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3. 11. 23. 선고 2022가합37830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문서 목록에 기재된 각 문서를 열람하게 하라.

2.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2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M단체 산하 K단체의 선언 및 강령의 정신에 입각하여 조합원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N 운수노동자들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설립된 노동조합이다.

원고들은 피고의 조합원들이다. 원고들의 소속 지부는 아래 표에 기재된 것과 같다.

나.

피고에 대한 회계장부 열람 요청

피고의 조합원 Y은 2021. 1. 20. 피고에게「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합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14조<1>에 따르면, 조합원은 피고의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열람할 권리가 있는데, 피고는 Y의 회계자료 열람 요청에 회신하지 않았으므로, 위 장부 및 서류 등에 대한 열람을 구한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

원고 A를 포함한 피고 조합원들 12명은 2021. 2. 1. 피고에게「2021. 2. 5.까지 회계자료 열람에 관한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같은 달 8일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

다.

피고에 대한 시정명령

피고가 위 각 내용증명에 대하여 회신하지 않자 Y 외 34명의 조합원들은 2021. 2. 8.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피고가 조합원들의 회계자료 열람 요청을 거부하여 노동조합법 제26조<2>를 위반하였으므로, 이에 대한 지도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진정을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8. 26. 피고가 회계자료 열람요청을 거부한 것은 노동조합법 제26조를 위반한 것이라는 취지로 결정하였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은 2021. 10. 13. 노동조합법 제21조<3>에 따라 피고에게「Y을 포함한 35명의 조합원들에게 2019년과 2020년 회계감사자료(회기 예산서, 회기 결산서, 회기별 수입원장 및 지출결의서)를 열람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시정명령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4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노동조합법 제14조에 따르면, 피고는 회의록 및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주된 사무소에 비치하여 조합원으로 하여금 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같은 법 제25조<4>, 제26조에 따르면 피고의 대표자는 피고의 회계감사결과, 결산결과 및 운영상황 등을 공표하여야 한다. 그런데 피고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는데도 조합원들의 회계장부 및 회의록 등에 관한 열람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문서 목록에 각 기재된 문서들(이하 ‘이 사건 문서’라 한다)에 대한 열람, 등사를 허용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열람청구에 관한 판단

1)

열람청구권의 존부

노동조합법 제14조와 같은 법 시행규칙 제8조<5>는 규약, 회의록 및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노동조합의 주된 사무소에 비치하고 이를 3년간 보존하도록 하고 있는 반면, 위 문서의 열람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위 규정의 취지는 노동조합의 자주적이면서도 민주적인 조직의 유지와 활동을 위해서 노동조합 재정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있고, 특히 위 규정이 장부와 서류를 작성하여 주된 사무소에 비치하도록 규정한 것은,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의 재정 상황과 운영에 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함으로써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내부 문제를 시정할 수 있게 하여 단결자치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자 한 취지이다(노동조합법이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노동조합의 주된 사무소에 비치하고 3년간 보존하게 한 것은 노동조합이 위 장부와 서류를 회계연도 이후 즉시 폐기함으로써 조합원의 위 열람권이 침해됨을 방지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또한 노동조합은 그 운영과 활동을 위하여 재정적 기반이 필요한데, 이를 주로 정기적으로 조합원들로부터 납부받는 조합비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조합비의 운영을 조합원에게 공개하는 것은 조합민주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 나아가 노동조합법 제26조는 ‘운영상황의 공개’라는 표제로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회계연도마다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공표하여야 하며 조합원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이를 열람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공표’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에게 널리 드러내어 알린다’는 것으로, 이에 관한 열람을 당연한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요구가 있을 때 공표물의 결산결과뿐만 아니라 이에 관련하여 피고가 비치, 보관 중인 자료까지 열람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이 노동조합법 제14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8조에 따라 비치, 보존하고 있는 규약, 회의록 및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열람할 권리가 있다.

2)

열람청구의 범위

이 사건 문서는 아래 표에 기재된 것과 같은 근거에 따라 모두 조합원들의 열람대상이 된다.

<6>

나.

등사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들은 이 사건 문서에 관한 열람뿐만 아니라 등사까지 청구하고 있다. ‘등사’의 사전적 의미는 ‘등사기 등을 이용하여 원본에서 베껴 옮긴다’는 것이므로, 등사청구는 문서의 등본을 외부로 가져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법에 조합원에게 노동조합의 재정에 관한 장부, 서류의 등본을 만들어 이를 외부로 반출할 권리까지 보장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규정을 찾을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법령상의 근거가 없다.

또한 노동조합의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가 외부로 반출될 경우, 조합원이 아닌 사람들에게 노동조합의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가 유출될 우려가 있고, 그에 따라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운영이나 전체이익이 저해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열람과 달리 등사에는 장비와 시간이 소요되므로, 이를 널리 허용할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업무수행이 저해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노동조합의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에 대한 등사의 필요성이 있다면,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총의를 모아 조합규약에 등사에 관한 규정을 둠으로써 등사청구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데, 피고의 규약에 이에 관한 등사를 허용하는 규정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나아가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의 열람 결과 위법 또는 부정이 발견되거나 그에 관한 상당한 개연성이 드러난 경우, 조합원은 총회 또는 임시총회에서 문제제기를 하거나, 형사고소 등을 할 수 있으므로, 조합원들에게 열람 외에 등사청구권까지 적극적으로 보장할 필요성이 높지도 않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열람청구의 주체에 관한 주장

피고는, 원고들은 피고의 소속 지부에 소속된 조합원들에 불과하므로, 피고의 소속 지부만이 이 사건 문서의 열람을 청구할 수 있고, 원고들은 위 문서의 열람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규약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규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들이 피고의 조합원이라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노동조합법 제26조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이기만 하면 노동조합의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열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법 제14조 역시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주된 사무소에 위 규정에서 정한 문서를 비치하도록 하여 조합원들이 이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가 산하에 사업자별 지부를 두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조합원들의 피고에 대한 열람청구권이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

피고는, 원고들이 피고 소속 지부의 조합원에 해당하고, 피고는 위 소속 지부의 상급단체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는 노동조합을「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들은 피고 소속 지부의 조합원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그 지부의 연합단체인 피고의 조합원에도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피고 소속 지부들이 권리능력 없는 사단 등으로서 독자적인 당사자능력을 가진다고 볼 아무런 증거도 없으므로, 원고들이 아닌 피고 소속 지부들만이 이 사건 문서의 열람청구권을 갖는다고 볼 수 없고, 이는 피고 산하 지부들이 피고의 운영비 중 많은 부분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달리 보기 어렵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열람의 필요성 관련 주장

피고는, 피고가 이미 피고 소속 지부에 이 사건 문서를 열람하도록 하였으므로, 원고들에게 다시 위 문서를 열람하도록 할 필요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갖는 열람청구권은 조합원들 고유의 권리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소속 지부에 문서를 열람하도록 한 것을 원고들에 대한 열람의무의 이행으로 볼 수는 없다.

또한 피고는, 피고의 대의원들이 예산 및 결산 승인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고 있고, 원고들은 회계감사 보고, 피고 소속 지부를 통한 장부 열람 등을 통해 피고의 재정 및 운영 상황을 감시할 수 있으므로, 원고들이 이 사건 문서를 직접 열람할 필요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의 내부적인 운영 및 예산 지출 절차 등과 별도로 조합원들의 열람청구권이 인정되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의 재정 상황과 운영에 관한 정보를 쉽게 얻어 자율적으로 내부 문제를 시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원고들이 다른 방식으로 피고의 재정 및 운영을 감시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위 열람청구권이 제한된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열람청구 등에 관한 제한 필요성 관련 주장

피고는, 원고들의 열람청구에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고, 원고들이 피고의 단결을 약화하기 위하여 열람청구를 하였으므로, 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열람을 요구한 각 서류에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는 내용이 있다고 볼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열람청구권의 보장 목적 및 취지를 고려하면, 피고로서는 그와 같은 우려가 있는 부분을 가리거나 삭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열람을 허용하는 방안을 원고들과 논의해 볼 수 있다. 나아가 원고들이 피고의 운영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열람청구가 제한된다고 볼 법령상의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을 제8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만으로 원고들이 피고의 단결을 약화하기 위하여 이 사건 문서의 열람을 청구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피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규약 개정 관련 주장

을 제6, 7, 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2023. 5. 12. 정기대의원회를 개최하여 재적 74명, 찬성 73명, 무효 1명의 표결에 따라 피고의 규약에 다음과 같은 조항을 신설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위 규약 제97조 제3항, 제4항은 노동조합법 제14조의 취지에 반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위 신설 규정을 근거로 이 사건 문서의 열람을 거부할 수 있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노동조합법 제14조는 노동조합의 자주적·민주적 조직의 유지와 활동에 필요한 재정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의 재정 상황과 운영에 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함으로써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내부 문제를 시정할 수 있게 하여 단결자치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자 한 취지로, 적어도 위 규정에서 비치하도록 한 문서에 관하여는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열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위 피고가 신설한 규약 제97조 제3항은 피고가 조합 중앙위원회의 의결로 조합원들이 한 열람청구의 당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문서의 열람 여부를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

위 규약 제97조 제3항은 조합원 본인과 이해관계가 있거나(제1호) 조합의 위법행위를 확인할 증빙자료를 구비한 경우(제2호) 및 열람을 허용할 객관적·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제3호)에 한하여 노동조합법 제14조 제1항 제5호, 같은 법 시행규칙 제8조 제3에서 7호에 각 규정된 문서들의 열람을 허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문서열람청구권은 노동조합의 운영, 재정 및 예산 집행을 감독하는 방법의 하나로 인정되는 것이므로, 조합원들은 자신과 직접 이해관계가 없더라도 재정에 관한 문서를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조합원들이 문서열람청구를 하는 것은 조합의 위법행위를 사전적·사후적으로 감독하기 위한 것으로, 문서열람청구를 하는 시점에는 위법행위에 관한 객관적 증빙을 소지하지 못할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피고가 규약을 개정하여 열람허가 사유로 든 각 호의 규정은 요건이 지나치게 무거워 조합원들의 열람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없다.

다)

위 규약 제97조 제4항은 조합원들의 열람청구에 같은 조 제3항에 규정된 허가사유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열람청구가 피고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단결력을 훼손할 수 있는 경우에는 중앙위원회의 의결 없이 문서를 비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방적으로 피고의 사정만을 이유로 조합원들 고유의 열람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위 규정은 문서를 비공개할 사유로 '조직에 대한 악영향', '단결력 훼손' 등의 추상적·포괄적 사유를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 스스로가 이와 같은 사정이 존재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중앙위원회의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문서를 비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는 그 자체로 조합원들의 열람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보아야 한다.

4.

결론

원고들의 각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태일(재판장) 송효섭 임현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