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 B, 원고 C, 원고 D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게 [별지2] 청구금액 및 인용금액표의 ‘인용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원고 E에게는 2024. 12. 13.부터 2025. 4. 10.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원고 B, 원고 C, 원고 D, 원고 E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게는 [별지2] 청구금액 및 인용금액표의 ‘퇴직 14일 경과일’란 기재 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원고 B, 원고 C, 원고 D의 각 청구 및 위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전자집적회로 제조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 소속 근로자이거나 근로자였던 사람들 또는 그 유족들이다.
임금피크제의 도입
피고 소속 근로자들 전체 5,826명 중 5,330명은 2009. 2. 25.부터 2009. 3. 4.까지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동의서에 서명하였고, 피고는 2009. 3. 4. 종전 취업규칙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임금피크제 근거 규정을 추가하였다.
피고는 위와 같이 신설된 취업규칙에 따라 ‘임금피크제 운영기준’을 만들었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이하 2009. 3. 4. 변경된 피고의 취업규칙과 위 운영기준을 통칭하여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라 한다).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의 변경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이 2013. 5. 22.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하는 것으로 개정되었고, 피고는 2015. 5. 1. 종전 취업규칙을 변경하여 정년을 57세에서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 운영기준’을 아래와 같이 변경하였다(이하 2015. 5. 1. 변경된 피고의 취업규칙과 위 운영기준을 통칭하여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라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2] 청구금액 및 인용금액표의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원고 E에게는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나머지 원고들에게는 [별지2] 청구금액 및 인용금액표의 ‘퇴직 14일 경과일’란 기재 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5호증, 을 제1 내지 1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는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회의 방식에 따른 의견교환 절차를 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 소속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 동의를 받았을 뿐 집단적 동의를 얻지 못한바,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이다.
이처럼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는 무효이므로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는 임금피크제가 도입되기 전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에 해당하는데, 피고는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에 관하여 피고 소속 근로자들로부터 어떠한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 역시 무효이다.
설령 이 사건 1차 및 2차 임금피크제에 관하여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이를 도입한 목적에 타당성이 없고, 이로 인한 불이익이 지나치게 과도하며, 불이익을 상쇄할 수 있는 대상조치가 전무하고, 피고는 절감한 인건비를 신규채용 확대 등에 사용하지도 않았으므로, 이 사건 1차 및 2차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이 금지하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그럼에도 피고가 원고들에게 감액된 임금을 지급한 것은 강행법규인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등을 위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법한 차별이 없었더라면 원고들이 지급받았을 임금 및 퇴직금에서 실제로 지급받은 임금 및 퇴직금을 뺀 차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거나, 선택적으로 무효인 이 사건 1차 및 2차 임금피크제를 근거로 지급하지 않은 위 차액 상당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2009년경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총 5,826명으로 서울 공장에 2,268명, 부평 공장에 667명, 광주 공장에 2,891명이 각 근무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4조 3교대 근무조로 편성되어 있어 전체 근로자들이 일시에 한 자리에 집합하여 회의를 개최할 수 없었다. 이에 피고는 2009. 2.경 전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하였고 취업규칙 변경 동의서에도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에 관하여 자세히 설명하였으며, 이를 통해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에 관한 내용을 숙지한 상태에서 부서별로 의견을 교환한 후 집단적으로 동의한 것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를 도입함에 있어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의 절차를 위반하지 않았다.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는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에 비하여 임금지급률이 더 높아졌고 정년도 3년 연장되었으므로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바, 이를 도입함에 있어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설령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가 무효라 하더라도 임금피크제가 도입되기 전 취업규칙과 비교하여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3년 연장하면서 정함이 없던 연령 구간에 대하여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하였고 이를 통해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3년 동안 추가적인 소득을 얻게 되었으므로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에 해당하지 않아 여전히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의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에 해당하는바, 같은 법 제4조의4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설령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에 대하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호봉제와 유사한 임금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고,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로 입은 불이익이 크지 않으며, 피고는 임금피크제의 불이익을 완화할 각종 제도를 시행함과 동시에 대상조치를 취했고,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후 신규채용을 확대하였으므로,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별에 해당한다.
설령 이 사건 1차 및 2차 임금피크제가 무효라 하더라도, 피고는 경영 사정으로 인하여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할 절박한 필요성이 있었고 이를 도입함에 있어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동의도 받았다. 또한 피고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당시 그 효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전무하였기 때문에 피고로서는 이 사건 1차 및 2차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점을 알지 못하였다. 나아가 원고들은 정년 연장으로 인하여 추가적인 소득을 얻게 되었으므로 어떠한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어 피고가 이 사건 1차 및 2차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원고들의 임금 및 퇴직금청구권은 근로기준법 제49조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0조에 따라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이 사건 소 제기일인 2022. 12. 13.로부터 역산하여 3년이 경과한 2019. 12. 13. 이전에 발생한 임금청구권 및 퇴직금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판단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의 유효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란 사용자가 종전 취업규칙 규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규정을 신설하여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고 근로자에게 저하된 근로조건이나 강화된 복무규율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1993. 8. 24. 선고 93다17898 판결 등 참조).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서 취업규칙을 작성 · 변경할 수 있고, 다만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는 것이므로, 그 동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근로자의 과반수라 함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집단의 과반수를 뜻한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라 함은 사업 또는 한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여기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라 함은 사용자측이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가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는 임금과 관련된 근로조건을 정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에 해당하고, 이로 인하여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정년퇴직 전 6년의 기간 동안 임금이 최대 50% 감소하는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된 점, ②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어 임금이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종전 취업규칙에서 정한 정년 만 57세는 그대로 유지된 점, ③ 설령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가 시행됨에 따라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정년이 실질적으로 57세까지 보장되는 사실상의 효과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취업규칙 중 정년에 관한 규정과 임금에 관한 규정 사이에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점, ④ 피고가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대신 수당이나 복리후생비를 신설 또는 증액하거나 업무를 경감시켜주는 등 충분한 반대급부를 제공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점, ⑤ 피고는 인사평가에 따라 상위 10%의 근로자들에게 임금피크제 적용을 유예하거나 복리후생비 등을 그대로 유지하고 퇴직금의 중간정산을 허용한 것 등이 대상조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라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받을 불이익을 다소 경감한 것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적법한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에 소속되지 않은 사실에 대하여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과반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이때 적법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 근로자들이 변경된 취업규칙에 대하여 주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방법에 의한 사용자측의 공고․설명 절차가 있었을 것, ㈁ 근로자들이 회의 등 집단적인 논의절차를 거쳐 변경된 취업규칙에 대하여 찬반 의견을 교환하였을 것, ㈂ 근로자들의 변경된 취업규칙에 대한 집단적 의견이 찬성일 것이 요구된다.<1>
또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라는 요건은 과반수 노동조합이 동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용자에 대하여 자주적이고 대등한 지위에서 근로자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집단 의사가 형성되어 ‘집단적 근로조건 대등 결정의 요청’이 충족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위와 같은 요건의 충족 여부는 근로조건이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정도와 그것이 개별 근로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및 사용자측이 제도변경을 추진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자들이 사용자측의 영향력이 배제된 상태에서 상호 의견교환이나 토론 등 집단적인 논의를 거쳐 취업규칙 변경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았는가라는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에 대하여 주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방법에 의한 피고의 공고․설명 절차가 있었다는 사실,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회의 등 집단적인 논의절차를 거쳐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에 대하여 찬반 의견을 교환한 사실,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에 대한 집단적 의견이 찬성이라는 사실을 각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가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전 피고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였다면,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내부 결재문서,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게 설명회 장소 및 일시에 관하여 공지한 자료, 설명회 당일 이를 촬영한 사진 등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피고는 위와 같이 설명회를 개최하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들을 전혀 제출하고 있지 않다.
피고 소속 직원이 2009. 3. 2. 다른 직원에게 발송한 이메일에 ‘지난주에 임금피크제에 대한 설명회가 있었다. 3월에 안식휴가자들을 대상으로 추가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이메일에는 피고가 예정한 설명회 시간이 11:00부터 11:30까지이고, 위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서명도 함께 받을 예정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작성한 동의서 중 상당수가 2009. 2. 25.부터 작성되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위 이메일에서 언급하고 있는 설명회란 결국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에 관한 동의서를 제출받는 과정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여 위 이메일과 피고 소속 근로자들 5명이 작성한 진술서들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피고 소속 근로자들 전체를 대상으로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피고로서는 설명회를 개최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사내 게시판에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게시하거나,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게 개별 이메일을 발송하는 방법 등을 취할 수 있었고, 이러한 공고 내지 설명 방식도 얼마든지 허용된다 할 것이나, 피고가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게 이러한 방법 등을 통하여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를 설명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한편 갑 제2호증 및 을 제1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후하여 이에 대한 설명 자료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 기록만으로는 위 설명 자료들이 작성된 구체적인 시기나 그 배포 대상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바, 이러한 자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들어 섣불리 피고가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를 설명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
피고가 피고 소속 근로자들로부터 교부받은 동의서에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에 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고, “사원들과 자유롭게 열람하고 토의한 후, 사원들의 서명을 통해 의견을 취합한 결과 아래와 같습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동의서는 하나의 문서로 되어 있고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자신의 이름을 연달아 기재하는 방식으로 위 동의서를 작성한 점,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대략 10명 이상으로 구성된 각 부서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동의서 작성 절차는 대략 30분 동안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러한 부서별 인원 및 피고가 동의서 작성에 부여한 시간 등에 비추어 볼 때 각 부서 소속 근로자들이 동의서를 돌려보며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에 관한 설명을 숙지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동의서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에 대하여 단위 부서별로 서로 의견을 교환하였다거나 위 임금피크제에 대하여 주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취업규칙을 변경함에 있어 업무의 특성이나 근로자들의 수, 사업의 규모, 사업장의 산재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전체 근로자들이 회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단위 부서별로 회합하는 방식도 허용될 수 있긴 하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의 취지상 ‘회의 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요구하는 이유는 ‘집단 의사의 주체로서 근로자’의 의사를 형성하기 위함이므로, 사용자의 특수한 사정으로 인하여 전체 근로자들의 회합이 어려워 단위 부서별로 회합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 사용자는 부분적 회합을 통한 의견 취합을 하더라도 전체 근로자들의 회합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근로자들이 집단 의사를 확인, 형성할 수 있도록 상당한 조치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당시 피고 소속 근로자 총 5,826명을 401개의 부서별 단위로 분리하여 개별적으로 의견을 취합하였고 특히 일부 동의서는 근로자 1인에 의하여 작성되어 찬반 회의 자체가 불가능하였던 사정만 확인될 뿐,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다른 부서 소속 근로자 등과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 특히 전체 근로자들의 회합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 피고로서는 최소한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같은 근무 조의 근로자들을 기준으로 각 회합할 기회를 제공하거나, 사내 게시판에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에 관하여 근로자들이 서로 의견을 게시하고 교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는 방안이 얼마든지 가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볼 만한 증거가 없다. ⑦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는 8일 동안 피고 소속 근로자들로부터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에 대한 동의서를 교부받았는데,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서울, 부평, 광주 공장에서 4조 3교대로 근무하고 있었으므로 약 5,000명이 넘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 등 논의를 거쳐 집단적 의사를 형성하였다고 보기에는 위 8일의 기간은 촉박하다고 보인다. 특히 피고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서로 다른 공장에서 교대근무에 투입되고 있어 전체적인 회합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 최소한 서로 의견을 교환할 기간을 충분히 부여했어야 함에도 일부 근로자들은 2009. 2. 25.부터 곧바로 동의서에 서명하기 시작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를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 소속 근로자들 전체 5,826명 중 5,330명이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에 대한 동의서에 서명한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이 노동조합의 동의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는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단위 부서별 회합 방식의 유효성을 인정함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피고가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였거나 공고하였고,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에 대하여 주지한 상태에서 회의를 통하여 집단적으로 찬반 의견을 교환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는 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가 피고 소속 근로자 5,330명으로부터 동의서를 교부받은 것은 개별 근로자들로부터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에 대한 동의 여부를 단순히 확인․취합한 것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라 피고 소속 근로자 과반수의 적법한 동의를 얻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는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의 유효 여부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가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살펴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이 사건 1차 임금피크제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는 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가 종전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으로 피고 소속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는 임금피크제가 도입되기 전 취업규칙과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를 비교하여 판단함이 상당한데,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도 임금과 관련된 근로조건을 정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에 해당하고, 이로 인하여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기존 정년이었던 만 57세 이전인 만 54세에 90%, 만 55세에 81%, 만 56세에 72.9%의 임금이 감소하는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된 점, ② 피고는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였으나 이는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른 것으로 피고가 정년을 연장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만 60세의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점, ③ 설령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정년이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를 통하여 연장된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취업규칙 중 정년에 관한 규정과 임금에 관한 규정 사이에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점, ④ 피고가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대신 수당이나 복리후생비를 신설 또는 증액하거나 업무를 경감시켜주는 등 충분한 반대급부를 제공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점, 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가 주장하는 조치들은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라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받을 불이익을 다소 경감한 것에 불과한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에도 불구하고 종전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적법한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
살피건대,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는 종전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에 해당함에도, 피고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로부터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에 대하여 어떠한 동의도 받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라 피고 소속 근로자 과반수의 적법한 동의를 얻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2차 임금피크제 역시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 여부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 즉, ① 비록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에 해당하지 않기는 하나, 피고는 형식적으로나마 피고 소속 근로자들 대부분으로부터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동의를 얻은 점, ② 피고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무렵에는 그 유효성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고는 물론이고 원고들도 이 사건 1차 및 2차 임금피크제가 유효한 것인지 여부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가 이 사건 1차 및 2차 임금피크제에 관하여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얻지 않은 것 하나만으로는 곧바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이 사건 1차 및 2차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이러한 강행법규 위반으로 인하여 이 사건 1차 및 2차 임금피크제가 무효가 되는 것을 넘어 피고가 원고들의 임금 등을 삭감한 행위가 곧바로 원고들에 대한 개별적인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1차 및 2차 임금피크제를 근거로 원고들의 임금을 삭감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따라 용인될 수 없는 위법한 행위라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임금청구권의 성립 여부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1차 및 2차 임금피크제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고, 원고들이 이 사건 1차 및 2차 임금피크제에 따라 피고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임금 및 퇴직금의 합계는 [별지2] 청구금액 및 인용금액표의 ‘청구금액’란 각 기재와 같다(금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사실과 계산방법 및 그 결과에 대하여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청구금액’란 기재와 같은 임금과 퇴직금의 합계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항변에 대한 판단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하고(근로기준법 제49조), 퇴직금을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0조). 원고들이 이 사건 소를 2022. 12. 13. 제기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한바, 위 소제기일로부터 역산하여 3년 이전에 발생한 원고들의 임금청구권 및 퇴직금청구권은 시효로 모두 소멸하였다 할 것이다. 한편 원고들이 이 사건 1차 및 2차 임금피크제에 따라 피고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임금 및 퇴직금 중 시효로 소멸하지 않고 남아 있는 액수는 [별지2] 청구금액 및 인용금액표의 ‘인용금액’란 각 기재와 같으므로(금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사실과 계산방법 및 그 결과에 대하여는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다), 이 사건 소 제기일로부터 역산하여 3년 이전에 퇴직한 원고 B, 원고 C, 원고 D의 각 청구는 이유 없고, 피고는 위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게 위 ‘인용금액’란 기재와 같은 임금과 퇴직금의 합계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B, 원고 C, 원고 D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게<2> [별지2] 청구금액 및 인용금액표의 ‘인용금액’란 기재와 같은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의 합계 및 이에 대하여, 현재 재직 중인 원고 E에게는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24. 12. 13.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25. 4. 10.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원고 B, 원고 C, 원고 D, 원고 E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게는 [별지2] 청구금액 및 인용금액표의 ‘퇴직 14일 경과일’란 기재 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고, 원고 B, 원고 C, 원고 D의 각 청구 및 위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각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 B, 원고 C, 원고 D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원고 B, 원고 C, 원고 D의 각 청구 및 위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되, 이 사건 소송은 전적으로 무효인 취업규칙에 근거하여 임금을 삭감한 피고의 행위에서 비롯된 점, 원고들에게 임금청구권 등이 발생하였으나 단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들의 청구 중 일부를 기각하는 점, 기타 원고들과 피고의 관계, 피고의 지위 등 이 사건 변론에 드러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민사소송법 제101조 단서에 따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전부 부담하는 것으로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기찬(재판장) 김대욱 서승범
사건정보
광주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2가합58365
판결선고
2025. 4. 10.
별지
각주1) 서울고등법원 2017. 1. 13. 선고 2015나2049413 판결, 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7다209129 판결 등 참조
각주2) 망 F은 이 사건 소송 중 사망하였으므로, 배우자인 원고 G, 자녀들인 원고 H, 원고 I, 원고 J이 3 : 2 : 2 : 2의 비율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청구권 57,524,050원을 상속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