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업무상과실치사의 점 및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 주식회사 C의 창원공장(이하 ‘이 사건 공장’이라 한다)에는 이미 근로자들의 통행을 위한 통행로가 설치되어 있으므로, 피고인들<1>이 통행로의 설치에 관한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들은 지게차 운전자에 대한 안전교육 등을 통해 지게차의 제한속도를 정하고 운전자로 하여금 준수하도록 하였으므로, 이 부분 안전조치의무도 위반하지 않았다.
한편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공장 내 도장 작업장과 연마 작업장 사이에서 발생하였는데, 도장 작업과 연마 작업은 서로 구분되고, 작업자들도 겹치지 않으며, 작업 중에 서로 이동할 일이 없으므로 도장 작업장과 연마 작업장 사이의 통로에 근로자들이 이용할 통행로를 만들 필요는 없다.
설령 피고인들이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는 지게차 운전자의 전방주시의무 위반, 제한속도 준수의무 위반 및 수급인인 H이 유도자를 배치하여 보행자의 출입을 통제한 상태에서 지게차의 작업을 하지 않은 과실로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인들로서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및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없었는바, 피고인들의 안전조치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피고인들이 사업장 내에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의 행위를 한 바가 없으므로, 피고인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고의가 없다.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고용한 사업주가 아니므로, 피고인들이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의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① 피고인 B :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② 피고인 주식회사 C : 벌금 3,000만 원, ③ 피고인 D : 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ㆍ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ㆍ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ㆍ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ㆍ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도9188 판결 등 참조).
사업주에 대한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67조 제1호, 제23조 제2항, 제3항 및 제68조 제3호, 제29조 제3항 각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산업안전 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되,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 각 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도9188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들어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그 설시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이들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사건 공장 내 도장 작업장과 연마 작업장은 폭 약 11.5m인 통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도장 작업장과 통로, 통로와 연마 작업장 사이의 공간은 구분되어 있지 않고, 출입을 제한하는 장애물 등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 도장 작업장에서 연마 작업장까지 통로를 통과하여 통행할 수 있다.
한편 H의 대표 A는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주간 근로자들은 도장부스에서 할당된 작업을 마치면 페인트 냄새 때문에 휴식을 위해 연마부스 쪽을 지나 공장 외곽 담 아래에서 휴식을 하였으며, 야간 근로자들도 다르지 않다‘는 취지로 진술<2>하였고(특별사법경찰관 N이 작성한 재해조사 복명서 참조), 원심법정에서도 ’도장 작업장과 연마 작업장 사이의 길을 통행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는 말을 못하겠다. 지게차가 많이 다니는 지역이니까 조심해서 가급적이면 다니지 말고 다니더라도 조심해야 한다고 근로자들에게 이야기 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 E 또한 원심 법정에서 ‘주간에는 인원이 많기 때문에 도장 작업장과 연마 작업장 사이를 통행하는 근로자가 다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연마 부스 아래쪽에 있는 휴게실에서 도장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들이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도장 터치업 부스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기계가 고장이 나거나, 호수 이런 게 터지거나 하는 일이 생깁니다. 터치업 부스에서 터치업만 하는 게 아니고 간단한 연마 정도는 해서 작업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응급조치를 하려고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있다‘고 진술하였는바, 위와 같은 A, E의 각 진술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또는 작업 과정에서 도장 작업장과 연마 작업장 사이의 통로를 건너다니며 통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도장 작업장과 연마 작업장 사이의 공간이 물리적으로 구분되어 있지않고, 기존에 설치된 통행로를 이용하지 않고 지게차가 다니는 통로를 통과하는 근로자들이 많았다면, 피고인들에게는 도장 작업장과 연마 작업장 사이의 통로에 통행로를 설치하고, 지게차 운전자에게 그 통행로 앞에서는 일시정지하거나 서행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할 안전조치의무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며, 이 사건 공장의 규모, 근로자들의 통행 실태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공장에 근로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보행자 통행로가 이미 마련되어 있고 위 통행로를 이용하여 도장 작업장에서 연마 작업장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로서 근로자들이 이용할 통행로를 설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통행로 설치와 관련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A가 수사기관에서 ’E이 지게차 제한속도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E에게 제한속도를 지키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운전자로 하여금 제한속도를 준수하도록 하는 실질적인 안전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특별사법경찰관 N이 작성한 재해조사 복명서 참조).
한편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한 것으로 보이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고의도 인정된다.
피고인들은 지게차가 운행하는 통로를 가로지르는 통행로를 개설하는 것은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에 하역 또는 운반중인 화물이나 그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에 접촉되어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근로자를 출입시켜서는 안된다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72조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위 규정은 지게차 등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를 이용한 작업을 하는 경우 그 작업의 내용에 비추어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다면 해당 장소에 근로자를 출입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지게차 운행 또는 지게차를 이용한 작업이 있는 장소에 대한 근로자의 출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3> 지게차 운행 또는 지게차를 이용한 작업이 이루어지는 장소의 경우에도, 근로자들이 통행을 하거나 통행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 해당 장소에 통행로를 설치하는 것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근로자들의 안전을 유지하는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작업에 따른 위험성이 큰 경우에는 물론 일시적으로 출입을 금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게차 운전자의 전방주시의무 위반 등 다른 여러 원인이 경합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통행로를 설치하고 지게차의 운전자로 하여금 제한속도를 준수하도록 하는 안전조치를 이행하였다면, 지게차 운전자는 통행로 주변을 운행시 주변을 더욱 면밀히 살피는 등으로 사고 발생을 방지하였을 수 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들의 안전조치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한편 피고인들은 이 사건 사고는 수급인인 H이 작업시 통로에 신호수나 유도자를 두지 않은 과실로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인들은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작업 당시 작성된 작업계획서에는 야간에 근무하지 않는 사람이 작업지휘자로 지정되어 있는 등 작업계획서의 내용 자체가 부실함에도 피고인들은 이러한 작업계획서를 검토하거나 보완하지 않았고, H이 이 사건 사고 이전에도 야간 작업시 신호수나 유도자를 두지 않고 지게차 작업을 하였음에도 피고인들은 유도자가 없는 경우 지게차 작업 등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피고인들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이를 이유로 이 사건 사고에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7호에서는 도급인 역시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라고 규정하고 있고,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에서는 운송, 조작, 운반, 중량물 취급, 그 밖의 작업을 할 때 사업주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취해야 하는 조치를 ‘안전조치’라고 명칭하면서, 안전조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도급인은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조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서 위임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은 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면개정되어 제63조가 신설되었는바, 동조는 도급인의 관계수급인에 대한 산업재해 예방책임을 강화하기 위하여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 도급인이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하는 장소를 도급인의 사업장뿐만 아니라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로 확대한 것이다.
위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의 내용 및 체계, 연혁 및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으로 구체화되는 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는 도급인과 근로자를 고용한 수급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및 제38조에 따라 중첩적으로 부담하는 의무라고 봄이 타당하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양형부당은 원심판결의 선고형이 구체적인 사안의 내용에 비추어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벼운 경우를 말한다.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며, 제1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속함에도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제1심과 별로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피고인들이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은 이미 원심의 양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과 양형기준에 변경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그 밖에 이 법원이 피고인 B, D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양형 조건을 다시 면밀히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형은 적정하고, 양형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할 정도로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형훈(재판장) 유원주 전민철
각주1) 피고인 D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지는 않으나, 피고인 주식회사 C의 안전보건관리업무를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자로서 위 피고인이 부담하는 업무상 주의의무의 내용이 피고인 B, 주식회사 C가 부담하는 안전조치의무의 내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므로, 아래에서는 편의상 피고인 D과 피고인 B, 주식회사 C를 구분하지 않고 ‘피고인들’이라고만 한다.
각주2) A는 수사기관에서 ’재해 지점이 근로자가 접근할 수 있고 충돌 위험이 있어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장소이다‘, ’평소 근로자들이 재해 지점을 통행하는 것을 보며 위험하다고 생각하였으나, 그동안 사고가 나지 않아 통로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특별사법경찰관 N이 작성한 재해조사 복명서 참조).
각주3) 또한 작업지휘자 또는 유도자를 배치하고 그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을 유도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장소라도 근로자를 출입시킬 수 있다(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72조 제1항 단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