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E은 피고인이 운영하는 ‘D’ 매장의 관리책임자로 근무하면서, 별도의 다른 사업체를 운영하며 수익을 얻고 있었는바,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K 주식회사, 이하 ‘피고인 회사’라고만 한다)의 의류 또는 의류대금을 횡령하였고, 사실상 E이 운영하는 사업체의 의류를 마치 피고인 회사 의류인 것처럼 판매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E은 피고인에게 유·무형의 손해를 가한 것이 문제되어 퇴사하였다.
E은 피고인 회사의 물품 및 물품대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자, 2017년 9월경부터 거의 출근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인은 E에게 2017년 9월분 및 10월분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임금 미지급 관련).
피고인은 E과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 하에 E 명의로 연금보험에 가입하고 그 보험료(20만 원)를 피고인이 매달 대신 납부하는 방식으로 퇴직금을 중간 정산하였으므로, E에게 퇴직금을 미지급하였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위 보험료 지급으로 퇴직금이 중간 정산되었다고 볼 수 없다 하더라도, E은 피고인 회사에 많은 손해를 가하고 퇴사하게 된 관계로, 퇴사하면서 퇴직금을 포기하였는바, 피고인은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거나, 적어도 피고인에게 퇴직금 미지급의 고의가 없었다(퇴직금 미지급 관련).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벌금 2,000,000원)은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임금 미지급의 점에 관하여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 여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 여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 여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동일한 취지로 주장하였던바, 원심은, E의 원심 법정진술과 문자 내역 등에 의하면, E이 2017. 10. 14.까지 D에 근무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퇴직금 미지급의 점에 관하여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고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 전문 소정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위 법 제8조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한편,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기타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은 이 부분에 관하여서도 원심에서 동일한 취지로 주장하였고, 원심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퇴직급여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보장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면서(같은 법 제1조), 퇴직금을 퇴직 전에 미리 정산하여 지급하려면 근로자가 요구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는데(같은 법 제8조 제2항), E의 원심 법정진술 등에 의하면, E이 피고인에게 퇴직금을 퇴직 전에 미리 정산하여 지급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거나, 퇴직금을 받는 대신 피고인이 위 보험료를 납부하여 주기로 피고인과 합의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피고, 나아가 피고인이 운영한 사업장은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어서, 피고인이 E 명의로 연금보험에 가입하여 그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 주기 시작한 2009년 당시에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급여지급에 관한 조항들의 적용을 받지 않는 사업장이었던 점까지 보태어 보면, ‘위 연금보험에 가입할 당시 피고인과 E 사이에 위 보험 가입 및 보험료 대납으로 E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직권판단
위에서 본 것처럼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모두 이유 없으나, 근로자 E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는 하나의 행위가 수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 할 것임에도, 원심은 이를 간과한 채 실체적 경합범으로 처리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죄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에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또한 근로자 E에 대한 임금 미지급의 점에 관하여는 행위시법인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어 2018. 5. 29. 시행되기 전의 것) 제109조 제1항, 제36조’를 적용하였어야 하는데, 원심은 이를 간과하고 법정형이 행위시법보다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개정된 ‘현행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를 적용한 잘못이 있는바, 이 점에서도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들이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