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판결

전주지방법원 2011. 6. 28. 선고 2010노1461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1)

이 사건 공사계약은 주식회사 D, 주식회사 E(이하 주식회사의 명칭은 생략하기로 한다), 피고인이 공동으로 수주하여 시공하는 공동도급계약의 형태로 이 중 D이 지분율 45%의 주관시공사인 반면 피고인의 지분율은 20%에 불과하므로, 주관시공사인 D이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책임을 지는 외에 피고인까지 그러한 책임을 진다고 할 수 없다.

(2)

피고인과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한 F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은 원심판결 범죄사실 기재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주라고 할 수도 없다.

(3)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2항(제67조 제1호),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219조를 적용하여 처벌하였는바, 위 규칙은 무려 532조에 달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고 그 대부분이 산업안전의 기준을 정하는 규정인바 그 결과 그 방대한 내용의 산업안전의 기준이 모두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2항(제67조 제1호)의 범죄구성요건을 구성하고 있어 처벌대상 행위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 또한 위 규칙 제219조가 규정한 작업계획 작성의무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2항이 규정한 '위험의 방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음이 명백하다.

(4)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작업계획이 작성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사업주인 피고인이 작업계획을 작성하지 않도록 지시하거나 또는 작업계획이 작성되지 않은 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이를 방치한 사실이 없다.

(5)

피고인이 실제 행위자인 G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상의 이유들에 의하면 피고인을 산업안전보건법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할 것임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벌금 1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한 H 개수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와 관련하여 D(지분율 45%), E(지분율 35%), 피고인(지분율 20%, 이하 D, E, 피고인을 합하여 '피고인 등'이라고 한다)이 공동으로 도급받아 이를 시행하게 되었고, 2010. 1. 28.부터는 G를 현장소장으로 선임하여 이 사건 공사 중 제8차 공사를 진행하였다.

(2)

이 사건 공사는 I 중 김제시 J 약 8.3km 구간에 교량, 축제 및 보축 등을 설치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 공사구간의 교각을 설치할 장소는 그 지반이 연약하여 교각을 설치할 하천 바닥에 구멍을 뚫고 강관파일을 땅에 박은 뒤 그 안에 흙과 시멘트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지반을 보강하는 공사가 필요하였다.

(3)

이에 주관시공사인 D은 2010. 2. 24. 위 공사를 위하여 K라는 상호로 중기대여업 등을 운영하는 L로부터 어스오거 1대(M, 이하 '이 사건 어스오거'라고 한다)를 사용기간 2010. 2. 24.부터 2010. 12. 23.까지, 사용금액 일 150만 원으로 정하여 임차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고, 기사 N, 작업반장 F, 보조원 O(이하 'F 등'이라고 한다)를 이 사건 어스오거와 함께 임차하였다.

(4)

F 등은 2010. 3. 2. 14:20경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이 사건 어스오거를 이용하여 지반보강 공사를 하던 중 와이어 꼬임이 발생하여 작업을 중단하고 와이어를 풀었다가 다시 감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이 사건 어스오거에 장착된 오거드릴 부분이 이전에 굴착하였던 구멍으로 낙하하였고, 그로 인해 느슨했던 와이어가 팽창하면서 F의 몸을 가격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가 발생하였다. 이후 F는 119 구급차로 P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사망하였다.

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관시공사인 D만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책임을 진다는 주장에 관하여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공사는 D, E, 피고인이 미리 정한 출자비율에 따라 자금 등을 출연하거나 비용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전체 공사를 공동으로 시행하고 이익배분 및 손실부담도 일정 비율을 정하여 산정하는 공동이행방식으로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공사의 현장소장은 D 직원인 G였으나 E 및 피고인의 직원도 각 1명씩 이 사건 공사현장에 상주하고 있었던 점, ③ 특히 피고인의 직원인 Q가 안전관리자로서 F 등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D이 이 사건 공사의 주관시공사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 공사방법의 결정이나 공사에 관한 지시, 감독 등 위 공사의 수행을 전적으로 D이 한 것이 아니라, E 및 피고인과 공동으로 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의 주관시공사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인과 F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관하여

(가)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가 규정하고 있는 안전상의 조치의무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하는 재해방지의무로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할 것이고(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1264 판결 등 참조), 여기서 실질적인 고용관계 유무는 고용계약이나 도급계약 등 근로계약의 형식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나, 근로의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실질적인 고용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7 판결, 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5도370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1회적 급부 내지 단기간에 걸친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10개월이라는 장기간 동안 이 사건 어스오거를 사용하는 것을 그 급부의 내용으로 하고 있는 점, ② F 등이 이 사건 어스오거의 작동과 관련하여서까지 피고인 등으로부터 지시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작업 시작 전에 현장소장 G 내지 안전관리자 Q가 작업현장의 지형 및 지반상태 등을 확인하고, 이 사건 어스오거를 이용하여 파야할 구멍의 위치, 깊이 및 간격, 작업시 주의할 점 등 작업전반에 대한 지시를 하여 온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반면, 이 사건 사고시점까기 K 측에서는 F 등에게 작업지시를 하거나 그 외의 방법으로 이 사건 공사에 관여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④ 피고인의 직원으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안전관리자 업무를 담당한 Q가 F 등을 상대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안전용품을 지급하기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대차계약 기간 동안은 피고인 등이 K에 갈음하여 F 등을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었고, 따라서 피고인 등과 F 등 사이에는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인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3)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2항 및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219조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주장에 관하여

헌법 제12조 및 제13조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고,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을 의미 하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닌바,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호에 의하여 그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같은 법 제23조 제2항은, 그 법조문의 문언,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이나 입법 취지,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하면 그 의미내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으므로, 위 법조항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보기도 어렵고(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10537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219조의 경우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여 작업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작업계획을 작성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서 그것이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2항이 규정한 '위험의 방지'에 관한 것임이 명백한 이상, 위 규칙 조항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4)

작업계획이 작성되지 않은 것과 관련하여 사업주인 피고인이 이를 지시하거나 알면서 방치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에 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사업주'로서 직접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내용이 아니라, 피고인의 대리인인 이 사건 공사현장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 G가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의 양벌규정에 따라 피고인에게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죄책이 인정된다는 취지이고, 위 G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직접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219조가 정한 작업계획 작성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은 명백하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5)

피고인이 G의 안전조치의무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관하여

피고인이 그 대리인인 G에게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른 작업계획 작성의무를 준수하도록 지시 감독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G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였다고 볼 수 밖에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6)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작업계획 작성 의무 외에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다른 의무들은 모두 준수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사고는 F의 과실 또한 그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인정되나 한편, 산업재해를 예방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하기 위하여 엄격한 기준에 따라 사업주에게 각종 안전조치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및 이 사건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제반 양형의 조건을 참작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세윤(재판장) 강동훈 박설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