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원고는 2006. 3. 2.부터 2019. 8. 30.까지 피고가 설립․운영하는 국립대학교인 B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근무하였다. 원고가 2019. 6. 18.까지 강의한 과목과 시수는 별지 기재와 같다.
원고는 피고와 학기별로 위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2019. 3. 8. 체결한 시간강사 위촉계약(이하 ‘이 사건 위촉계약’)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아래에서 ‘갑’은 B대학교 총장, ‘을’은 원고를 지칭함).
이 사건과 관련된 법령 등은 다음과 같다.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을 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시간강사의 업무에는 강의계획서 작성, 강의 준비를 위한 연구와 자료 수집 및 교재 준비, 시험출제와 평가, 성적 처리와 입력, 출결 관리와 정리, 기타 학사행정업무 등 강의 이외의 업무가 포함되어 있다. 이 사건 위촉계약에 따라 원고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근로시간은 강의시간과 강의 외 업무시간까지 포함하여 1주당 15시간을 초과한다.
이 사건 위촉계약상 원고가 강의 외 업무를 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원고와 피고는 소정근로시간에 강의 외 업무시간도 포함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위촉계약에서 소정근로시간을 강의시간인 12시간으로 정한 것(이하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약정’)은, 원고가 수행하는 업무 중 일부인 강의시간만을 사전에 특정한 것에 불과하여 원고의 업무 전부에 대한 소정근로합의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약정을 원고 업무 전부에 대한 소정근로합의라고 본다면, 이는 강의 외 업무를 강의시간 내에 모두 수행하도록 하는 것으로 불가능한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고, 이러한 규정은 퇴직금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탈법적 행위이므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결국 원고 업무 전부에 대한 소정근로시간 약정은 없는 상태이므로, 이 사건 위촉계약에 따라 정당하게 산정된 소정근로시간으로 대체되어야 하고, 원고가 위촉계약상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제공한 근로시간은 모두 소정근로시간에 포함하여야 한다. 원고가 수행한 주당 강의시간 12시간에다 강의 외 업무시간까지 포함하면 주당 소정근로시간은 15시간 이상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원고의 근무기간에 해당하는 퇴직금 87,836,616원과 사용하지 못한 41일분의 연차에 대한 연차휴가수당으로 8,885,520원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원고가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근로자’라는 점은 근로기준법의 연차휴가수당청구권 및 퇴직급여법의 퇴직금청구권의 발생요건으로, 원고가 입증할 책임이 있으므로(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6다236285 판결 참조) 이에 관하여 본다.
관련법리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고,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1990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7호는 ‘소정근로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같은 법 제17조 제1항은 소정근로시간을 사용자가 근로계약 체결 당시 명시하여야 할 근로조건의 내용으로 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58조 제1항은 근로자가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하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소정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실제 일한 객관적인 근로시간인 실근로시간과는 구분되고,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미리 정하여진 ‘소정 근로시간’, ‘시업시각, 종업시각, 휴게시간’(이 경우 시업시각에서 종업시각까지의 시간 중 휴게시간을 뺀 시간이 소정근로시간이 된다) 등을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퇴직급여법 제4조 제1항 단서는 퇴직급여제도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근로자를 실근로시간이 아닌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정의하였으므로 소정근로시간이 1주당 15시간 미만으로 근로계약 등에 정하여져 있다고 하더라도 실근로시간은 1주당 15시간 이상일 수 있고, 반대로 소정근로시간이 1주당 15시간 이상이라 하더라도 실근로시간은 1주당 15시간 미만일 수도 있는바, 해당 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이 1주당 15시간 미만이라면 초과 근로 등으로 실근로시간이 1주당 15시간을 넘는 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사용자는 그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
그런데 근로계약상 정하여진 1주당 15시간의 소정근로시간으로는 주어진 업무를 수행할 수 없어 실근로시간이 항상 1주당 15시간 이상이 됨에도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근로계약서 등에는 형식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1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정하고, 실제로는 상시 초과 근로를 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퇴직금 지급의무를 회피하는 경우, 이러한 소정근로시간 약정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사용자의 퇴직금 지급의무를 규정하여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퇴직급여법의 입법 취지가 몰각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소정근로시간 약정은 강행법규인 퇴직급여법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고, 이 경우 근로자가 통상적으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하여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소정근로시간보다 실근로시간이 현저히 긴 사정은 퇴직급여법의 적용을 잠탈하려는 목적을 추단할 수 있는 주요 사정이라고 할 것이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퇴직급여법이 실근로시간이 아닌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사용자에게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실제 노무제공 과정에서 소정근로시간보다 다소 초과 근로를 하여 실근로시간이 1주당 15시간을 초과하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약정이 무효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소정근로시간 약정이 퇴직급여법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무효라는 점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 입증책임이 있다.<1>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을 8호증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과 사실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약정에 따라 원고의 1주당 소정근로시간은 12시간이고, 위 약정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 무효라고 보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약정이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위촉계약서 제1조 제2항, 제3항에 강의 연구시간 및 강의 이외 업무처리 소요시간을 포함하여 주당 소정근로시간을 12시간으로 한다는 점이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다.
대학교 시간강사의 업무는 크게 강의와 학생평가로 구분할 수 있고, 구체적으로 강의 관련 업무는 강의, 강의계획서 작성, 강의 준비 업무(연구와 자료 수집 및 교재 준비 등)로, 학생평가 업무는 시험 관련 업무(출제 및 감독, 채점), 행정업무(성적 및 출결 전산입력 등)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간고사 및 기말고사가 있는 기간에는 강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시험기간에는 강의 관련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없고, 강의를 하는 동안에는 학생평가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없다. 이렇듯 통상적으로 강의 관련업무와 학생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이 어느 정도 구분되어 있으므로, 원고가 위 업무 전부를 상시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위촉계약에도 강사료 계산시 시험기간을 제외한다는 내용이 존재하지 않고, 피고는 시험기간에도 강의시수를 계산하여 강사료를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위 내용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위촉계약 상 원고와 피고는 시험기간에 이루어지는 학생평가 관련 업무가 그 기간 동안 강의업무를 대체하는 것으로 보았거나, 적어도 시험기간에 이루어지는 학생평가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에 대한 가치를 그 기간 동안 강의 업무를 수행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약정이 순수한 강의시간만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원고의 주장대로 학생평가 업무에 필요한 시간을 다시 별도의 근로시간으로 인정한다면 동일 근로에 대한 대가를 중복 계산하여 지급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고, 강의를 하지 않은 기간에 지급받은 강사료의 지급원인을 설명하기도 곤란하다고 보인다.
원고의 업무 중 강의와 시험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업무(이하 ‘나머지 업무’)는 모두 강의실 밖에서 이루어지고, 업무의 성질 상 강사의 전문성과 지적 능력을 활용하여야 하고 업무 수행 방법이나 선택에 있어서도 재량의 여지가 커서 사용자의 구체적 지휘ㆍ감독과는 친하지 않고, 실제로도 피고가 위 업무를 수행하는데 구체적 지휘ㆍ감독을 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위 나머지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모두 근로시간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설령 위 나머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시간을 모두 근로시간으로 보더라도, 그 중 비중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이는 강의 준비 업무(연구, 자료 수집, 교재 준비)와 시험 관련 업무(시험출제 및 채점, 평가)에 들어가는 시간은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강사 개인의 능력이나 경험, 과목 등에 따른 편차가 크고, 강사의 재량이 크므로 통상의 방법으로 강의실 밖에서 이루어지는 근로시간을 계산하기는 곤란하다고 보이고, 근로자별로 계산이 가능하더라도 그 중 객관적으로 평균인이 업무 수행에 통상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 얼마인지 정하기 어렵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시험기간에는 강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근로가 행해지므로 원고가 수행하는 근로시간을 순수한 강의시간으로만 계산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 위촉계약 당시 원고에게 강의 외 업무가 필요하다는 점은 원고와 피고 모두 인식하고 있던 사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주 업무와 나머지 업무가 질적‧양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나머지 업무에 들이는 시간 중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는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그 근로시간을 산정하기도 어려운 사정으로 인해 원고와 피고가 소정근로시간을 합의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인다.
원고의 임금(강사료)은 ‘주당강의학점(이 사건에서 강의시간 또는 소정근로시간과 동일함)×강사료 단가×4주’로 계산되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강의 외 업무를 할 필요성이 있으나 그 시간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사정은 이미 이 사건 위촉계약 당시 위 강사료 단가를 산정하는데 반영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후적으로 실제 강의 외 업무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업무에 소요된 시간까지 다시 포함하여야 한다고 하면, 임금 계산의 여러 가지 요소들을 개별적으로 비교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근로자에게 가장 유리한 내용을 각 요소별로 취사선택하는 것을 허용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고 보인다.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약정이 무효이고 강의 외 업무시간에 필요한 시간도 포함하여 소정근로시간을 평가해야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방학 시작일인<2> 2019. 6. 19. 이전 4주간 평균하여 원고의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는 2019년 1학기의 강의시수가 주당 12시간이었다.
원고는 2019학년도 1학기에 수학1(화학과), 일반수학(물리학과), 일반수학1(건축공학과), 환경수학(환경교육과) 4개 과목을 1주일에 3시간씩(2회로 나누어 1시간 30분씩) 강의하였는데, 수학1(화학과)와 일반수학(물리학과)의 강의계획서 내용이 동일하고, 일반수학1(건축공학과)의 강의계획서도 제14, 15주 부분을 제외하면 동일하다. 원고는 B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근무하는 동안 일반수학1(건축공학과)과 환경수학(환경교육과)을 각 4차례 강의하는 등 2006년부터 동일하거나 유사한 강좌를 여러 차례 반복하여 강의해왔다. 원고는 위 강좌에 대한 강의, 시험출제, 채점 등에 관하여 상당한 정도로 숙련되어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위 강좌에 대한 강의 외 업무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2019학년도 1학기에 B대학교의 과학영재교육원에서 영재교육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위 영재교육을 주관하는 기관은 B대학교와 별도의 법인인 B대학교 산학협력단이고, 원고는 B대학교 산학협력단으로부터 과학영재교육원에서 한 수업의 대가를 지급받았다. 원고가 과학영재교육원에서 영재교육에 참여한 것은 B대학교의 시간강사로서 이 사건 위촉계약에 따라 수행한 업무라 볼 수 없다.
원고는 시험기간에 강의를 하지 않았으므로 강의를 준비할 필요가 없었고, 시험감독 시간 외에는 다른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며,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강의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강의 관련 업무 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반영하여야 할 사정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강의 외 업무 전부를 근무기간 내내 상시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고, 그때그때 행해지는 주 업무에 따른 관련 업무를 수행하였다. 상시적으로 강의 외 업무를 할 필요가 있었더라도 최소한 1주당 3시간 이상이 필요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소결론
원고가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근로자’라는 점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나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