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2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이유무죄 부분에 대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의 근로 형태 등에 비추어, 위 근로자들은 오침시간을 이용하여 업무일지를 작성하거나 추가 근로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는데, 피고인은 위 근로자들의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들에 대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 ② 위 근로자들의 정상적인 휴게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근로 환경 조성은 피고인에게 주어진 당연한 의무인바, 그 조성 의무가 위 근로자들의 항의 여부에 구애받는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위 근로자들이 동료의 양해를 구하고 외출을 다녀온 것은 위 근로자들이 고안한 자구책에 불과할 뿐, 피고인의 휴게시간 부여로 인한 결과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④ 위 근로자들이 오침시간을 활용하여 작성한 업무일지 등의 기재 내용 및 근로 형태 등에 비추어, 위 근로자들에게 충분한 휴게시간이 부여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⑤ 위 근로자들의 보호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되며 소멸시효의 법리에 따라 피고인의 채무이행 거절을 인정하게 될 경우 현저히 형평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하므로 피고인 측의 소멸시효 주장을 배척함이 타당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함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20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피고인(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위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직권판단
법령적용의 오류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일부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근로기준법위반 범행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를 적용하였다.
그런데 금품청산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는 근로자의 사망 또는 퇴직으로 임금 등의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이 경과하는 때에 성립하고(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5도8364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은 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어 2018. 5. 29. 시행되었는바<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8. 5. 28.<2>까지의 범행은 행위시법인 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 적용되었어야 하나, 원심은 이를 간과한 채 현재 시행중인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을 적용한 잘못이 있는바, 원심판결에는 적용법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공소장변경에 따른 심판대상의 추가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근로자 F 부분에 한하여, ① 금품청산위반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유지하면서, ② 예비적으로 적용법조를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3>, 제43조로 하여 아래 표 기재와 같은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추가되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금품청산의무와 임금 정기지급의무는 양립 불가능한 관계이고, 검사가 근로자 F에 대한 부분만 차별적으로 기소하는 것이라는 등의 규범적 요소를 고려할 때, 예비적으로 추가된 공소사실이 주위적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공소장변경허가결정은 공소장변경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은 “검사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철회 또는 변경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허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검사의 공소장변경 신청이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한 법원은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공소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그대로 유지되나, 이러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할 때 그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위반죄와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43조 위반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하기 전에 이미 발생한 체불임금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43조 위반죄와는 별도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도14850 판결,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7760 판결, 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5도8364 판결 등 참조).
검사는 당초 ‘피고인이 근로자 F의 연장근로수당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약식명령을 청구하였고, 당심에 이르러 위 범죄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유지하고 ‘피고인이 근로자 F의 초과근로수당을 임금정기지급일인 매 익월 25일에 각각 그 전액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공소사실을 근로기준법위반의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였다. 각 공소사실의 내용을 비교하여 보면, 주위적 공소사실과 예비적 공소사실은 모두 같은 근로자 F에 대하여 동일한 임금의 미지급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이 근로자 F의 퇴직 후 금품 청산의무를 위반한 것인지와 매월 임금 지급의무를 위반한 것인지에 관한 법률적 평가만을 달리하고 있다. 나아가 그 죄질과 피해법익도 유사하므로,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17. 4. 7. 선고 2017도74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검사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이 차별적 기소로서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여 공소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법원이 주위적 공소사실 중 일부를 무죄로 판단하고 예비적 추가된 공소사실 중 일부를 유죄로 인정하므로, 위 주위적 공소사실만을 심판대상으로 삼은 원심판결 중 근로자 F에 대한 부분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 부분과 원심이 유죄로 판단한 나머지 범죄사실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에 의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하고, 원심이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은 유죄로 판단한 범죄사실과 일죄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그 전부를 파기하여야 한다.
소결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더라도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살펴본다.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오침시간 30분 초과근로수당 미지급에 관하여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판결문 제3의 가.항에서 상세한 설시를 통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이유무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등 참조). 또한 형사항소심은 속심이면서도 사후심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과 아울러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 등에 비추어 볼 때, 제1심이 증인신문 등의 증거조사 절차를 거친 후에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경우에, 항소심의 심리 결과 일부 반대되는 사실에 관한 개연성 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하더라도 제1심이 일으킨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정도에까지 이르지 아니한다면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제1심의 판단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1428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따라 원심의 판단을 이 사건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달리 당심에서 추가로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제출된 바도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근로자 F의 2016. 4.분과 2016. 5.분 초과근로수당 미지급에 관하여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판결문 제3의 나.항에서 상세한 설시를 통하여 F의 2016. 4.분과 2016. 5.분 초과근로수당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되었으므로, 피고인에게 위 2016. 4.분과 2016. 5.분에 해당하는 초과근로수당은 청산의무가 없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인의 금품청산의무를 전제로 한 F의 2016. 4.분과 2016. 5.분 초과근로수당에 관하여는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금품청산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는 근로자의 사망 또는 퇴직으로 임금 등의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이 경과하는 때에 성립한다(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5도8364 판결 참조). 다만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7도4343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F은 피고인의 사업장에서 2019. 6. 30.경까지 근무하다가 퇴직하였으므로 F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죄는 그로부터 14일이 지난 2019. 7. 15.경 성립하는데, 2016년 4. 분과 2016. 5.분 초과근로수당 부분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49조가 정한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이미 경과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으로서는 위 초과근로수당 부분의 지급의무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이를 지급하지 않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이 부분 초과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도742 판결 참조). 그렇다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원심판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