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4. 10. 11. 선고 2022누63777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1994. 4. 12. 설립되어 김해시 E에서 용접기 및 용접기자재 렌탈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참가인은 2011. 5. 23.부터 원고의 경리 업무 담당 직원으로 근무하여 오던 사람이다.

나.

참가인은 2020. 5. 2.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된 사직서(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 한다)에 서명하여 원고에게 제출하였다.

다.

참가인은 2020. 7. 21.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2020. 4. 24. 자로 원고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당하였다’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고(경남F), 이에 대하여 원고는 ‘원고가 상시 근로자 5명 이상의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고, 참가인을 해고한 사실이 없다‘고 다투었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9. 18. ’원고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해당하나, 당사자 간의 의사 합치에 의해 근로관계가 종료되어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라.

참가인이 이에 불복하여 2020. 10. 28. 중앙노동위원회에 중앙D로 재심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1. 19. ’원고는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해당하고, 원고가 2020. 4. 24. 이미 참가인을 해고하였으며, 이 사건 사직서는 참가인을 해고한 후에 원고의 강압에 의해 작성·제출된 것으로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당사자 간의 의사 합치에 의해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해고사유나 해고시기를 통지하지 않은 참가인에 대한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는 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 6,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가.

이 사건 재심판정은 원고와 G 주식회사(이하 ‘G’이라 한다)의 근로자를 합쳐 원고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라고 판단하였으나, 원고는 G과는 별개의 사업장이고 상시 5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므로, 당사자적격이 부정되어야 한다.

나.

이 사건 재심판정은 원고가 참가인을 2020. 4. 24. 해고하였다고 판단하였으나, 원고는 참가인을 해고한 사실이 없고, 원고와 참가인의 근로관계는 참가인이 원고에게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고 원고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합의에 의해 종료하였다.

다.

이 사건 재심판정은 이 사건 사직서가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강박과 강요에 의해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 작성되었다고 판단하였으나, 원고는 참가인에게 강박과 강요를 한 사실이 없으며, 이 사건 사직서는 참가인의 진의에 의해 작성된 것이다.

라.

설령 원고가 참가인을 해고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참가인이 퇴직금 등을 수령한 것은 참가인이 해고를 인정한 것이므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은 신의칙이나 금반언 원칙에 위배된다.

3.

판단

가.

원고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인지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11조,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별표1]에 의하면,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의 모든 규정이 적용되지만,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부 규정만이 적용되는데,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과 노동위원회에 대한 구제신청을 정한 근로기준법 제28조 제1항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는 규정이 아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11조가 위와 같이 근로기준법의 원칙적 적용범위를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제한한 것은, 근로기준법이 요구하는 모든 사항을 준수할 만한 여건과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영세사업장에게까지 이를 전면적으로 적용할 경우 근로자 보호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오히려 영세사업장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행정적 부담만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음을 고려한 입법정책적 결정이라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1999. 9. 16. 선고 98헌마310 결정, 헌법재판소 2019. 4. 11. 선고 2013헌바112 결정 등 참조). 이러한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근로기준법 제11조에서 말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고(대법원 1993. 2. 9. 선고 91다21381 판결 참조), 사업장인지 여부는 하나의 활동주체가 유기적 관련 아래 사회적 활동으로서 계속적으로 행하는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는 단위장소 또는 장소적으로 구획된 사업체의 일부분에 해당되는지에 달려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5도9218 판결 참조). 다만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사업 또는 사업장이 기업체 그 자체를 의미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사업주가 ‘하나의 활동주체’로서 활동한 것인지 여부는 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결국 근로기준법 적용 기준이 되는 하나의 사업장인지 여부는 근로 장소의 동일성과 더불어 제공된 설비의 사용관계, 사업의 목적 및 수행방법, 조직체계, 인사교류, 업무 수행 과정에서의 구체적 지휘·감독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인정사실

가)

G은 김해시 H(I)을 본점 주소지로 하여 2010. 12. 20. 설립되어 용접기 렌탈업, 특수용접봉 및 기자재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와 G의 각 법인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는 대표이사로 J, 사내이사로 K, 감사로 L이 등재되어 있다.

나)

2020. 4. 24. 고용보험에 가입된 사람을 기준으로, 원고의 상시근로자는 참가인을 포함하여 2명, G의 상시근로자는 9명이며, M은 G의 근로자로서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2020년 8월경 구인 사이트인 워크넷에 올려져 있는 원고의 구인공고에는 원고의 근로자수가 15명으로 기재되어 있다.

다)

M은 2020. 4. 29. 참가인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원고 대표이사의 요청을 전달하고 자금 이체 비밀번호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며, 참가인은 “G – 금고 안에 있고, A– 거래처 사업자등록증 보관하는 파일 옆에(3번째 파일통에 스프링 되어 있는 노트에 기록 되어 있음), 모르겠으면 다시 연락주세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호증, 을가 제2, 4, 5,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 및 갑 제6호증, 을가 제6, 7호증, 을나 제3, 5, 6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와 G은 실질적으로는 동일 사업장으로서 상시근로자 5명 이상인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원고와 G은 대표이사를 비롯하여 이사, 감사 등 동일한 임원진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고, G의 본점 주소지는 원고 주소지 바로 옆에 있는 공장 및 창고 건물이며, 두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서로 링크되어 있다.

②

원고와 G은 모두 용접 기계의 제조·판매·렌탈 등과 같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원고 소속이 아니라 G 소속인 M이 원고 소속이던 참가인의 퇴사 관련 업무를 보거나, 참가인이 원고 소속이면서도 G의 경리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등 원고와 G 사이에 경리나 인사 업무가 중첩적으로 이루어지고 근로자들의 업무상 교류도 상당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③

원고가 구인공고에 채용정보를 등록하면서 원고의 근로자 수를 원고와 G의 근로자 수를 합한 숫자에 가까운 15명이라고 기재한 것으로 보아 원고로서도 G의 근로자를 일괄하여 원고 소속 근로자로 평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

해고의 존재 여부

1)

관련 법리

해고는 근로관계 종료 원인 중의 하나로 사업장에서 실제로 불리는 명칭이나 그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사용자측에서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등 참조).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함으로써, 이른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사직서 제출은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므로, 사용자가 위 사직서를 수리하는 행위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라고 볼 수 있다. 한편 개별적인 사안에서 근로자가 진의를 형성한 상태로 사직서를 제출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서의 기재 내용과 회사의 관행, 사용자 측의 퇴직권유 또는 종용의 방법, 강도 및 횟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직서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제공 여부, 사직서 제출 전후의 근로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 등의 취지 참조).

2)

인정사실

가)

참가인은 2017년 5월까지 원고 대표이사 J에게 총 9,600만 원을 대여해주었다가 J가 이를 원고에 대한 회생채권으로 신고함에 따라 대여금 중 상당 부분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던 중 2020. 4. 21. J에게 대여금의 변제를 요청하였고, 그 과정에서 J가 참가인에게 화를 내면서 회사를 그만두라고 이야기하였다. 참가인은 2020. 4. 24.까지 원고 사무실에 출근하였고, 2020. 4. 27.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나)

참가인은 2020. 4. 27.경 원고 회사의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회계사무실에 퇴사에 따른 4대보험 상실신고를 요청하였다. 원고 대표이사 J는 2020. 4. 29. 12:12 참가인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심기가 불편하더라도 업무처리는 정상으로 했으면 합니다. 3일 무단결근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잘 알 터이고, 어제 회계사로부터 4월 14일부로 퇴사처리하라는 내용을 30분 전에 받고 문자 보냅니다. / 원칙론으로 말하면 사직서는 빨라도 4월 27일부로 작성하고 퇴직금은 법적 기간 내 우선적으로, 그보다도 빨리 지급할 수 있습니다. 직접 오든지, M 과장이 외출할 수도 있어요. 통장 입출금 가능한 조치와 간단한 업무 인수인계 해주세요.”

다)

원고 회사의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회계사무실 담당직원은 2020. 4. 29. 16:40 참가인에게 ‘회사 측에서 퇴사신고를 하지 말라고 한다. 회사와 의논 후 정해지면 퇴사 처리를 하겠다’는 취지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라)

참가인과 G 소속 직원 M이 2020. 4. 29.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참가인(17:18): 4대보험 상실신고 회계사무실에 연락해서 4/24까지 근무한 걸로 권고사직으로 부탁드립니다.

○

M(17:29): 사장님 말씀은 정식으로 사직서 제출하고 은행 이체비번이라도 알려주면 좋겠다고 합니다.

○

참가인(17:50): 해고 시켜놓고 사직서를 제출하라고요 / 그건 말 안 됩니다 / G–금고 안에 있고, A–거래처 사업자등록증 보관하는 파일 옆에(3번째 파일 통에 스프링 되어 있는 노트에 기록되어 있음) / 모르겠음 다시 연락주세요.

○

M(17:50): 사장님 전달사항 있습니다. 실장님 말씀대로 처리하는데, 한 달 급여 더 챙겨드린다고 5월 30일 퇴사하고 6월 1일자에 퇴직금 지급하면 어떠냐고 합니다. 단지 퇴사일자만 그리하고, 자금 이체하는 비번하고 매입처 계좌번호 어디 있는지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

참가인(18:01): 필요 없고 4/24 퇴사처리하고 자금이체 비번 G–금고 안에 투명 파일에 있음 / A–아까 말한 스프링 노트 안에 있음(한 장 한 장 넘겨보면 됨) / 매입처 계좌번호는 거래명세서 확인, 전화번호부 확인 따로 만들어진 거는 없음

마)

참가인은 2020. 4. 30. 21:26 J에게 며칠 간 생각을 정리하였다며 그다음 날 어디서 볼 것인지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J는 2020. 5. 1. 09:29 회사로 출근해서 이야기하자는 취지로 답하였다.

바)

참가인은 2020. 5. 2. 원고 사무실을 방문하였고, 원고 대표이사 J와 대화를 나눈 후 M으로부터 사직서 양식을 건네받아 이 사건 사직서에 서명을 하였다. 그 자리에 동석하였던 M이 이 사건 재심판정 과정에서 작성ㆍ제출한 2020. 10. 26. 자 진술서(을가 제13호증, 을나 제2호증의 3)에는 이 사건 사직서 작성 당일의 상황에 관하여 ‘사장님(J)이 참가인에게, 회사 출근은 절대로 안 되고, 퇴직금은 법정기한 내에 주겠으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할 테니 사직서를 제출하고 가라고 말하자, 참가인은 “사장님이 잘라놓고 왜 사직서를 작성해야 하느냐”고 반문하였고, 사장님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못 나간다고 하였다. 참가인은 빌려간 돈은 어떻게 해주실지 물었고, 이에 J가 돈은 지금 못 갚는다고 고성을 지르며 법대로 하라고 말하였다. 참가인은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하고 불안해 보였고, 울먹이며 사직서 양식을 만들어 달라고 하여, 사장님이 지시한 대로 권고사직이라고 적은 사직서 양식을 프린트 해주었다’라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

사)

참가인은 2020. 5. 4. 19:03 J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4/21부터 제가 한 말, 행동 진심 사죄드립니다. 정말 저도 살아가는 게 힘들고 의지할 때가 없다보니 제정신이 아니었나 봅니다. 용서해주시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A 입사할 때 그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어떤 말로도 노여움이 풀어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어려울 때 같이한 정을 봐서라도 한 번만 용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참가인은 2020. 5. 7. 원고로부터 퇴직금 26,337,960원을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4, 5, 14, 16, 19호증, 을가 제14호증, 을나 제12, 2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구체적 판단

가)

위에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 및 을가 제13호증, 을나 제2, 13, 15, 1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이들 사이의 합의에 따라 종료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사직서가 작성되기 이전인 2020. 4. 24. 원고가 사직의 의사가 없는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시킨 것이고, 이 사건 사직서는 원고가 사직의 의사 없는 참가인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작성·제출하게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참가인의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은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①

이 사건 사직서가 작성되기 전인 2020. 4. 21.(화요일) 원고 대표이사 J는 대여금 상환 요구를 하는 참가인에게 화를 내며 그럴 거면 퇴사하라고 말하였고, 그 후 같은 달 24일(금요일)까지 참가인이 출근한 기간 동안에도 참가인에게 ‘계속 자리에 앉아있으면 경찰까지 대동해서라도 끌어내겠다’고 말하였다.

②

그 후 참가인은 월요일인 2020. 4. 27.부터 출근하지 않았고, M과 사이에 자신의 4대보험 상실신고와 관련한 대화를 하면서,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원고 대표이사의 말을 전달하는 M에게 “해고시켜놓고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원고 대표이사가 위와 같이 참가인에게 퇴사하라고 한 조치에 대하여 곧바로 이의를 제기하였다.

③

이에 원고 대표이사 J가 M을 통해 참가인에게 전달한 내용은 ‘2020. 4. 24.을 기준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하되, 퇴직일을 2020. 5. 30.인 것으로 보아 1달 급여를 추가로 지급하고, 2020. 6. 1. 퇴직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으로, 원고는 위와 같이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킨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면서도, 해고를 당한 것이라는 참가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④

이처럼 2020. 4. 21. 원고 대표이사 J와 참가인 사이에 있었던 의견 충돌 및 퇴사 요구, 이후 2020. 4. 24.까지 원고 대표이사가 보인 참가인에 대한 언동, 참가인이 원고 측의 사직서 제출 요구에 이의를 제기한 점 등으로 보아 참가인으로서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출근한 2020. 4. 24. 자로 해고를 당했다고 인식하고 있었음이 분명하고, 2020. 5. 2.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한 당일에도 ‘해고를 해놓고 사직서를 쓰라고 하느냐’며 항의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참가인의 이 사건 사직서가 이미 이루어진 해고를 더 이상 다투지 않겠다거나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합의해지한다는 의사에 기하여 작성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사직서 작성 당일 현장에 있었던 M이 작성한 2020. 10. 26. 자 진술서에는 ‘당시 원고 대표이사의 고성 등이 있었고 참가인이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사직서에 서명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기도 하다. J에게 상당한 돈을 대여하고도 이를 회수하지 못하여 자금 사정이 궁핍했던 참가인으로서는 권고사직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일단 실업급여라도 받겠다는 의사로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였을 여지가 상당하다.

나)

이에 대하여 원고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므로 차례로 본다.

⑴ 원고는, M의 2020. 10. 26. 자 진술서는 M이 2020. 10. 12. 퇴사한 후 원고 대표이사 J에게 악감정이 있는 상태에서 작성한 것이고, M이 2020. 9. 18. 작성한 사실확인서(갑 제2호증)와는 모순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신빙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M은 ‘참가인이 2020. 4. 27.부터 무단결근을 하였고, 참가인에게 3차례 통화를 시도하였으나 통화가 닿지 않았다’는 등의 내용으로 2020. 9. 18. 자 사실확인서(갑 제2호증)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M의 2020. 10. 26. 자 진술서는 M이 G을 퇴사한 이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M의 위 2020. 9. 18. 자 사실확인서는 2020. 4. 27.부터 2020. 4. 29.까지 참가인이 출근하지 않은 기간 동안의 일에 관한 내용이고, 위 2020. 10. 26. 자 진술서는 2020. 4. 21.부터 2020. 4. 24.까지와 2020. 5. 2.에 있었던 일에 관한 내용으로서, 진술하는 대상이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명백히 모순된다고 평가할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나아가 위 2020. 10. 26. 자 진술서는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M이 참가인을 위하여 존재하지도 않는 사실을 허위로 진술하거나 원고나 원고 대표이사 J에게 무조건 불리하게 진술할 만한 동기가 있다고 보이지 않으며, 원고 또는 G에 소속되어 참가인과 함께 근무한 N, O가 작성ㆍ제출한 사실확인서 등(을나 제15, 18호증)의 내용과도 부합하는 것이어서 그 신빙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신빙성을 다투는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⑵ 원고는 또한, 참가인이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심문회의 당시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던 당시의 대화 내용을 녹음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원고가 당심에서 녹음파일의 제출을 요구하자, 휴대전화의 기기변경으로 녹음파일을 더 이상 소지하지 않고 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고 있다며, 참가인의 이러한 태도에 비추어 원고 대표이사 J가 참가인에게 사직서 작성을 강요하였다는 취지를 비롯하여 M의 2020. 10. 26.자 진술서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16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2020. 9. 18.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참가인이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던 당시의 대화 내용을 녹음하였다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되고, 참가인은 당심에 이르러 원고가 참가인에게 그 녹음파일의 제출을 요구한 데 대하여 ‘2021. 10. 18. 휴대전화의 기기를 변경하면서 기존 휴대전화의 전화번호, 사진파일 등은 새 휴대전화로 이전받았으나 녹음파일은 이전받지 못하였고 이를 미처 알지 못한 채 매장에 기존 휴대전화의 폐기 처리를 맡기는 바람에 현재 녹음파일을 더 이상 소지하지 않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위와 같이 참가인이 해당 녹음파일을 소지하고 있다가 더 이상 그렇지 못하다고 경위를 설명한 부분은 이 사건의 전체적인 분쟁 경과에 비추어 그 자체로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 대표이사 J의 참가인에 대한 퇴사 요구와 그 이후의 경과, 이 사건 사직서 작성 이후 참가인이 원고 대표이사 J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N과 O의 사실확인서 등 다른 증거들에 의해 뒷받침되는 M의 2020. 10. 26.자 진술서에 관한 신빙성 판단을 뒤집기 부족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⑶ 원고는, ‘참가인이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할 무렵 P 등과 함께 원고와 동일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경쟁사인 Q 주식회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1,500만 원을 투자하기 위해 퇴직금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그리하여 2020. 4. 29. 원고에게 권고사직 처리를 요청하여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게 되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 대표이사 J가 2020. 4. 21. 참가인에게 일방적으로 퇴사를 요구함에 따라 2020. 4. 24. 자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가 종료되었고, 참가인이 사직의 진의 없이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였음은 앞서 본 바인데, 참가인이 Q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데에 1,500만 원을 투자하기로 하였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판단에 영향을 줄 만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앞서의 인정을 뒤집고 참가인이 먼저 근로관계의 종료를 원하여 권고사직 처리를 요청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위와 같이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은 사용자인 원고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의하여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해고의 정당성 여부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도록 하고,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며,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5두4813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고가 참가인에게 이 사건 해고를 하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사실은 다툼이 없으므로, 이 사건 해고에는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여 위법하다.

라.

신의칙·금반언 원칙 위배 여부

1)

관련 법리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그렇지만 근로자가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 아래에서 퇴직금을 수령하는 등 반대의 사정이 있음이 엿보이는 때에는,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함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한 경우라고 하여도 일률적으로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51847 판결,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다210074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참가인이 2020. 5. 2.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한 사실, 참가인이 2020. 5. 7. 원고로부터 퇴직금 26,337,960원을 지급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① 참가인은 앞서 본 것처럼 2020. 4. 29.과 2020. 5. 2. 두 차례에 걸쳐 원고 대표이사 J의 사직서 제출 요구에 대하여 ‘해고를 당한 것이므로 사직서를 제출할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한 점, ② 그럼에도 참가인은 실업급여라도 받기 위해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참가인은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근무하고 싶은 의사를 표시하였고, 참가인은 해고가 있은 때로부터 불과 2개월 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는바, 이를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것으로는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의 구제신청이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고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하태한(재판장) 오현규 김유진

각주1) 변론종결 후 사임서가 제출되었고, 담당변호사에 변호사 김남석이 포함되어 있는 법무법인 위민의 소송위임장이 새로 제출되었다.

각주2) 4월 24일의 오기인 것으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