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벌금 1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사건정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0고정2298
판결선고
2021. 5. 12.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서울 강남구 B 지층 C호에 있는 D 대표로서 상시 2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음식점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8. 11. 5.부터 2020. 4. 10.까지 근로하고 퇴사한 근로자 E의 2020년 4월 임금 888,888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8. 11. 5.부터 2020. 4. 10.까지 근로하고 퇴사한 근로자 E에 대한 퇴직금 3,792,559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증인 E의 증언
진정서, 사업자등록증, 근로계약서(E)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금품 미지급의 점),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퇴직금 미지급의 점)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형의 선택
벌금형 선택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주장의 요지
E은 근무하면서 판매되지 않은 제품이나 현금을 가져가 절도 내지 횡령 행위를 하였다. E은 2020. 4. 10.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자유로운 의사로 2020년 4월분 임금과 퇴직금을 반납하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였다. 피고인은 그 확인서에 의하여 E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고 E의 피고인에 대한 임금, 퇴직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하였으므로, 피고인의 E에 대한 임금, 퇴직금 지급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② 또한 피고인은 그 확인서에 기하여 E에 대한 임금, 퇴직금 지급의무를 다투고 있었으므로, 근로기준법 등 위반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 ③ 나아가 피고인은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확인서를 작성하고 그에 따라 E에게 임금,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므로, 임금,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하였고 그 오인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판단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이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 다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하나,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등 참조).
1) 위 각 증거들과 피고인과 변호인이 제출한 각 CCTV 영상(증 4, 5호증), 확인서(증 6호증), 녹취서(증 7호증)에 의하면, 피고인은 2020년 3월경 CCTV 영상을 통하여 E이 판매되지 않은 제품이나 현금을 가져갔다고 보아, 2020. 4. 10. E을 만나 E으로부터 “E은 근무하는 동안 매장의 현금 및 재물을 상습적으로 횡령하였다. 깊이 반성하는 바이며 매장의 손해액 모두 변제하겠다. 4월 급여 및 수당, 퇴직금을 반납하고, 이와 별도로 1,250만 원을 2020. 7. 10.까지 변제하고 자진 퇴사하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든 각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확인서가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은 2020. 4. 10. E을 만나 E에게 “상습절도, 업무상 횡령은 형법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녹취록 2면), “잠정적인 피해액은 2,000만 원 정도로 생각한다. 급여와 퇴직금은 상계를 시키고 싶다. 만약에 형사 고발된다면 전과가 계속 남을 거다. 합의를 하면 고용보험 탈 수 있게 권고사직으로 처리해 주겠다.”(녹취록 3면), “합의할 생각이 없으면 형사 처벌되고 민사로 손해액을 변상하여야 한다.”(녹취록 4면)는 등의 말을 하였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말은 E에게 합의하지 않으면 민·형사책임을 지우고 합의하면 권고사직 처리하여 실업급여를 받도록 해주겠다는 취지이므로, E의 입장에서는 민·형사 책임을 면하고 실업급여를 받기 위하여 확인서를 작성하여 주었을 가능성이 크다.
피고인은 확인서를 작성한 2020. 4. 10. 이전에 E에게 제품을 가져가거나 현금을 가져갔는지 묻거나 이를 이유로 해고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E, F 사장대화(증거기록 54, 55쪽), 피고인과 변호인이 제출한 카카오톡 대화내용(증 3호증) 등]. E은 2020. 4. 10. 피고인의 요청으로 피고인을 만난 자리에서 제품을 가져갔다거나 현금을 가져갔으므로 그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말을 처음 들었다. 또한 피고인은 E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 퇴직금 액수와 피해액을 정확하게 알려 주지 않았고 위와 같은 말을 하며 합의서를 작성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다.
즉 E은 확인서의 내용을 검토할 시간이나 내용의 적정 여부를 확인할 자료도 없이 “4월 급여 및 수당, 퇴직금을 반납하고, 이와 별도로 1,25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였다.
E은 확인서 작성 3일 후인 2020. 4. 13. 피고인에게 “퇴사 14일 이내로 4월 급여, 퇴직금 등을 지급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증거기록 55쪽), 같은 날 고용노동부에 임금 등 미지급을 이유로 진정을 제기하였다. 또한 E은 2020. 7. 15. 피고인을 상대로 임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수원지방법원 용인시법원 2020가소218500 임금). 이러한 사정은 E이 확인서 내용에 동의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앞서 본 확인서 작성 경위와 그 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없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나아가 피고인은 변호사의 자문을 거쳐 E으로부터 확인서를 받았다고 하나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을 뿐 아니라, 설령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확인서를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임금,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②, ③ 주장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판사 이광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