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3. 5. 23. 선고 2023노41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0,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 요지

①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하고, 임금 및 퇴직금 등의 지급을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하였지만 지급하지 못한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음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B에 의하여 고용된 피용자에 불과하여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라고 볼 수 없고, 설령 사용자이더라도 가능한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 및 퇴직금 등의 미지급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더 이상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책임이 조각된다는 이유로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는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업경영담당자라 함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하고(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도813 판결 등 참조),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5984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경영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는 노동현장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도813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및 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2021. 4. 13. 법률 제180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4조 제1호, 제9조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는 사용자가 그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지급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인정되는 경우에만 면책되는 것이고, 단순히 사용자가 경영부진 등으로 자금압박을 받아 이를 지급할 수 없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근로기준법 제36조 및 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가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를 정하고 근로기준법 제109조 및 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에서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의 대상으로까지 삼고 있는 것은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 그러한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안전판이 마련될 수 있도록 확실히 강제하려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다 할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위와 같이 ‘임금 및 퇴직금 등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사용자가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임금 및 퇴직금 등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 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 퇴직 근로자 등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치들이 행하여졌는지 여부도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9230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B은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의 대표이사이자 실질사주로서 C을 운영하였고, C을 통하여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을 인수하여 운영하다가 2017. 7. 12.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는데, C과 D의 ‘회장’으로 불렸다. 이 무렵 D의 주식은 C이 53.7%, B이 21.42%를 보유하였다.

②

피고인은 C의 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7. 7. 11.경 D으로 파견되어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근무하였고, 2018. 1. 16.경부터는 D과 새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사장’이라는 직함으로 B의 위임을 받아 D의 업무를 총괄하였으며(피고인은 C의 부장으로 근무할 때는 월급 총액이 560만 원이었음에 비하여 D의 사장으로 근무할 때는 월급 총액이 18,334,000원이었다), 2018. 7. 27. D의 사내이사로 등기되었다. 피고인은 D의 사장으로서 D의 업무를 총괄하면서 수시로 B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업무를 처리하였다.

③

D은 2017. 11.경부터 LLC(Low Cost Carrier, 저비용항공사)로서 항공운송사업면허(ACL, Air Carrier License)를 받기 위하여 인력을 채용하고 항공기를 리스하는 등 노력하였으나, 취항노선 슬롯 확보의 제한에 따른 비선호 시간대 운항 및 홍보 부족 등으로 인한 모객의 어려움 등으로 손실이 누적되었다.

④

위와 같은 상황에서 D은 운영자금 대부분을 C에서 지원받아 적자 운영을 계속하였다.

⑤

B은 2018. 11. 20.경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으로 구속된 후 광주지방법원에 기소되었다(2018고합569).

⑥

B은 구속된 후 대표이사 직에서 사임하고 피고인으로 하여금 D의 대표이사를 맡도록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이사회가 정식으로 개최되지 않은 채 B을 제외한 피고인을 비롯한 당시 이사 3명(피고인, E, F) 전원의 인장이 날인된 의사록이 작성되어 피고인은 2018. 12. 13. D의 대표이사로 등기되었다.

⑦

피고인은 B이 구속된 후 위와 같이 대표이사로 등기된 후에도 D의 사장으로서 D의 업무를 총괄하였는데, 주기적으로 B을 접견하여 업무보고를 하고 지시를 받았다.

⑧

B의 구속 및 기소 후 C으로부터 자금지원이 중단되자, 자체적인 수익구조를 갖추지 못하였던 D은 곧바로 자금사정이 악화되었고, 2019. 1.경부터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게 되었고, 2019. 4. 5. 광주지방법원에 회생신청을 하였으며, 위 신청은 2019. 7. 11. 기각되었다.

다.

판단

1)

사용자 여부

앞서 본 법리를 바탕으로 위 인정사실 및 그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의 임금 및 퇴직금 등을 미지급할 당시 D의 사장으로서 근로기준법상 사업경영담당자이거나 적어도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에 해당하여 사용자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①

피고인이 2018. 1.경부터 D의 사장으로 B의 위임을 받아 D의 업무를 총괄하였고,2018. 7. 27. D의 사내이사로 등기되었으며, B이 구속된 후에는 2018. 12. 13. 대표이사로 등기되기까지 하였다.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하자가 있었더라도 대표이사의 업무를 실제로 수행하였다.

②

이처럼 피고인이 사장으로서, 대표이사로 등기된 후에는 사장 겸 대표이사로서 D의 업무를 총괄한 이상, D의 실질사주인 B에게 보고하고 업무를 수행하거나 업무수행 후 보고를 하였더라도 그런 사정을 들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피고인이 사용자 지위에 있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2)

책임조각사유 인정 여부

앞서 본 법리를 토대로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임금 및 퇴직금 등의 지급을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하였지만 지급하지 못한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검사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있다.

①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등기되기 전부터 D은 수익이 거의 없었고 지속적으로 손실이 누적되어 D의 운영자금 대부분을 모기업인 C에서 가져왔는데, B의 구속 및 기소 후에는 C의 자금 지원이 중단되었다.

②

피고인이 구조조정이나 투자유치 등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는 하였으나, 뜻대로 투자유치가 되지 않아 D의 경영상태가 더욱 악화되었다.

③

그러나 피고인이 근로자들에게 경영정상화를 통해 체불임금을 지급할 것이니 기다려달라는 취지의 설명만 하다가 곧바로 근로자들을 상대로 무급휴직의 실시를 공지하였을 뿐, 회사의 운영자금으로 근로자들의 임금 및 퇴직금 등을 우선적으로 변제하는 등 임금 및 퇴직금 등의 지급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임금이 최초로 체불되기 시작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체불임금의 지급시기와 지급방법 등 회사 측의 구체적인 변제계획을 제시하지도 않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 측과 성실히 협의를 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3.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