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2. 5. 선고 2013가단5142436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소외 B 주식회사(종전상호 : C 주식회사, 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에 근무하며 피고의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이하 '이 사건 퇴직연금'이라고 한다)에 가입한 자이다.

나.

피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퇴직연금운용을 위탁받아 운용해온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의 퇴직연금사업자이다.

다.

원고는 2002년경부터 소외 회사에 근무하여 온 대표이사로 2012. 8. 7. 소외 회사에서 퇴직하였고, 2013. 2. 19.경 피고에게 이 사건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지급해 줄 것을 신청하였다.

라.

그런데 피고는 원고가 소외 회사의 대출금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는 이유로 2013. 2. 26.경 피고의 원고에 대한 위 연대보증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고 원고가 피고에게 청구하는 이 사건 퇴직연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위 퇴직연금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92,493,000원을 상계(이하 '이 사건 상계'라고 한다)처리하고, 나머지만을 원고의 요청에 따라 원고의 개인형 퇴직연금 계정으로 이전하여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 주장

가.

원고 주장의 요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의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경제생활보호를 위한 제도로서 직접 전액 지급하여야 하고, 피고가 이를 상계처리한 것은 임금의 직접, 전액 지급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퇴직연금제도의 급여를 받을 권리는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 제1항, '가입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퇴직연금사업자는 그 운용중인 자산을 가입자의 개인형 퇴직연금제도 계정으로 이전하여야 한다'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0조 제7항에 위반한 것으로 무효이다. 또한, 이 사건 퇴직연금은 원고의 개인형 퇴직연금 계정으로 이전하기 전에는 원고의 채권이라고 할 수 없는바, 위 개인형 퇴직연금 계정으로 이전하기 전에 이루어진 이 사건 상계는 상계적상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이다. 나아가 피고는 여러 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이 사건 퇴직연금이 압류·추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 절대 안전한 재산이고, 대표이사인 원고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의 보호를 받는다고 하여 이 사건 퇴직연금에 가입하게 하였음에도 이 사건 상계를 한 것은 신의칙 위반이며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퇴직 연금 중 피고가 상계처리한 92,493,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피고 주장의 요지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적용되는 법률로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적용되는 법률이 아니다. 또한 원고는 소외 회사의 근로자들이 원고가 운용하는 퇴직연금에 가입할 때 이에 편승해서 같이 가입한 자로서, 근로자가 아니므로 근로기준법 내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편,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퇴직연금을 양도 내지 압류할 수 없다고 한 적이 없으므로, 이 사건 상계가 금반언이나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

3.

판단

가.

원고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인지 여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대외적으로는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가지므로, 대표이사로서의 지위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여 실제 경영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아 근로를 제공하고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보수를 지급받았음에 그쳤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두1440 판결, 대법원 2014.05.29. 선고 2012다98720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원고가 소외 회사의 설립당시부터 원고가 퇴직한 2012. 8. 7.까지 계속해서 유일한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었고, 처음에는 소외 회사의 주식을 28.23% 보유하고 있다가 2008년경 이후에 50%까지 소유하고 있었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 제1호증의 기재, 이 법원의 구로세무서에 대한 과세정보제출명령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는바, 원고의 대표이사로서의 지위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여 실제 경영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아 근로를 제공하고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보수를 지급받았음에 그쳤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를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 볼 수 없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은 원고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 제1항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지 여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근로자 퇴직급여제도의 설정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동법 제1조)고 규정하고 있고, 이 법에서 사용하는 '근로자'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근로자를 말하며(동법 제2조 제1호), '급여'란 퇴직급여제도나 제25조에 따른 개인형퇴직연금제도에 의하여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연금 또는 일시금을 말한다(동법 제2조 제5호). 한편, '퇴직급여제도'란 확정급여형퇴직연금제도,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 및 제8조에 따른 퇴직금제도를 말하고(동법 제2조 제6호), 퇴직연금제도란 확정급여형퇴직연금제도,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 및 개인형퇴직연금제도를 말한다(동법 제2조 제7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 제1항은 '퇴직연금제도의 급여를 받을 권리는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여기서의 급여는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연금 또는 일시금을 말하고, 위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를 말하므로, 결국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 제1항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의 개인형퇴직연금은 자영업자 등 근로자가 아닌 자도 가입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조 제5호의 '급여'에 자영업자 등이 가입할 수 있는 개인형퇴직연금(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4조에 규정)은 포함시키고 있지 않은 점, 위 법의 제1조에 명시된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사유만으로 근로자가 아닌 경우에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 제1항이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이 사건 퇴직연금에 적용되는지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연금제도의 급여를 받을 권리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게만 인정되는 권리이고, 그렇다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확정급여형퇴직연금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만이 가입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는 피고가 운용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에 가입하였으나, 을 제1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하려는 회사의 사용자는 가입자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 퇴직연금규약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하는바,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인 원고는 위 규정에 따라 퇴직연금규약을 작성하여 신고하였는데, 위 퇴직연금규약 제6조에서 그 가입대상자를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근로자(이사, 감사 등 직책에도 불구하고 사업주의 지시를 받아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자를 포함)로 정한 점, 그러나 원고는 사업주의 지시를 받아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자라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위 퇴직연금규약상의 '가입자'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다만 소외 회사의 근로자들이 피고가 운용하는 퇴직연금에 가입할 때 함께 이에 편승하여 가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가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원고가 형식상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의 확정급여형퇴직연금에 가입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퇴직연금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적용되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이 사건 퇴직연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상계가 위 법 제7조 제1항, 제20조 제7항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라.

이 사건 상계가 상계적상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인지 여부

원고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퇴직 후 개인형 퇴직연금 계정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지급받은 후에야 해당 금액이 바로서 가입자의 재산이 되어 상계가 가능한 상태가 되는데, 피고는 이 사건 퇴직연금을 개인형 퇴직연금 계정으로 이전하기 전에 이 사건 상계를 하였으므로 위 상계가 무효라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2012. 8.경 소외 회사를 퇴사하고 2013. 2. 19. 피고에게 퇴직연금 지급신청을 함으로써 이 사건 퇴직연금청구권은 구체화되어 지급기일이 도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가 주장하는 개인형 퇴직연금 계정으로의 이전은 퇴직연금 지급방법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

이 사건 상계가 금반언이나 신의칙에 반하지는 여부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퇴직연금이 압류·추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 절대 안전한 재산이고, 대표이사인 원고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의 보호를 받는다며 이 사건 퇴직연금 가입을 권유하였음에도 이 사건 상계를 한 것은 신의칙 위반이며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대표이사도 경영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 지휘·감독을 받아 근로를 제공하고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보수를 지급받는 경우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점, 원고가 작성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규약에 가입대상자를 근로자로 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상계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려면 원고가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대표이사인 점을 알면서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의 보호를 받는다며 이 사건 퇴직연금 가입을 권유한 경우라야 할 것인데, 갑 제7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금반언 내지 신의칙 위배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바.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상계가 위법하다고 볼만한 사유가 없으므로, 이 사건 상계가 위법하여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전연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