별적으로는 '피고인 ○○○'으로, 통칭해서는 '피고인들'로 각 표시한다.
각주6) 검사는 실체적 경합범의 관계로 기소한 것으로 보이는데, 각 법률이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명·신체의 보전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각각의 의무위반행위가 같은 일시·장소에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방지하지 못한 부작위에 의한 범행에 해당하여 사회관념상 1개의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바,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다고 보았다(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3도12316 판결 참조).
각주7)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피고인 주식회사 C, D의 경우 양형기준 미설정)
각주8) ○ 피고인 A, B
각주9) [유형의 결정]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 02. 산업안전보건법 범죄 > [제3유형] 안전·보건조치의무위반치사
각주10)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
각주11)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감경영역, 징역 6개월∼1년6개월
각주12) ○ 피고인 E
각주13) [유형의 결정]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 01. 과실치사상 > [제3유형]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
각주14)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
각주15)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감경영역, 금고 4개월∼10개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