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3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F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를 각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적어도 공동경영인으로서 부모인 I, J과 함께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를 실질적으로 경영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로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및 근로기준법에 정한 '사용자'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사용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직권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중 F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을 직권으로 살펴본다.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은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제1항에 해당하는 죄로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단서에 따라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런데 F은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나요"라는 검사의 질문에 "아니요. 저는 원만하게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대답하였으며, 검사가 "만약에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한다면 그때는 처벌을 원하나요."라고 질문하자 "그래도 저는 기다릴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크게 처벌을 원하지는 않습니다."라고 대답하였는바(공판기록 84면), 이에 따르면 F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에 따라 공소를 기각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를 간과한 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부분은 위법하여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다만 원심판결 중 이 부분 공소사실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이유는 그대로 유지되므로, 이하에서 이를 살핀다.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원심 판단의 요지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이유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직원인 E, G의 각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시점에 임금 및 퇴직금 등의 지급 권한을 가진 실제 운영자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 여기에서 '사업 경영 담당자'란 사업 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하는바, 근로기준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 경영 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가노동현장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는 만큼, 사업 경영 담당자란 원칙적으로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부담하는 자로서 관계 법규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면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도1199 판결 참조). 한편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5984 판결 등 참조).
사안에 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인은 사업 경영 담당자 또는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로서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규정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해 근로자들인 E, G(이하 '이 사건 피해 근로자들'이라 한다)의 임금 체불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 이와 전제를 달리한 원심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이 사건 회사는 주식회사 H(이하 'H'라 한다)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의 부친I에 의하여 설립되었고, 모친인 J을 대표이사로 등기하고 그 명의로 50%의 주식 지분을 보유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사내이사이자 35%의 주식 지분을 가진 대주주로서, I과 J의 의사에 따라 회사 설립 초기부터 이 사건 회사의 업무전반을 실질적으로 도맡아 운영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인 E과 F은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일관되게 피고인으로부터 실질적인 업무지시를 받았고, 업무보고 역시 피고인에게 하였으며, 피고인을 이 사건 회사의 실질적 운영자이자 고용인으로 인식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증거기록 52면, 공판기록 62,82면). 피고인은 I에게 경영사항에 관하여 수시로 보고하였고 I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였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 회사의 주요 사업을 직접 진행하고 업무를 수행하며 근로자들에게 업무지시를 하였던 사람은 피고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그러하다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I이 그룹 회장으로서 사실상 회사 운영에 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사용자 측의 내부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불과할 뿐이고, 피고인 역시 I의 아들이자 이 사건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서 이 사건 회사의 사업 경영 일반에 관한 책임을 공동으로 부담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E과 F은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과 매년 임금협상을 진행하였고, 직원 채용관리와 인사 관리 역시 피고인이 총괄하였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62, 63, 82면). G 역시 이 사건 회사에 직원으로 채용될 당시 피고인과 면접을 보았고 임금협상 역시 피고인과 진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공판기록 75면).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설령 피고인이 그 주장과 같이 I의 지시를 그대로 수행하는 종속적인 지위에 있었다 하더라도,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고 근로자의 급여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업무상 지시와 명령을 내리는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에 넉넉히 해당된다고 보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사용자로서 책임을 부담한다.
이 사건 회사가 H와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고, H와 관련된 거래를 다수 진행하였으며, 피고인이 H의 전무이사 직을 겸업하는 등 이 사건 회사와 H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였던 것은 사실이다. 또한 K의 원심 법정 진술에 의하면, H 소속 근로자인 K이 이 사건 회사의 행정, 급여지급, 경비처리, 세금계산서 발행 등에 관한 업무를 부담하며 법인 통장과 법인 인감을 관리하였고, 이 사건 회사의 자금 집행에 관한 최종결정권은 I에게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공판기록 104, 106면). 그러나 근로기준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 경영 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가 노동현장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음을 고려할 때, 회사에 대한 완전한 지배권과 자금 집행권이 있어야지만 사용자로서 처벌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권을 가지고 자금을 임의로 집행하지는 못하였다 하더라도, 실질적 지배권자와 밀접한 혈연관계를 가지고 이 사건 회사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아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인사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였다면, 사업 경영 담당자 또는 적어도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인은 E, F이 해고당한 2023. 1.경(G는 2022. 8.경 자진 퇴사하였다) 당시 피고인과 I 사이에 의견 대립과 갈등이 발생하였고, I이 E, F을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해고하고 이 사건 회사를 사실상 폐업하는 등 독단적인 결정을 내렸으므로, 적어도 그 당시에는 피고인을 사용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2023. 1.경에도 여전히 이 사건 회사의 등기이사이자 35% 지분을 소유한 주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던 점, E, F이 해고될 당시 피고인에게 임금 지급에 관하여 문의하였으며, 피고인 또한 최대한 임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점, 피고인이 I의 방해로 임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 하더라도, 이는 사용자 측의 내부적인 사정에 불과할 뿐이어서 피고인의 책임을 면할 충분한 사정이 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I에게 사후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이 사건 피해근로자들에 대하여서는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2023. 1.경에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하여 임금 체불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원심판결
중 F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한 부분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고, 원심판결 중 나머지 부분에 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2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