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B생)는 2010. 1. 28. '진폐' 진단을 받은 후 이어진 정밀진단 결과 '진폐병형 : 제1형, 심폐기능 고도장해(F3), 합병증 폐기종'으로 요양대상 결정(이하 '이 사건 원처분'이라 한다)을 받아 요양 중인 사람으로, 2019. 5. 3. 진폐장해등급 01급 04호 처분을 받아 장해보상급여를 지급받고 있다.
원고는 2023. 2. 2. 07:00경 요양 중인 의료기관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로 척추, L1 부위의 골절 진단(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받았고, 피고로부터 추가상병 승인을 받았다.
원고는 2024. 6. 4.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하여 'T12, 22, L1, 11, L2, 26요추 제1번 압박률 55% 소견'을 받아 장해급여 청구를 하였다(이하 위 장해를 '이 사건 신규 장해'라 한다).
피고는 2024. 7. 15.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상병은 이 사건 원처분으로 입원 중 발생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2조의 요양 중의 사고로서 동일한 재해일자의 요양 중 사고에 해당하고, 동일 재해에 대하여 복합상병으로 상병부위가 2 이상이고 그 중 일부 부위에 대하여 치료가 종결되었다고 하더라도 기승인상병인 진폐증에 대하여 골절종결일인 2024. 5. 30. 이후에도 치료를 계속 해야 되는 것이 확인되므로 공단의 장해급여지급 조건인 요양 중인 모든 상병이 치유되었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하고, 위 처분사유를 '1차 처분사유'라 한다)을 하였다.
피고는 2024. 12. 23. 제출한 답변서에서 '원고는 이미 진폐장해등급 제1급을 받은 사람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 단서 규정에 따라 조정의 결과 제1급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하여 장해등급을 상향할 수 없다'고 답변하였고, 2025. 4. 1. 원고에게 그와 같은 처분사유를 추가로 고지하였으며(이하 '추가 처분사유'라 한다), 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주장에 관하여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해당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실체적 당부에 관하여 이 소송에서 심리·판단하는 것에는 동의한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당사자의 주장
원고의 주장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각 보험급여의 종류별로 그 지급요건과 기준을 따로 정하고 있으므로 각 보험급여는 그 요건의 해당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여야 하고,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요양승인을 하고 그 치료를 종결하였으나 후유장해가 남게 되어, 진폐증의 요양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장해급여를 지급함이 마땅하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한다.
피고의 '장해등급 조정에 관한 시행지침(2019. 1. 1.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이미 장해가 있던 사람이 새로 업무상 재해로 계열이 다른 새로운 장해가 발생한 경우 장해등급을 조정하지 않고 새로 발생한 장해등급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시행일(2019. 1. 1.) 이후 장해급여 청구 사유가 발생한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기존 장해등급이 제1급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계열이 다른 이 사건 상병에 기한 장해등급 제10급에 해당하는 일시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상병은 주된 상병의 "진폐증"에 따른 요양 중의 사고로서 주된 상병과 분리된 별도의 재해가 아니고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치료가 종결되었다 하더라도 주된 상병에 대한 요양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7조 제1항, 제5조 제4호, 동법 시행규칙 제46조 제10항의 규정에 의한 장해등급판정의 대상이 되는 '요양이 끝난 때에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원처분에서 주된 상병인 진폐증이 장해 1급으로 판정된바, 진폐증에 대하여 증상이 고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장해등급 상향이 불가능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관련 법령 : 별지 기재와 같다.
판단
최초 처분사유에 대한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장해급여는 원칙적으로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려 완치 후 신체에 장해가 있는 경우', 즉 부상 또는 질병이 완치되거나 부상 또는 질병에 대한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때에 지급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진폐증은 현대의학으로도 완치가 불가능하고 분진이 발생하는 직장을 떠나더라도 그 진행을 계속하는 한편, 그 진행 정도도 예측하기 어렵고(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28780 판결 참조), 진폐증에 대한 장해급여와 관련된 법과 법시행규칙의 여러 규정들을 살펴보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은 진폐증의 위와 같은 특성을 고려하여, 진폐증에 대하여는 다른 일반 상병의 경우와는 달리 진폐증이 산업재해보상법령상 장해등급기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진폐증에 대한 치료를 받아 진폐증이 완치되거나 진폐증에 대한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해당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진폐증에 걸린 근로자의 복지를 증진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1999. 6. 22. 선고 98두5149 판결 참조).
따라서 원고가 진폐증의 진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요양 중이기 때문에 장해등급 판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최초 처분사유는 위법하다.
추가 처분사유에 대한 판단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의 범위에 관하여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 있어서, 처분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다른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고, 여기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유무는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인 사실에 착안하여 그 기초인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며 이와 같이 기본적 사실관계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이유는 행정처분의 상대방의 방어권을 보장함으로써 실질적 법치주의를 구현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고, 추가 또는 변경된 사유가 당초의 처분시 그 사유를 명기하지 않았을 뿐 처분시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당사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여 당초의 처분사유와 동일성이 있는 것이라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1두882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최초 처분사유는 '원고가 요양 중인 자로서 장해등급 판정의 대상이 아니다'는 것으로서 원고가 장해등급 판정의 대상인지 여부에 관한 것인데, 피고가 이 법원에서 추가한 처분사유는 '원고의 기존 장해등급이 제1급으로, 장해등급 조정을 거칠 경우 장해등급 상향이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이 사건 최초 처분사유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기본적 사실관계도 동일하지 않으므로, 피고가 위와 같은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처분청이 거부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기존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사유를 처분사유로 추가·변경한 것에 대하여 처분상대방이 추가·변경된 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하여 해당 소송 과정에서 심리·판단하는 것에 명시적으로 동의하는 경우에는, 법원으로서는 그 처분사유가 기존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지와 무관하게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할 수 있다. 처분상대방으로서는 처분청이 별개의 사실을 바탕으로 새롭게 주장하는 처분사유까지 동일 소송절차 내에서 판단을 받음으로써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을 유효·적절한 수단으로서 선택할 수도 있으므로, 처분상대방의 그러한 절차적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의 기본취지와도 부합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24. 11. 28. 선고 2023두61349 판결 참조).
피고는 이 사건 소 제기 이후 답변서에서 추가 처분사유를 주장하였고, 원고는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위하여 추가 처분사유를 이 사건 소송 과정에서 심리·판단하는 것에 동의하였는바, 추가 처분사유의 당부에 관하여 본다.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에게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6]에 따른 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는 둘 이상의 장해, 즉 이 사건 원처분에서 인정된 종전 장해(제1급 제9호)와 이 사건 신규 장해(제10급 또는 제11급)<1>가 존재하고, 이는 제13급 이상의 장해가 둘 이상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리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별표3]에 의하면 원고의 기존 장해는 흉복부장기 장해로서 15번의 장해계열이고, 이 사건 신규 장해는 척추의 변형장해로서 16번의 장해계열이므로, 이 사건 종전 장해와 이 사건 신규 장해는 장해계열이 다르다.
이러한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 제3호에 따라 1개 등급을 상향 조정하여야 하나, 이 사건 종전 장해의 장해등급이 제1급이어서 조정의 결과 산술적으로 제1급을 초과하게 되므로, 같은 항 단서에 따라 제1급이 원고의 장해등급이 된다. 따라서 원고는 장해등급의 조정을 거치더라도 여전히 장해등급이 제1급인 상태가 되므로, 이 사건 신규 장해에 대하여 장해보상일시금을 청구할 수 없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지침에서 '이미 장해가 있던 사람이 새로 업무상 재해로 계열이 다른 새로운 장해가 발생한 경우 장해등급을 조정하지 않고 새로 발생한 장해등급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에게 기존 장해급여와 별개로 이 사건 신규 장해에 대하여 장해보상일시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런데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을 살펴보더라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에서 규정한 장해등급의 조정을 직접 제한하는 규정이나 행정청에게 제한의 요건이나 범위를 정하도록 위임한 규정은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지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 '동일한 재해로 발생한 둘 이상의 장해'라는 요건을 추가로 부가함으로써 상위 법령의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위임 없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에서 규정한 장해등급의 조정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는바, 이 사건 지침 중 '이미 장해가 있던 사람이 새로 업무상 재해로 계열이 다른 새로운 장해가 발생한 경우 장해등급을 조정하지 않고 새로 발생한 장해등급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한 부분은 구속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에 더하여, 원고가 참고자료로 제출한 이 사건 지침의 시행지침 본문에는 ○ 2개 이상의 재해로 각각의 장해가 발생하여 신체기능을 모두 잃더라도 신체장해율은 최대 100%를 넘을 수 없음 ○ 따라서 이미 업무상 재해로 장해보상연금(또는 진폐보상연금)을 지급받고 있으면서, 새로 업무상 재해로 장해보상연금(또는 진폐보상연금)을 지급받게 되는 경우 – 연금의 합이 산재보험법 별표2에 따른 「장해등급 제1급의 연금일수 최대 지급액(329일×최고보상기준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은 지급하지 않음"이라고 정하고 있다.
장해보상연금과 장해보상일시금의 구별은 장해급여의 지급방법상의 차이에 불과한 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금과 일시금의 선택은 수급권자의 의사에 달려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산재보험법상 장해보상연금과 장해보상일시금은 그 전체로서 가치가 같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5두7501 판결, 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6다41869 판결 등 참조). 결국 장해등급 제1급인 근로자에게 다른 사고로 다른 계열의 추가 장해가 발생한 경우, 이 사건 지침에 의하더라도 여전히 장해보상연금을 추가로 지급할 수 없고, 장해보상연금과 전체로서 가치가 같은 장해보상일시금 또한 추가로 지급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지침 중 해당 부분에 따라 원고에게 별도의 장해보상일시금이 지급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장해등급의 조정이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추가한 추가처분사유에 의하면 이 사건 불승인 처분은 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되,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99조, 제102조 제1항을 적용하여(원고가 전부 패소하기는 하였으나, 행정청인 피고가 법령에 위반되는 최초 처분사유를 내세워 이 사건 처분을 한 결과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한 것으로 판단한 원고가 소 제기에 이른 것인 점, 피고가 이 사건 소송 과정에서 최초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아니한 추가 처분사유를 처분사유로 추가한 것에 대하여 원고가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위하여 추가 처분사유를 판단하는 것에 명시적으로 동의하여 추가 처분사유에 대하여 판단한 결과 원고의 청구가 기각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소송비용은 부담하는 것이 옳다) 피고가 소송비용을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세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