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6. 4. 16. 선고 2025고단851 판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과천시 B에 있는 C의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5명을 사용하여 한식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2. 10. 1.부터 2024. 6. 30.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로 하다 퇴사한 D의 퇴직금 일부 43,613,870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 간의 합의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D와 피고인과의 관계를 단순한 근로관계라고 보기 어렵고, 가사 D가 피고인의 근로자라 하더라도, 2021. 4.경 D의 과실로 피고인이 운영하는 과천시 B에 있는 C(이하 '이 사건 영업장'이라 한다)에 화재(이하 '이 사건 화재'라 한다)가 발생하였는데, 피고인은 D와의 합의하여 D에 대한 퇴직금을 D가 피고인에게 배상해야 하는 손해배상금으로 대체하였으므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없다.

3.

판단

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비추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1도1167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D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D는 2001년경부터 2005년경까지 피고인과 이 사건 영업장에서 추어탕 식당업을 동업하였고, 이후 2012년경 피고인의 요청으로 이 사건 영업장에서 다시 일하였는데, 위 2001년경부터 2005년까지와 2012년 이후의 이 사건 영업장에서의 D가 하는 일과 피고인으로 지급받는 돈이 동일한 점, ② D의 이 사건 영업장에서의 업무는 추어탕을 끓이는 일이었고,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으로부터 지시나 감독을 받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영업장에는 D 외에 주방 및 홀에 별도의 직원들이 근무하였고, D를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에 대하여는 근로계약서가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점(변호인 제출 제6호증), ④ D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화재 이후 D는 2, 3일에 한 번씩 병원 통원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병원 치료를 위하여 별도의 연가 신청이나 외출 신청을 한 적이 없는 점(증거기록 115쪽). ⑤ D는 이 사건 영업장에서의 업무 종료와 관련하여 노무사와 상담한 후 자신의 노트에 '노무사 상담(3/27) 1. 증빙 약하므로 동업 약정 등은 민사소송 질 확률 크다. 2. 월급제로 퇴직금반환소송이 확실(형사건). 3. 절대로 동업얘기X. 4. 월급제 직원으로 녹취要. 5. 초과근무액도 상당하나 계산복잡?'이라는 메모를 작성하였는바(증거기록 35쪽), 위와 같은 D 자신이 작성한 메모에 의하더라도, D는 피고인과 동업관계임을 전제로 노무사와 초기 상담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⑥ D는 이 사건 영업장에서의 업무를 종료한 후2024. 4. 1. 및 2024. 8. 12. 피고인에게 이 사건 영업장에서 피고인과 동업관계임을 전제로 영업 활성화에 따른 수익 증가분 지급을 구하는 통고서를 보내기도 한 점(증거기록 28 내지 31, 187쪽)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D가 피고인과 사이에서 근로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

또한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및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44조 제1호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7도4343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는 경제적·사회적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바, 근로자가 받을 퇴직금도 임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역시 마찬가지이다(대법원1990. 5. 8. 선고 88다카26413 판결,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다2206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서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이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하며(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참조), 그러한 경우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상계계약 또는 합의에 의한 상계에 해당하고, 민법 제497조가 금지하는 단독행위인'상계'라고 볼 수 없고, 이는 퇴직금채권의 경우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가사 D가 피고인과 사이에 근로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2021. 4.경 D의 과실로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D와의 합의하여 D에 대한 퇴직금을 D가 피고인에게 배상해야 하는 위 화재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 대체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② D는 이 사건 영업장에서의 업무를 종료한 후 2024. 4. 1. 피고인에게 통고서를 발송하였는데, 위 통고서에는 이 사건 화재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D에게 '1. 영업을 재개하기 위한 수리 및 리모델링 비용은 총 1억 5천만 원이 예상되어 이를 양인(피고인, D)이 각각 50%씩 반반 부담한다. 2. 향후 수익 발생시 피고인이 먼저 원금을 회수하고, D는 다음에 한다. 3. 피고인, D에게는 생활비로 월 300만 원씩 지급한다. 4. D가 부담해야 할 50%에 대해서는 피고인에게 기 지급했던 4천만 원과 그 동안의 퇴직금으로 충당한다'는 내용의 구두 제안하였고, D는 이에 동의하여 피고인과 D가 신규 투자 형식으로 비용의 50%씩 부담하기로 하였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바, 위와 같이 D가 피고인에게 보낸 통고서에 의하더라도 D는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의 D에 대한 퇴직금을 D가 피고인에게 배상해야 하는 위 화재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 대체하는 것에 합의하였음을 전제로 수익금 등의 지급을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D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이를 지급하지 않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퇴직금미지급으로 인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는다.

판사 박준섭

증거목록1

증거목록2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