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판결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2. 11. 11. 선고 2022가합2094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발전사업과 관련하여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분리 설립된 주식회사로서 전력자원의 개발, 발전 및 이와 관련되는 사업의 영위를 설립목적으로 하는 시장형 공기업이고, 원고들은 피고와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소속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들이다.

나.

피고는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일부개정되어 2016. 1. 1.부터 시행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19조 및 제19조의 2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을 앞두고, 2015. 6.경부터 같은 해 8.경까지 피고 전체 근로자 10,130명 중 6,227명(약 61.47%, 2015. 6. 기준)으로 구성된 ‘A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과 단체교섭 본회의 및 임금교섭 특별위원회를 각 7회씩 개최하여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협의를 하였다.

다.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5. 8. 20. 임금피크제 전 직원 도입을 위한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고, 피고는 2015. 8. 27. 이사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노동조합 총회에서 위 노사 잠정합의안이 인준된 후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취업규칙 개정안을 조건부 가결하였다.

라.

이 사건 노동조합 총회에서 위 잠정합의안은 가결되었고(찬성률 61%),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5. 8. 28.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임금 및 직무를 조정하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2016. 1. 1.부로 시행하되,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일반직원은 임금조정기간을 2년으로 하고 1년차는 기준임금 대비 65%, 2년차는 기준임금 대비 60%의 지급률을 적용하며, 청원경찰은 임금조정기간을 1년으로 하고 기준임금 대비 65%의 지급률을 적용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하였다.

마.

피고는 2015. 9. 1. 취업규칙에 임금피크제 관련 규정인 제59조 및 제61조를 신설하고, 위 각 조항을 2016. 1. 1.부터 시행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개정하였다.

바.

피고는 임금피크제 도입의 세부적 내용을 정하기 위하여 이 사건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2015. 11. 13. ‘임금피크제 대상자 관리규정’을 제정하고, 2016. 1. 7. 그 일부 내용을 개정하였다(이하 위와 같은 일련의 절차를 통하여 도입된 임금피크제를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내지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①

피고는 임금이 줄어드는 만큼 근로시간을 단축할지 여부 등 임금피크제 시행의 상세조건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 소속이지만 임금피크제 시행에 반대하는 개별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를 받지 못하였고, 비노조원들과는 개별적인 동의를 받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협상조차 제대로 시도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임금피크제 시행을 통보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는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

②

원고들은 근로계약서에 구체적인 임금은 기재하지 않았으나 해마다 피고로부터 상승된 임금을 지급받아 왔으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일정 수준의 임금 지급에 관 한 묵시적 합의가 존재하고 이러한 합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었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들과 같은 개별 근로자들로부터 임금피크제 시행에 관한 동의를 전혀 받지 않은 채 개별 근로계약보다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였는바, 이러한 경우 취업규칙의 적용은 배제되고, 그보다 유리한 기존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

③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자신들이 맡았던 업무와 비교할 때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하였고, 자신들의 후배들과 비교하더라도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삭감된 임금을 지급하였는바, 이는 연령만으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원고들을 차별한 것으로 헌법 제11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6조,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배되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8조가 규정하는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기존과 동일한 강도로, 동일한 시간의 노동을 제공받은 기간 동안 합리적 이유 없이 삭감된 임금이 아니라 기존의 근로계약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는바, 피고는 2020. 4. 7.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대상자들에게 삭감된 임금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근로시간을 조정하였으므로, 원고들은 피고에게 2020. 4. 7. 전 미지급 임금에 대한 일부청구로서 별지 2 기재 각 해당금액의 지급을 구한다.

3.

판단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의 절차상 하자 존재 여부

취업규칙의 작성ㆍ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서 취업규칙을 작성ㆍ변경할 수 있고, 다만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고 할 것인바, 그 동의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근로자의 과반수라 함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집단의 과반수를 뜻한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취업규칙을 변경하여 시행하는 것으로서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절차적 요건을 구비하여야 한다.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필요하고, 이 사건에서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피고 전체 근로자 10,130명 중 과반수인 6,227명(약 61.47%, 2015. 6. 기준)으로 구성된 이 사건 노동조합 총회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관한 안건이 가결되어 위와 같은 절차적 요건을 구비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 밖에 이러한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에 앞서 취업규칙 시행에 관한 상세조건을 미리 확정하여야 한다거나, 그 시행에 동의하지 않는 근로자들 또는 비노조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를 받아야한다고 볼만한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사전에 상세조건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개별적인 동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만으로 위 취업규칙에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개별적인 동의를 받지 않아 취업규칙 적용이 배제되고, 기존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한다.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라고 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97조를 반대해석하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 부분은 유효하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우선하여 적용된다.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참조).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4조, 제94조 및 제97조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는 것이고,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0다232136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을 제8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들은 개별 근로계약에서 임금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채 단체협약 제55조 제1항의 ‘직원의 급여에 관한 제반 사항은 회사 보수 규정 및 동 세칙에 따른다’는 규정 및 기존 취업규칙 제76조의 ‘직원의 보수는 보수규정에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규정에 따라 보수규정에서 정한대로 임금을 지급받아 온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들은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로서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적용되고, 원고들의 근로조건 중 임금에 관한 부분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내용으로 하는 취업규칙의 개정, 시행으로 이와 연동해 변경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반면 통상적으로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매년 증가된 임금을 받아왔다는 점만으로 임금 지급에 관한 묵시적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개별적인 동의가 없더라도 원고들에게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다.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인지 여부

1)

관련 법리

가)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성별․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근로기준법 제6조). 여기에서 ‘차별적처우’란 사용자가 근로자를 임금 및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의미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당해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참조).

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은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동일 가치의 노동’이라 함은 당해 사업장 내의 서로 비교되는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것을 말하고, 동일 가치의 노동인지 여부는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하여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62193 판결 참조).

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하므로, 취업규칙이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 등과 관련하여 근로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경우 이는 무효이다.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의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무효인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정년퇴직일로부터 1년 또는 2년 이전의 시점에 달한 일정한 연령의 근로자들은 개별적인 업무성과 등에 관계없이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이 감액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을 제11 내지 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의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로 연령차별을 한 경우일 뿐만 아니라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헌법 제11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6조,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및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등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취지의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임금피크제의 도입 경위 및 절차

(1)

기획재정부는 2015. 5. 7.경 모든 공공기관에 정년 연장에 따른 고령 근로자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하여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였다. 한편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

공공기관인 피고는 정부의 위와 같은 권고에 따르면서도 그 과정에서, 위 관련 법령에 따라 이 사건 노동조합과 임금피크제의 시행 여부,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지급률 및 적용기간 등에 대하여 충분히 협의한 뒤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였다. 이와 같은 임금피크제 도입 경위에 더하여, 노사 간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체결된 단체협약은 그 협약의 내용이 강행규정에 위반되거나 절차상 하자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를 최대한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부 불이익한 측면이 있다고 보더라도 그 자체가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또한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결과적으로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기존보다는 더 많은 임금을 지급받게 되었으므로 임금피크제 시행이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한 조치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나)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의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사유

(1)

고령 근로자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기 위하여 2008. 3. 21. 법률 제8962호로 ‘사업주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임금 등을 차등 지급해서는 아니 된다.’라는 내용의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가 신설되었다. 다만 같은 법 제4조의5도 신설하여, ①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연령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 ② 근속기간의 차이를 고려하여 임금이나 임금 외의 금품과 복리후생에서 합리적인 차등을 두는 경우, ③ 고령자고용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을 설정하는 경우, ④ 고령자고용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에는 제4조의4에 따른 연령차별로 보지 않는 것으로 정하였다.

또한 위 각 조문의 신설 경위에 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는 ‘고령자고용법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에 연령차별로 보지 않음. 이는 특정 연령층과 관련하여 현재 존재하는 차별의 시정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적․사회적 차원의 우대조치로 인해 연령에 따른 대우의 차이를 정당한 것으로 하기 위한 것으로 보임. 예컨대 정년연장을 위한 임금피크제, 정년 이후의 재고용 지원 등의 조치를 취한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음. 이와 같이 다른 연령집단에는 존재하지 않는 특정 연령집단에 고유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우대조치는 차별의 예외로 인정하여야 할 것임’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2)

이와 같은 관련 규정 내용과 그 개정 경위에 비추어 보면, 사업주가 정년 연장을 위하여 임금피크제나 정년 이후의 재고용 지원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고령 근로자의 고용유지 및 안정에 기여하였다면, 이러한 조치는 모두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 해당하여 같은 법 제4조의4에 따른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앞서 본 고령자고용법 각 조문의 제․개정 경위, 특히 고령자고용법 제19조 개정에 따른 일괄적인 법정 정년 연장으로 인하여 사업주의 인건비 상승 부담이 당연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를 완화하거나 보전해 줄 수 있는 제도의 시행도 수반되어야 함은 분명한 점, 관련 법령에서도 위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이 시행되기 이전(2013. 5. 22. 개정된 고령자고용법 제19조 개정 규정의 공공기관 등에 대한 시행일은 2016. 1. 1.이다)에 이미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 조치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으며(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 참조), 위 개정 규정 시행 무렵에는 고용보험법 시행령에 제28조의2를 신설하여 위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시행과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조치를 다시 한 번 명시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나 정부의 임금피크제 지원금 제도 등은 모두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을 위하여 이루어진 조치로서, 위 고령자고용법 제19조 개정에 따른 법정 정년 연장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특정 연령집단인 고령 근로자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에 해당한다고 봄이 옳다(이처럼 60세로의 정년 연장의 법적 의무화 개정 경위와 그 시행을 위하여 도입된 여러 필수적인 관련 조치들의 상호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고, 근로자에게 유리한 정년 연장 등은 그대로 두고, 외관상 근로자에게 불리하다는 사정만으로 임금피크제는 연령차별이라며 무효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다)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1)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기존 정년인 만 58세 이전 근무로 인한 임금이 삭감되지 않으면서도, 당초에는 존재하지 않던 만 58세 이후 근로의 제공 및 임금 수령의 기회가 생겼으므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이익을 얻게 되었다. 따라서 원고들이 정년 연장과 이에 따른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인하여 기존에 비하여 어떠한 경제적 불이익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

(2)

기획재정부가 배포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제11호증)에서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의 능력과 경험이 기관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합한 직무를 개발하여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권고적인 내용이어서 이로써 피고에게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에게 반드시 별도직군을 부여하거나 업무강도를 경감하여 줄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이 사건 합의에서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에게 별도의 직무를 부여하거나 업무강도를 경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지 여부 등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이처럼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에게 반드시 별도직군을 부여하거나 업무강도를 경감하여 줄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직후 피고가 원고들에게 별도의 직무․보직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또한 이 사건과 같이 정년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된 사안에 있어서는,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볼 수 있으므로,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에 관한 명시적인 저감조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 볼 수 없다.

(3)

위와 같이 법적 의무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피고는 대상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라 개인별 희망과 경력 및 인력 운영 현황 등을 고려하여 원고들을 포함한 임금피크제 대상자 전원에게 별도 직무를 부여하였다. 구체적으로 피고는, ① 청원경찰 직무에 근무하던 대상자들에게는 기존 4조 3교대로 이루어지던 교대근무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통상근무로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② 경비지원업무, 사옥 및 사택관련 조경 및 조경시설물 유지보수지원 등의 조경관리업무, 기타 대상자들의 희망사항과 경력에 적합한 업무 등을 수행하는 별도 직무를 부여하였다.

피고는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에게 월 단위로 최소 60,000원에서 최대 675,000원의 역할급을 지급하였고(임금피크제 대상자 관리규정 제15조, 제16조, 별표 3), 정년연장 진입 직원의 신규 직무에 대한 빠른 적응과 퇴직 후 바람직한 미래설계를 위하여 신규직무역량 강화 및 퇴직 후 생애 균형설계 전략수립에 관한 정년연장자 변화관리 교육을 실시하고, 이에 대한 교육비를 지원하기도 하였다. 또한 피고는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대하여 임금피크기간 만료에 따른 퇴직 전 3개월 이내 회사에 출근함이 없이 개인별 교육계획에 따른 사회 재취업, 사회적응 등을 위한 자기주도형 사내외 교육을 실시하는 내용의 ‘아웃플레이스먼트 교육’을 시행하기도 하는 등 임금 삭감으로 인한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라)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일반적으로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정년 연장에 따른 급격한 인건비 상승 부담이 경감되고, 간접적으로는 근로자 신규채용이 증가되거나 적어도 유지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 피고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인하여 퇴직이 연장된 자를 별도 정원으로 포함시켜 기획재정부에 협의를 요청한 뒤 협의가 완료된 별도 정원을 반영하여 신규채용을 확대하고 그 인건비를 임금피크제 절감재원으로 충당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은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 달성에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 위반 여부

(1)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의 원고들 자신들을 그 비교대상으로 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후로 원고들이 제공하는 노동은 그대로임에도 불구하고 시행 후의 임금은 시행 전보다 삭감되었으므로, 이는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이라 함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 근로자 개인의 개별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근로 제공의 시점과 상황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 그 가치가 같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대하여는 같은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이지(즉 같은 시기에 같은 근로환경에서 같은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는 서로 다른 근로자나 근로집단 사이에서 임금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근로 제공의 시기나 주변 여건의 변화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제공되는 근로의 내용이나 제공하는 근로자가 동일하다면 기존의 임금이 계속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에 제공된 원고들의 근로와 시행 후에 제공되는 원고들의 근로는 그 근로 제공의 시기가 다를 뿐만 아니라, ‘60세 정년 법정 의무화’라는 근로환경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비교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원고들의 주장대로라면, 근로 내용의 차이가 전혀 없음에도 매년 임금이 인상되는 것이나 회사의 경영 실적에 따라 임금이 변동되는 것도 모두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 위반이라는 것이어서,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또한 원고들은 임금피크제 시행 당시 원고들과 동일 직급, 동일 직군에 종사하고 있으면서도 출생연도의 차이로 원고들과 같은 시기에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지 않아 기존 임금을 그대로 지급 받은 피고의 다른 근로자들을 그 비교 대상으로 하여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위반하였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다. 이에 관해서 보건대,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원칙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나(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참조),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 유지 및 안정을 위한 정년 연장에 있어서 필요한 조치로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 및 제19조의2 제1항 등 관련 법령에서도 이를 예정하고 있는 점, ② 그 도입 경위에 있어서도 근로자에게 유리한 ‘60세 정년 법정 의무화’와 함께 이루어져 이 사건 임금피크제만을 두고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점, ③ 아직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에 도 달하지 않은 다른 근로자들도 결국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원고들과 다른 근로자들 사이의 상대적 불이익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의 필요성이나 합리성을 부정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음은 마찬가지이다.

라.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절차상 위법이 존재한다거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강행규정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할 수 없고, 달리 원고들의 임금 산정에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배제할 근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미지급 임금 청구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윤(재판장) 강민기 김재승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