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7. 21. 선고 2022노117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50만 원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위 집행유예 선고가 실효 또는 취소되고,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E를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의 근로자라거나, D과 E의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음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1)

E는 K에 사무실을 둔 F(이하 ‘M’이라 한다)나 N(이하 ‘O’이라 한다) 또는 피고인 개인에게 용역을 제공한 것뿐이고, M, O은 D과 별개의 사업장에 해당하므로 E를 D의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

2)

D은 설립 시부터 영위하는 사업이 없었을 뿐더러 E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근로계약 등이 전혀 없었고, E의 근무 장소와 출퇴근시간이 정해져 있지도 않았다.

3)

피고인의 업무를 도와주던 G은 2011. 8.까지 피고인의 이름으로 E 계좌에 매월 300만 원 정도를 입금하다가 2011. 9. 26.부터 D의 이름으로 입금하였는데, 이는 피고인의 지시에 따른 것은 아니었으며 G이 나중에 법인의 소득이 발생하였을 때 비용처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피고인에게 지급받은 돈을 D의 이름으로 E 계좌에 입금한 것이다.

4)

피고인이 G을 통해 E에게 매월 지급한 위 300만 원도 생활비일 뿐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이라고 할 수 없다.

5)

E와 D의 근로관계는 2020. 10. 24.경에 종료된 사실이 없다.

2.

직권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범행에 대하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를 적용하였다.

그런데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는 근로자의 퇴직으로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이 경과하는 때에 성립한다. 한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 제1호는 2021. 4. 13. 법률 제18038호로 개정되어 2022. 4. 14. 시행되었는바, 이 사건 공소사실은 행위시법인 2021. 4. 13. 법률 제180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 적용되었어야 하나, 원심은 이를 간과한 채 현재 시행중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 제1호’를 적용한 잘못이 있는바, 원심판결에는 적용법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더라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살펴본다.

3.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당심에서의 주장과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증거의 요지’란에서 상세한 설시를 통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던 D과 E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사용자와 근로자 관계였고, E는 2020. 10. 24.경에 퇴직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다.

가.

D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E에게 작업의 시간, 장소, 내용, 태양 등에 관하여 일정한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D의 대표이사로서 포괄적인 의미에서 E를 지휘․감독하였다고 할 것이고, E 역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장기간 계속적으로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E는 2006. 6. 1.부터 2012. 11. 30.까지는 K에서 현지 공장관리, 영업, 장비관리, 직원관리 등을 하였고, 이후부터 2020. 10. 24.까지는 D에서 진행하는 ‘K프로젝트’ 투자유치와 관련하여 이메일과 서류 번역 및 통역 업무를 담당하였다.

②

피고인이 경영하는 D은 K에서 구입한 땅을 개발하고 투자하는 등의 일을 하는 회사로서, 그 회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번역하거나 통역할 수 있는 근로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③

그러나 피고인은 영어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어를 할 수 있는 E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하였고, D에는 직원이 아무도 없다는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E 이외에는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④

비록 피고인이 E에게 작업 시간과 장소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G을 통하여 수행해야 할 업무의 내용, 일정 등에 관하여는 지속적으로 지시하였으므로, 업무 내용의 결정에 있어 E가 가지는 재량의 범위는 그리 넓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⑤

E는 가끔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 이외에는 대부분 D 사무실로 출근하였고, E의 사무실 출근을 위하여 E의 차량을 사무실 빌딩에 등록시켜 주었으며, 피고인은 G을 통해 E가 출근하였는지 여부를 점검하기도 하였다.

⑥

E는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였고 근로계약도 작성하지 않았으나, 이는 사용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큰 사항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근로관계의 종속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6도777 판결 등 참조).

⑦

피고인은 2006. 6. 1.부터 2012. 11. 30.까지 M, O에서 E를 고용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M, O이 D과 별개의 사업장에 해당하므로 E가 D의 근로자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사업장의 사업주가 동일한 점, 피고인은 O을 통한 토지개발 사업이 잘 진행될 경우 K에 각종 자재 등을 수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D을 설립한 점, E는 이 사건 기간 동안 계속하여 유사한 업무를 수행한 점, 2012. 11. 30. 당시에 E의 퇴사절차가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주장처럼 D이 설립 시부터 영위하는 사업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는 E가 D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

나.

또한,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하는바(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E에게 매월 지급한 금원은 E가 피고인에게 제공한 근로의 대가로 지급한 금품, 즉 ‘임금’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①

E는 D으로부터 매월 정기적으로 100만 원에서 300만 원 사이의 금원을 계좌로 지급받았다.

②

D의 사업자등록증상 사업개시일이 2011. 9. 8.인데, 그달부터 E에게 D의 이름으로 금원이 입금되었다.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수사기관에서는 입금자가 A(피고인의 이름)이라는 표시일 뿐이라고 진술하였으나, 원심 및 당심 법정진술에서는 추후 비용처리를 위한 것이라고 진술하는 등 E에게 D 이름으로 9년 넘게 돈을 입금한 경위에 대하여 일관되게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

③

피고인은 K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E에게 추가적으로 보상을 지급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였는데, 이는 E가 관련 사업에 업무적으로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진술로 보인다.

④

피고인과 G 모두 K에 있는 땅 개발과 관련하여 이메일을 확인하고 자료를 검토해주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수고비로 E에게 위 금원을 지급한 것이라고 진술하여 위 금원에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있음을 인정하였다.

⑤

E는 위 근로기간 동안 다른 사업자를 위하여 근로를 제공한바 없다.

⑥

피고인은 생활비 명목으로 위 금원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나, 생활비라기엔 큰 액수이고, 빚을 내면서까지 E에게 생활비를 지급하였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다.

E가 사직을 요청한 시기와 근무를 종료한 경위, E의 임금미지급 시기 및 내역, 사무실 폐쇄시기 등에 비추어 보면, E는 2020. 10. 24.경 퇴직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