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24. 5. 30. 선고 2022노312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근로자 E, D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고, 설령 피고인을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로 보더라도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의 고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직권 판단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형사소송법 제51조, 제53조, 제56조에 의하면, 공판기일 소송절차에 관하여는 참여한 법원서기관·법원사무관·법원주사 또는 법원주사보(이하 ‘법원사무관등’이라 한다)가 공판조서를 작성하여야 하고, 이 공판조서에는 재판장과 참여한 법원사무관등이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여야 한다. 또한 공판조서에는 공판을 행한 일시와 법원을 비롯하여 모든 소송절차를 기재하여야 하고, 공판기일의 소송절차로서 공판조서에 기재된 것은 그 공판조서만이 이를 증명할 수 있는바, 재판장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누락된 공판조서는 적식의 공판조서라고 할 수 없어 이와 같은 공판조서는 소송법상 무효라 할 것이다(대법원 1983. 2. 8. 선고 82도2940 판결의 취지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심의 2022. 9. 20.자 제11회 공판조서에 재판장의 날인이 누락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와 같이 재판장의 날인이 없는 공판조서는 소송법상 무효이다. 따라서 위 공판조서로는 해당 공판기일에서 적법한 소송절차가 이루어졌다는 증명이 되지 않고, 그 결과 제11회 공판기일에서 이루어진 소송관계인의 변론, 검사의 의견진술, 피고인의 최후진술, 변론종결 등에 관하여 적법한 절차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변론에 의하여 선고된 원심판결은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선고된 판결이라고 할 수 없어 파기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고양시 일산동구 B에서 화훼유통업체인 C(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를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가)

근로기준법위반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함에도, 피고인은 2017. 2. 1.경부터 2020. 4. 15.경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무한 D의 2020년 3월 및 4월 임금 합계 4,100,000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함에도,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7. 2. 1.경부터 2020. 4. 15.경까지 근무한 D의 퇴직금 7,985,600원 및 2016. 3. 21.경부터 2019. 11. 25.경까지 근무한 E의 퇴직금 12,715,959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주 내지 사업경영담당자로서 사용자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를 다툴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①

피고인은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자로 등록되어 있었고, 피고인 명의로 세금계산서 등이 발행되었다. 피고인이 I과의 내부관계에서 I의 지시를 받았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사업장에 관하여 대외적으로 대표자로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②

피고인 명의 계좌에서 D과 E에게 임금이 지속적으로 지급되었고, E의 채용과정에서 피고인과 피고인의 남편인 J가 E을 면접하였으며, D의 채용과정에서 피고인의 남편인 J가 D을 면접하였다. 그 외에 이 사건 사업장의 다른 근로자들도 피고인 또는 J와 면접을 보고 채용되었다.

③

피고인이 이 사건 사업장의 운영에서 배제되었다고 볼 만한 근거는 전혀 없고, 피고인이 실제로 위 사업장에서 근무하였을 뿐만 아니라 남편 J와 함께 근로자의 채용 과정에도 관여 하였고, 다른 근로자들에게 상당 부분 업무를 지시하고 보고를 받기도 하였다. 피고인과 I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중에 I이 이 사건 사업장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지시를 하는 듯한 내용이 발견되나, 큰 틀에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재량을 가지고 업무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 함께 발견되는 점과 앞서 본 피고인의 업무 내용에 비추어 보면 설령 I이 이 사건 사업장의 실제 사업주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위 사업장에 관한 포괄적인 위임을 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④

피고인이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자로 분명하게 등록된 점, 피고인의 계좌에서 계속하여 임금이 지급되어 온 점, 피고인이 업무에 계속하여 관여해 온 점, 피고인과 위 근로자들 사이에 임금지급 여부 및 액수에 관하여 특별한 사실관계의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없었던 점, 피고인이 대외적으로 사용자로서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에 있어서 근거가 되는 사실은 모두 쉽게 확인할 수 있고 피고인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3)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의 유죄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86. 8. 19. 선고 86도1080 판결).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위반죄의 주체는 사용자인바, 근로기준법 제2조는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업주’란 사업경영의 주체를 말하고,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란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1989. 11. 14. 선고 88누6924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5984 판결 등 참조). ‘사업경영담당자’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한다(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5도8364 판결).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44조 제1호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나)

구체적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①

피고인은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자등록 명의인이었으나, 오빠인 I의 직원으로서 I으로부터 급여를 지급받으면서 그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고, I의 사위 E을 비롯한 일부 직원들은 I이 이 사건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경영하고 있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I은 피고인이 퇴사한 이후인 2020. 4. 초경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사업장 관련 모든 지시는 내 말을 따라라’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②

피고인은 2019. 3. 24.경 이 사건 사업장을 퇴사하였고, 근로자 E, D은 그 이후인 2019. 11. 25., 2020. 4. 15.에 각 퇴사하였다. 위 근로자들은 피고인이 자신들보다 먼저 퇴사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피고인이 퇴사 이후에도 위 근로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③

피고인이 퇴사한 이후부터 I의 딸 O과 U이 피고인 명의의 계좌를 관리하였다. I은 O, U에게 자신이 정한 미수금 지불순위에 따라 급여 등을 지급하라고 지시하였고, 그 지시에 따라 2020. 3. 6. E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100만 원이 송금되기도 하였다.

④

U은 피고인이 퇴사한 이후인 2019. 7.경부터 2020. 5.경까지 I에게 이 사건 사업장의 수입 및 지출 사항을 보고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근무 당시 I에게 업무보고를 하였을 뿐 피고인에게 업무보고를 하거나 피고인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

⑤

피고인은 2019년경 I과 O에게 밀린 퇴직금 및 급여의 지급을 계속 독촉하였고, O의 남편인 E도 이와 같은 사정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⑥

피고인은 퇴사 이후에도 이 사건 사업장의 명목상 사업주로 등록되어 있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사업장에서 아무런 업무도 수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E, D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식하기는 어려웠다고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함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나.1)항과 같은바, 제2의 나.3)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윤경(재판장) 황성광 남세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