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6. 8. 선고 2021구합86788 판결

주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21. 10. 21.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B사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신라 D 재위 시 창건된 사찰로서 종교적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격 없는 단체이다.

2)

원고는 2020. 7. 1.부터 참가인 내 공양간에서 조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던 자이다.

나.

참가인의 인원 현황 및 금전지급 내역

1)

참가인은 E 포털사이트인 ‘F’에 공양주 보살을 구하는 내용의 구인공고를 등록하였는바, 원고가 위 구인공고를 확인하고 2020. 6. 말경 사찰을 방문하여 총무스님 G과 면접을 본 다음 2020. 7. 1.부터 참가인에서 상시 거주하면서 공양 업무를 담당하였다.

2)

참가인에서 상주하고 있는 인원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3)

참가인은 2020. 7.경부터 2021. 4.경까지 보시금 명목으로 원고와 S에게는 매월 각 200만 원을, O, P, Q에게는 매월 각 150만 원을 고정적으로 지급하였다.

다.

원고의 업무종료 경위

1)

원고는 2021. 3. 30. 종무소 관리 보살 S에게 전화하여 ‘사찰을 떠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바 있고, 2021. 3. 31. 총무스님 G과 면담을 한 후 4일간의 휴가를 받아, 2021. 4. 5. 점심 공양을 마친 다음 휴가를 떠났다가 2021. 4. 9. 저녁 공양 시간 이후 복귀하였다.

2)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심문회의에서, 원고는 2021. 4. 9. 휴가에서 복귀한 이후 총무스님이 원고의 늦은 복귀와 사과 한마디 없었음을 이유로 들어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다.’라면서 구두로 해고를 통보하였다고 주장한 반면, 참가인은 원고가 설거지하던 고무장갑을 끼고 밥을 만지는 등의 행위를 하기에 총무스님이 이를 지적하고 주의를 주었을 뿐인데, 원고가 ‘지난번에 왜 붙잡았냐. 오늘 가겠다.’라고 답한 후 스스로 짐을 싸서 사찰을 떠났다고 주장하였다.

라.

재심판정의 내용

1)

원고는 2021. 5. 14. 참가인으로터 부당해고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7. 7. 참가인은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 아니어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및 제28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의 구제신청을 각하하였다(T).

2)

원고는 2021. 8. 5. 초심판정서를 송달받고, 이에 불복하여 2021. 8. 12.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10. 21.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마.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

1)

원고는 참가인의 대표자인 U을 근로계약 서면명시교부의무 위반, 금품청산의무 위반 및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각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하였다.

2)

이에 대하여 검사는 2021. 11. 26. ‘원고의 근로자성 및 근로계약 서면명시교부의무 위반에 의한 피의사실은 인정되지만, U이 고령으로 초범인 점, 범정이 중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U의 관여 정도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사실관계를 일체 자인하는 등 수사과정 전반에 성실히 협력한 점 등의 사정을 참작한다.’는 이유를 들어 근로계약 서면명시교부의무 위반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기소를 유예하는 처분을 하였고, 나아가 금품청산의무 위반 및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5인의 재가불자들은 원고와 달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만한 증거자료가 전혀 없어서 참가인의 상시근로자가 5인 이상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에게 근로기준법 제56조를 적용할 수 없고, 또한, 원고의 하루 소임시간이 6시간 미만이라는 U의 주장이 더 타당하다고 판단되며, 원고가 해고를 당하였음을 증빙할 만한 객관적이 자료가 전혀 없는데다가 해고 상황 등에 대한 원고의 진술도 오락가락하므로 이를 해고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근로감독관의 판단을 원용하여 혐의 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호증, 을나 제10, 39 내지 4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를 포함하여 참가인에 상주한 재가불자 6명은, 참가인이 지정한 장소에서, 참가인의 운영 및 유지·관리에 필요한 업무를 부여받아, 참가인의 지시·감독하에 업무를 수행하고, 그 대가로 매월 150만 원 내지 200만 원을 정기적·고정적으로 지급받았으므로, 모두 참가인에 종속되어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참가인은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으로서 근로기준법이 정한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대상에 해당되는바, 참가인이 2021. 4. 9. 원고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구두로 해고를 통보한 것은 부당한 해고이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관련 법리

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2)

원고를 포함한 재가불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다가 갑 제3, 6 내지 15호증, 을나 제32, 34호증의 각 기재, 증인 Q, P, G의 각 일부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를 포함한 재가불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가)

근로기준법의 적용범위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11조 소정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나 근로자를 정의한 같은 법 제2조 제1호의 직업, 사업이나 사업장은 그 종류를 한정하고 있지 아니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종교사업도 위 각 조문의 사업이나 사업장 또는 직업에 해당되므로, 참가인이 V종교단체에 소속된 사찰로서 종교적인 공동체라고 하더라도 이를 근로기준법상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

E 포털사이트인 ‘F’에는 불교에 관한 구인광고가 이루어지고 있고, 그 중에는 사찰 내에서 법당 보살, 공양주 보살, 부목 관리 처사, 도량정비 및 운전, 종무원 등의 업무를 수행할 사람을 모집하는 구인광고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바, 이와 같은 구인광고에는 보시금 내지 급여, 근무조건, 처우, 휴무일, 4대 보험 가입 여부, 퇴직금 유무 등을 비롯하여 소임 또는 업무에 따른 유·무형의 경제적 대가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참가인 사찰 내에 상주하는 재가불자들 중에서도 원고와 P은 위와 같은 ‘F’을 통하여 소임 내지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다)

S, Q, O, R은 개인적인 친분이나 소개를 통하여 참가인 사찰에 상주하는 것을 허락받거나 소임 내지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는데, 이들에게도 고정적, 정기적으로 보시금 명목의 돈이 지급된다는 점에 대하여는 다툼이 없고, 다만 참가인은 위 돈이 시혜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서 재가불자들이 사찰을 떠나게 된 이후의 생활에 도움을 주고자 주지스님이 임의로 결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G, P, Q의 각 진술에 의하더라도, 현재 참가인에 상주하는 재가불자들 중에는 소임을 맡지 않은 자가 없어서 모두 고정적, 정기적으로 보시금 명목의 돈을 지급받고 있는데, 보시금의 구체적인 액수는 재가불자들 사이에서도 다소 차이가 있고, 이전에는 소임을 맡지 아니한 재가불자도 있었으나, 원칙적으로 보시금은 소임을 맡은 자에 한하여 정기적, 고정적으로 지급되었을 뿐, 소임을 맡지 아니한 자에게는, 가령주지스님이 비정기적이거나 일회성으로 보시금을 지급한 경우는 있을지라도, 참가인이 정기적, 고정적으로 보시금을 지급하지는 아니하였으며, 나아가 실제로 Q는 참가인 사찰에 상주하게 된 이후에도 매표소 관리 업무를 전담하기 이전까지 보시금을 지급받지 아니하다가 위 소임을 맡게 된 이후에야 비로소 보시금을 지급받기 시작하였던 데다가, 위 돈을 개인적인 용도나 기부금,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므로, 결국 원고를 포함한 재가불자들에게 지급한 보시금은 순수한 시혜적 성격에 해당하는 부분과 재가불자들의 소임에 대한 대상적 성격을 가진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적어도 그러한 한도 내에서 재가불자들이 받은 보시금 중 일부가 근로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은 충분히 인정된다.

라)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공양관리, O은 조경, 텃밭 관리, P은 법당관리, Q는 매표소관리, R은 도량관리, S는 종무소관리를 각 담당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업무분장이 이루어져 있는바, 참가인이 위 재가불자들이 수행할 업무의 내용을 지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재가불자들이 근무할 시간과 장소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 구속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참가인은 재가불자들의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시간, 근무 장소를 지정한 사실이 전혀 없고, 이를 전적으로 재가불자들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Q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판매하는 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는 없고, 구체적인 업무 방법이나 시간은 이전부터 해왔던 관례에 따르고 있으며,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매표소 내부의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적을 때 요령껏 식사를 한다는 것인바,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재가불자들의 근무시간이나 근무장소가 자유로웠다는 주장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게다가 참가인은, 원고가 2021. 4. 5. 점심 공양을 마친 다음 휴가를 떠났으므로, 2021. 4. 9. 저녁 공양 시간 이전에는 복귀하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바, 그 주장 자체로도 원고가 근무시간, 근무장소 등에서 상당한 구속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나아가 다른 재가불자들도 개인적인 사유나 휴가로 인하여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날에는 직접 대체할 사람을 구한 다음 참가인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매표소나 종무소의 경우 그 운영시간이 명시되어 있기도 한 점, O은 골절상을 입어 일하지 못한 기간 동안 참가인에게 보시금을 반납하기까지 한 점 등을 모두 고려하면, 비록 참가인의 단체적 특성이나 재가불자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특성상 참가인이 그 업무의 내용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하지 아니하였을 수는 있으나,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참가인이 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참가인이 요구한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점에서 재가불자들은 참가인으로부터 포괄적으로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마)

재가불자들이 수행한 업무는 그 자체로 종교활동이라고 볼 수는 없고, 사찰의 유지·관리를 위한 필수적인 업무에 해당한다. 실제로 재가불자가 사찰을 떠나는 경우 참가인으로서는 해당 재가불자가 수행하였던 소임을 맡아 줄 다른 재가불자를 구해야만 하고, 앞서 본 ‘F’에 구인공고를 게시하는 것은 대부분 그러한 목적이라고 보이는바, 설령 참가인에 상주하는 재가불자들이 스스로 소임을 개인의 종교적 수양의 일환이라고 생각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을 들어 위 업무를 개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종교적 수양 또는 수행행위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재가불자들의 업무는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3호가 정하는 정신노동 내지 육체노동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바)

한편, 재가불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혹은 임의로 제3자를 자신의 비용으로 고용하여 그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거나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전혀 없다.

사)

참가인에 상주하는 재가불자들이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에 근로자로서 가입된 사실이 없었고, 또한 참가인과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거나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은 사실도 존재하지 않지만, 앞서 관련 법리에서 본 바와 같이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았는지 여부는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재가불자들의 근로자성에 관한 판단을 뒤집기 부족하다.

나아가 이 사건과 같이 일방 또는 쌍방이 순수 종교인이거나 종교적 활동을 원인으로 사무(업무) 처리에 관한 인적관계가 형성되는 경우에 그와 같은 종교적 성질 때문에 그 관계를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관계로 평가하는 것이 한층 더 어려워질 수는 있으나, 그러한 종교적 성질을 고려하더라도, 앞서 본 규정 및 법리에 따라 근로관계로 평가할 수 있는 이상, 근로관계의 일방 또는 쌍방이 순수 종교인이라거나 종교적 활동을 원인으로 근로관계가 형성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

마.

소결론

따라서 원고를 포함하여 참가인에 상주하는 재가불자들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한데, 이와 달리 위 재가불자들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잘못 판단한 탓에, 참가인이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하여, 해고의 존재 여부 등에 대해 더 나아가 살피지 아니한 채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해고의 존부 및 정당성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처분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에 관하여 판단하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용석(재판장) 김규현 김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