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등법원판결

대구고등법원 2005. 7. 28. 선고 2004나5304 판결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소송대리권의 존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소가 원고들로부터 소송대리권을 위임받지 않는 법무법인 R에 의해 제기되었기 때문에 부적법하다고 주장하나, 기록에 편철된 소송위임장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원고들이 위 법무법인에게 이 사건의 소송대리권을 수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소송은 적법하게 제기되었다고 할 것이다.

2.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3호증, 갑 제9 내지 11호증, 갑 제14호증, 갑 제18 내지 23호증의 각 기재와 당심에서의 S은행 구미지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다.

가.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이라고 한다) 국적을 가지고 있는 원고들은 피고 회사가 직접 전액 투자하여 설립한 중국 내 현지법인인 T 유한공사(이하 'T'라고 한다)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연수계약을 체결하였다.

(1)

연수회사 : 구미시 U 소재 피고 회사 또는 V 계열회사

(2)

노동시간 : 매일 8시간, 매달 28일 근무

(3)

임금 : 월 임금 표준(주 48시간, 매달 26일 근무로 계산)은 210달러(미 화폐, 이하 같다), 평일 초과근무수당은 150%, 공휴일 근무는 200%

(4)

임금 지불방법 : 월 임금과 기타 보조금을 한화로 계산하여 회사에서 은행에 입금하고, 통장은 회사에서 일괄적으로 보관하고 있다가 연수기간 만료 후 귀국시 본인의 요구에 의해 한화 또는 달러로 지불하며, 연수생 본인이 생활비가 필요하면 월 임금에서 한화로 3만 원을 지불한다.

나.

원고들은 위 계약체결 후 해외투자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입국하여 별지목록 기재 각 입사일자부터 퇴사일자까지 피고 회사 공장에서 근무하였는데, 일주일에 2시간씩 근무시간 후에 기술연수를 받는 이외에는 피고 회사의 지시·감독 하에 한국 근로자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노무를 제공하고 각종 수당을 포함한 임금 전액을 피고 회사로부터 직접 지급받았다.

다.

한편, 최저임금법에 따라 노동부장관이 고시한 일급(8시간 기준) 최저임금액은 1999. 9. 1.부터 2000. 8. 31.까지 12,800원, 2000. 9. 1.부터 2001. 8. 31.까지 14,920원인데, 원고들은 1999. 12.경부터 2000. 10.경까지 사이에 별지목록 '최저임금 미달임금'란 기재 금액만큼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받았고, 피고 회사는 원고 A, D, I, J, K, M, N, O, P의 임금 중 별지목록 '보관임금'란 기재 금액을 위 원고들에게 지급하지 아니하고 보관하고 있다.

3.

최저임금 미달임금의 지급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은, 자신들이 피고 회사의 지휘·감독 하에 노무를 제공하고 그에 따라 임금과 수당을 지급받아 온 피고 회사의 근로자임에도 피고 회사로부터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회사에서 대하여 별지목록 '최저임금 미달임금'란 기재 각 금원의 지급을 구하고 있고, 이에 대하여 피고 회사는, 원고들이 T에서 기술습득을 목적으로 한국으로 보낸 기술연수생에 불과하여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이 적용되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들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다툰다.

나.

판단

(1)

그러므로 먼저 원고들이 피고 회사의 근로자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도급계약이든 계약의 형식이 어떠하든지 간에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면 그는 근로기준법 제14조 소정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외국인이 연수계약을 체결하고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국내 업체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연수계약의 내용이 단순히 산업기술의 연수만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그 업체가 지시하는 바에 따라 소정시간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일정액의 금품을 지급 받으며, 더욱이 소정시간 외의 근무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시간외 근로수당을 지급 받기로 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당해 외국인이 그 업체의 사업장에서 실질적으로 지시·감독을 받으면서 근로를 제공하고 수당 명목의 금품을 수령하여 왔다면 당해 외국인도 근로기준법 제14조 소정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1995. 12. 22. 선고 95누2050 판결 참조),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할 수 있으려면 원고용주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 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피고용인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제3자이고, 또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이어서 당해 피고용인과 제3자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1999. 11. 12. 선고 97누19946 판결 등 참조), 원고들과 연수계약을 체결한 T는 피고 회사가 중국에 직접 전액 출자하여 설립한 현지법인인 점, 원고들이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입국하였지만 피고 회사로부터 직접 임금 및 수당을 지급받으면서 피고 회사의 지시·감독 하에 한국인 근로자와 동일한 근로조건에서 인력보충수단으로 사실상의 노무를 제공하는 등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 회사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T는 사업주로서의 독립성을 결하여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불과하고,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들은 피고 회사의 근로자이고,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14조, 제15조 및 제18조에 규정된 근로자, 사용자 및 임금에 관한 내용이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도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2)

나아가 최저임금법 제6조 제1항은 '사용자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대하여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같은 조 제3항은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임금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이를 무효로 하며,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에 의하여 정한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정한 것으로 본다'고 각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조는 '이 법에서 근로자, 사용자 및 임금이라 함은 근로기준법 제14조, 제15조 및 제18조에 규정된 근로자, 사용자 및 임금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또한 근로기준법 제5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며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 회사의 근로자인 원고들은 최저임금액과 실제로 지급받은 임금의 차액에 해당하는 금원을 사용자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별지목록 기재 '최저임금 미달임금'란 기재 각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보관임금 지급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가.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원고 A, D, I, J, K, M, N, O, P의 임금 중 지급을 유보하고 있는 별지목록 '보관임금'란 기재 각 금원을 위 원고들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 회사는, 위 원고들이 1999. 12. 1.경 T와 사이에 '연수기간 내 피고 회사의 사규 및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연수공장을 이탈했을 경우 보관중인 임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연수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위 원고들은 피고 회사의 공장을 임의로 이탈하였으므로, 피고 회사는 위 보관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1999. 11. 23.경 노동부에서 산업연수생이 국내 모기업의 인력보충수단으로 활용됨으로써 연수생의 지위를 벗어나 사실상의 노무를 제공하고, 해외현지법인이 아닌 국내 모기업에서 임금을 직접 지급받는 경우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 노동관계법령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에 대한 보호지침'을 마련하여 1999. 12. 1.부터 시행한 사실, 그러자 피고 회사는 위 보호지침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 임금은 연수생 본인이 귀국한 후 T에서 지급하고, 연수기간 내 회사의 사규 및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연수공장을 이탈했을 경우 T에서 보관중인 임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연수계약안을 마련한 사실, T는 W 등 피고 회사 및 계열사에 근무하고 있던 일부 산업연수생들과 위 새로운 연수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 제1호증, 을 제3호증의 2, 5 내지 8, 11 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인정할 수 있으나, 위 새로운 연수계약이 원고들과의 사이에서도 체결되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임금을 회사에서 보관하도록 하는 내용의 계약은 임금을 근로자에게 직접, 전액 지급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의 규정에 반하는 것으로 위 법 제22조에 따라 무효라 할 것이어서 피고 회사는 위와 같은 사정을 내세워 보관중인 임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으므로, 피고 회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별지목록 '체불임금'란 기재 각 금원('최저임금 미달임금'란 기재 각 금원 + '보관임금'란 기재 각 금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해당 임금지급의무 발생일 이후로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임이 기록상 분명한 2002. 4. 7.부터 갚는 날까지 민법 소정의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같이한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승정(재판장) 손봉기 김기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