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5. 6. 4. 선고 2024노64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1>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아래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1)

피해근로자는 2019. 9. 30.까지 근무한 사실이 없다.

2)

피해근로자는 2021. 4. 1. 피고인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등 지급 청구의 소를 2024. 2. 23. 취하함으로써 자신의 임금 등 채권을 포기한 것이거나, 또는 위 소 취하로 인해 소송계속의 효력이 소급적으로 소멸한바, 피해근로자의 임금 등 채권은 소멸시효기간<2>이 완성되어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되었다.

3)

피고인에게는 임금 등 미지급의 고의가 없다.

4)

피해근로자의 횡령행위로 인하여 재원을 상실하여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므로 책임이 조각된다.

5)

한편, 피고인은 피해근로자를 횡령혐의로 고소하였는바, 해당 사건의 결과를 기다린 뒤 판단을 해 달라는 피고인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판결을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2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 피해근로자는 2019. 9. 30.까지 근무한 사실이 없고, 설령 2019. 9. 30. 퇴사하였더라도 그 전에 퇴사하였다가 복직한 바 있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임금 및 퇴직금 산정이 잘못되었으며, 피고인의 피해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 등으로 피해근로자의 임금채권 등이 상계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피고인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①

피해근로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2019. 9. 30.까지 근무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증인 C의 녹취서 2면, 수사기록 1권 232권 329면 등). 이러한 피해근로자의 진술과 부합하게 피고인 역시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2019. 8. 말경에 피해근로자에게 업무를 마무리 하라고 하였다'(수사기록 2권 329, 331면), '피해 근로자가 2019. 9.에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일은 한 것은 맞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2권 330, 331면). 나아가 피해근로자는 이 법정에서 판시 근무기간에 연속하여 근로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인 C의 녹취서 3면). 이러한 사정 등을 종합하면, 판시와 같이 피해근로자가 근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②

피해근로자와 피고인 사이에 상계 여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사실은 있으나, 상계를 하기로 한 사실은 없다(증인 C의 녹취서 6면).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근로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에 대한 임금은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고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하는 것이므로(대법원 1999. 7. 13. 선고 99도2168 판결 참조), 피고인이 주장하는 여러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근로자에 대하여 판시 임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할 수 없고, 또한 피고인의 피해근로자에 대한 임금 등의 미지급 행위를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

나.

이 법원의 판단

1)

피해근로자의 근무기간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이에 대한 판단을 설시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해근로자의 임금 등 채권의 존재 여부에 관한 판단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해근로자의 피고인에 대한 임금 등 채권은 여전히 존재하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가)

소의 취하는 원고가 제기한 소를 철회하는 법원에 대한 단독적 소송행위로서 소송물을 이루는 실체법상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같은 처분행위와는 다르고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이 있은 후 소를 취하한 자가 동일한 소를 제기하지 못하는 이른바 재소금지의 효과는 소송법상의 효과임에 그치고 실체법상의 권리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므로 재소금지의 효과를 받는 권리관계라고 하여 실체법상으로도 권리가 소멸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1989. 7. 11. 선고 87다카2406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따르면, 피해근로자가 피고인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등 지급청구의 소를 취하하였더라도 피고인에 대한 실체법상 임금 등의 채권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한편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위반죄는 근로자의 사망 또는 퇴직으로 임금 등의 지급사유 발생일부터 14일이 경과하는 때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범죄성립 당시 미지급 임금 등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이상 그 이후 위 채권이 민사상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 여부는 범죄 성립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이 사건 피해근로자의 임금 등 채권의 경우, 퇴직일(2019. 9. 30.)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때 그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으므로, 설령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그 이후 위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은 범죄의 성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3)

임금 등 미지급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미필적으로나마 피해근로자에게 임금 등을 미지급하였다는 사실을 인식하고도, 피해근로자와 별다른 합의 없이 피해근로자가 퇴직한 때로부터 14일 이내 이를 미지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①

2019. 3.부터 2019. 6.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피해근로자가 관리한 이 사건 법무사사무소의 공금 통장(J은행)이 아닌 피고인 명의의 K은행 계좌에서 피해근로자의 딸(L) 명의의 M은행 계좌로 월 350만 원씩 송금되었다. 피고인은 피해근로자의 요청에 따라 그와 같은 방식으로 직접 송금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피고인은 그 이후인 2019. 7.부터 2019. 9.까지는 피해근로자에게 자신이 주장하는 급여 160만 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조차 지급한 바가 없다.

②

피해근로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2019년 집단 등기 과정에서 채권비용 지급하지 못해 경영상 어려워졌고, 그 책임을 피해자에게 같이 지자'라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대질신문에서 '피해자가 퇴직할 당시 이의제기한 적 이외에는 평소 장부 등을 보여주거나 하여 임금이 밀린 사실을 말한 적 없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3> 이를 통해 피해근로자가 퇴직한 시점인 2019. 9. 30.경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 미지급 임금 등에 관한 대화가 오고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③

그렇다면 피고인은 피해근로자의 퇴직 시점에는 미지급 임금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피해근로자에게 사무실 지출 내역이나 결산 서류를 요청한 바도 없었고, 그 무렵 피고인과 피해근로자 사이에 임금 등의 지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대한 정당한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한다(피고인은 피해근로자가 퇴직한때로부터 약 18개월 이후에 제기한 민사소송에 이르러 임금의 액수나 근로기간에 대하여 다투었을 뿐이다).

④

한편, 피고인은 법무사사무소를 운영하는 법무사로서 등기업무나 세금납부업무를 위임한 고객들이 돈을 입금하는 공금계좌(J은행)에 대한 최종적인 권한 및 책임이 있음에도, 경리직원인 피해근로자에게 다른 직원들의 급여지급, 사무소 경비 및 카드 관리를 일임하고, 심지어 피해근로자로 하여금 위 공금계좌에서 급여를 스스로 인출하도록 하였으며,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한 번도 실제 급여지급 상태나 계좌 및 카드내역을 확인한 적이 없다는 피고인의 설명은 피고인의 직업, 경력, 나이에 비추어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4)

책임조각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법리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이나 퇴직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2753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①

피고인은 피해근로자가 이 사건 법무사사무소에서 경리직원으로 근무한 5년 동안 계좌거래내역이나 결산서류 등을 확인한 사실이 전혀 없고, 피해근로자가 이의제기하면서 퇴직한 이후에도 피해근로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 위 서류들을 요청한 바도 없으며, 피해근로자에게 지급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거나 피해근로자와 이와 관련된 성실한 협의를 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이 피해근로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채권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에 대한 임금 등은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초과지급된 임금의 반환채권을 제외하고는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대출금이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5. 12. 21. 선고 94다26721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피해근로자에 대하여 반대채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정은 피고인의 피해근로자에 대한 임금 등 미지급에 따른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나 위법행위를 정당화할 만한 책임조각사유가 될 수도 없다.

5)

관련 형사사건 결과를 기다리지 않은 채 판결을 선고한 원심에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은 1회(2022. 10. 21.), 2회(2023. 2. 22.), 3회(2023. 5. 17.) 각 공판정에서 관련사건의 진행 결과를 보기 위하여 기일 속행을 결정하였고, 피해근로자가 실제로 업무상횡령의 점으로 공소제기된 것은 원심 제1회 공판기일로부터 약 2년 2개월이 경과한 시점(원심 변론종결일로부터는 약 8개월 이상 경과한 시점)이므로, 원심이 관련 형사사건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판결을 선고한 것이 특별히 그 재량 범위를 일탈하여 소송지휘권을 행사한 것이라거나 그밖에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심이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임금 미지급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확정적 고의로 이 사건 범행을 한 것은 아니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행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다른 직원들의 임금 등을 체불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이 피해근로자의 횡령을 이유로 피해근로자를 상대로 제기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의 소에서 손해배상액의 범위를 150,862,101원으로 하는 일부 인용 판결이 선고되었고(울산지방법원 2025. 1. 16. 선고 2021가합14614 판결 참고), 피해근로자가 이 사건 법무사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동안 미지급한 임금 및 퇴직금 합계액 이상의 돈을 횡령하였다는 사실로 2024. 12. 30. 공소가 제기되는 등 이 사건 범행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어 보이는 점 등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나이, 성행, 전과,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기타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