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5. 10. 28. 선고 2025노286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의 아들 Q가 피고인으로부터 사업을 배워 E를 설립하였는데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탓에, 피고인은 E 운영에 대해 조언을 하거나 도움을 준 것일 뿐 대표자의 지위에서 E를 운영하는 사용자가 아니다. 피고인과 Q에 대한 호칭은 C에서 하던 습관 때문이고, Q가 근로계약 및 E 사무실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사업자금 대출을 받은 사실을 보더라도 E의 실질적 운영자는 Q이다.

또한 F은 C 재직 당시 합의하여 퇴직금 명목으로 매월 급여의 10%를 급여에 포함하여 지급받았으므로, 퇴직금에 대한 중간정산이 완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의 사용자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라 한다) 제44조 제1호, 제9조 제1항의 주체는 사용자이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의 "사용자"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사용자를 말한다(퇴직급여법 제2조 제2호).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위반죄의 주체는 사용자로서, 근로기준법 제2조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사업주'란 사업경영의 주체를 말하고,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4도15915 판결 등 참조).

2)

퇴직금 분할지급 약정의 효력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지급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지급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7다290613, 290620 판결, 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다만 위와 같은 퇴직금 분할지급 약정이 퇴직급여법 제8조 제2항 소정의 합법적인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 유효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인데(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77006 판결, 위 대법원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퇴직급여법 제8조 제2항은 "사용자는 주택구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근로자가 요구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해당 근로자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정산하여 지급한 후의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은 정산시점부터 새로 계산한다."고 규정하고, 이에 근거한 퇴직급여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이러한 중간정산의 사유를 무주택자의 주택구입이나 전세금·임차보증금, 부양가족의 요양, 임금피크제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나.

구체적 판단

1)

F의 사용자: 피고인

원심 및 당심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C의 대표자이자, E의 실제 경영인으로 사용자에 해당하므로, C에서 2010. 10. 15.부터 2019. 10. 31.까지, E에서 2019. 11. 1.부터 2023. 1. 15.까지 각 근무한 F에게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및 퇴직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된다. 결국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인은 C의 대표자였던 자로, 2019. 10. C을 폐업하였다. 피고인이 C을 폐업할 당시 위 사업장에 H, R, S, G, F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 중 H, G, F이 2019.11. 피고인의 아들인 Q가 설립한 E로 이직하였다. 위 근로자들은 형식적으로는 E와 새로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근무장소가 변경되고, 명의상 대표자가 Q로 변경된 외에는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고, 피고인이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 권한을 계속 행사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②

F과 Q 사이의 카카오톡 대화내역(증거기록 41, 42쪽)에 의하면, Q가 F에게 2020. 11. 9. "형 저 아침 공장가는길에 사장님하고 T 들렀다 갈 것 같아요", 2022. 11.26. "형ㅋㅋ 6호기 기계 꺼졌는데 이거 다 끝난거에요? 사장님이 물어보래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Q는 피고인을 '사장님'으로 지칭하고, F을 '형'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피고인의 지시 아래 업무를 수행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현장에서 설계 업무를 하지만 자금 관련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진술하면서도, 근로자 채용 및 급여 결정은 Q가 하는데, 임금수준에 대해서 자신에게 물어본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61쪽). 이에 더하여 E 퇴직근로자 J(2020. 7. 27.부터 2023. 1. 27.까지 근로)를 상대로 한 근로감독관의 전화 등 사실확인내용에 의하더라도, J가 재직 당시 Q에게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차액분 지급을 요청하자, Q가 피고인과 얘기해보겠다는 투로 말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된다(증거기록 103쪽).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권한과 책임이 피고인에게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④

C, E에 모두 근무했던 직원 G 또한 근로감독관과의 전화통화에서 C, E 모두 피고인이 운영하였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5쪽), F과 C, E에 근무한 직원 H, 공장장J 사이의 각 통화 녹취록(증거기록 202쪽 내지 222쪽)을 보더라도, F이 E의 실질적인 사장은 피고인이고, Q는 이른바 바지사장이라는 취지로 말하자, H, J 모두 이를 부정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이 E로부터 대표자로서의 급여를 수령한 사실이 없고, Q가 대표자의 지위에서 보수를 받았다고 주장하나, 급여대장(증거기록 234쪽 내지 271쪽)에 의하면 피고인은 2020. 6.부터 2021. 9.까지 월 3,000,000원, 2021. 10.부터 2023. 6.까지 월 4,450,000원(2023. 4.에는 5,000,000원을 수령하였다)씩 급여를 수령한 데 비해, E에서 Q에게 급여 또는 사업장 소득의 일부를 입금하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할만한 자료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284쪽).

⑥

F은 E에서 사용하던 전자기록을 손괴한 혐의 등으로 대구지방법원 2023고약 13056호로 벌금 2,000,000원의 약식명령이 청구되었는데, 그 피해자가 피고인으로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340, 341쪽). F은 피고인과 Q를 상대로 임금, 퇴직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제1심에서 승소판결을 선고받았으며, 항소심 계속 중이다(대구지방법원 경산시법원 2025. 5. 14. 선고 2023가소36927 판결, 대구지방법원 2025나302608).

⑦

결국 E는 대표자가 Q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피고인이 C과 동일하게 E의 근로자들에 대한 지휘·감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이와 같은 동일한 업무구조, 호칭 등으로 인하여 근로자들은 별개의 사업체에 소속되어 근무한다는 인식이 없었고, 이는 C, E가 실질적으로 구분되지 않고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되었음을 추단할 수 있는 점, 결국 F을 포함하는 근로자들은 실질적으로 C과 E 사이에 구분 없이 피고인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였음에도 형식적으로 사업자의 요구에 의해 별도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급여를 수령한 외관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이 F의 사용자라고 봄이 상당하고, F이 피고인에게 고용되어 C에서 2010. 10. 15.부터 2019. 10. 31.까지, E에서 2019. 11. 1.부터 2023. 1. 15.까지 각 근로하였으므로, F은 2010. 10. 15.부터 2023. 1. 15.까지 근로기간의 단절 없이 계속 근로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2)

퇴직금 분할지급 약정의 존부 및 효력

한편, 피고인은 C 근로자들과 퇴직금 분할지급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당시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분할지급에 대한 합의가 있었음을 증명할 객관적 자료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설사 퇴직금 분할지급 약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퇴직금 분할지급 약정에 따라 월급에 퇴직금 명목의 돈을 분할지급하여도 이는 근로자가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결과가 되어 강행법규에 위배되므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원칙적으로 부정되는바(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은 퇴직급여법 제8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각호가 정한 무주택자의 주택구입이나 전세금·임차보증금, 부양가족의 요양, 임금피크제 등 퇴직금 중간정산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사유에 관한 주장·입증은 없이 단지 퇴직금 명목으로 매월 급여의 10%를 급여와 함께 분할하여 지급하였다고만 주장하고 있으므로, 피고인 주장의 금전 지급이 유효한 퇴직금의 지급이라고 볼 여지가 없다.

3.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성열(재판장) 이은정 김양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