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5. 3. 선고 2022구단60397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90. 6. 20.부터 1993. 3. 31.까지 D광업소에서 채선작업에 종사한 광산근로자였다. 망인은 2002. 2. 16. 진폐로 진단받고 정밀진단 결과 진폐병형 1/1형, 합병증 활동성폐결핵(tba)으로 나타나 장해등급에 관한 결정 없이 요양대상자로 판정받고 요양하던 중 2011. 11. 18. 사망하였다.

나.

망인의 배우자로서 유족인 원고는 피고에게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위 법명은 ‘진폐예방법’으로 약칭한다)에 따른 위로금의 지급을 신청하였고, 피고는 망인의 경우 2010. 5. 20. 법률 제10304호로 개정된 이후의 진폐예방법(이하 ‘개정 진폐예방법’이라 한다) 제24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진폐재해위로금의 지급대상이라 보아 2012. 2. 10. 진폐장해등급 13급에 해당하는 진폐재해위로금 30,644,270원, 2014. 1. 22. 진폐장해등급 1급에 해당하는 진폐재해위로금 117,588,490원을 각 지급하였다.

다.

피고는 2017. 4. 26. 진폐예방법이 2010. 5. 20. 법률 제10304호로 개정되어 2010. 11. 21. 시행되기 전(이하 개정 전 진폐예방법을 ‘구 진폐예방법’이라 한다)에 진폐로 진단되어 요양하다가, 개정 진폐예방법 시행일 이후 진폐로 사망한 근로자에 대해서도 구 진폐예방법 제24조 제1항에서 정한 유족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진폐위로금 지급 업무처리기준’을 마련하여 시행하였다.

라.

원고는 2019. 4.경 피고에게 위와 같이 새로 마련된 업무처리기준에 따라 구 진폐예방법 제24조 제1항에 따른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 중 미지급 위로금의 지급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2020. 4. 28. 망인의 장해등급을 13급으로 결정한 다음, 구 진폐예방법에 따라 망인이 지급받을 장해위로금과 원고가 지급받을 유족위로금의 합계액이 위 나항 기재와 같이 이미 지급받은 개정 진폐예방법에 따른 진폐재해위로금 148,232,760원(= 30,644,270원 + 117,588,490원)보다 적어, 더 이상 지급할 차액이 없다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

마.

원고는 2021. 3.경 다시 미지급 위로금의 지급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2021. 4. 2. 망인의 장해등급을 1급으로 상향 결정하고, 구 진폐예방법에 따라 산정한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에서 이미 지급한 위 진폐재해위로금 148,232,760원을 공제한 나머지 82,712,100원을 지급하였다.

바.

원고는 2021. 10. 6. 피고에게 다음과 같은 신청사유로 미지급 위로금 지급신청을 하였다.

사.

피고는 2021. 12. 17. 아래와 같은 처분사유로 원고의 미지급 위로금 지급신청에 대하여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하고, 그 처분사유는 아래와 같이 ‘제1처분사유’와 ‘제2처분사유’로 나눈다).

아.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2021. 12. 28. 행정심판을 청구하였으나, 2022. 3. 15. 청구기각의 재결을 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청구원인 주장의 요지

1)

제1처분사유에 관하여

가)

구 진폐예방법에 따른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과 개정 진폐예방법에 따른 진폐재해위로금은 별개의 성격을 가진 권리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진폐재해위로금을 지급하면서 별개의 성격을 가진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을 공제하여서는 안 된다.

나)

설령 진폐재해위로금이 공제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진폐재해위로금을 잘못 지급함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그 지급이 있었던 2012. 2. 10. 성립하여 그때부터 국가재정법 제96조가 정한 5년의 소멸시효가 경과함으로써 소멸하였으므로, 이미 소멸한 부당이득액을 구 진폐예방법에 따른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에서 공제하여서는 안 된다.

2)

제2처분사유에 관하여

가)

피고는 2021. 4. 2. 원고에게 이미 구 진폐예방법에 따른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에서 기 지급한 개정 진폐예방법에 따른 진폐재해위로금을 공제한 나머지를 지급하였고, 이는 위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채무를 승인한 것에 해당하거나 시효완성 이후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에 해당한다.

나)

피고는 새로운 업무처리기준을 마련하여 원고와 같은 경우 구 진폐예방법에 따른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의 지급 대상이 된다고 보았음에도 이를 직권으로 지급하거나 원고에게 통지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알지 못한 원고에 대하여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관련 법령 기재와 같다.

다.

구체적인 판단

1)

제1처분사유에 관하여

가)

원고가 구 진폐예방법에 따른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 지급대상인지 여부

⑴ 진폐증은 현대의학으로도 완치가 불가능하고 분진이 발생하는 직장을 떠나더라도 그 진행을 계속하는 한편, 그 진행 정도도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진폐증에 대하여는 다른 일반 상병의 경우와는 달리 그 진폐증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위 법명을 ‘산재보험법’으로 약칭한다)에서 정한 장해등급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반드시 진폐증에 대한 치료를 받아 진폐증이 완치되거나 진폐증에 대한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요구함이 없이 곧바로 해당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6. 22. 선고 98두5149 판결 참조).

⑵ 산재보험법 제57조 제2항 및 그 위임에 따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하 ‘산재보험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53조 제1항, [별표 6] 제13급 제16호는 근로자가 업무상 질병으로서 진폐증을 제1형으로 진단받기만 하면 심폐기능의 장해가 없더라도 장해등급 제13급에 해당하여 장해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구 진폐예방법 제24조는 진폐위로금의 종류를 ‘작업전환수당, 장해위로금, 유족위로금’으로 구분하면서(제1항), 그 중 장해위로금은 ‘진폐로 산재보험법에 따른 장해급여의 대상이 된 근로자가 퇴직하거나 퇴직한 근로자가 진폐로 산재보험법에 따른 장해급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지급하도록 하고(제3항), 유족위로금은 ‘근로자가 진폐로 사망하여 그 유족이 산재보험법에 따른 유족급여의 대상이 된 경우’에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제4항). 또한 진폐예방법 부칙(2010. 5. 20. 법률 제10304호, 이하 같다) 제5조는 “이 법 시행 전에 종전의 규정에 따라 장해위로금을 지급받은 근로자(이 법 시행 전에 지급사유가 발생한 근로자를 포함한다)가 진폐로 사망한 경우에는 그 유족에 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따라 유족위로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⑶ 앞서 본 진폐증에 관한 법리를 위와 같은 법령의 문언, 취지, 체계에 비추어 보면, 개정 진폐예방법 시행 전에 진폐증 진단을 받아 산재보험법에 따른 장해급여의 대상이 되는 경우 구 진폐예방법상의 장해위로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사유가 발생하게 되고, 그 근로자가 개정 진폐예방법 시행 전에 장해위로금을 지급받지 않고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 근로자에게 장해위로금의 지급사유가 발생하여 있었던 이상 진폐예방법 부칙 제5조에 따라 그 근로자의 유족도 구 진폐예방법의 유족위로금의 지급대상에 해당하게 된다.

⑷ 이 사건에서 살피건대, 망인이 2002. 2. 16. 진폐증 진단을 받은 후 장해위로금을 지급받지 않은 채 2011. 11. 18. 사망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망인과 그 유족인 원고는 구 진폐예방법 제24조에 따른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의 지급대상이 된다.

나)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

⑴ 소멸시효의 기산점

㈎ 구 진폐예방법 제28조는 “제24조에 따른 위로금을 지급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자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만은 진행하지 않는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3두10763 판결 참조).

㈏ 망인이 진폐로 진단되어 요양하다가 사망하여 그 유족인 원고가 피고에게 진폐예방법상의 위로금 지급청구를 하여 2012. 2. 10. 피고로부터 망인에 대한 진폐장해등급 제13급에 해당하는 진폐재해위로금을 지급받았고, 2014. 1. 22. 진폐장해등급 제1급에 해당하는 진폐재해위로금을 지급받은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은바, 원고는 적어도 피고로부터 망인의 각 장해등급을 결정받고 그에 해당하는 각 진폐재해위로금을 지급받은 2012. 2. 10. 및 2014. 1. 22.부터는 구 진폐예방법상의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고, 설령 원고가 당시 위 청구권의 존재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거기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를 두고 법률상 장애사유에는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위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의 청구권은 제13급의 장해등급에 해당하는 위로금에 대하여는 2012. 2. 10.부터, 제1급의 장해등급에 해당하는 위로금에 대하여는 2014. 1. 22.부터 구 진폐예방법 제28조가 정한 3년의 소멸시효가 진행하게 된다.

⑵ 소멸시효 중단 또는 시효이익 포기 여부

㈎ 원고는 피고가 2021. 4. 2. 구 진폐예방법상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 일부를 지급하였는데, 이는 시효중단사유로서 채무의 승인이거나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에 대한 3년의 소멸시효가 2012. 2. 10. 및 2014. 1. 22.부터 각 진행하게 됨은 앞서 살핀 것과 같으므로, 그로부터 각 3년이 모두 경과한 2021. 4. 2. 있었던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 일부의 지급에 대하여는 시효완성 이후 시효이익의 포기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한 때에는 그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그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4다32458 판결 참조).

㈐ 피고는 2021. 4. 2. 구 진폐예방법에 따라 산정한 제1급의 장해등급에 해당하는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에서 이미 지급한 개정 진폐예방법에 따른 진폐재해위로금 148,232,760원을 공제한 나머지 82,712,100원을 지급한 사실, 피고가 이 사건 처분사유로 원고의 구 진폐예방법상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의 소멸시효가 2017. 4. 26.부터 진행하게 된다는 점을 들었던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처분사유로 든 소멸시효 기산점의 당부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피고가 원고에게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을 지급한 2021. 4. 2. 당시에도 피고가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알고 있었던 2017. 4. 26.부터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은 이미 완성된 상태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의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 청구권의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그럼에도 이를 지급하였으니 피고는 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나아가 살필 것도 없이, 소멸시효가 완성하여 원고의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의 권리가 소멸하였다는 제1처분사유는 위법하다.

2)

제2처분사유에 관하여

가)

구 진폐예방법 및 개정 진폐예방법에 따른 각 위로금의 법적 성격 및 그 동일성 우선 관련 법령의 문언, 체계, 취지 및 진폐예방법의 개정 경과와 연혁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구 진폐예방법에 따른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은 개정 진폐예방법에 따른 진폐재해위로금과 구별되는 성격을 가진 별도의 권리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가 위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을 지급함에 있어 기존에 진폐재해위로금을 지급하였다면 그 진폐재해위로금의 액수를 공제한 나머지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을 지급하여야 할 것이다.

⑴ 구 진폐예방법 및 개정 진폐예방법에서 위로금(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 또는 진폐재해위로금) 지급 제도를 두고 있는 목적은 진폐근로자들이 진폐증 발병시기가 불분명하여 사업주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어려운 실정을 고려하여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고자 하는 데 있다. 또한 개정 진폐예방법은 구 진폐예방법상의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 대신 진폐재해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법률을 개정한 이유에 관하여 ”진폐에 걸린 근로자가 생전에 진폐위로금을 자신의 건강관리 및 생활안정에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종전에 진폐근로자에게 지급하던 장해위로금과 진폐근로자의 사후에 유족에게 지급하던 유족위로금을 통합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비추어 개정 진폐예방법은 진폐근로자의 복지를 위해 구 진폐예방법상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 제도를 개선ㆍ보완하여 진폐재해위로금을 규정한 것일 뿐, 기존의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과 법적 성격이 구분되는 별개의 위로금을 창설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진폐재해위로금을 규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⑵ ① 개정 진폐예방법에 따른 진폐재해위로금은 기본적으로 산재보험법 제5조 제2호, 제36조 제6항에 따른 평균임금에 진폐장해등급별 지급일수를 곱한 금액으로 산정된다. ② 구 진폐예방법에 따른 장해위로금은 산재보험법 제5조 제2호 등에 따른 해당 근로자의 퇴직 당시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재보험법의 진폐에 따른 장해보상일시금의 100분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산정되고, 위 장해보상일시금은 평균임금에 장해등급별 일수를 곱하는 금액으로 산정된다. ③ 구 진폐예방법에 따른 유족위로금은 산재보험법에 따른 유족보상일시금의 100분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산정되고, 위 유족보상일시금은 평균임금의 1,300일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산정되며, 진폐장해등급별로 차등이 없다. 위 ① 내지 ③의 각 산정방식을 살펴보면, 진폐재해위로금과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은 모두 평균임금에 일정한 지급일수를 곱하는 유사한 방식으로 산정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구체적인 산정방식에 있어서 진폐재해위로금이 장해등급의 종류 및 종류별 일수, 진폐장해등급 반영 여부 등에 있어 장해위로금 또는 유족위로금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이는 장해위로금과 유족위로금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진폐로 인한 사망 확률이나 여명기간을 반영한 할인율 등을 반영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에 불과하다고 보이므로, 이를 들어 진폐재해위로금이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과 별개의 법적 성격이나 목적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⑶ 구 진폐예방법 제26조는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은 근로자 또는 그 유족이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갈음하여 위로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에만 지급한다‘고 규정하였고, 개정 진폐예방법 제26조 역시 진폐재해위로금에 관하여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문언과 진폐예방법의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과 진폐재해위로금의 본질은 손해배상청구권을 갈음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위 각 위로금의 항목이 손해배상책임에 있어 동일한 소송물(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 정신적 손해)의 범위 내에 있다면 서로 대응하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평가함이 상당하다. 또한 앞서 본 각 위로금의 산정방식에 비추어 보면, 진폐재해위로금과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은 모두 근로자가 얻고 있던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서 근로자가 진폐로 입은 ‘소극적 손해’의 성격을 가지고, 진폐장해등급이 결정되지 아니한 근로자가 진폐로 사망한 경우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의 지급대상이나 진폐재해위로금의 지급대상은 모두 근로자의 유족으로서(개정 진폐예방법 제24조 제3항, 구 진폐예방법 제24조 제5항) 각 위로금을 지급받는 주체가 동일하므로, 진폐근로자의 유족이 이미 진폐재해위로금을 지급받았다면 그에 상응하는 금액만큼은 같은 소극적 손해의 성격을 가진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에서 공제하여야만 중복배상에 따른 부당이득을 방지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원고가 이미 수령한 진폐재해위로금 상당을 공제하지 않고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을 청구하는 것은 같은 성격의 급여에 대한 이중지급을 구하는 것이 되어 허용될 수 없다.

⑷ 구 진폐예방법 제27조는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을 압류금지채권으로 정하고 있고, 압류금지채권은 이를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가 허용되지 않는다(민법 제497조). 다만 사회보장수급권은 관계 법령에서 정한 실체법적 요건을 충족시키는 객관적 사정이 발생하면 추상적인 급부청구권의 형태로 발생하고, 관계 법령에서 정한 절차ㆍ방법ㆍ기준에 따라 관할 행정청에 지급 신청을 하여 관할 행정청이 지급결정을 하면 그때 비로소 구체적인 수급권으로 전환된다. 급부를 받으려고 하는 사람은 우선 관계 법령에 따라 행정청에 그 지급을 신청하여 행정청이 거부하거나 일부 금액만 지급하는 결정을 하는 경우 그 결정에 대하여 항고소송을 제기하여 취소 또는 무효확인 판결을 받아 그 기속력에 따른 재처분을 통하여 구체적인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 따라서 사회보장수급권의 경우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행정청이 속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한 당사자소송이나 민사소송으로 급부의 지급을 소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두4726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의 신청에 따라 구 진폐예방법에 따른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의 지급 결정을 한 때 비로소 원고의 권리가 구체적으로 인정되어 상계금지효력이 있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권리가 발생하는 것이고, 피고가 지급 결정을 하기 전의 추상적인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 청구권의 상태만으로는 압류금지효를 정한 구 진폐예방법 제28조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나아가 뒤에서 보는 것처럼 피고의 원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인정될 수 없으므로 위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 원고의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의 상계가 허용되는지 여부는 문제될 수 없다.

나)

피고의 진폐재해위로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시효소멸 여부

원고는 피고가 원고에게 개정 진폐예방법상 진폐재해위로금을 지급함으로써 피고의 원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성립한다는 전제로 그 권리의 시효소멸을 주장하며 공제의 부당성을 다투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핀 것과 같이 구 진폐예방법상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과 개정 진폐예방법상 진폐재해위로금은 별개의 법적 성격을 갖는 구별되는 금원이나 급여청구권이 아니므로, 설령 피고가 개정 진폐예방법에 따른 진폐재해위로금에 관한 조항을 근거로 들어 위로금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그 당시 구 진폐예방법에 따른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을 청구할 수 있는 법률상 권원이 있었던 이상, 원고는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진폐재해위로금에 관하여 구 진폐예방법에 따른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이라는 법률상 원인으로도 이를 유효하게 보유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지급받은 진폐재해위로금을 두고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부당이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진폐재해위로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있음을 전제로 한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제2처분사유에 원고가 주장하는 위법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라.

이 사건 처분의 취소 여부

1)

행정처분에 있어 수개의 처분사유 중 일부가 적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다른 처분사유로써 그 처분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3. 10. 24. 선고 2013두963 판결 참조).

2)

원고의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 청구권이 시효 소멸하였다는 제1처분사유에 위법이 있음은 앞서 본 것과 같다. 그러나 위법하다고 볼 수 없는 제2처분사유에 의하면, 원고의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더라도 피고는 이미 그 위로금을 전액 지급하여 더 이상 지급할 위로금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므로, 제2처분사유만으로도 원고의 지급 청구를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성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