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15. 2. 12. 선고 2013노2750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A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B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피고인 A)

D가 2012. 3.경부터 사실상 폐업상태에 들어간 이후 근로자들은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채 직원명부상으로만 직원으로 등재되어 있었을 뿐이므로 그 부분에 대하여는 사업주인 피고인에게 임금지급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피고인들)

원심이 선고한 형(피고인 A: 징역 6월, 피고인 B: 벌금 300만 원)은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피고인 A에 대하여)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2013. 12. 18. 대전고등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등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2014. 4. 10.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이 판결이 확정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와 원심 판시 각 죄는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고 형의 감경 또는 면제 여부까지 검토한 후에 형을 정하여야 하므로, 이를 누락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다만 이 경우에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3.

피고인 A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임금지급의무는 노동자의 노동력제공의무와 쌍무적 견련관계에 서는 것으로서, 임금의 법적성질은 근로의 제공에 대한 반대급부로서의 의미를 가지는데, 임금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어서 임금지급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위반죄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지만, '임금 등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입법취지가 사용자로 하여금 기일 내에 퇴직금 등을 근로자에게 어김없이 지급하도록 강제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에도 근로자가 당연히 지급받아야 할 임금 등의 금품이 조속히 지급되지 아니한다면 근로자는 금품을 받기 위하여 사업장에 남아 있는 등 부당하게 사용자에게 예속되기 쉽고 근로자 및 근로자가족의 생활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금품을 지급받지 못할 위험이 커지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에 있는 점(대법원 2002. 11. 16. 선고 2002도5044판결 등 참조)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이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고의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분쟁이 있는 정도를 넘어서서 사용자인 피고인에게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 해당되어야 한다.

또한 사용자가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다거나,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도저히 지급기일 내에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는 등의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임금 등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가 된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도813 판결, 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1도204 판결 등 참조).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가 사회통념상 임금, 퇴직금등 지급 및 임금체불사태를 회피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 및 객관적으로도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임금,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는 등의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사용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는지 여부는 지급기일 연장을 위한 근로자들과의 합의 노력, 노동조합 측에 대한 회사의 사정 설명, 사용자가 퇴직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 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의 구체적인 징표를 통하여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지급가능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의 자력, 수입의 유무, 자금조달의 가능성, 다른 채무의 지급을 행할 필요성, 자금부족에 이르게 된 원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나, 단순한 사업의 부진이나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으로는 임금지급을 연기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인정되기 어렵다. 즉,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에서 말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는 사용자가 기일 내 임금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지급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면책되는 것이고, 단순히 사용자가 경영부진 등으로 자금압박을 받아 이를 지급할 수 없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도1490판결 참조).

나.

판단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1)

피고인 A은 2012. 2. 27. D가 문을 닫았고 2012. 3.경부터는 사실상 폐업 상태였으며 근로자들이 대전시가 D를 인수하여 고용승계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자발적으로 퇴직하지 아니한 채 사무실을 관리하는 등의 일을 한 것일 뿐 피고인 A이 근로자들의 출퇴근 상황을 관리하거나 근무를 감독한 사실이 없고, 실제 근로제공 없이 서류상으로만 직원으로 등재되어 있었던 이상 그 기간에 대해서 피고인에게 임금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심에서 출석하여 증언한 AG, AH, AI, AF, AV의 진술에 의하면, D가 운영상 어려움으로 인하여 2012. 2. 27. 이후 사실상 부도상태에 놓여 정상적으로 회사 운영 및 근로자들의 근무가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다만 대전광역시에서 D를 인수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회사 내부 및 근로자들 사이에서 확산되어 서류상으로는 그대로 직원으로 남아 있는 근로자들은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로 간헐적으로 사무실에 출근하여 업무를 수행하였고, 수행하였던 업무의 내용은 임금체불에 따른 체당금을 받기 위하여 기업도산처리 절차를 준비하는 것, 제안서 및 보고서 작성 등 고용승계를 위한 준비, 기프트 샵의 활성화 방안 모색, 수족관 어족 관리 등이었던 사실, 위 기간 동안 회사에서 특별히 근로자들을 퇴사처리하거나 근로자들 스스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한 채 회사 직원의 지위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가 대전시에서 D를 인수할 수 없다는 것이 확정된 2012. 8. 21.경 전원 퇴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

이 시기 근무하였던 대다수 근로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A이 근로자들에게 D가 대전시에 인수될 경우 고용승계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일정 부분 부여한 것으로 보이고, 특히 AH, AI, AF 등 휴업 이후에도 근무를 지속한 근로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A은 폐업 당시 직원들에게 고용승계에 대비하여 출근하면 대전시에 인수되기까지의 급여도 나중에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으며(이 부분에 대해서 AI이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진술서와 당심에서의 진술내용에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휴업처리 이후에도 곧바로 퇴사하지 않고 계속 출근한 것은 D 측에서 고용승계를 통해 회사정상화 및 고용상태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기 때문이므로 그 기간의 근로에 대해서도 급여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기본적인 전제로 유지하고 있다), 이후 2012. 8.경 대전시에서 D를 인수할 수 없음이 확정되고 D가 경매로 2012. 8. 13. 제3자에 낙찰된 이후 정상적인 회사의 운영 재개 여부가 불투명하게 되자 남은 근로자들 간 상의를 통하여 퇴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바, 회사가 일정 기한 내에 정상화되거나 고용승계될 것이라는 기대가 전혀 부여되지 않았다면 근로자들이 부도가 나서 사실상 폐업상태에 놓여 있는 D 사무실에 그 이후 4개월 이상 간헐적으로라도 출근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진술 내용은 신빙성이 있다.

(3)

또한 D 운영팀장으로 근무하였던 AG도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서에서 피고인 A이 휴업에 들어가면서 남아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임금은 정상 지급한다고 약속하여 대부분 출근하여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하였고 대전시에서 인수할 것이라는 기대를 주어 희망을 가지고 기다렸으나 인수가능성이 없어 보여 남은 근로자 중 대부분이 퇴사하였다고 기재하였고, D가 휴업상태에 들어서기 이전부터도 이미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의 상당부분이 연체되어 있던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휴업 이후에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는 등 다른 대안을 강구하지 않고 완전히 문을 닫을 때까지 굳이 계속 근무를 한 데에는 피고인 A을 비롯하여 사업주 측에서 부여한 고용 유지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기대가 그 기반이 되었을 것임을 넉넉히 추단할 수 있다.

(4)

D가 사실상 폐업 상태가 된 이후에도 정식의 절차를 거쳐서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 사직 절차를 거치거나 퇴사처리된 것이 아니었고 계속 직원명부상 직원으로 등재되어 있었던 점, 근로자들이 사실상 폐업상태를 이유로 그 동안 지급받지 못한 임금에 대한 포기의 의사표시를 한 것도 아니고 경영악화로 인한 사실상 폐업 내지는 사업 부진이라는 객관적 어려움 이외에 피고인 등 경영진들이 근로자들에게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제시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지급기일 연기를 위한 성실한 협의를 한 사정도 보이지 않고 이로 인하여 사용자가 모든 성의와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임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 피고인 A은 수사과정에서도 근로자들에 대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임금지급의무가 있음을 자인하면서 회사의 경제적 사정 때문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계속 진술하여 왔던 점, D 근로자들의 평균임금 및 퇴직금 산정서에 피고인의 자필 서명날인이 기재되어 있는 점, 설사 피고인 A이 근로자들에게 출근을 지시하거나 근로감독을 하는 등 근로를 수행할 것을 명시적으로 강요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휴업 이후 근로자들에 대한 적절한 퇴사처리 등을 거치지 아니한 채 마치 대전시에서 D를 인수하여 고용승계되고 그간의 급여를 지급할 수 있을 것처럼 근로자들에게 신뢰이익을 주고 그에 따라 근로자들이 불규칙적이고 간헐적으로라도 교대로 근무하면서 사업장을 떠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상태가 초래되었던 것이라면, 적어도 퇴사 이전까지의 기간에 대한 임금지급의무도 사용자가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관념에 부합한다고 여겨지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임금 및 퇴직금지급의무가 존재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5)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4.

피고인 B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 B의 경우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인하여 더욱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 사정은 참작할 만하지만, 원심에서 이미 그러한 피고인의 사정을 참작하여 벌금형을 선고한 것으로 보이고, 2011년과 2012년에 근로기준법위반으로 두 차례 각 벌금 50만 원과 200만 원을 선고받은 점 및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동기, 수단 및 결과, 범행 전후의 정황 등 형법 제51조에 규정된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이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여겨지지 아니하므로 피고인 계승민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 A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이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고, 피고인 B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피고인 A에 대하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