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6. 17. 선고 2021가합104178 판결

임금

주문

1.

피고는 별지 표 ‘이름’란 기재 원고들에게 별지 표 ‘총액’란 기재 각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1. 4. 15.부터 2022. 5. 11.까지는 연 6%,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등

1)

원고들<각주1>은 피고에 채용되어 역무, 주차, 상담 등에 관한 근로를 제공하는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다가, 피고의 인사규정에 따른 정년이 도래하였음을 이유로 피고로부터 2019. 12. 31.자로 근로관계의 종료를 통보받은 사람들로 모두 R노동조합의 조합원이다.

2)

피고는 S의 예약 및 발매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운영법’이라 한다)에 따른 기타공공기관이다(공공기관운영법 제5조 제1항 제2호).

나.

피고의 인사규정

피고의 인사규정(이하 ‘이 사건 인사규정’이라 한다) 제34조 제1항은 ‘직원의 정년은 만 60세로 한다. 다만, 역무직 및 주차직 정년은 만 61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4항은 ‘현업직은 제1항에 이른 해의 12월 31일에 당연퇴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

이 사건 현안합의서의 작성

R노동조합 T의 지부장 U와 당시 피고의 대표이사 V은 2019. 12. 30. 다음과 같은 내용의 현안합의서(이하 ‘이 사건 현안합의서’라 하고, 그 내용을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원고들

원고들이 속한 R노동조합과 피고는 이 사건 현안합의서의 작성을 통해 무기계약직의 정년을 만 61세로, 역무직 및 주차직의 정년을 만 62세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단체협약을 통해 이 사건 인사규정에서 정한 정년을 위 각 직무별로 1년 연장하였으므로, 2019. 12. 31.을 기준으로 원고들의 정년은 도래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들에 대해 2019. 12. 31.자로 근로관계가 종료되었음을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

이 사건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부당해고 다음 날인 2020. 1. 1.부터 원고들의 정년으로 인한 당연퇴직일인 2020. 12. 31.까지 원고들이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에게 원고들이 주장하는 임금 지급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1)

이 사건 현안합의서 작성 과정의 하자에 관한 주장

R노동조합과 피고는 단체교섭 등을 원만히 진행하기 위해 교섭대표위원을 R노동조합 위원장과 피고의 대표이사로 정하고, 노사 양측이 합의할 시 위임받은 대리인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되, 반드시 위임장을 첨부하도록 하였다. 이 사건 현안합의서는 피고의 당시 대표이사 V과 U 명의로 작성되었는데, 피고는 R노동조합 위원장의 U에 대한 단체협약체결권 위임에 동의한 사실이 없고, 이 사건 현안합의서 작성과 관련한 위임장이 첨부된 사실도 없다. 이처럼 이 사건 현안합의서의 작성 과정에 위와 같은 중대․명백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므로, 이에 따른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2)

정지조건의 미성취 또는 해제조건의 성취에 관한 주장

이 사건 현안합의서 제2항은 ‘이 합의서가 절차 및 법령에 의해 중대 문제 발생시 이 합의는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이 사건 단체협약에 대한 피고 이사회의 심의‧의결 등을 정지조건으로 정한 것이거나, 피고 이사회의 심의․부결 등을 해제조건으로 정한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정지조건이 성취되지 않았거나, 해제조건이 성취되었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3)

전단적 대표행위에 관한 주장

이 사건 인사규정의 개정은 피고 이사회의 결의사항에 해당하는데, V은 피고 이사회의 결의 없이 이 사건 현안합의서를 작성하였다. V의 이 사건 현안합의서 작성 행위는 전단적 대표행위이고, 거래의 동적 안전을 보호할 필요가 없는 피고의 대내적인 행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은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3.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 유무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현안합의서 작성 과정의 하자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1)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 권한 위임 관련 절차 규정의 의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29조 제3항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로부터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자는 그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를 위하여 위임받은 범위 안에서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4항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제3항에 따라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한 때에는 그 사실을 상대방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을 제2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노사협력처장 W과 R노동조합 T 지부의 총무부장 X는 2019. 4. 16. R노동조합과 피고의 단체교섭 및 임금교섭을 원만히 진행하기 위한 기본 교섭원칙에 관해 합의하면서 ‘대표위원의 참석을 원칙으로 하며 부득이한 경우 사전 통보하고, 노사 양측이 합의할 시 위임받은 대리인이 참석할 수 있다(반드시 위임장을 첨부할 것)’는 내용을 합의에 포함한 사실이 인정된다(이하 위 합의를 ‘이 사건 기본합의’라 한다).

이처럼 노동조합법 및 이 사건 기본합의가 교섭 또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이 노동조합의 대표자에게 있다고 규정하면서, 제3자에게 위와 같은 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구체적으로 보장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 경우 노동조합법이 그 사실을 상대방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이 사건 기본합의가 반드시 위임장을 첨부하도록 한 것은 상대방이 위임인의 위임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여 교섭에 응할지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으로부터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하는 자(이하 ‘수임인’이라 한다)가 사용자에 대해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요구하는 경우, 만일 노동조합이 사용자에 대하여 그와 같은 사실을 통보한 사실이 없거나 수임인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은 경우 사용자는 수임인과 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교섭에 응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도 교섭거부로 인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넘어 적법하게 교섭 또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위임받은 수임인이 상대방과 교섭을 진행하였고, 상대방이 수임인이 그와 같은 권한을 위임받은 것을 전제로 수임인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면, 위와 같은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그와 같이 체결된 단체협약의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만일 위와 같은 이유로 그와 같이 체결된 단체협약의 효력을 부정한다면, 제3자에게 교섭 또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하여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구체적으로 보장하려 한 취지를 몰각시키게 된다.

2)

인정사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8, 9, 11, 12, 15, 1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V은 이 사건 현안합의서의 작성과 관련하여 2020. 3. 26. 및 2020. 4. 17. 서울지방노동청 서부지청에 출석하여 ‘R노동조합 T 지부는 R노동조합으로부터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 권한을 위임받았다’, ‘이 사건 현안합의서의 작성을 통한 이 사건 단체협약의 체결은 절차 및 법령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R노동조합은 2020. 1. 31. 피고에게 ‘R노동조합의 위원장은 2019. 12. 30. U에게 이 사건 단체협약의 체결 권한을 위임하였다’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또한, 이 사건 현안합의서가 작성될 시점 R노동조합의 위원장이었던 Y는 2021. 6. 11. ‘이 사건 현안합의서의 작성에 앞서 U에게 이 사건 단체협약의 체결 등과 관련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하였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하였다.

다)

U와 V은 이 사건 현안합의서의 작성 전인 2019. 12. 20. 다음과 같은 내용의 현안합의서(갑 제15호증)를 작성한 사실이 있다.

또한, U와 V은 2020. 4. 10. ‘R노동조합은 피고와 코로나19(COVID-19) 비상사태로 인한 2020년도 현안사항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는 내용의 현안합의서(갑 제16호증)를 작성한 사실도 있다.

3)

구체적인 판단

위 인정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더하여 보면, U는 R노동조합으로부터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위임받았고, V도 이를 전제로 U와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피고가 주장하는 절차위반 사유를 들어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가)

피고는 U가 R노동조합을 대표하여 2019. 12. 20.자 현안합의서 및 2020. 4. 10.자 현안합의서를 작성할 권한이 있다는 전제에서, 위 각 현안합의서의 효력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고 있다.

나)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3호가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총회의 의결을 거칠 것을 요구하고 있기는 하나,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교섭 국면에서 동적인 탄력성이 특히 요구되고, ‘단위노동조합은 총회 또는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해 노동조합이 가입한 연합단체인 노동조합에 교섭을 위임할 수 있다’는 구 노동조합법(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33조 제2항이 삭제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단체교섭의 위임 자체를 총회의 의결사항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나.

정지조건의 미성취 또는 해제조건의 성취에 관한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조건은 법률행위의 효력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부에 의존케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 법률행위에 있어서의 효과의사와 일체적인 내용을 이루는 의사표시 그 자체이므로 조건의사가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외부에 표시되어야 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4다52087 판결 등 참조).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의 내용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단체협약과 같은 처분문서를 해석할 때에는 단체협약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유지ㆍ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하여 경제적ㆍ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근로자의 자주적 단체인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단체교섭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명문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62193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아래와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6 내지 9, 11, 12, 15, 17, 22, 29, 30, 44, 45호증의 각 기재 또는 음성, 증인 Z의 일부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기는 하다.

①

이 사건 현안합의서에는 ‘이 합의서가 절차 및 법령에 의해 중대 문제 발생시 이 합의는 무효로 한다’는 문언(이하 ‘이 사건 문언’이라 한다)이 기재되어 있다.

②

이 사건 현안합의서가 작성될 당시 피고의 인사총무처 처장의 직위에 있었던 증인 Z은 이 사건 문언에 관하여 ‘AA기관의 일상감사 및 피고 이사회의 심의‧의결이 이루어지는 경우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라는 점을 부기한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하였고, 같은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또한, 당시 피고의 교통사업본부장으로 재직하였던 AB, 노사협력처장으로 재직하였던 W 및 피고의 임직원 AC, AD도 같은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③

피고는 AA기관의 계열사에 해당하는데 AA기관는 2019. 11. 4. 계열사에 대하여 ‘인사‧자산(재산)‧회계‧급여(보수) 관련 규정의 제정‧개정까지 일상감사 범위가 확대된다’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피고는 2020. 1. 30.경 AA기관에 대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의 내용을 반영한 이 사건 인사규정의 개정에 관한 일상감사를 요청하였고, 이에 대하여 AA기관는 2020. 2. 21.경 피고에 대하여 ‘정년연장은 인사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이사회 의결사항으로 규정되어 있고, 위와 같은 인사규정의 개정은 피고 내부의 직무 간뿐만 아니라 공사 및 다른 계열사와의 정년 차이가 발생하고, 형평성 요구가 파급적으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므로 이에 따른 인사 전반에 미치는 영향 및 형평적 인력 활용에 부합 여부를 추가 검토’하고, ‘동 인사규정 개정은 예산이 수반되는 사항으로 정년연장 시 신규채용보다 인건비가 추가 소요되고, 현재 추진 중인 주차사업 무인화로 인력감축이 필요한 상황이므로 정년연장에 따른 회사의 경영 부담 추계 및 규정 개정의 필요성을 검토할 것’을 요구하는 일상감사 검토의견을 전달하였다.

④

피고의 이사회 운영규정 제6조는 예산, 자금계획 및 운영계획의 수립 및 변경, 피고 인사규정의 개폐에 관하여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피고의 이사회는 2020. 3. 12. 이 사건 인사규정 제34조를 이 사건 단체협약의 내용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심의하였으나, 위 안건은 부결되었다.

나)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단체협약에 피고가 주장하는 내용의 조건이 붙어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에 위와 같은 조건이 붙어 있음을 전제로 그 성취 또는 불성취를 이유로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이 사건 문언에는 피고가 주장하는 AA기관의 일상감사 및 피고의 이사회의 심의‧의결에 관한 내용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 이 사건 현안합의서를 작성한 당사자인 U와 V이 ‘절차 및 법령에 의해 중대 문제 발생 시’라는 표현을 ‘이 사건 단체협약에 관한 피고의 이사회의 심의‧부결 또는 AA기관의 일상감사를 통한 지적’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이를 고려하면, 이 사건 문언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할 수는 없다.

②

오히려 이 사건 현안합의서를 작성한 당사자인 V은 2020. 3. 26. 및 2020. 4. 17. 서울지방노동청 서부지청에 출석하여 ‘이 사건 문언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조항이며 형식적인 차원에서 명시를 한 것인데 이 조항이 문제가 될지 예상하지 못하였다’, ‘이 사건 문언은 일상감사, 이사회 심의‧의결 등 내부절차가 아닌 단체협약에 관한 일반적인 절차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 사건 현안합의서의 작성 과정에서 이 사건 문언이 이사회 등의 절차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논의 등이 이루어진 적이 없고, 이 사건 문언에 관하여 이의가 제기된 적도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③

이 사건 현안합의서 작성 과정에서 이루어진 Z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당시 대화내용을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문언이 피고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조건의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

전단적 대표행위에 관한 주장에 관한 판단

1)

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노동조합의 대표자에게는 단체교섭의 권한뿐만 아니라 교섭한 결과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 규약에서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단체교섭의 결과에 따라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을 합의한 후 다시 그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 그 노동조합 규약은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 포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단체협약체결권한을 형해화하여 명목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규정한 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의 취지에 반한다(대법원 2013. 9. 27. 선고 2011두15404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인사규정 제34조는 근로자의 정년을 규정하고 있고, 피고의 이사회 운영규정은 인사규정의 개정을 이사회의 심의‧의결 사항으로 정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또한, 공공기관운영법 제17조 제1항은 ‘공기업․준정부기관에 예산, 내규의 제정과 변경,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요청하는 사항 등에 관한 심의․의결을 위해 이사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는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른 기타공공기관일 뿐, 공기업․준정부기관이 아니므로, 공공기관운영법 제17조 제1항을 근거로 피고 이사회의 의결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또한, 만일 피고의 이사회 운영규정이 피고의 대표자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위임받은 수임인이 체결한 단체협약이 피고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는 취지라면, 이는 피고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 포괄적으로 제한할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사실상 형해화하여 명목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규정한 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의 취지에 반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에 관한 피고 이사회의 의결이 없었음을 이유로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아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그 대표권의 범위 내에서 한 행위는 설사 대표이사가 회사의 영리 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고, 다만 그 행위의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될 여지가 있을 뿐이라 할 것인데(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다3649 판결 등 참조),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V이 피고의 영리 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남용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거나, 그 상대방이 V의 그와 같은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을 제37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피고는 2021. 7. 21.경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정년퇴직하였어야 할 근로자들의 정년을 1년 연장하도록 하여 위 근로자들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이에 따라 피고가 지급하지 않아도 되었을 임금 등 제반 비용을 지급하여야 할 재산상의 손해를 부담하게 할 위험을 초래하였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범죄사실로 V을 고소하였으나, 서울용산경찰서는 이에 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결정을 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3)

이에 대하여 피고는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9563 판결,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32690 판결,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2다96885 판결을 들며, 이사회의 결의 없는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위 판결들은 각각 AE기관, 한국산업인력공단, AF기관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AE기관의 경우 그 설립 근거가 되는 구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법(2003. 7. 29. 법률 제5244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이 위 공단의 운영 및 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의 조달방법 중 하나로 정부의 출연을 예정하고 있었고(제19조), 위 공단으로 하여금 그 조직·회계·인사 및 보수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건설교통부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하였다(제31조), 또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경우에도 설립 근거가 되는 한국산업인력공단법이 위 공단의 수입으로 국가의 출연금을 예정하고 있고(제14조), 이사장으로 하여금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하고, 다음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예산을 확정하도록 하고 있다(제18조). 마찬가지로 AF기관의 경우 그 설립 근거가 되는 구 한국노동교육원법(2008. 12. 31. 법률 제9318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이 ‘정부는 교육원의 설립 및 매 사업연도의 운영에 소요되는 경비를 예산의 범위 안에서 출연한다(제13조 제2항), 교육원은 매 사업연도의 사업계획과 예산 및 결산서에 대하여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제16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위 각 공공기관의 설립 근거가 되는 법령 등은 위 공공기관의 운영과 관련하여 정부의 예산이 출연될 수 있음을 고려하여 예산에 관하여 관할 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함으로써 이를 통제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피고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취지의 법령 등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위 각 공공기관과 피고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따라서 앞서 든 대법원 판결의 법리는 사안을 달리하는 이 사건에 적용될 수 없다.

4.

원고들의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퇴직, 해고, 자동소멸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퇴직은 근로자의 의사로 또는 동의를 받아서 하는 것이고,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하는 것이며, 자동소멸은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근로계약이 자동적으로 소멸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뜻한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4다9632 판결 등 참조).

2)

사용자의 부당한 해고처분이 무효이거나 취소된 때에는 그동안 피해고자의 근로자로서 지위는 계속되고, 그간 근로의 제공을 하지 못한 것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근로자는 민법 제538조 제1항에 의하여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에서 근로자가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임금은 근로기준법 제2조에서 정하는 임금을 의미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이에 관하여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다면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이에 포함되며, 반드시 통상임금으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다20034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이 사건 인사규정이 정하는 정년에 따른 원고들의 당연퇴직일은 2019. 12. 31.인사실,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라 연장된 정년에 따른 원고들의 당연퇴직일은 2020. 12. 31.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으므로, 원고들의 정년에 따른 당연퇴직일은 2020. 12. 31.로 연장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2019. 12. 31.자로 근로관계의 종료를 통보하였으므로, 이는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해고에 해당한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들을 해고하면서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른 해고의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한 사실이 없다. 그러므로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원고들이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정한 정년에 따른 원고들의 당연퇴직일인 2020. 12. 31.까지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은 별지 표 ‘총액’란 기재와 같다(별지 표 순번 1 내지 9 원고들은 역무직으로, 순번 10 내지 15 원고들은 주차직으로, 순번 16 원고는 상담직으로 각 근무하였던 자들이다. 구체적인 금액산정의 기초가 되는 사실과 계산방식 및 그 결과에 대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므로 피고는 별지 표 ‘이름’란 기재 원고들에게 별지 표 ‘총액’란 기재 각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 날인 2021. 4. 15.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변경신청서가 피고에게 송달된 날인 2022. 5. 11.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각 청구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이를 각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기찬(재판장) 김수현 이도훈

[별지]

각주1) 원고 A, B, C, D, E, F, G, H, I은 피고의 역무직 근로자로, 원고 J, K, L, M, N, O는 피고의 주차직 근무자로, 원고 P는 피고의 상담직 근로자로 각 근무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