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판결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1. 9. 7. 선고 2020가단32851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91,056,593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5. 23.부터 2021. 9. 7.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이를 10분하여 그 1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망 C(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88. 11. 10.부터 피고 운영의 D광업소 갱내에서 티프라 작업(경석 처리 작업)에 종사하다가 2001. 10. 30. 정년퇴직하였고, 원고는 망인의 배우자이다.

나.

망인은 위 정년퇴직 이후 한국산재의료원 태백중앙병원의 정밀진단에서 심폐기능이 2005. 2.경 F1(경도장해)로, 2006. 9.경 F0(정상)으로, 2009. 6.경 F2(중등도장해)로 각 진단된 데 이어, 2011. 9.경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의 정밀진단에서는 그 심폐기능이 F3(고도장해)으로 진단되었고, 2014. 6. 19. E병원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진단을 받았다.

다.

이에 망인은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고, 위 공단은 산하 직업성폐질환연구소의『망인은 27세 때인 1972년부터 탄광 지하에서 26년간 굴진(7년), 운반(6년) 및 티프라(13년) 작업을 하면서 고농도 석탄 및 결정형 유리규산 분진과 발파 작업 중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가스 등에 장기간 노출되었고, 2014. 9. 13.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에서 실시한 폐기능검사에서 기관지확장제 흡입 후 노력성폐활량(FVC)에 대한 1초량(FEV1)의 비인 일초율(FEV1/FVC)이 70% 미만인 22%이면서 1초량이 정상 예측치의 17%로, 만성폐쇄성폐질환 업무처리지침에 의거 요양대상에 해당하는 직업성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고 판단된다』라는 취지의 전문조사결과, 산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소속 호흡기내과, 직업환경의학과 등 전문가들의 같은 취지의 자문소견 및 이를 종합한 위 위원회의『망인의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라는 취지의 심의결과를 토대로, 2015. 5. 7. 요양승인 결정을 하였다.

라.

그 후 망인은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에서 입원 요양을 하던 중 2015. 6. 16. 사망하였는데, 망인의 직접사인은 호흡부전, 선행사인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이었고,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의 사망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2015. 7. 1.부터 원고에게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였다.

마.

한편, 피고가 노동조합과 사이에 유효기간을 2000. 4. 1.부터 2002. 3. 31.까지로 하여 체결한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은 제61조에서 “회사는 조합원의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린 경우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정하는 바에 따라 조치한다”라고, 제62조에서 “회사는 조합원이 업무상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을 경우에는 그 유족에 대하여는 평균임금의 2,720일분(산재보상 1,300일분, 자체보상 1,300일분, 산재장례비 120일분)을 유족보상금으로 지급한다”라고, 제63조에서 “본 장의 보상금을 받을 권리는 퇴직으로 인하여 변경 또는 소멸되지 아니한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이하 위 자체보상금 지급 관련 규정을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 11 내지 15호증, 을 제4, 5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청구원인 요지

망인은 피고 탄광의 티프라원으로 근무하던 중에 노출된 석탄분진 등이 원인이 되어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렸고, 이후 위 질환과 그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하였는바, 피고는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에 따라 원고에게 망인의 사망 당시 평균임금의 1,300일분으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평균임금 증감제도에 따라 산정된 194,956,593원 또는 예비적으로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 조정제도에 따라 산정된 206,565,128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퇴직 후의 진단 및 사망의 경우에도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이 적용되는지

가)

관련 법리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의 내용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다23482 판결,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19776, 19783 판결 등 참조). 다만 단체협약과 같은 처분문서를 해석할 때에는 단체협약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유지ㆍ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하여 경제적ㆍ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근로자의 자주적 단체인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단체교섭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명문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102452 판결,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다26532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은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질병의 발생 및 근로자의 사망 시점이 퇴직 전인지 후인지를 묻지 않고, 유족에게 자체보상금 청구권을 인정하는 취지라고 봄이 타당하고, 을 제1, 6호증의 각 기재는 그와 같이 봄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①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은 “조합원이 업무상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을 경우에는 그 유족에 대하여 자체보상금을 지급한다”라는 내용이다. 이를 피고의 주장처럼 “조합원이 업무상으로 인하여 재직 중 사망하였을 경우”로 한정해서 해석할 합리적 근거가 없고, 오히려 이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형 해석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 피고는 다른 한편으로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은 적어도 해당 질병이 재직 중에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한다”라거나 “이 사건 단체협약은 유효기간 만료로 이미 실효되었으므로 그 이후에 발생한 사망에 대하여 이미 실효된 위 단체협약이 적용될 수 없다”라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이 또한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②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은 그 문언상 “피고가 근로기준법상의 유족보상, 장례비를 지급할 의무가 생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보험급여(유족급여, 장의비)가 지급될 수 있을 때, 위 보험급여에 더하여 자체보상금을 지급한다”라는 취지이다. 즉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 보험급여가 지급되는 경우에는 이에 더하여 피고가 유족에게 자체보상금을 지급하고, 반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자체보상금 역시 지급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인지 여부는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사고를 당해 사망에 이르렀는가,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되는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근로자의 사망 시점이 퇴직 이전인지 이후인지와는 무관하다.

③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의 형태는 일률적이지 않다. 질병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 발병 이후 단시간 내에 사망할 수도 있고, 오랜 기간 투병 끝에 사망할 수도 있으며, 질병의 발병과 동시에 사망하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의 경우에도 대부분은 사고 직후 사망할 것이나, 장기간 입원 끝에 사망할 수도 있다. 피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할 경우, 위와 같은 다양한 사망의 형태를 도외시한 채, 사망 시점과 해당 시점에서의 근로자 지위 유지 여부라는 우연하고도 형식적인 기준에 따라 보상금 지급 여부가 달라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

④

특히 업무상 생긴 질병이 매우 중하여 사망이 예상되는 등의 상황에서 퇴직이 불가피한 경우, 그러한 퇴직으로 인하여 사망보상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는 부당하다. 이러한 경우 피고 주장에 따르면 자체보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퇴직을 하지 않은 채 휴직을 하여야 하는데, 이때 피고는 휴직기간에 대하여도 일정한 보수를 지급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가 당사자들의 단체협약 체결 당시의 진정한 의사였는지 상당히 의문이다.

⑤

이 사건 단체협약 제63조는 “본 장의 보상금을 받을 권리는 퇴직으로 인하여 변경 또는 소멸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 취지는 근로자의 퇴직이라는 사실로 근로자의 재해보상금에 관한 권리에 변경 또는 소멸이 없게 하여 근로자의 퇴직과 무관하게 근로자의 재해보상금에 관한 권리를 보장함에 있다. 위 규정은 재직 중 재해로 인한 것이면 퇴직 전까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보상금을 받은 권리에 변경이 없다는 것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⑥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분진을 흡입함으로써 폐장 내에 병적 변화를 가져오는 질병인데, 개인에 따라 기도의 해부학적 구조가 달라 분진의 여과능력이 다르고 개인에 따른 면역기능의 차이는 폐에 침입한 분진을 처리하는 데도 다른 반응을 보인다. 이렇듯 위 질환은 개인의 체질에 따라 발생 시기를 달리하는 특수성이 있는바, 설령 퇴직 이후에 그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피고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인 이상, 피고는 자체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망인이 업무상으로 사망한 사실이 인정되는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보험급여가 지급될 수 있을 때, 피고가 위 보험급여에 더하여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취지이다. 그러므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지 여부, 즉 망인이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업무상 질병을 얻었고 이를 원인으로 사망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펴야 한다.

가)

관련 법리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 4. 11. 법률 제8373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호의 업무상 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며,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사망의 주된 발생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기존의 다른 질병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망하게 되었거나, 업무상 발병한 질병으로 인하여 기존 질병이 자연적인 경과 속도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되어 사망한 경우에도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두12922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망인이 1988. 11. 10.부터 2001. 10. 30.까지 약 13년간 피고의 탄광 근로자로 근무하면서 분진이 발생하는 갱내 티프라 작업에 종사하였던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각 증거에 더하여 이 법원의 삼척세무서에 대한 과세정보제출명령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피고의 탄광에서 티프라 업무를 수행하던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얻었고, 그 질환과 합병증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인정되고,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는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①

만성폐쇄성폐질환이란 유해한 입자나 가스의 흡입에 의해 폐에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서 이로 인해 기류 제한이 진행되어 폐기능이 저하되고 호흡곤란을 유발하게 하는 호흡기 질환으로서, 일반적으로 진폐증이나 규폐증에서 호발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진폐 없이도 석탄이나 유리규산 분진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고, 그 유병률은 다양한 분진에 고농도로 노출되는 갱내 작업자에서 높게 나타나며, 갱내 작업자라면 그 직종과 관계없이 분진 노출기간이 길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점이 확인된다.

②

망인의 사망 시점이 퇴사일인 2001. 10. 30.로부터 13년여가 지난 시점이기는 하나, 망인은 그에 앞서 퇴사일로부터 3년여 후에 이뤄진 2005. 2.경의 첫 정밀진단에서 이미 심폐기능이 F1(경도장해)로 진단된 바 있고, 이후 2009. 6.경 F2(중등도장애)로, 2011. 9.경 F3(고도장해)으로 악화되었다가, 2014. 6. 19. 만성폐쇄성폐질환 진단을 받기에 이르렀다.

③

망인이 1972년경부터 약 13년간 다른 회사들의 탄광에서 굴진 작업 또는 운반 작업에 종사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이는 피고회사에 근무하기 이전의 일로서, 위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진단 시점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근무는 피고의 탄광에서 이뤄진 것이고, 망인이 피고회사에서 근무한 기간만도 13년에 달하는 점, 망인의 심폐기능장해와 만성폐쇄성폐질환의 발병 요인 내지 요소들이 피고회사 입사 시점인 1988. 11.경 이전에 이미 모두 갖춰진 상태였고 위 입사 이후로는 그것들이 더 이상 증대되지 아니한 채 그대로 유지 또는 호전되기만 하였을 뿐이라고 보기는 무리이고, 그와 같이 볼 만한 객관적인 정황도 발견되지 않는 점, 망인은 피고회사 퇴사 이후 2007년도 및 2008년도에 각 2-3개월씩 일용근로, 아파트경비 등에 종사한 것을 제외하고는, 위 진단 및 사망 시점에 이르기까지 피고회사 근무 당시와 유사한 직종 또는 상당한 강도의 육체노동에 종사한 바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13년의 다른 회사들에서의 근무보다는 피고회사에서의 13년 근무가 망인에게 만성폐쇄성폐질환 내지 그 발병 요인들이 생기게 하거나 이를 중대하게 악화시킨 직접적이고도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④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복지공단 산하 직업성폐질환연구소 및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역시 폐기능검사가 포함된 전문조사결과 및 전문가들의 자문소견을 거친 심의결과를 통해 “망인이 굴진 작업 7년, 운반 작업 6년 및 피고회사에서의 티프라 작업 13년 등 총 26년간 탄광 지하에서 작업을 하면서 고농도 석탄 및 결정형 유리규산 분진과 발파작업 중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가스 등에 장기간 노출되었고, 망인의 질환은 직업성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라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3)

이 사건 자체보상금의 산정기준과 평균임금 산정기준

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평균임금의 증감제도는, 재해를 당한 근로자의 통상적인 임금 수준이 상승하거나 저하하였음에도, 평균임금을 산정할 사유가 생긴 날인 재해일 또는 진단 확정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평균임금을 기초로 한 고정적인 보험급여액이 지급되는 데에서 생기는 불합리를 시정하여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에게 적절하고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2006. 10. 27. 선고 2006두3568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자체보상금의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서 정한 평균임금 증감제도에 따라 증감된 평균임금을 의미한다고 해석되고, 을 제1, 6호증의 각 기재는 이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단체협약 제61조는 “회사는 조합원의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이 걸린 경우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정하는 바에 따라 조치한다”라고, 제62조는 “회사는 조합원이 업무상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을 경우에는 그 유족에 대하여 평균임금의 2,720일분(산재보상 1,300일분, 자체보상 1,300일분, 산재장례비 120 일분)을 유족보상금으로 지급한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

②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해서는 피고에게 지급의무가 없는 것을 이 사건 단체협약으로써 지급한다는 점을 규정한 취지라고 보인다.

③

이 사건 단체협약 각 규정의 형식이나 문언에 비추어 볼 때, 조합원 개인이나 유족에 대한 산재보상, 자체보상, 산재장례비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모두 같은 기준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평균임금을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전제 하에 있었기에 그 총액 역시 위 세 항목을 단순 합산한 ‘평균임금의 2,720일분’으로 기재된 것으로 판단된다.

④

만약 자체보상에 한하여 산재보상, 산재장례비와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로 하는 의사였다면, 전자와 후자를 별개의 조항에서 달리 규정하든가 또는 동일한 조항에서 규정하더라도 그러한 취지의 단서 내지 예외 문구를 명기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갑 제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망인의 사망 당시(2015. 6. 16.)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평균임금은 146,966.61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결국 망인에 대한 자체보상금 액수는 191,056,593원(= 146,966.61원 × 1,300일)이 된다.

4)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자체보상금 191,056,593원 및 이에 대하여 그 최초 지급청구일인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의 다음날인 2020. 5. 23.부터 이 판결 선고일인 2021. 9. 7.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이처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평균임금 증감제도에 따른 금액산정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이상, 그 주장이 배척될 경우를 대비한 원고의 예비적 주장에 대하여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3.

피고의 항변에 관한 판단

가.

소멸시효완성 항변

1)

주장 요지

이 사건 자체보상금 청구권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재해보상청구권의 성격을 가지므로 같은 법 제112조 본문에 따라 이를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그 권리가 시효로 소멸하는바, 원고는 망인이 사망한 2015. 6. 16.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인 2020. 5. 14.에야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원고 주장의 위 권리는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

2)

판단

살피건대, 원고가 이 사건에서 주장하는 권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6조 소정의 유족급여 등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가 아니라 이 사건 단체협약 제62조에 기한 자체보상청구권으로서, 그 실질은 당사자 간 약정에 따른 청구권이고, 나아가 피고가 노동조합과 체결한 이 사건 단체협약은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는바, 그에 기한 자체보상청구권에는 5년의 상사시효가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다1381 판결 등의 취지 참조). 원고가 주장하는 자체보상청구권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규정된 유족급여 등의 청구권과 그 내용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청구권의 근거가 서로 다르고, 이 사건 단체협약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시효기간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지도 않은 이상, 이 사건 단체협약에 기한 자체보상청구권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12조 본문 소정의 3년의 시효기간이 적용될 여지는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신의칙위반 항변

1)

주장 요지

망인은 퇴사 이후 13년 이상이 지나 사망하였는바, 망인의 사망에 대해서 피고에게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에 따른 거액의 보상책임을 지운다는 것은 피고에게는 불측의 손해를 가하여 경영을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서, 신의칙 내지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

2)

판단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유족보상청구권 내지 이 사건 자체보상청구권 등의 권리와 관련하여서는 그 특성상 퇴사 이후 상당 기간이 경과된 뒤에 업무상 질병의 진단 및 사망의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피고로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점, 망인이 장기간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고 퇴사한 뒤 심폐기능 악화 과정을 거쳐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진단을 받고 사망에 이르기까지 수년 동안 겪은 고통은 피고가 예상치 못한 자체보상금 지급의무를 부담함으로써 받는 불이익과 비교해 볼 때 작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망인의 진단 및 사망 시점만을 이유로 원고의 권리 행사가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보게 된다면,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를 진단 또는 사망의 시점이라는 불합리한 이유로 차별하는 결과가 되는 점, 망인이 만성폐쇄성폐질환을 고의로 악화시켜 사망하였다거나 원고가 피고를 괴롭힐 목적으로 자체보상청구권을 행사한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드는 위와 같은 사정들이나 그 제출증거만으로는 원고의 이 사건 자체보상청구권 행사가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완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