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에게,
피고 B은 16,133,42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8. 26.부터,
피고 C은 13,695,15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8. 25.부터,
피고 D은 11,457,48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8. 27.부터,
피고 E은 7,870,46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8. 28.부터,
피고 F은 13,506,05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8. 26.부터,
피고 G은 11,233,47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8. 26.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인정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15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H 주식회사(이하 ‘H’이라고 한다)의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고, 피고들은 단체협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없는 협정근로자로서 원고의 조합원이었으나 2019. 6.경부터 같은 해 7.경 사이에 원고를 탈퇴하거나 제명된 근로자들이다.
원고의 조합원 900명 중 단체협약으로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없는 협정근로자 150명을 제외한 나머지 750명의 조합원은 2019. 3. 23.부터 같은 달 27.까지, 2019. 4.
25.부터 같은 해 5. 27.까지 총 38일 동안 쟁의행위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쟁의행위’라고 한다).
원고는 피고들에게 이 사건 쟁의행위 기간 동안 발생한 임금 및 초과근무수당에 해당하는 주문 제1항 기재 금액 상당의 조합비를 납부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들은 현재까지 이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원고 규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제13조(조합비) 본 조합 소속 조합원은 월 기본급의 1.5%를 조합비로 납부해야 한다(단, 부득이한 경우 조합의 승인 하에 계좌이체를 할 수 있다). 단, 투쟁기금은 필요시 총회(대의원대회)에서 인준을 받아 금액 및 기간을 정하여 기금을 조성한다.
투쟁기금의 사용시기는 쟁의행위 신고서 접수와 함께 발효되며, 쟁의행위가 완료되면 사용을 중단한다.
파업기간 중 협정근로자 및 안전보호시설 근로자는 임금 및 발생된 초과 근무수당을 투쟁기금으로 납부한다(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고 한다).
조합비 이월금액의 총액 중 매해 1월 말일 기준 1억 원 이상이 되는 금액은 투쟁기금으로 전환한다.
한편, 서산시장은 2020. 3. 10.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규정 중 ‘임금’ 부분에 대한 시정을 명하였고, 이에 원고는 서산시장을 상대로 대전지방법원 2020구합102418호로 노동조합 규약 시정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법원은 2021. 5. 26. ‘피고(서산시장)가 한 시정명령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서산시장이 위 판결에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대전고등법원 2021누11317호) 계속 중이다.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노동조합원의 조합비납부의무에 관한 법리
노동조합은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하여 자주적으로 결성한 임의단체로서 그 내부 운영에서 규약 등에 의한 자치가 보장되므로, 노동조합의 규약은 일종의 자치적 법규범으로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조합원 개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필요하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침해 내지 제한하거나 그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하지 않는 한 소속조합원에 대하여 법적 효력을 가진다. 또한 조합원은 노동조합의 존립에 필수불가결한 조합재정을 유지하기 위하여 규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조합비를 납입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조합비 납입의무는 조합원의 기본적 의무이므로 어느 조합원도 면제될 수 없다.
특별조합비는 일반조합비와는 달리 특별한 목적을 위하여 조합원 총회의 결의나 대의원대회 결의로 징수하는 조합비이다. 일반조합비와는 달리 조합원이 노동조합의 의결기관의 의결에 따라 위와 같은 특별조합비를 납입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데, 이는 특별조합비 징수의결의 효력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 특별조합비 징수의결의 유효성은 먼저 규약에 의해 권한 있는 기관의 결정이 선행되어야 하며, 2차적으로는 특별조합비의 납입목적이 노동조합의 목적범위 내의 행위일 때 긍정된다.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규정에서 정한 투쟁기금은 원고의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가하는 경우 파업기간 동안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조합원들에게 생계자금을 지급할 목적으로 대의원대회 결의를 통해 징수하는 것으로 특별조합비에 해당한다. 나아가 위와 같은 특별조합비 징수에 관한 이 사건 규정의 효력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거시한 증거에 의하면, 원고의 규약 제16조 제1항은 총회의 기능으로 규약 제정 및 변경에 관한 사항을 열거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조합은 총회에 갈음하는 대의원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원고는 2019. 3. 8.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재적대의원 32명 중 31명이 출석하여 출석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원고의 규약이 개정된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규정은 원고 규약이 정한 바에 따라 개최된 대의원대회에서 의결된 것이라고 할 것이고, 특별조합비의 납입목적 또한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에게 생계자금을 지원함으로써 파업의 실효성과 조합원의 단결력을 유지하고 궁극적으로는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위한 것으로서 노동조합의 목적범위 내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규정에 따라 원고에게 주문 제1항 기재 금액 상당의 특별조합비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청구취지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원고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16조에서 정한 직접, 비밀, 무기명투표방식에 위배되는 방법으로 원고의 규약을 제정하였으므로 원고 규약의 일부인 이 사건 규정은 위와 같은 절차상 하자로 인하여 무효이다.
이 사건 규정은 협정근로자들이 파업기간 동안 지급받은 정당한 근로의 대가를 노동조합에 반납하도록 강요함으로써 헌법이 정한 재산권을 침해하고, 근로기준법 제43조가 정한 임금지급 규정 및 노동조합법 제44조 제1항이 정한 무노동 무임금 규정에 위배된다.
원고가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를 얻지 않은 이상 이 사건 규정에 따라 근로자에게 임금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
판단
원고 규약이 절차상 하자로 인하여 무효라는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을 제1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원고 규약이 노동조합법 제16조 제4항에서 정한 직접, 비밀, 무기명투표방식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제정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원고 규약을 개정한 원고 대의원대회의 결의가 절차상 하자로 인하여 무효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원고는 2019. 3. 8.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재적대의원 32명 중 31명이 출석하여 출석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원고의 규약을 개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이 사건 규정이 피고들의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였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헌법 제33조에 의해 보호받는 노동조합은 근로자들이 스스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국가와 사용자에 대항하여 자주적으로 단결한 조직이므로, 노동조합은 국가나 사용자 등으로부터 자주성을 확보하여야 하고(헌법재판소 2015. 5. 28. 2013헌마671 등 결정 참조), 노동조합법 제11조 제9호는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그 조직의 자주적·민주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하여 당해 노동조합의 규약에 조합비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원고는 규약 제13조에서 조합원들의 조합비 납부의무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이 사건 규정을 두었다.
원고와 H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 제68조에 의하면, 위 규정에서 정한 협정근로자는 쟁의행위 중이라도 업무에 임하여야 하는데,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정상적으로 근로 제공을 하여 임금과 수당을 지급받는 협정근로자에게 이 사건 규약조항에 따라 그 임금 등을 특별조합비의 일종인 투쟁기금으로 납부하도록 하고, 위 투쟁기금을 쟁의행위에 참가하여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조합원들을 비롯한 전 조합원(협정근로자도 포함된다)에게 생계비 명목으로 균분 지급함으로써 원고의 단결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노동조합의 주된 목적활동인 단체협약의 체결 및 근로자의 권익향상이 조합원의 단결력에 따라 그 결과가 좌우된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에게 단결력 강화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바, 여기에 쟁의행위를 위한 근로조건의 향상은 피고들과 같은 협정근로자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가고, 실제로 이 사건 쟁의행위로 인하여 사용자와 체결한 임금협약서에 따라 피고들을 포함한 전체 조합원들에게 정기보수 및 노사화합 격려금으로 각 300만 원씩 지급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규정은 노동조합의 단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되고, 쟁의행위에 직접 참가하는 대신 이 사건 규정에 따라 특별조합비 납부의무를 부담하는 협정근로자 또한 쟁의행위의 결과물을 함께 향유하는 점이나 언제든지 자유롭게 원고로부터 탈퇴하여 이 사건 규정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또한 인정되므로 협정근로자의 재산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이 사건 규정이 근로기준법 제43조에 위배되는 것인지 보건대, 이 사건 규정은 협정근로자에 대하여 사용자로부터 쟁의행위 기간 중 지급받은 임금 및 수당을 노동조합에게 납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사업자로 하여금 협정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을 원고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하는(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위반) 내용이 아니고, 달리 근로기준법 제43조에서 정한 임금의 통화지급, 직접지급, 전액지급, 정기지급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조합원들은 자유로이 원고에 가입 또는 탈퇴할 수 있고, 이 사건 규정은 조합원들의 민주적·자발적 의사에 따라 개정된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임금이 근로자 본인의 자유로운 처분 아래 놓이도록 하려는 위 근로기준법 규정의 취지에 반하지 아니한다.
이 사건 규정이 노동조합법 제44조 제1항의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위배되는지 보건대, 노동조합법 제44조 제1항은 ‘사용자는 쟁의행위에 참가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 기간 중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규정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 노동조합법의 규정이 이 사건 규정에 따라 협정근로자가 납부한 특별조합비가 쟁의행위에 참가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까지도 금지한다고 볼 수도 없다.
특별조합비를 징수하기 위해서는 피고들의 동의나 수권이 필요한지에 관하여 보건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개정된 원고 규약에서 이 사건 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 사건 규정이 피고들의 헌법상 재산권 등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에 더하여 조합원들의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이 필요하다고 볼 근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하선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