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2. 10. 25. 선고 2020가소552502 판결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 등의 지위

1)

원고는 선원의 고용안정, 선원복리 증진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되어 2008. 11.경 법인설립 허가를 받은 비영리법인이고, E단체(이하 ‘E’이라 한다)의 산하단체이다.

2)

피고들은 F협회에 소속된 회원사(선주)이다.

3)

E은 해운업, 수산업 및 그 관련 산업과 내수로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및 이들로 구성된 단위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연맹이고, F협회는 해운업 등 산업에 종사하는 선주들로 구성된 협회이다.

나.

피고들의 복지기금 출연 경위

1)

E과 F협회는 2007. 12. 26. 구 국제선박등록법(2009. 2. 6. 법률 제9441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제선박등록법’이라고 한다) 제6조<1>에 따라 국제선박에 승선하는 외국인 선원에 대한 단체협약인 ‘국제선박 단체협약’(이하 ‘2007년 국제선박 단체협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면서 선주들이 외국인 선원 1인당 월 40,000원의 특별조합비 및 월 미화 30달러의 복지기금을 단위노조에 출연하기로 하였다.

2)

E과 F협회는 2007. 12. 28. ‘한국인 선원의 고용안정과 적정규모 유지를 위한 노사합의서’(이하 ‘한국인 선원 노사합의서’라 한다)와 ‘부속합의서’를 체결하면서 한국인 선원의 복지 증진을 위해 선주들이 위 ‘국제선박 단체협약’에서 정한 복지기금 외에 추가로 복지기금을 조성하기로 하였고, 그 운영에 관한 세부사항을 2008. 2. 28.까지 G협의회에서 협의하여 정하기로 하였다.

3)

원고, E, F협회는 2008. 6. 18. 아래와 같은 내용의 ‘한국인 선원 노사합의서의 부속합의서에 의한 운영에 관한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를 하면서, 위 2)항에서 추가로 조성하기로 한 복지기금과 관련하여 선주들이 외국인 선원 1인당 월 10,000원의 복지기금을 원고에게 출연하기로 하였다.

4)

위 2007년 국제선박 단체협약은 피고 선원들이 소속된 선박관리선원노조를 대리한 E과 피고들을 비롯한 선주들을 대리한 F협회 사이에서 체결되었고, 이후 2)항의 합의 및 3)항의 이 사건 합의는 G협의회 운영규정 제3조에 따라 노측 대표자 13인 및 사측 대표자 13인으로 구성된 G협의회에서 합의되었다.

2.

원고의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

피고들은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원고에게 외국인 선원 1인당 월 1만 원의 복지기금을 지급해야 하나, 피고 주식회사 B은 2016. 1월부터 2020. 5월까지 5,000,0000원의, 피고 C 주식회사는 2019. 8월부터 2020. 5월까지 13,900,000원의, 피고 D 주식회사는 2019. 10월부터 2020. 5월까지 2,000,000원의 각 복지기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위 각 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이 사건 합의가 단체협약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고의 주장은 이 사건 합의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상 단체협약이 아니라 민법상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먼저 이 사건 합의가 노동조합법이 정하는 단체협약에 해당하는지 보건대, 이 사건 합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노동조합법이 정하는 단체협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①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협정(합의)을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협정(합의)이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 관한 합의가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쳐서 성립되었더라도, 당사자 쌍방이 이를 단체협약으로 할 의사로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의 대표자가 각 노동조합과 사용자를 대표하여 서명날인하는 등으로 단체협약의 실질적·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다면 이는 단체협약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3다27429 판결 등 참조).

②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본문에서는 노동조합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9조 제1항에서는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같은 법 제47조에서는 노동쟁의의 조정에 있어서 노동관계 당사자가 직접 노사협의 또는 단체교섭에 의하여 근로조건 기타 노동관계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자주적 교섭이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하여 같은 법 제48조는 노동관계 당사자는 그 책무로서 단체협약에 노동관계의 적정화를 위한 단체교섭의 절차와 방식을 규정하고 노동쟁의가 발생한 때에는 이를 자주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사용자가 단체교섭의 의무를 부담하는 교섭대상이 되는 사항(이하 ‘의무적 교섭사항’이라고 한다)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과 그 밖에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위하여 필요한 노동조합의 활동이나 단체교섭의 절차와 방식, 단체협약의 체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노동관계에 관한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③

나아가 단체협약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의무적 교섭사항만을 의미하고,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항에 대하여는 사용자가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의무적 교섭사항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노동관계법 등의 강행규정을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사항(이하 ‘위법적 교섭사항’이라고 한다)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사용자가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고 임의로 단체교섭에 응하여 합의·결정된 사항(이하 ‘임의적 교섭사항’이라고 한다)은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있다.

④

따라서 단체교섭에서 합의된 것이면 그 내용이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든 집단적 노동관계에 관한 것이든 단체협약의 내용이 되는 것이고,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 즉 의무적 교섭사항이 아닌 것들도 그것이 위법적 교섭사항이 아닌 이상 그로 인하여 근로조건에 영향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단체협약의 내용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의 경영에 관한 사항도 단체교섭에서 합의가 있었다면, 그것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는 불문하고 단체협약의 내용이 될 수 있다.

⑤

위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E과 F협회는 2007년 국제선박 단체협약을 체결한 때로부터 이틀 뒤인 2007. 12. 28. ‘한국인 선원 노사합의서’와 ‘부속합의서’를 체결하면서 한국인 선원의 복지 증진을 위해 선주들이 위 ‘국제선박 단체협약’에서 정한 복지기금 외에 추가로 복지기금을 조성하기로 하였고, 원고, E, F협회는 2008. 6. 18. 위 추가로 조성키로 한 복지기금의 조성 및 운영에 관하여 이 사건 합의를 하게 되었다. 이처럼 이 사건 합의는 2007년 국제선박 단체협약의 체결과 그에 따른 후속조치에 관한 일련의 합의 과정에서 성립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⑥

이 사건 합의에서 정한 복지기금은 2007년 국제선박 단체협약(제28조와 제29조)에서부터 규정되어 있었고, 그것이 최초에는 외국인 선원을 대상으로 하다가, 2007. 12. 28.자 ‘한국인 선원 노사합의서’와 ‘부속합의서’를 통해서 한국인 선원으로까지 대상이 확장되었고, 그 세부사항에 대해 이 사건 합의에서 정한 것이어서, 이 사건 합의는 2007년 국제선박 단체협약의 체결과 연속선상에 있다 할 것이다.

⑦

단체교섭 또는 단체협약 체결의 과정이 반드시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절차와 횟수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장기간의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도 가능하고, 그 결과로 성립한 단체협약도 그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생성된 다수의 문서 전부가 단체협약을 구성할 수도 있다.

⑧

구 국제선박등록법 제6조가 국제선박에 승무하는 외국인 선원에 대하여 적용되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한국인 선원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같은 법 제6조에 따라 외국인 선원에 대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한국인 선원을 대상으로 한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같은 법 제6조 제1항에 의하여 외국인 선원에 대한 단체협약 체결권을 가진 선원노동조합연합단체는 한국인 또는 외국인의 구별 없이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국제선박에서 근로하기 위하여 고용된 선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노동조합의 연합단체이기 때문이다(같은 법 제5조 제2항, 제2조 제2목).

⑨

원고는, 2007년 국제선박 단체협약은 구 국제선박등록법 제6조에 근거하여 외국인 선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한국인 선원 노사합의서는 노동조합법이 아닌 구 선원법 제104조, 같은 법 시행령 제39조, 그에 따른 해양수산부 고시 외국인선원 관리지침에 각 근거하여 한국인 선원을 위한 추가 복지기금에 관한 것이어서, 양자는 근거 법령뿐만 아니라 그 내용과 성격이 다르므로 이 사건 합의는 2007년 국제선박 단체협약에 종속되지 않는 별개의 합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한국인 선원 노사합의서, 부속합의서와 이 사건 합의는 노사 대표자의 단체교섭을 통하여 2007년 국제선박 단체협약의 내용을 유지하면서 한국인 선원을 위한 복지기금을 추가로 조성하여 그 적용범위가 확장 또는 보충된 일련의 연속된 합의로 판단될 뿐, 원고의 주장과 같이 근거법령과 적용대상, 복지기금 운용주체 등이 일부 달라졌다 하여 위 일련의 합의들이 가지는 단체협약으로서의 법적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⑩

그 밖에 ㉠ 한국인 선원 노사합의서와 이 사건 합의의 당사자들이 노동조합법이 정하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인 2년의 기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위 합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새로운 합의를 하고 있고, ㉡ 이 사건 합의에는 근로조건 또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관계에 대한 사항에 대한 내용이 없고, 이 사건 합의서에 사용자와 노동조합 전원이 서명 날인하지 않았으며, 노동조합법에 따른 신고절차도 지키지 않아 이 사건 합의는 단체협약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 피고 주식회사 B은 2015. 12.까지, 피고 C 주식회사는 2019. 7.까지, 피고 D 주식회사는 2019. 9.까지 원고에게 이 사건 합의에 따른 복지기금을 출연하였다는 등 원고가 들고 있는 사정들만으로 이 사건 합의가 노동조합법상의 단체협약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다.

이 사건 합의가 실효되었는지 여부

나아가 원고가 청구원인으로서 들고 있는 이 사건 합의가 단체협약으로서 실효되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구 노동조합법 제32조에 의하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최대 2년을 초과할 수 없고, 단체협약에 그 유효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유효기간은 2년이다. 다만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때를 전후하여 당사자 쌍방이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자 단체교섭을 계속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전의 단체협약은 그 효력만료일부터 3개월까지 계속 효력을 가지며, 단체협약에 그 유효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을 존속시킨다는 취지의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를 수 있다.

살피건대, 이 사건 합의는 2008. 6. 18. 이루어졌으나, 그 효력은 2008. 3. 1.로 소급하여 적용하기로 한 사실, 이 사건 합의에는 유효기간을 정하지 아니하였고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그 효력을 존속시킨다는 취지의 규정도 없는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합의는 그 효력이 발생한 2008. 3. 1.부터 2년이 경과한 2010. 3. 1.경에는 실효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이 사건 합의가 성립한 2008. 6. 18.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2010. 6. 18.경에는 실효되었다).

라.

소결

원고는 이 사건 청구에서 피고들에게 이 사건 합의에 의한 약정금 중 2016년 또는 2019년경부터의 미납금을 지급할 것을 구하고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합의는 그 효력이 발생한 때로부터 2년이 경과한 2010. 3. 1.경에는 이미 실효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이므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용기

각주1) 제6조(외국인선원의 근로계약 등)

①

선원노동조합연합단체와 외항운송사업자협회는 국제선박에 승무하는 외국인 선원에 대하여 적용되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가진다.

②

선박소유자등이 국제선박에 승무하게 하기 위하여 외국인 선원을 고용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따라 체결된 단체협약에 따라 그 외국인 선원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

③

선박소유자등은 제1항에 따른 단체협약을 체결하면 그 단체협약을 체결한 날부터 15일 이내에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이를 신고하여야 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