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르면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경우에는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는데,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피고인은 등ㆍ하원 차량 운전기사 D과 사이에 1일 근로시간을 2시간 30분으로 정하였고, D은 1주일에 5일 근무를 하였으므로, D의 1주간 소정근로시간은 12시간 30분이어서 15시간 미만이다. 다만 피고인은 D에게 차량 등·하원 시각은 어린이집 원생의 변동에 의해 일부 조정될 수 있다고 미리 구두로 이야기한 바 있고, 설령 운행시간표가 변경되어 실제 운행시간이 10~20분 늘어난 부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1일 소정근로시간은 여전히 3시간 미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D의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어서 피고인은 D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근로기준법상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포항시 남구 B에 있는 C어린이집 대표로 상시근로자 27명을 고용하여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7. 3. 2.부터 2018. 7. 13.까지 등ㆍ하원 차량 운전기사로 재직하고 퇴직한 근로자 D의 퇴직금 1,143,929원을 당사자간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증인 E, D의 각 원심 법정진술과 D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D의 진정서, 피고인의 자술서, 평균임금 및 퇴직금 산정서 등의 증거에 의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위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각 사실들에 의하면, D은 하루 3시간 이상, 주간 15시간 이상 근무한 것으로 넉넉히 인정된다는 이유로, D의 소정근로시간 및 실제 근무시간은 1일 2시간 30분으로서 3시간 미만이므로 D은 주간 15시간 미만 근로자에 해당하여 퇴직금 지급대상자가 아니라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D은 2017. 3. 2.부터 2018. 7. 13.까지 피고인이 운영하는 C 어린이집의 등ㆍ하원 차량 운전기사로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근무하면서 임금 월 850,000원을 지급받았는데, 처음에는 12인승 스타렉스차량을 운행하다가 나중에는 15인승 스타렉스차량을 운행하였다.
어린이집 특성상 통학버스는 정해진 시간대에 일정한 경로를 운행하므로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운전을 위한 준비 및 차량점검, 원생들의 탑승을 위한 준비시간, 여름이나 겨울에는 원생들이 탑승하기 전 냉난방장치의 작동 및 차량이동 등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실제로는 차량운행시간표보다 등원차량 운행은 10분 전, 하원차량 운행은 적어도 20분 전에 출근하여 차량정비 및 원생들의 탑승준비를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C 어린이집의 실제 차량운행시간표에 의하면, 차량운행시간이 등원 시에는 08:20~09:58까지, 하원 시에는 15:55~17:10까지인데(피고인이 원심법정에서 제출한 차량운행시간표에 의하더라도 차량운행시간은 2017년에는 1일 2시간 36분, 2018년에는 1일 2시간 50분이다), 어린이들의 등ㆍ하원 시 차량탑승 및 하차 시간은 각 10분 정도가 소요되고, C 어린이집의 경우 담장 밖에 세워진 3대의 차량을 원생들의 탑승준비를 위하여 미리 담장 안으로 이동해 놓아야 하며, 하원 완료 후에는 다시 담장 밖으로 순서대로 주차를 해 두어야 하므로, 위 업무를 위한 대기시간(당연히 근로시간에 포함됨)을 고려한다면 1일 실근무시간은 3시간을 넉넉히 초과하는 것으로 보인다.
D과 피고인 사이에 작성된 표준근로계약서에는 근로시간이 ‘10시 00분부터 5시 00분까지’라고 기재되어 있고, 그 위로 가필을 하여 10시 앞에 ’오전 8시 30분~‘이 5시 앞에 ’오후 4시~‘라고 추가 기재되어 있다. 이 표준근로계약서는 D이 운행을 나가기 전 급하게 쓰라고 하여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서명한 서류여서 기재된 내용에 따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D과 사이에 1일 3시간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여 구두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표준근로계약서에 기재된 2시간 30분을 초과하여 근무한 초과근무시간(차량운행시간표에 의하여 계산된 시간인 1일당 23분)에 대하여는 초과근무가 아니어서 연장근로수당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연장근로수당 2,863,480원의 지급을 거부하였고, 실제 근무시간이 1일 3시간이 되지 않으므로 퇴직금 지급대상도 아니라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소정근로시간은 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이 아니라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인데,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는 1일 3시간이므로 그 자체로도 D은 주당 15시간 이상의 시간을 근로한 것이 된다.
피고인은 표준근로계약서에 1일 2시간 30분으로 근로시간을 기재해 둔 것을 근거로 원심법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이 2시간 30분이라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으나, 그렇다면 피고인은 D에게 2,863,480원 이상의 초과근무수당(위 수당은 대기시간을 모두 제외한 것이고, 대기시간을 포함하면 더 많은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도 지급하여야 함에도, 실제로는 그와 같은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한 적이 없다.
설사 피고인이 D과 사이에 차량운행시간표에 따른 운행시간만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약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경우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보므로, D이 차량운행을 위해 대기하고 원생 탑승 및 하차와 주·정차, 차량관리 등을 위하여 대기한 시간 등은 당연히 근로시간에 포함되어야 하는바, 위 대기시간을 포함하면 주 15시간 이상 근로하였음이 넉넉히 인정된다.
이 법원의 판단
관련 법규정 및 법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조 제1항은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를 퇴직금제도의 규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한편 ‘소정근로시간’이란 제50조, 제69조 본문 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39조 제1항에 따른 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말한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8호). 나아가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에서는 1주간의 근로시간을 40시간 이하로, 제2항에서 1일의 근로시간을 8시간 이하로 정하는바, 결국 소정근로시간이란 ‘1주 40시간 이하, 1일 8시간 이하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각 근로계약서에 의하면, “4. 소정근로시간” 항목에 ‘오전 8시 30분~10시 00분부터 오후 4시~5시 00분까지’라고 기재되어 있다. 다만 ‘오전 8시 30분~’과 ‘오후 4시~’ 부분은 작은 글씨체로 각각 ‘오전 10시’와 ‘오후 5시’ 글자 위에 첨가되어 있다(공판기록 38~39쪽).
그런데 D은 위 각 근로계약서 작성 당시 바빠서 그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작성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증거기록 제2권 20쪽),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나 정황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서는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는 경우에는 형사처벌하도록 되어 있으며(근로기준법 제17조 제1항, 제114조 제1항),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서가 2년간 연이어 작성되었는데도 D이 그때마다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은 경험칙상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다른 운전기사들의 소정근로시간도 D의 소정근로시간과 같은 내용으로 작성되었다(공판기록 76~80쪽).
한편 차량운행시간표(공판기록 45~48쪽)를 보면, D은 매일 근로계약서상의 소정근로시간보다 운전업무를 최소 6~20분 추가로 수행한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차량운행 전후의 대기시간과 각종 차량정비시간 등을 포함하면 실제 근로시간이 1일 3시간을 넘은 때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소정근로시간은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근로자가 실제로 근로계약서상 소정근로시간보다 더 근무를 하였다고 하여 이를 당연히 소정근로시간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소정근로시간보다 추가로 근로한 부분에 대해서는 연장근로수당 내지 추가근로수당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피고인은 ⓐ 2019. 3. 2. D의 고소에 대한 답변으로 제출한 진술서(증거기록 제2권 65~68쪽)에서는 ‘소정근로시간이 10시부터 17시이고, 고소인은 3시간 미만 근로하였다’고 주장하였다가, ⓑ 2019. 3. 12. ‘피고소인 진술’에서는 ‘구두로 소정근로시간을 3시간으로 계약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으며, 이후 ⓒ 2019. 12. 11. 근로감독관의 피의자신문에서는 ‘1일 근무시간이 3시간 미만’이라고 주장(증거기록 제2권 136쪽)하였으면서도, 임의제출하는 ‘피고소인 진술’에서는 여전히 ‘소정근로시간이 10시부터 17시’라고 주장하였는데(증거기록 제2권 143쪽), ⓓ 원심 법정에 이르러서는 다시 ‘소정근로시간은 하루 2시간 30분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피고인은 연장근로수당이 문제될 때에는 소정근로시간을 10:00~17:00이라고 주장하고, 퇴직금이 문제될 때에는 소정근로시간을 08:30~10:00, 17:00~18:00이라고 주장하면서, 문제되는 사안에 따라서 견해를 바꾸며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기는 하나, 이러한 피고인의 태도나 이에 따라 연장 또는 추가 근로에 대한 대가(수당)가 실제로 지급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처분문서인 이 사건 각 근로계약서 기재와 다른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또한 위 각 근로계약서 기재의 소정근로시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이러한 사실과 사정을 위 가.항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근로자인 D의 1일 소정근로시간은 2시간 30분,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은 12시간 30분(= 2시간 30분 × 5일)이라고 판단된다.
그런데도 원심은 D이 하루 3시간 이상, 주 15시간 이상 근무한 것으로 넉넉히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근로기준법상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항소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항의 ‘공소사실의 요지’ 기재와 같은데, 위 제4항의 ‘이 법원의 판단’ 부분에서 본 바와 같이,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태천(재판장) 김정도 이윤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