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7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제출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조건 명시서면 미교부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음에도, 이와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수원시 팔달구 B에 있는 ㈜C 대표이사로서 상시근로자 18명을 사용하여 건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근로시간,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른 휴일, 같은 법 제60조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하고,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제55조에 따른 휴일 및 제60조에 따른 연차유급휴가에 관한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6. 4. 27.부터 2016. 11. 29.까지 근로하고 퇴사한 근로자 D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제55조에 따른 휴일 및 제60조에 따른 연차유급휴가에 관한 사항 등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할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D에게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피고인이 D에게 위와 같은 서면을 교부하였다고 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D는 2016. 4. 27.경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지 못하였고 나중에 2016. 8. 19.경에서야 E 부장으로부터 구두로 계약한 근로조건과 달리 기재되어 있는 근로계약서 초안을 전달받았을 뿐이라고 진술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2016. 7. 5.경 D에게 근로계약서 제출을 요청하였는데, D는 그에 대한 답변으로 근로계약서 교부가 자신의 책임사항이 아니라고 답변하였을 뿐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은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에 비추어 보면,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지 못하였다는 D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피고인은 2016. 4. 27.자로 작성된 D에 대한 근로계약서(증거기록 1책 167쪽)를 제출하였다. 위 계약서가 근로계약 체결 당시 D에게 교부했던 근로계약서로 보인다. 위 계약서에는 D의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D가 인정하지 않는 수습기간 내용 등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소정 근로시간, 제55조에 따른 휴일 및 제60조에 따른 연차유급휴가에 관한 사항 등 근로기준법 제17조에 정하는 사항들은 기재되어 있다.
D는 이 사건 회사에 채용된 다음날인 2016. 4. 28.경부터 2016. 6. 1.경까지 회사 사무실이 아닌 공사현장에서 현장소장으로 근무하였고, 2016. 6. 2.경부터 2016. 8. 9.경까지는 위 공사현장 및 회사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D는 2016. 8. 10.경부터 회사 사무실에 출근하여 그 무렵 E 부장으로부터 근로계약서를 전달받았으나 일부 잘못 기재되었다는 이유로 작성을 거부하였다. 그 후 2016. 8. 29.경 회사로부터 정직처분을 받아 출근하지 않게 되었고,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 해고무효확인 소송 제기 등으로 회사 측과 분쟁이 계속되면서 이 사건 고소에 이르렀다.
이 사건 회사는 상시근로자 18여 명 정도의 직원이 근무하는 규모의 건설회사인데, 피고인은 D를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D에 대해서만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조건을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사용자가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남용하여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제시하지 아니한 채 근로조건의 불확정 상태 하에서 근로자의 근로를 수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회사 측에서 수회 D에게 근로계약서를 제시하면서 서명해 줄 것을 요구한 이상 피고인은 근로기준법 소정의 근로기준의 서면명시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이 법원의 판단
근로기준법 제17조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 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하고, 그 중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및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 유급휴가에 대하여서는 그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여야 한다. 위 근로기준법 제17조는 근로조건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교부하도록 하여 근로자의 법적 지위를 강화하고자 하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으므로(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도11659 판결 참조), 이러한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근로조건의 서면 명시의무는 해당 규정의 문언과 같이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이행되어야 한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근로자 D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아니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D는 채용을 위한 면접을 실시한 후 바로 현장소장으로 부임하여 공사현장에서 근무하기 시작하였다. D가 근무한 공사현장은 파주시 G의 긴급복구공사현장으로서 그 공사의 성격상 현장소장의 부임이 시급하게 이루어졌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D 역시 당심 법정에서 '면접 당시 월 급여가 350만 원이라는 것과 현장에서 생활하여야 한다는 내용만 전달받았다. 우선 현장이 급하다 보니 빨리 사람이 먼저 가야 된다고 하여 첫 출근 후 약 3시간 만에 현장으로 나갔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여 이에 부합하는데, 그 내용이 비현실적이라거나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입사 당시 근로계약서를 제시하면서 서명을 요구하였음에도 D가 별다른 이유 없이 거부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 측 주장을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위와 같은 D의 채용 및 공사현장 투입 경위에 비추어, 근로조건 중 급여나 근무시간 등 필요 최소한의 근로조건에 대하여서만 피고인과 D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졌을 뿐이고, 근로기준법 제17조가 정한 나머지 서면 교부 대상 근로조건에 대하여서는 별도의 의사 합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도 수사단계에서 D를 채용한 근로조건에 대하여, 급여와 근무시간에 대한 내용만을 진술할 뿐, 그 외 근로조건에 대하여서는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못하였다.
D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D에게 근로계약서를 제시하면서 서명을 요구하였다고 하더라도,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근로계약 체결 당시'에는 근로 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앞서 본 근로계약 체결 당시의 특수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근로계약 체결 당시에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아니한 데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은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피고인에 대한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