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6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이 사건 공소사실의 전제는 피고인이 B 주식회사(이하 'B'이라 한다) 소속 현장소장이라는 것이나,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2018. 4. 9.) B에 고용되기 전이어서 아직 현장소장이 아니었고, 도급사인 주식회사 C(변경전 주식회사 D, 이하 'D'이라 한다)의 현장소장인 E의 부탁으로 공사를 착공하기 전에 자재 반입을 확인하기 위하여 공사현장에 들렀을 뿐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공사 현장의 위험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나 책임이 없다. 나아가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작업지시를 한 바 없고, 대표자인 피해자 스스로 결정해서 작업을 강행한 것이므로, 그 책임을 피고인에게 물을 수 없다.
B은 원수급자인 D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도급받았고, 피해자는 B으로부터 재하도급을 받은 I의 대표이므로, B과 피고인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이 적용될 수 없다.
이 사건 사고는 면허가 없는 피해자의 포크레인 운전 미숙으로 인한 과실 내지 부주의로 인한 것이므로, 안전시설 등 조치 미흡과 이 사건 사고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이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직권판단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원심의 심판대상이었던 피고인의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을 아래 제3의 나항의 '1)변경된 공소사실' 기재의 내용으로 변경하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원심판결에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이에 관하여 살피되,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은 변경된 공소사실을 전제로 판단하기로 한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에 관한 판단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인정할 수 있다.
D은 주식회사 Q으로부터 G 예산사업소 채석단지 산지복구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수급하여 2018. 3. 26. 위 공사를 다시 전문건설업체인 B에 하도급하였다. B은 2018. 4. 3.경 위 공사에 관하여 녹생토(PVC 능형망) 납품 및 설치를 I을 운영하는 피해자에게 하도급하였다.
B은 피고인이 위 공사를 수주해 오면 피고인을 현장소장으로 채용하기로 약정하였고, 피고인은 2018. 3.경 하도급 공사 발주 설명회에 B 소속 담당자로 참석하였다. B이 위 공사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이후 피고인은 기존에 거래해 본 적이 있는 I을 운영하는 피해자에게 직접 접촉하여 녹생토(PVC 능형망) 납품 및 설치에 대한 견적서를 받고 하도급공사 현장 답사 일정을 논의하였으며, I 담당자의 현장 답사시 현장소장으로서 안내하면서 공사에 관한 설명을 하거나, 공사 착공 전부터 D의 현장소장을 만나 회의를 하기도 하였다. 피고인이 2018. 4. 3.경 직접 피해자와 공사액에 관하여 협의하고 재하도급 계약을 체결하였다.
D은 그물망과 녹생토를 제공하고(비용을 부담) 공사를 전체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B은 위 공사 현장을 직접 관리, 감독하면서 공사를 수행하는 역할을 하였는데, 피고인은 B 측의 현장소장으로서 현장업무 전체를 수행하였고(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B 대표 N는 계약서 작성 등의 업무를 수행할 뿐 현장에 직접 오지 않고 현장관리는 피고인에게 맡긴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D의 E이나 B의 대표 N, 현장인부들도 피고인을 B 소속 현장소장으로 인식하였다(피고인 스스로도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사고 당시 자신이 B의 현장소장이라거나 현장소장의 역할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자신이 2018. 4. 10.부터 B에서 근무한 것임에도, N가 수사기관 등에서 피고인이 2018. 4. 1.부터 B에서 일했다고 진술하고 2018. 4. 1.자로 소급하여 신고된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법원을 기망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혐의로 N를 고소하였으나, 위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전부터 현장소장으로서의 업무를 담당하여 수행하였고, E 등의 진술에 비추어 보더라도 사건 당시 현장소장임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이 사건 공사일정상 2018. 4. 9. 자재하역이 이루어지고 그로부터 2일이나 3일 후 설치작업에 들어갈 예정이었고(피고인은 자신의 책임이 없다는 이유 중 하나로 2018. 4. 9.이 공사의 착공 전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본격적인 설치작업이 들어가기 전 자재하역작업이 이루어지는 시기를 공사 기간에 포함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고 피고인 스스로 수사기관에서 2018. 4. 9.이 공사시작 첫날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이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직접 불러서 사건 당일인 2018. 4. 9. 피해자가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오게 되었다.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2018. 4. 5.경 통화내역을 보면, 피해자가 공사현장에서 포크레인으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인지 묻자 피고인은 길이 있어 포크레인을 몰고 자재하역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하는바, 2018. 4. 9. 공사현장에서 포크레인을 사용한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 예정되었거나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2018. 4. 9. 아침 일찍 도착한 피해자는 오후에 다른 곳을 가봐야 한다고 하면서 자재를 채석단지에 배치하기 위하여 옮겨놓겠다고 하여 피고인은 이를 허락 내지 용인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작업이나 운전이 미숙하다고 인식하였고, 이에 피해자에게 이를 지적하기는 하였으나 적극적으로 작업을 말리거나 중지시키지 아니한 채 비탈길에서 포크레인을 이용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대로 공사현장을 이탈하였다.
이 사건 공사현장의 진입경사로에는 그 낙폭이나 추락 위험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표시나 안전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피해자는 자재를 적재한 후 포크레인을 운전하던 중 경사로 아래 비탈로 추락하여 사망하였다.
업무상과실치사의 점
변경된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8. 4. 9.경 10:00경 충남 예산군 F 소재 'G 채석단지 복구공사' 현장에서 피해자에게 pvc능형망 자재를 채석단지에 배치할 것을 지시하고, 피해자는 포크레인을 운전하여 위 pvc능형망(더미당 1.2톤 가량)을 포크레인에 적재한 후 위 채석단지에 배치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위 채석단지는 포크레인 이동로의 폭이 넓지 아니하고 경사가 있으며 절벽면과 맞닿아 있어, 포크레인의 운전자가 작업 중 비탈 아래로 추락할 위험이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현장을 관리하는 피고인으로서는 작업장에 안전펜스, 추락방지망 등 안전시설물을 설치하여 포크레인의 진행방향을 유도하고, 포크레인 인근에 유도수를 배치하여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함으로써 피해자가 추락하는 사고를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한 채 포크레인 운전에 미숙한 피해자가 포크레인을 가져와 운전하여 채석단지까지 PVC 능형망 배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하였음에도,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현장을 이탈한 과실로, 피해자가 포크레인 운전 중 제한된 시야로 인하여 포크레인과 함께 경사로 아래 비탈로 추락하게 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같은 날 현장에서 두부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구체적 판단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서의 주의의무는 법령상 의무뿐만 아니라 조리상 의무도 포함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요구하는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도 관리·감독업무 등에 관한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09도13252 판결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과 원심이 인정한 사정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피고인의 지위, 역할, 이 사건 사고 전후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그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공사가 착공된 첫날인 2018. 4. 9. 이 사건 공사를 담당하는 B의 현장소장으로서 공사현장을 지휘하고 현장인부들의 안전 및 보건관리를 총괄할 책임과 지위를 가진 안전보건관리책임자임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공사현장에서 작업이 끝날 때까지 상주하면서 안전한 환경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방호조치 등을 지시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나아가 피고인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인식하였음에도,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작업이 계속되도록 그대로 방치하거나 용인하였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는바, 위와 같은 피고인의 주의의무위반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된 원인이 되었다고 인정된다. 가사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고, 작업 도중 피해자에게 작업을 만류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그 작업을 중지시키지 않고 피해자가 포크레인을 운전하여 비탈길을 올라가는 것을 용인하였음에도 아무런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고 일체의 안전관리를 하지 않은 채로 현장을 이탈한 이상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한다.
따라서 이 부분 원심판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
공소사실의 요지
사업주는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토사ㆍ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 그 밖에 천재지변으로 인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구체적으로는 작업발판 및 통로의 끝이나 개구부로서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안전난간, 울타리 등의 방호조치를 충분한 강도를 가진 구조로 튼튼하게 설치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8. 4. 9.경 B의 사용인으로서 위 채석단지 복구공사 현장의 채석장 진입경사로에 위와 같은 방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구체적 판단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6. 6. 2. 선고 2006도265 판결 참조).
구 산업안전보건법(2018. 4. 17. 법률 제155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산업안전보건법'이라고 한다) 제66조의2, 제23조 제3항 위반죄는 사업주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할 재해방지의무를 전제로 하므로, 사업주와 근로자와의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실질적인 고용관계' 유무는 고용계약이나 도급계약 등 근로계약의 형식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고, 정식으로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근로의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그는 근로기준법 제2조 소정의 근로자에 해당하여 사업주의 재해방지의무의 보호대상이 된다(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7 판결, 대법원 2020. 9. 24. 선고 2017도4192 판결 등 참조).
비록 이 사건은 검사가 피고인을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위반죄로 기소하면서도 벌칙규정을 동법 제66조의2가 아니라 제67조[행위자 처벌규정(피고인은 사업주가 아니라 행위자이다)은 동법 제71조로 같다]로 기소하기는 하였으나,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제1조), 산업안전 보건법 제23조 제3항은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등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산업안전보건법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또한 명시적으로 '근로자'에게 위험이 있거나 그러한 우려가 있는 경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사업주가 취하여야 할 조치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법의 문언적 내용 및 규정체계, 입법취지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벌칙규정 역시 재해방지의무의 보호대상을 근로자로 전제하고 있고, 근로자에 대해서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에 책임을 물으려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검사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업무상과실치사의 점과 관련하여 안전 확보를 위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는 등의 주의의무위반을 하였다는 점을 넘어 산업안전규칙에서 정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해방지의무의 보호대상으로서 실질적인 고용관계에 있는 근로자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근로자가 작업하는 현장을 이탈함으로써 이를 방치 또는 용인하였다는 점을 증명해야 할 것인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와 같은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피해자는 B과 재하 도급 계약을 체결한 I의 대표로, 피고인이나 사업주와 근로관계에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대해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도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