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등법원판결

부산고등법원 2020. 6. 4. 선고 2019노660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A을 징역 10개월에, 피고인 B을 판시 범죄사실 중 2018고합186의 제1항의 죄에 대하여 징역 1개월에, 나머지 판시 각 죄에 대하여 징역 9개월 및 벌금 4,000,000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 B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 B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다만 피고인 B에 대하여는, 판시 범죄사실 중 2018고합186의 제1항의 죄에 대한 형은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간, 나머지 판시 각 죄에 대한 징역형은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각 그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B에 대하여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B의 C, D, E, F, G, H, I, J, K에 관한 각 근로기준법 위반의 점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의 점에 관하여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원심판결 중 위 공소기각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 B과 검사 모두 항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항소가 제기되지 아니한 공소기각 부분은 그대로 분리, 확정되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A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가)

사기의 점에 대하여

(1)

피해자 P에게 '5,000만 원을 빌려주면 금방 갚겠다.'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 A이 피해자 P으로부터 받은 5,000만 원은 단순한 차용금이 아니라 일종의 경영지원금으로, 경영지원금은 통상 해당 업체와 거래 종료 시 반환할 것을 예정하고 있어서 이를 곧바로 변제하지 않았다고 하여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없다. 또 피고인 A이 최종적으로 위 돈을 변제하지 못한 것은 사후적인 병원의 경영난 때문으로 피고인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도 볼 수 없다.

(2)

검사는 이 부분 공소사실과 의약품 편취 공소사실을 합쳐 하나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로 공소를 제기하였는데 원심은 공소장변경의 절차 없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의약품 편취 공소사실과 나누어 별개의 범죄로 인정하였고, 이 부분 공소사실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의 성부에 관하여 주문 및 이유에서 그 무죄의 설시를 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이러조처는 피고인 A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법하다.

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점에 대하여

(1)

피고인 A은 처음부터 피해자 P을 기망하여 의약품을 편취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병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금 사정이 악화되어 사후적으로 변제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였을 뿐이므로 피고인 A에게는 편취의 고의가 없었다.

(2)

설령 피고인 A에게 편취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의약품 대금 전액이 결제된 부분에 대하여는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고, 피고인 A이 M한방병원에서 퇴직한 이후부터(2017. 5.경부터 2017. 6.경까지) 공급된 의약품은 피고인 A의 관여 없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 A에 대하여 선고한 형(징역 1년 6개월)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B

원심이 피고인 B에 대하여 선고한 형(징역 6개월, 징역 1년 및 벌금 5,000,000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판단

가.

피고인 A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소극적 행위를 말한다.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허위표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려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거래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고, 그럼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는 것은 고지할 사실을 묵비함으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도7828 판결 등 참조).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고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3. 26. 선고 95도3034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확실한 변제의 의사가 없거나 차용 시 약속한 변제기일 내에 변제할 능력이 없는데도 변제할 것처럼 가장하여 금전을 차용한 경우에는 편취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1983. 8. 23. 선고 83도1048 판결 등 참조).

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M한방병원은 피해자 P과 의약품 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동업 형태의 사무장병원으로 위법하게 운영되고 있었고, 그로 인해 피고인들이 수사 및 형사재판을 받을 위험성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100억 원에 육박하는 부채와 만성적인 영업손실로 인하여 적자가 누적되고 있었으며, 영업손실을 타개할 만한 별다른 대책도 없었는바, 피고인들은 이러한 사실들을 고지하였더라면 M한방병원과 의약품 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피해자 P에게 M한방병원의 위와 같은 운영상황 및 재정상태에 관하여 제대로 고지하지 아니한 채 마치 차용금을 금방 변제할 수 있고 의약품 대금도 정상적으로 결제할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 P을 기망하였고, 이에 피고인들에게 5,000만 원을 대여하거나 의약품을 공급하더라도 금세 그 차용금과 의약품 대금을 변제받을 수 있다고 믿은 위 피해자로부터 차용금 5,000만 원과 의약품을 교부받음으로써 이를 편취하였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 A에게는 피해자 P과 의약품 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 차용금과 의약품에 관한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이 부분 피고인 A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인들은 U와 함께 피고인 A이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업의 형태로 사무장병원을 개설·운영하기로 공모하였고, 2015. 1. 15.경 M한방병원을 개설한 후 2015. 3.경부터 2017. 4.경까지 마치 M한방병원이 적법한 의료기관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7억 원이 넘는 요양급여비 및 의료급여비를 편취하였다.

②

피고인들과 U는 M한방병원의 개설·운영에 관하여 스스로 출자한 자금은 거의 없었고, 거액의 채무를 인수하거나 인수할 건물을 담보로 새로 대출을 받는 등으로 M한방병원을 개원하여 개원 초기에만 70억 원이 넘는 과도한 부채가 발생하였다.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거액의 부채가 발생하였음에도 여전히 병원 인수자금이 부족하자 다른 공범들과 함께 실제 구매가격보다 부풀린 가격으로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아 제출하는 방법으로 금융기관을 기망하여 의료기기 구매자금 명목으로 10억 원을 대출받아 병원 건물 인수자금으로 사용하는 등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자금을 마련하였다.

또한 M한방병원을 개설한 이후에도 재정상태가 개선되지 않고 적자가 누적되어 병원의 운영자금까지 부족한 상황에 이르자 허위 견적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의료기기 렌탈업체를 기망하여 의료기기 구매대금 명목으로 1억 9,000만 원을 지급받아 원 운영자금으로 사용하였고, 병원 개설 직후부터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들이 입원치료를 받은 것처럼 의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자들이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해 주고, 피고인들은 그와 같이 환자를 유치하여 수익을 올리는 등의 불법적인 방법을 자행하였다.

③

피고인 A의 검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M한방병원이 개설되는 과정에서 담보대출채무 약 69억 원,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 약 6억 원, 신용보증기금 대출금 약 13억 원, 건물 전 소유자에 대한 미지급채무 약 12억 원, 기타 미지급금 등 약 10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채무가 발생하였다.

④

또한 피고인들이 M한방병원을 1년여 동안 운영한 결과 위 채무가 일부라도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합계 약 4억 원의 채무가 추가로 발생하였다. 그런데 피고인들이 앞서 본 바와 같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환자를 유치하고 병원 운영자금을 조달하였음에도, 병원은 매월 수천만 원에 이르는 적자를 보았고 총부채와 누적 영업손실은 계속 증가하였다.

⑤

피고인들이 의약품 거래업체를 종전의 N에서 피해자 P 운영의 회사로 변경한 것은 N에게 의약품 대금을 그 약정대로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병원 경영 상태의 개선이 쉽지 않았고, 의약품 대금 지급 기한(2개월)을 연장해달라는 피고인들의 요청을 N가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피해자 P과 의약품 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 N에게 지급하지 못한 의약품 대금도 약 1억 5,000만 원에 이르는 상황이었다. 위 N에 대한 의약품 미지급대금은 여전히 변제되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⑥

피고인 A은 피고인 B, U와의 공모에 따라 M한방병원의 '행정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자금조달 및 재정관리 등을 주로 담당하였는바, M한방병원의 영업상황 및 재정상태에 관하여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실제로도 M한방병원의 개설이나 건물의 매수 과정, 그리고 M한방병원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A은 피해자 P과 의약품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위 피해자로부터 5,000만 원을 빌리면서는 M한방병원의 상황에 대하여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하니까 돈을 빌려달라. '라거나 '환자가 100명이 넘고 한달 수입이 약 4억 원이 되는 등 병원은 충분히 잘 되니 거래를 해도 괜찮다.'라는 등으로 말하며 피해자 P을 기망하였다.

⑦

피고인 B과 U는 M한방병원을 개원하기 전에도 2012. 10.경부터 2013. 12.경까지 부산 기장군 AD에 위치한 AA한방병원에서 위 병원을 사무장병원으로 운영하여 의료법을 위반하고 요양급여비용 등을 편취하였다. 피고인 B과 U는 M한방병원의 개원을 준비하던 무렵 이미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았고, 피해자 P과 의약품 공급계약을 체결하기 불과 1달 전인 2016. 3. 9.경 위와 같은 AA한방병원 관련의 범죄사실로 피고인 B과 U에 대한 공소가 제기되었으며, 결국 피고인 B과 U는 피해자 P으로부터 한창의약품을 공급받던 중이던 2016. 6. 24.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각 징역 1년 6개월 및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아 그 무렵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부산지방법원 2016고합139). M한방병원에서 실제 의료행위를 담당하기로 공모했던 피고인 B과 U의 위와 같은 형사처벌전력은 해당 병원과 의약품 거래를 하려는 업체에게는 거래 개시 및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사항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병원의 지속적인 운영 및 수익 창출 가부 판단에 관하여도 중요한 요소에 해당하는데 피고인 A은 그러한 사실들을 은폐하고 M한방병원이 잘 될 것이라고 말하며 피해자 P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의약품을 공급받았다.

⑧

피고인들이 2016. 7.경부터 2016. 11.경까지 피해자 P에게 의약품 대금 명목으로 합계 157,609,005원을 지급한 사실이 있으나, 이는 피해자 P이 2016. 2. 5.부터 2017. 1. 16.까지 공급한 의약품(585,390,881원 상당) 중 일부에 대한 것에 불과한 점, 위와 같이 지급된 돈은 2016. 2.분, 2016. 3.분, 2016. 4.분의 의약품과 2016. 5.분 의약품 일부에 관한 대금채무에 충당된 것으로 보이고 그 이후에 공급된 의약품에 관하여는 대금 결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 위와 같이 지급된 대금도 그 지급시기 내에 완제된 것이 아니고 수회 분할되어 지급되었고 그나마 대금의 일부는 지급시기를 도과하여 지급된 점 등에 비추어 그와 같은 일부의 변제사실만으로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기망행위와 M한방병원의 운영상황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A에게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

2)

공소장변경 없이 사기죄를 유죄로 인정한 위법이 있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검사의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장 기재에 의하면, 공소사실이 '1. 차용금 편취' 부분과 '2. 의약품 편취' 부분으로 준별되어 있고, 공소사실에 관한 적용법조로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 형법 제347조 제1항, 제30조' 및 실체적 경합범에 관한 규정인 '형법 제37조, 제38조'가 적시되어 있음이 인정된다. 위 공소장 기재에 의하면, 검사는 피고인 A에 대한 차용금 편취의 공소사실과 의약품 편취의 공소사실을 1죄가 아닌 수 죄로 의율하여 공소를 제기하였음을 알 수 있다. '차용금 편취 공소사실과 '의약품 편취' 공소사실 모두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1죄로 공소제기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인 A의 이 부분 주장은 그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2017. 5. 이후 공급된 의약품에 관하여는 책임이 없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2017. 5. 이후 공급된 의약품에 관하여도 피고인 A에게 편취의 범의가 계속 존재한다고 인정하였다. 구체적인 판단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피고인 A은 M한방병원 개설 당시부터 2017. 4.경 퇴사하기 전까지 병원의 운영자금 조달과 지출, 병원의 매각과 관련된 업무를 전담하였다.

②

V, T은 2017. 3.경 M한방병원을 인수하려다가 우발채무의 가능성을 이유로 인수를 단념하였다. 이후 피고인 A이 건물이라도 인수할 것을 제안하여 인수협상이 재개되었는데, 이처럼 피고인 A은 퇴사 이후에도 인수협상과정에 계속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③

위와 같이 재개된 인수협상과정에서 피고인 A이 약값이 없어서 환자들한테 약도 못 준다. 약부터 급하다.'라는 취지로 부탁하자 V, T이 피해자 P에게 도와 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였고 이에 피해자 P이 2017. 5.경부터 의약품 공급을 재개하게 되었다. 한 차례 인수를 포기하였다가 인수협상을 재개한 V, T의 경우 매도인 측(피고인들 및 U)의 부탁이 아니라면 무리하게 의약품 공급을 재개시켜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인 A은 병원 개설 무렵부터 입원 환자들에게 발마사지와 피부미용 등 용역을 제공하고 M한방병원으로부터 수익을 얻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고, 지인 등으로부터 병원 운영자금을 직접 차용하여 왔으며, 친구인 AB이 당시 병원 건물 소유자인 주식회사 AC의 주식을 30% 보유하는 등 병원의 운영, 매각, 채무인수 등에 밀접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다.

나)

당심의 판단

(1)

법리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의 기망행위, 피기 망자의 착오와 그에 따른 처분행위, 그리고 행위자 등의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 있고, 그 사이에 순차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0. 6. 27. 선고 2000도1155 판결 등 참조).

(2)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 피해자 P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의약품 공급을 중단하였다가 재개한 이유에 관하여 '2016. 12. 이후 거래대금을 계속 지급받지 못하여 의약품을 납품하지 않으려고 하였으나 M한방병원을 인수하려는 사람이 의약품 대금채무를 안는 조건으로 인수한다고 하여 의약품 공급을 재개한 것'이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피해자 P은 원심법정에서도 "병원을 인수할 사람이 의약품 미수금도 모두 인수한다고 해서 2017. 5.경 및 2017. 6.경에도 의약품을 공급하였다.", "M한방병원을 인수하려고 했던 T, V이 자신에게 '의약품 미수금 채무를 다 안고 인수를 하겠다.'라고 말하였다.", "피고인 A은 '인수작업을 잘 진행하고 있고 인수받는 사람들이 당신 채권을 승계할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피고인 A이 의약품을 다시 공급해달라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라면서, M한방병원을 인수하려던 T, V으로부터 의약품 미수금 채무를 승계하겠다는 말을 듣고 의약품 공급을 재개한 것이고, 피고인 A은 위 T, V이 의약품 미수금 채무를 인수할 것이라는 취지로만 말했을 뿐 의약품을 다시 공급해달라는 부탁을 한 사실은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②

피해자 P이 M한방병원에 대한 의약품 공급을 중단할 무렵 M한방병원을 인수하려고 했던 V은 피해자 P이 의약품 공급을 재개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2017. 5.경 또는 2017. 7. 초경 피해자 P에게 의약품을 다시 납품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있다.", "O(피해자 P)에게 약품을 공급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우리가 (인수)하게 되면 거래를 해야 되니 부탁을 하였다.", "O 사장(피해자 P)을 잘 알고 O 사장이 상당 금액이... 그리고 소개한 AE이사가 O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M한방병원을 소개하게 되었고 우리가 인수하면 채무를 안아주니 자기도 좋다는 취지로 인수할 수 있도록 약을 다시 넣은 게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라고 진술하였다.

③

V과 함께 M한방병원을 인수하려고 했던 T 역시 원심법정에서 인수협상 과정 중 V이 피해자 P에게 의약품을 공급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그와 같이 피해자 P에게 의약품 공급을 재개할 것을 요구한 이유에 대하여 "우리(V, T)도 거기에서 병원을 할 텐데 소문 자체가 안 좋으면 이게 엄청난 파장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진술하였다.

④

피해자 P은 2016. 2.경부터 2017. 1.경까지 M한방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하다가 피고인들이 의약품 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2017. 2. 부터는 의약품을 공급하지 않았다. M한방볍원의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될 당시에는 이미 의약품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공급을 중단한 상태였다. 피해자 P이 그 후 M한방병원에 의약품 공급을 재개한 것은 2017. 5.경으로 의약품 공급을 중단한 시점과 공급을 재개한 시점 사이에는 4개월 가량의 공백이 있다. 이러한 공백기는 전체 공급기간(2016. 2.경부터 2017. 6.경까지 약 1년 4개월)에 비추어 상당히 긴 기간에 해당한다.

⑤

의약품 공급을 재개하게 된 경위 등에 관한 피해자 P, V, T의 각 진술이 상호 일치하고 그 진술 내용 자체에 특별히 비합리적이거나 신빙성에 의심이 갈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위 세 사람의 진술내용에다가 의약품 공급 중단의 이유와 공급재개의 경위까지를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 P은 M한방병원의 대금지불능력에 의구심이 들어 2017. 1.경 이후부터는 의약품 공급을 중단하였다가, 병원인수라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면서 원활한 병원의 인수 및 경영상태의 개선을 의욕하는 인수인이 나타나 그로부터 의약품을 공급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의약품 공급을 재개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⑥

인수협상과정에서 M한방병원 측을 대표해 V, T과의 협상을 주로 담당했던 사람은 피고인 A이었는데, 피고인 A이 협상과정에서 V, T에게 의약품 공급이 재개되도록 도와달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인 A이 V, T에게 발언한 내용은 "약값이 없어서 환자들한테 약을 못 준다. 약부터 급하다."라는 정도에 불과하고 새롭게 공급될 의약품 대금의 변제능력이나 변제의사에 관하여는 언급한 사실이 없다.

⑦

피고인들이 V, T에게 M한방병원을 매각하기 위하여 우선적으로 의약품 공급을 재개시킬 필요가 있었고, 또 추가로 공급된 의약품에 관하여도 결과적으로 그 대금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만으로 피고인 A이 V, T에게 단순히 '의약품이 필요하다. '라는 취지로 이야기하면서 공급 재개를 부탁한 것을 두고 피고인들의 변제능력 또는 변제 의사에 관한 기망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⑧

달리 피고인들이 피해자 P에게 새롭게 의약품 대금의 지급을 약속하거나 병원의 경영상태 또는 재정상황, 영업전망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고지하거나 고지하여야 할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한 사실이 없고, 피고인들의 대금지불능력에 의구심을 품고 공급을 중단한 피해자 P의 그와 같은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행위를 한 사실도 없다. 피해자 P이 공급을 재개함에 있어 피고인들의 기망행위로 새롭게 착오에 빠졌다고 볼 자료가 없고, 이미 대금지불능력에 의구심을 품고 스스로 공급을 중단하였던 위 피해자가 피고인들의 최초 기망행위에 의한 착오의 지속으로 공급을 재개한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3)

판단

위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의하면, 피해자 P은 M한방병원으로부터 의약품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2017. 1. 이후부터는 의약품 공급을 중단하였다가 M한방병원에 관한 인수협상이 시작되고 인수협상대상자인 T, V이 M한방병원을 인수하면 자신의 의약품 미수금 채무도 함께 인수할 것이라는 예상 및 기대 하에 T, V의 부탁을 받고 2017. 5.과 2017. 6. 의약품 공급을 재개한 것으로 보이는바, 피해자 P이 최초 피고인들에게 5,000만 원을 제공하고 의약품 공급을 개시할 때에는 피고인들의 기망에 의해 변제능력 및 변제의사에 관하여 착오에 빠져 그와 같은 처분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후 의약품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스스로 의약품 공급을 중단함으로써 피고인들의 기망행위에 따른 피해자 P의 착오는 그것으로 중단되었다고 할 것이고, 피해자 P이 의약품 공급을 재개하게 된 데에 피고인들의 새로운 기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는 피해자 P의 스스로의 판단 내지 제3자의 권유 및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어서 피고인들의 최초의 기망행위와 피해자 P의 위 새로운 처분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도 볼 수 없다. 달리 피고인들의 기망행위와 피해자 P의 착오 내지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로 판단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 A의 주장은 이유 있다.

나.

피고인 B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2017. 5.경부터 공급받은 의약품 편취의 점에 관한 판단: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 B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에 앞서 보건대, 피고인 B이 비록 공소사실 전부를 자백하고 있기는 하나 위 피고인 A의 주장에 관한 판단에서 살핀 것처럼 2017. 5. 및 2017. 6.에 공급된 의약품에 관하여는 피고인들의 기망행위와 피해자 P의 착오 및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이 부분 의약품 편취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점에 대하여는 피고인 B에 대하여도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로 판단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다.

2)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사기의 점, 근로기준법 위반의 점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의 점에 관하여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 B이 피고인 A과 공모하여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면서 병원의 영업상황과 재정상태 등에 관해 거래업체를 기망하여 차용금을 편취하였다는 것과, M한방병원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에게 퇴직일로부터 법정기한 내에 임금 및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편취한 차용금의 액수가 5,000만 원이고, 미지급한 임금 및 퇴직금 등 합계액이 5,600여만 원에 이르는바 그 각 피해금액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피해금액에 대한 변제가 아직까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고인 B은 이미 사무장병원을 운영하여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종전 사무장병원이 적발되자 그 직후 다시 M한방병원을 개원하여 위법한 방법으로 이를 운영하면서 금전적 이익을 꾀하였다. 피고인 B에 대하여는 그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

다만, 피고인 B은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 위 차용금 5,000만 원은 모두 병원의 운영을 위하여 사용되었고, 피고인 B이 개인적으로 착복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B이 피고인 A과 사무장병원을 운영하기로 공모한 것은 맞지만 피고인 B은 의료행위를, 피고인 A은 병원운영 및 재무관리를 각 전담하였고 실제 피해자 P을 만나 기망행위를 실행한 것은 피고인 A이었는바, 피고인 B의 범행 가담 정도는 비교적 낮다고 평가된다. 피해자 P에게 4,000만 원을 변제하여 일부나마 그 피해가 회복되었고 피해자 P은 피고인 B에 대하여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피고인 B이 병원 소속 근로자들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체불한 것은 병원이 지속적인 경영난에 시달렸기 때문이고 의도적으로 그 지급을 지연한 것은 아니다. 피고인 B으로부터 임금 및 퇴직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 중 Z과 S는 당심에 이르러 피고인 B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사기범행의 경우 2016. 7. 2. 유죄판결이 확정된 판시 전과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어 이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이와 같은 사정에다가 그 밖에 피고인 B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이 부분 범행에 관하여 피고인 B에게 선고한 형(사기의 점에 대하여 징역 6개월, 근로기준법 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벌금 5,000,000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피고인 B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A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점에 대한 일부 항소는 이유 있고 위와 같이 일부 무죄로 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점과 나머지 원심 판시 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리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고, 피고인 B의 사기의 점, 근로기준법 위반의 점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의 점에 대한 항소는 이유 있고, 피고인 B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점에 관하여는 일부 직권으로 파기되어야 할 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 A의 양형부당 주장 및 피고인 B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점에 관한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다시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