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적어도 공동경영인으로서 부모인 F, G과 함께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를 실질적으로 경영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로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정한 '사용자'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사용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판단
원심 판단의 요지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이유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직원인 D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시점에 임금 및 퇴직급 등의 지급 권한을 가진 실제 운영자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조 제2호,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 여기에서 '사업 경영 담당자'란 사업 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하는바, 근로기준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경영 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가 노동현장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는 만큼, 사업 경영 담당자란 원칙적으로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부담하는 자로서 관계 법규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면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도1199 판결 참조). 한편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5984 판결 등 참조).
사안에 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인은 사업 경영 담당자 또는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로서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규정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피해 근로자인 D의 퇴직금 미지급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 이와 전제를 달리한 원심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이 사건 회사는 주식회사 E(이하 'E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의 부친 F에 의하여 설립되었고, 모친인 G을 대표이사로 등기하고 그 명의로 50%의 주식 지분을 보유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사내이사이자 35%의 주식 지분을 가진 대주주로서, F과 G의 의사에 따라 회사 설립 초기부터 이 사건 회사의 업무 전반을 실질적으로 도맡아 운영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피해 근로자인 D는 원심 법정에서 "직접적인 업무보고는 H에 대하여 했으나, H은 피고인에 대해 업무보고를 했다고 알고 있다. 피고인을 '대표님'이라고 불렀다. 직원들의 연봉협상 역시 피고인이 진행했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공판기록 51, 52, 57면). 피고인은 F에게 경영사항에 관하여 수시로 보고하였고 F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였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 회사의 주요 사업을 직접 진행하고 업무를 수행하며 근로자들에게 업무지시를 하였던 사람은 피고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그러하다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F이 그룹 회장으로서 사실상 회사 운영에 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사용자 측의 내부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불과할 뿐이고, 피고인 역시 F의 아들이자 이 사건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서 이 사건 회사의 사업 경영 일반에 관한 책임을 공동으로 부담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D는 피고인이 직원들의 연봉협상을 직접 진행하였다고 진술하였고(공판기록 57면),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인 M 역시 피고인이 면접등 직원 채용에 관한 절차와 연봉 협상을 진행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공판기록 75면).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설령 피고인이 그 주장과 같이 F의 지시를 그대로 수행하는 종속적인 지위에 있었다 하더라도,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고 근로자의 급여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업무상 지시와 명령을 내리는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에 넉넉히 해당된다고 보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은 근로기준법 등이 정하는 사용자로서 책임을 부담한다.
이 사건 회사가 E회사와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고, E회사와 관련된 거래를 다수 진행하였으며, 피고인이 E회사의 전무이사 직을 겸업하는 등 이 사건 회사와 E회사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였던 것은 사실이다. 또한 H의 원심 법정 진술에 의하면, E 회사 소속 근로자인 H이 이 사건 회사의 행정, 급여지급, 경비처리, 세금계산서 발행등에 관한 업무를 부담하며 법인 통장과 법인 인감을 관리하였고, 이 사건 회사의 자금 집행에 관한 최종 결정권은 F에게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공판기록 89, 90면). 그러나 근로기준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 경영 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가 노동현장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음을 고려할 때, 회사에 대한 완전한 지배권과 자금 집행권이 있어야지만 사용자로서 처벌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권을 가지고 자금을 임의로 집행하지는 못하였다 하더라도, 실질적 지배권자와 밀접한 혈연관계를 가지고 이 사건 회사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아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인사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였다면, 사업 경영 담당자 또는 적어도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인은 D가 퇴사할 당시 피고인과 F 사이에 의견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었고, F이 이 사건 회사 직원들을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해고하고 이 사건 회사를 사실상 폐업하는 등 독단적인 결정을 내렸으므로, 적어도 D가 퇴사할 무렵에는 피고인을 사용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D가 퇴사한 2022. 8.경에도 여전히 이 사건 회사의 등기이사이자 35% 지분을 소유한 주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그때까지는 F과 피고인의 갈등이 격화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설령 피고인이 F의 방해로 임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 하더라도, 이는 사용자측의 내부적인 사정에 불과할 뿐이어서 피고인의 책임을 면할 충분한 사정이 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은 적어도 피해 근로자인 D에 대하여서는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2022. 8.경에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하여 퇴직금 체불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