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당사자 등의 지위
원고는 포항시 G 내 항만하역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2021. 10. 14. 설립된 지역별 단위노동조합으로, 가입되어 있는 상급단체는 없으며, 2021. 11. 17.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장으로부터 G 및 그 배후단지에서 항만하역 등 근로자공급사업에 관한 허가(허가기간 : 2021. 11. 17. ~ 2024. 11. 16.)를 받았다.
참가인 사단법인 B(이하 '참가인 협회'라 한다)는 항만하역의 기능향상과 합리화를 촉진하고 항만하역에 관한 질서의 확립을 도모하여 항만하역사업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고자 항만하역사업자를 회원으로 1997. 3. 4.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그 산하에 11개 지역에 지방협회를 두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E협회이다.
참가인 주식회사 C(이하 '참가인 C'이라 한다)은 항만하역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포항지점<각주1>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참가인 주식회사 D(이하 '참가인 D'이라 한다) 역시 항만운송관련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포항지점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위 참가인들은 참가인 협회의 회원사이다.
H단체은 항만·철도·육상 등 각 분야의 하역 및 운송사업 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로 조직된 단위노동조합의 연합단체이다.
항만하역사업의 구조
항만하역사업 개요
항만하역사업이란 항만에서 화주 또는 선박운항업자와의 위탁계약에 따라 선박에 의하여 운송된 화물을 인수받아 화주에게 인도하거나 선박에 의하여 운송될 화물을 화주로부터 인수받아 선박에 인도하는 행위, 그리고 이러한 행위에 선행 또는 후속되는 행위를 하나로 연결하는 사업을 말한다.
항만하역사업의 특징
항만하역사업은 화물을 싣고 내릴 때의 기후에 밀접하게 영향을 받으며 화주, 무역회사, 선박회사의 위탁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파생작업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작업예정량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하역사업자는 일반 제조업체 등과 달리 최소한의 필수 인력만을 고정인원으로 보유하고, 나머지 필요인력은 작업량의 증감에 대응하여 외부에서 수시로 일용근로자를 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항만하역사업의 또 다른 특징은 하역사업자의 상용근로자를 제외한 일용근로자에 대하여 I노동조합이 직업안정법 제33조 제1항 및 같은 조 제3항 제1호에 따라 근로자공급사업을 허가받아 노무공급권의 독점적·배타적 행사를 하는 클로즈드숍(closed shop)<각주2>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국내 근로자공급사업은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은 노동조합만이 할 수 있으므로 하역사업자는 I노동조합이 선발해주는 근로자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근로자도 항만하역근로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I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을 취득하여야 한다.<각주3>
항만하역 근로자공급계약 체결 과정
하역사업자와 I노동조합을 각각 대표하는 전국적 단체인 참가인 협회와 H단체이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항만하역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우선적으로 결정한다. 이후 단위노동조합과 지역항만물류협회가 임금협약서 및 후생협약서를 체결하여 구체적인 사항을 결정한다. 하역사업자별 화물의 종류 및 작업 조건에 따라 세부사항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개별 하역사업자가 I노동조합과 개별적으로 협상하여 추가 계약을 체결한다. 다만 하역사업자가 항만물류협회를 탈퇴한 경우에는 하역사업자가 개별적으로 I노동조합과 계약을 체결한다.
항만하역 근로자공급 과정
하역사업자는 특정 하역작업에 소요되는 근로자의 규모를 파악하여 I노동조합에 작업요청서 등을 통하여 근로자공급을 요청하고, I노동조합은 요청을 받은 작업에 맞게 소속 조합원을 하역사업자에 공급한다. 근로자공급에 대한 대가는 작업품목에 따라 사전에 톤당 단가가 정해져 있으며, 톤당 단가는 취급품목, 작업방법, 노동 강도, 투입되는 장비의 종류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하역사업자는 품목별 톤당 단가에 취급물량을 곱한 금액을 I노동조합에 일괄지급하며, I노동조합은 수령한 금액에서 조합비를 공제한 나머지를 반별 소속 인원수로 나누어 개별 조합원에게 지급한다.
포항지역 내 항만하역 등 근로자공급 현황
참가인 협회와 H단체은 2022. 6. 1.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그 과정에서 따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거치지 않았고, 위 단체협약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J노동조합은 항만하역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설립된 H단체 산하의 지역 단위 노동조합으로, 경북지역 내 항만하역 등 근로자공급사업에 관한 허가를 받고 하역사업자들에게 항만하역근로자를 독점적으로 공급하여 왔다.
J노동조합은 2023. 9.경에도 참가인 협회의 지방협회인 E협회와 사이에 항만하역임금협정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으며, 그 하단에 협정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참가인 C과 D의 인감이 날인되어 있다.
원고의 단체교섭 요청 등
원고는 2024. 3. 4. 참가인 협회와 E협회, 참가인 C 및 D에게 '2024년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 개시 및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진행요청' 공문을 보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29조의2 등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요구하였다. 그럼에도 참가인 등이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를 하지 않자, 원고는 2024. 3. 12. 재차 위 참가인 등에게 '2024년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촉구의 건' 공문을 보냈다.
원고는 2024. 3. 26.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신청을 하였으나, 위 노동위원회는 2024. 4. 5. 참가인 등은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정신청을 기각하였다(K). 원고가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도 2024. 5. 22. 참가인 등은 물론 원고에게도 각각 교섭요구 사실 공고에 관한 당사자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내지 7호증, 을가 제1 내지 3, 6 내지 12호증, 을나 제1 내지 3, 7 내지 9호증, 을다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재심판정은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에 근로자공급과 관련한 어떠한 계약도 체결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원고와 참가인들의 당사자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근로자공급사업권을 획득하였고 노동조합법상 결격사유가 있지도 않으며, 지역 단위 노동조합은 원래부터 일정한 사용자에의 종속관계를 자격요건으로 하지도 않으므로, 현재 근로자공급계약 등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G이라는 하나의 사업장에 2개 이상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원고는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개시를 요구할 수 있다. 또한 참가인들은 원고 조합원의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원고와 참가인들에게 당사자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항만하역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기존 노동조합인 J노동조합의 독점적·배타적 근로자공급체계를 강화한다는 점에서도 위법하다.
관련 법리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헌법 제33조 제1항을 구체화한 노동조합법은 노동3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헌법 제33조와 노동조합법이 정한 노동3권은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가 자주적으로 조직한 단결체를 통하여 사용자와 대등한 세력을 이루어 교섭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근로조건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하여 노사관계에서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는 데 근본적인 의미가 있다(헌법재판소 1993. 3. 11. 선고 92헌바33 결정,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6다248998 전원합의체 판결 등의 취지 참조).
노동조합법은 제29조에서 단체교섭 및 체결권한에 관하여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면서, 복수노조 제도 하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결정에 관하여 제29조의2 제1항 본문에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병존하여 복수의 노동조합이 각각 독자적인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노동조합 상호간의 반목 및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갈등, 동일한 사항에 대해 같은 내용의 교섭을 반복하는 데서 비롯되는 교섭효율성의 저하와 교섭비용의 증가, 복수의 단체협약이 체결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노무관리상의 어려움,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근로를 제공함에도 노동조합 소속에 따라 상이한 근로조건의 적용을 받는 데서 발생하는 불합리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헌법재판소 2012. 4. 24. 선고 2011헌마338 결정, 헌법재판소 2024. 6. 27. 선고 2020헌마237 등 결정 등 참조).
가) 헌법상 노동3권의 성격, 단체교섭권 보장의 의의, 노동조합법이 정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권한과 복수노조 제도에서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 및 내용 등을 종합하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은 개별 근로계약 당사자의 비대등성 문제를 해소하여 동일하거나 유사한 근로조건 하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조건을 향상 내지 유지·개선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므로, 단체교섭의무가 있는 사용자의 범위는 우선적으로 그에 부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에 의하여 단체교섭의무가 있는 사용자라 함은 근로자와의 사이에 사용종속 내지 노동종속 관계가 있는 자, 즉 근로자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그 대가로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있는 자를 말하는 것이고, 또한 사용자단체라 함은 노동관계에 관하여 그 구성원인 사용자를 조정 또는 규제할 수 있는 통제력을 가진 단체를 지칭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1986. 12. 23. 선고 85누856 판결,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5누3565 판결, 대법원 1997. 9. 5. 선고 97누3644 판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40935 판결 등 참조). 다만 여기서의 근로계약관계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계약관계를 의미한다거나, 그 범주로 한정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은 개별 근로계약관계의 규율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법률로서, 국가가 정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사용자에게 강제하기 위하여 계약당사자로서의 사용자를 중심으로 개념을 형성하고 있는 반면, 노동조합법은 집단적 노사관계를 전제로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과 교섭, 단체행동을 통해 근로조건을 자율적으로 형성·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입법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같은 맥락에서 대법원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해당 여부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는 다른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판결 참조)].
한편 산업구조의 변화, 기술의 발전, 노동집약적이었던 기업환경의 변화와 그에 따른 노무의 외부화 현상 및 용역, 하청, 파견 등의 이미 출현한 간접고용형태는 물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플랫폼노동, 여러 유형의 특수형태고용 등 새로운 간접고용의 등장 등에 따라 개별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을 전제로 한 전통적인 노사관계에 포섭되지 않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노사관계는 전통적인 근로관계와는 달리 근로자의 노무제공에 관하여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간접적이거나 포괄적 또는 다면적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등 인적 종속성에서 '느슨한 편입'을 특성으로 하나, 노동3권은 법률의 제정이라는 국가의 개입을 통하여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법률이 없더라도 헌법의 규정만으로 직접 법규범으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라는 점(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을 고려하면 근로자들이 사용자와 대등한 입장에서 근로조건 향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헌법 제33조 제1항의 근본 취지는 위와 같은 노사관계에도 그대로 효력을 인정되어야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노동생활영역에서 사회국가원칙을 구체화한 헌법 제33조 제1항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고, 나아가 실질적 평등과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된다.
위와 같은 근로제공형태의 다양화와 그에 따른 종속성 완화라는 노사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헌법 제33조 제1항의 노동3권은 보장되어야 하므로, 사안에 따라 노동조합법이 정한 사용자의 개념 또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노동3권은 헌법 제33조 제1항이 명시한 '근로조건 향상'이라는 목적을 추구하여야 하고, 노동조합은 노동3권의 하나인 단체교섭권을 통하여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사이에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단체협약의 체결을 목표로 하므로, 사용자 개념을 해석함에도 노동3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 부합하여야 한다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라 하려면 노동조합과 사이에서 근로조건 및 그에 수반하는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하여 교섭의 대상이 되는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단체교섭을 하고 그에 이어 노동3권 행사의 최종적 결과물인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실질적·현실적 지위에 있어야 할 것이다. 다만 헌법 제33조 제1항의 '근로조건의 향상'이라는 목적도 사회현상의 변화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개방적인 것이므로 단체교섭의 대상은 임금, 근로시간 등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할 것이고, 또한 단체교섭권은 단체협약체결권과 별도로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기본권(오히려 단체교섭권에 단체협약체결권이 포함되어 있다. 위 헌법재판소 94헌바13등 결정 참조)으로 노사관계 당사자들의 자율적인 교섭과 협의를 거치면서 산업평화를 유지하는 기능을 하며, 나아가 단체교섭 중에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교섭 뿐 아니라 사실행위만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단체교섭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대법원 1993. 4. 27. 선고 91누1225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반드시 개별적 근로관계의 당사자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필연적이라 할 수 없음을 유념하여야 한다.
판단
앞서 본 사실 및 앞서 든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헌법 제33조 제1항이 보장하는 노동3권의 의미를 신중히 고려하더라도 참가인들을 원고와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상대방이 될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참가인들에게 원고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같은 취지로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에 위법이 없다.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관련 법리에서 본 것처럼 참가인들을 원고의 단체교섭 상대방이 되는 사용자라고 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원고 조합원들과 참가인 사이에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에 별도의 근로자공급계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아 원고 조합원들은 G 내에서 참가인 C과 D, 참가인 협회의 회원사들에게 하역근로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원고 조합원이 참가인들에게 사실상 노무제공을 하고 있다고 볼 만한 사정조차 없는바, 이처럼 참가인들에 대한 원고 조합원의 노무제공에 관한 아무런 사실관계가 없는 이상 이들 사이에 어떠한 근로계약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등으로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소정의 행위를 하였다면, 그 시정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이행하여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법리를 들어, 위 법리는 노동조합법 제81조 뿐만 아니라 제29조 이하의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 개념에 그대로 적용되는데, 참가인들은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원고 조합원들은 G 내에서 참가인 C과 D, 기타 참가인 협회의 회원사들에게 하역근로를 제공한 적 없으므로, 원고 주장처럼 참가인들이 원고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볼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는바(원고는 참가인들이 원고로부터 근로자공급을 받지 않고 있는 것 자체가 원고 조합원의 근로조건 등을 지배·결정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주장하나, 이는 참가인들이 원고와 근로자공급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불과하지, 이를 두고 참가인들이 원고 조합원의 근로조건 등을 지배·결정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위 법리의 적용 범위에 관한 주장의 당부와 무관하게 원고 주장은 그 전제부터 타당하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원고는 근로자공급사업을 통해서만 인력공급이 이루어지는 항만하역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원고에게 법적으로 근로자를 공급할 권한이 있고, 기존 노동조합과 동일한 위치, 접근성 등에 비추어 참가인들에게 물리적으로 근로 제공이 가능한 이상 참가인들은 원고와의 단체교섭에 응하여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직업안정법에 따른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는 원칙적으로 금지된 근로자공급사업을 원고로 하여금 영위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가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지, 더 나아가 원고에게 곧바로 참가인들에게 원고 조합원들을 제공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거나 참가인들과의 근로자공급계약을 체결한 효과까지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원고가 참가인들에게 물리적으로 근로 제공이 가능한 환경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공급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할 수 없음은 마찬가지이므로, 원고가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은 노동조합이라 하여 그 허가지역에서 허가직종에 관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참가인들에게 원고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참가인 협회 등이 H단체, J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은 위 노동조합과 사이에 근로자공급계약에 따른 노무제공관계가 있기 때문이지, 단지 J노동조합 등이 근로자공급사업에 관한 허가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원고가 제시한 대구고등법원 2013. 2. 8. 선고 2012누1700 판결 등에서 근로자 공급사업을 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복수로 존재하는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시한 것은, 복수 노동조합 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신규 노동조합의 근로자공급사업 허가신청을 불허한 처분이 위법하다는 근거 중 하나로 근로자공급사업을 행하는 노동조합이 여러 개 존재한다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충돌 등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시한 것이지, 원고 주장처럼 노동조합이 그 조합원과 항만사업자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는지와 무관하게 근로자 공급사업 허가를 받기만 하면 곧바로 항만사업자들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가 아니다.
원고는 참가인들에게 근로자공급을 하려면 이들과 먼저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하는데, 참가인들은 원고와 같은 신생 노동조합의 근로자공급을 계속 거부하면서 기존 노동조합인 J노동조합으로부터만 근로자공급을 받고 있는바, J노동조합의 독점적·배타적 근로자공급체계로 인한 각종 비리와 부작용 등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참가인들에게 원고의 단체교섭에 응할 사용자 지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갑 제3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의 전신인 L노동조합이 2014.경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아 하역사업자들에게 근로자공급계약 및 단체협약의 체결 등을 요청하였으나, 2020.경까지 단체교섭은커녕 근로자공급계약조차 체결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고, I노동조합의 항만하역근로자 공급 독점권과 관련하여 채용비리 등 사건이 발생하면서 독점권과 관련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온 사정 역시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 제33조 제1항이 단체교섭권을 특별히 보장하고, 노동3권 보장을 통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노동조합법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권한이나 절차 등에 관한 법규범을 둔 이유는 근로자와 사용자 간 대등한 교섭력의 확보를 통해 근로조건 결정 등에 있어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지, 특정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조합에게 해당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 기회를 부여한다거나,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복수 노동조합 중 일부 노동조합이 독점적 사업을 영위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고는 결국 원고 조합원과 참가인들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를 전제로 조합원의 근로조건 유지·개선 등의 목적을 위해 참가인들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원고가 허가를 받은 근로자공급사업을 실제로 영위하기 위해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에 근로자공급계약을 체결하자고 요구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이러한 의미에서 원고가 참가인들에게 공문을 통해 체결을 요구한 2024년 단체협약은 근로자공급에 관한 계약에 가깝고, 근로조건의 향상 내지 유지·개선을 위한 진정한 의미의 단체협약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러한 원고의 요구는 헌법 및 노동조합법이 단체교섭권보장을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범위에 포섭된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주장하는 J노동조합의 독점적·배타적 사업자 지위로 인한 각종 문제점은 노동조합법이 아닌, 이를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법규범에 의하여 해결될 문제라고 보인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재원(재판장) 류지선 황혜련
[별지]
각주1) 재심판정서에는 '영남지점'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법인등기사항전부증명서상 정확한 명칭은 포항지점으로 보인다.
각주2) 어떤 직종·경영에서 근로자를 고용할 때 노동조합원임을 고용조건으로 내세우는 제도로, 노사 간 협정이 있으면 고용자는 조합에 가입한 사람 이외에는 고용을 할 수 없다.
각주3) 다만 2005. 12. 23. 「항만인력공급체제의 개편을 위한 지원특별법」이 제정(시행일 2006. 3. 24.)되어 하역사업자가 I노동조합원을 직접 상시 고용하는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는데, 상용화한 근로자들도 I노동조합의 조합원 신분은 그대로 유지된다. 항만인력공급체제의 개편은 I노동조합이 항만운송사업자에게 I노동조합원을 공급하는 방식에서 항만운송사업자가 I노동조합원을 직접 상시 고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하며, I노동조합, 항만운송사업자 및 정부 사이의 합의를 통하여 실시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