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13. 2. 21. 선고 2012노538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7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가.

피고인은 주식회사 E여행사(이하 'E'이라고만 한다)의 대표이사이고, 피고인의 처 I는 주식회사 J여행사(이하 J'이라고만 한다)의 대표이사인바, F은 I가 J의 근로자로 고용한 것일 뿐 피고인이 F을 근로자로 고용한 사실이 없고, F은 E 소속 근로자도 아니며, E과 J은 서로 별개의 법인으로서 동일한 회사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과 F과의 사이에는 근로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나.

가사 피고인과 F과의 사이에 근로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과 F과의 사이에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시켜 미리 정산해 주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F에게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2.

판단

가.

직권판단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제정되어 같은 해 12. 1.부터 시행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및 이와 함께 개정된 근로기준법 제34조에 의하면, 위 법률 시행일 이후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처벌에는 위 근로기준법 조항이 아니라 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2011. 7. 25. 법률 제10967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1조, 제9조가 적용되어야 하는바(이 부분은 단지 죄명과 적용법조만이 달라질 뿐, 공소사실 자체가 동일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으므로 공소장변경 없이 인정할 수 있는 범위 내라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을 적용하여야 함에도, 원심은 이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를 적용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나.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인과 F과의 사이에 근로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하여

가)

근로기준법의 적용범위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11조에서 말하는 사업장인지 여부는 하나의 활동주체가 유기적 관련 아래 사회적 활동으로서 계속적으로 행하는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는 단위 장소 또는 장소적으로 구획된 사업체의 일부분에 해당되는지에 달려있고(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5도9218 판결 참조), 하나의 사업장인지 수개의 사업장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장소를 기준으로 같은 장소에서 사업을 행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되, 같은 장소에서 목적이 다른 사업이 행하여지고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업무처리형태, 노무관리방법 등에 비추어 별개의 사업이라고 말할 정도의 독립성이 없으면 1개의 사업장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도1747 판결 참조).

나아가, 근로자 퇴직급여제도의 설정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의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법리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대해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F은 당초 피고인이 아닌 I를 이 사건 퇴직금 미지급을 이유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수원지청에 진정하였는데, 그 조사 과정에서 I는, F은 자신이 운영하는 J 소속 근로자가 아니라 2008. 3. 1.경부터 피고인이 운영하는 E에서 근무하였다고 진술하였던 점(수사기록 제15, 16면), ② F, G의 원심 법정진술(공판기록 제28~39, 134, 135면) 및 F이 이 사건 근무기간 중에 작성한 차량운행일보(수사기록 제57~101면) 등을 종합해 보면, F은 2008. 3. 1.경부터 2010. 3. 4.경까지 E과 J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차량의 정비 및 운행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E과 J의 직원들은 각 20여 명으로, 각 회사에서 운행하는 버스 및 해당 운전기사가 구분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차량번호 뒤 4자리가'6'으로 시작하는 것은 J, '9'로 시작하는 것은 E에서 운행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 각 회사의 운전기사들이 상대 회사의 버스를 운행하거나 상대 회사의 차고지를 이용하기도 하였고, 위 버스들의 정비 등 관리업무는 소속 회사와 무관하게 피고인과 F이 맡아서 하였던 점(수사기록 제15면, 공판기록 제134~136, 151~154면), ④ E과 J은 각각 피고인과 피고인의 처 I가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회사로서(I는 E의 등기 이사이다), 두 회사의 직원들은 같은 사무실에서 공동으로 일을 하였고, 어느 한 회사가 바쁘면 다른 회사의 직원이 가서 서로 일을 도와주기도 하였으며, 경리일은 E 소속 직원 1명이 전부 처리하였는바(공판기록 제37, 38, 123, 134~136, 154~156면), E과 J의 근로자와 노무관리가 명확하게 구별된다거나 그 인사관리 및 회계 처리가 독립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이지는 않는 점, ⑤ 피고인도 직접 F에 대하여 업무 관련 지시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공판기록 제122~126, 135, 154면), ⑤ F에 대한 월 급여는 E 명의로 입금된 점(수사기록 제26~33면)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내지 E과 F과의 사이에 근로관계가 존재함이 충분히 인정되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인과 F과의 사이에 퇴직금 사전정산 합의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하여

가)

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1항에서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 전문에서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사용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당해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법조항의 '퇴직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 제공에 대한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축적하였다가 이를 기본적 재원으로 하여 근로자가 1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서, 본질적으로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니는 것이므로, 이러한 퇴직금의 지급청구권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유효하게 성립하는 경우가 아닌 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발생할 여지가 없고,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같은 법 제8조 제2항 전문 소정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같은 법 제8조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참조).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대해 살피건대, 피고인의 진술만으로 피고인과 F과의 사이에 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2항 전문 소정의 퇴직금 중간정산합의가 있었다거나 F이 피고인에게 퇴직금 중간 정산을 요구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도 없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에는 앞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