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4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기간 동안 E에게 휴업지시를 하였을 뿐 재택근무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피고인이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밀린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정한 후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까지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2016. 12. 30.경 E에게 "회사가 어려우니 다음 달부터는 출근하지 말고, 각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텨달라."라고 말하면서 추후 그 기간 동안의 밀린 임금을 모두 지급하겠다고 약정한 사실, 피고인은 그 이후로도 계속하여 E에게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밀린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D 주식회사를 대표한 피고인과 E 사이의 약정에 따라 D 주식회사에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은 임금지급의무가 존재한다고 보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휴업이란 근로자가 근로계약상 근로를 제공할 의사가 있음에도 그 의사에 반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원심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6. 12. 30.경 D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의 부채 증가와 경영난으로 E 등 근로자들에게 '회사가 어려우니 다음 달부터는 출근하지 말고, 각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텨달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E은 그 이후 간헐적으로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으나 P에서 2017. 8.경 27일, 2017. 9.경 20일, 2018. 1.부터 같은 해 10.경 21일 내지 29일을 각 근무하는 등 이 사건 회사에 대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에 의하면 피고인이 지시한 사항이 휴업인지 재택근무인지와 관계없이 E이 2017. 1. 1.부터 퇴직일인 2021. 11. 8.까지의 기간 중 실질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기간 동안은 휴업을 하였다고 판단된다.
근로기준법 제46조 제1항 본문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 사용자는 휴업기간 동안 그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운영하던 이 사건 회사는 상시 5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별표 1]에 의하여 이 사건 회사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46조의 적용이 배제된다. 다만, 위 각 규정에 의하면 14일 이내 임금 지급의무를 정한 근로기준법 제36조와 그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대한 처벌조항인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도 적용된다.
근로계약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4호)으로서 그 성격상 쌍무계약에 해당한다.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당사자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하나(민법 제537조), 쌍무계약의 당사자일방의 채무가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538조 제1항 전문).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에 대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은 사용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E이 상당한 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는 휴업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E의 피고인에 대한 임금청구권은 소멸되지 않는다.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부채나 경영난으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면 근로자들의 일부를 해고하는 등의 수단을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E 등 근로자들에게 휴업을 지시하였다. 피고인은 휴업을 지시한 이후에도 E 등에 대한 4대 보험을 계속 유지하였고, 2017. 7. 25. E 등에게 '지금까지 고통분담을 해줘서 고맙고 반드시 그에 상응한 대가는 지불할 것이다'라는 문자를 보내고, 2019. 6. 26. 밀린 임금의 지급요청에 대하여 '다른 아이템이 잘 되고 있어서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 좀만 기다려라.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내는 등 여러 차례 회사가 정상화되면 밀린 임금을 모두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였다. 피고인은 2021. 1.18.경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들어 F에게 밀린 임금의 50%만 지급하겠다고 하였다가, F이 고용노동청에 신고하자 상시 근로자수가 5인 미만이라는 이유로 퇴직금만 지급하겠다면서 종전 입장을 바꾸었다.
E은 원심 법정에서 '해고를 하고 일이 있을 때만 와서 도와달라고 했다면제가 고등학생, 중학생 두 딸을 키우는 가장인데 어떻게 그 선택을 하겠습니까'라고 진술하였는데, 휴업을 이유로 피고인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임금을 감액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면 굳이 이 사건 회사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E은 휴업지시를 받은 이후에도 월 1회 증권거래소와 분기별 1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BMS(Battery Mamagement System) 장비에 대한 정기점검 업무를 담당하였고, 인천공항, 중소기업은행, 한국가스공사, N은행 등에 BMS 장비를 신규 또는 재설치하였으며, 그 외에도 행정적인 업무가 남아있거나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수시로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출근하였다. 업무 지시와 관련해서도 피고인은 E에게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먼저 물어보거나 양해를 구하지 않고 근로관계가 계속되고 있음을 전제로 곧바로 업무 지시를 하였고, E 역시 수행할 업무의 성격에 따라 사전보고 없이 사무실로 출근하기도 하였다. 이로 인하여 E로서는 다른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사용자가 긴급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다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하여야 할 터임에도 휴업을 지시하면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근로의 제공을 받고, 근로에 대한 임금 외에 휴업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엄격한 요건 아래 해고를 인정하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지위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다만,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기간에 다른 직장에 종사하여 이익을 얻은 경우 이는 민법 제538조 제2항에서 말하는 채무를 면함으로써 얻은 이익에 해당한다. 사용자가 해당 근로자에게 해고기간 중의 임금을 지급할 경우 그러한 이익을 중간수입으로 공제할 수 있다(대법원 1991. 6. 28. 선고 90다카25277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E에 대한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과세내역상 E이 일용소득으로 2017년 22,684,640원을, 2018년 32,830,000원을,2019년 1,135,600원을, 2020년 820,000원을 각 취득하고, 사업소득으로 2019년25,982,744원을, 2020년 8,337,563원을 각 취득한 사실, E이 2017년부터 2018년 사이에 일정 기간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던 사실 등이 인정되고, 여기에 피고인은 E 등에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텨달라'고 하며 E 등이 위 기간 중 다른 수익을 취득한다고 알고 있었던 점까지 보태어 살펴보면, 민사소송 등에서 E이 위와 같이 취득한 소득 합계 91,790,547원(= 위 일용소득 합계 57,470,240원 + 위 사업소득 합계 34,320,307원, 이하에서는 '중간수입'이라 지칭한다)이 민법 제538조 제2항에서 말하는 채무를 면함으로써 얻은 이익에 해당하여 실제 공제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피고인이 중간수입의 지급의무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고 보이고, 이에 피고인에게 54,677,453원(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미지급 임금 합계 146,468,000원 -위 중간수입 91,790,547원)을 초과하는 임금의 미지급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한편, 상시 5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이 사건 회사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46조 제1항 본문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E의 임금 중 위 중간수입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임금지급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E의 중간수입의 구체적인 내역을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임금 전액의 지급을 거절하였으므로, E의 임금 중 위중간수입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에 대해서는 미필적으로나마 피고인에게 임금을 미지급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위 54,677,453원을 초과하는 임금의 미지급에 관하여는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음이 합리적 의 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피고인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임금 중 54,677,453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고, 나머지 미지급 임금 부분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54,677,453원을 초과하는 임금의 미지급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위 부분과 나머지 유죄 부분은 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