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해자가 초과 근무시간을 조작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의 퇴직 직전 초과 근무를 평균임금을 높이기 위한 의도적 행위로 평가할 수도 없으며,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매년 200만 원의 일정한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한 합의는 강행규정에 위반된 것으로 무효이므로, 피고인에게는 퇴직금 지급의무의 범위를 다툴만한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인정된다. 그럼에도 피고인에 퇴직금 지급의무의 범위를 다툴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면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벌금 10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 관련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울산 남구 B에 있는 C의 대표로 상시 4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인쇄업을 경영하는 사업주로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 퇴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1. 11. 1.부터 2017. 9. 10.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로하고 퇴직한 D의 퇴직금 19,482,902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간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피고인과 피해자는 월급여를 200만 원으로 책정하고, 퇴직금은 매년 200만 원으로 하되 1년 근속시부터 적용하기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가 이후 2012. 5. 11. 월급여를 220만 원으로, 2013. 4. 11. 차장승진으로 월급여를 240만 원으로, 2014. 7. 11. 월급여를 250만 원으로 각 인상하였으나 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퇴직금은 매년 200만 원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직원관리카드에 기록되어 있는 점, ② 2017. 1. 11.경부터 2017. 5. 10.경까지 피고인의 월평균 초과근로시간은 63 내지 79시간이었으나 2017. 5. 11.부터 같은 해 8. 10.까지 월평균 초과근로시간은 108 내지 134시간으로 증가한 점, ③ D은 2017. 8. 20. 사직서를 제출하고 같은 해 9. 10. 퇴직한 점, ④ 한편 피고인은 2017. 5. 18. 근무일지에 결재하면서 '※휴일, 야근 필요시 사전보고할 것. 보고 없이 야근시 정산처리함'이라고 기재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가 의도적으로 퇴직 직전 현저하게 평균임금을 높이기 위한 행위를 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반면 피해자의 퇴직 전 일정 기간 초과근로시간이 2배 가까이 증가하였고, 퇴직시점이 위와 같이 초과근무시간이 특수하게 증가한 직후인 것을 감안하면 퇴직시점을 이와 같이 결정한 것을 현저하게 평균임금을 높이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라고 평가하지 못할 바도 아니므로, 위와 같이 초과근무시간이 증가한 것을 전제로 산정한 평균임금이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많게 산정된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도 없지 아니하고, 여기에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퇴직금 액수를 매년 200만 원으로 합의한 것으로 생각하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 산정 방식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퇴직금 지급 채무범위에 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할 것이고,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퇴직금 미지급 사유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① 피해자에게 초과근무시에는 사전에 보고할 것을 지시하였음에도 피해자가 사전 보고 없이 불필요한 초과근무를 하고, 퇴직 3개월 전부터는 약 2배 이상의 초과근무를 하였는바 이는 피해자의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많은 초과근무를 한 후에 퇴사한 것으로 이러한 초과근무 시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었던 점, ② 피고인과 피해자는 근무 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과는 상관없이 퇴직금은 최초 월급과 동일하게 1년의 근속기간이 도과할 때마다 2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관련법리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31조,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기타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등 참조).
한편, 퇴직금 급여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규정은 사용자가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퇴직금액의 하한을 규정한 것이므로, 노사간에 급여의 성질상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평균임금에 포함될 수 있는 급여를 퇴직금 산정의 기초로 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별도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 그 합의에 따라 산정한 퇴직금액이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하한에 미달하는 금액이라면, 그 합의는 구 근로기준법 제34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5다25113 판결 참조).
매월의 월급이나 매일의 일당 속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받기로 하는 약정은 최종 퇴직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며, 사용자가 사법상의 효력이 없는 '매월의 월급이나 매일의 일당 속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내세워 퇴직한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 이를 퇴직금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고, 이러한 사용자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소정의 퇴직금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에 관한 고의가 없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도4171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법리를 전제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퇴직 직전 3개월 동안 지급한 임금과 그에 따라 계산되는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 및 그에 따라 피고인이 지급할 퇴직금의 액수 등을 밝힌 후에 위 금액이 피해자가 주장하는 퇴직금의 액수와 차이가 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피해자에게 지급할 퇴직금은 1,100만 원 뿐이라고 주장하였는데, 위 1,100만 원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1년의 근속기간이 도과할 때마다 200만 원의 퇴직금을 계산하기로 한 합의를 기준으로 피고인이 임의로 계산한 금액이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주장하는 초과근무 시간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기보다는 피해자와 사이에 체결된 합의를 기준으로 퇴직금이 산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된 근거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서 1년의 근속기간이 도과할 때마다 200만 원의 퇴직금만을 계산하기로 하는 합의가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합의는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실제로 지급받은 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보다 미달하는 금액임이 명백하여 강행규정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이고, 강행규정에 반하여 무효인 합의를 신뢰하는 것을 보호가치 있는 신뢰라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이러한 합의를 내세워 피해자에 대한 퇴직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퇴직금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초과근무 시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었다는 취지의 피고인 주장에 대하여 보더라도, 원심이 적절히 판시한 바와 같이 피해자가 퇴직일 3개월 전에 평소 보다 초과근로시간이 2배 정도 증가하기는 하였으나, 2016. 6.경, 2016. 9.경에도 각 야간근로시간이 122시간, 143시간에 이른 점, 피고인이 피해자가 위와 같은 근무한 내용을 기재한 근무일지에 스스로 서명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초과근무를 한 사실이 인정되고,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해자가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을 높이기 위한 의도적 행위를 한 것으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한편, 퇴직금제도는 근로자의 통상의 생활을 종전과 같이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퇴직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 그 지급하여야 할 금액의 산출 기초가 되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에 그 근로자에 대하여 지급된 임금'이 특별한 사유로 인하여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많을 경우에도 이를 그대로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로 삼는다면 이는 근로자의 통상의 생활을 종전과 같이 보장하려는 제도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기는 하지만(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8631 판결, 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다18936 판결 등 참조), ㉠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2015. 1.부터 2017. 9.까지 일부 초과근무수당을 포함하여 대체로 월 300만 내외의 임금(각종 세금 등은 공제된 금원이다)을 실제로 지급 받아 왔던 점, ㉡ 피해자가 퇴사 직전 3개월 동안인 2017. 7.부터 2017. 9.까지 지급 받은 월 평균 임금은 3,248,073원[= (3,555,860원 + 3,370,500원 + 2,817,860) ÷ 3개월]으로 일반적으로 받아왔던 급여보다 다소 많기는 하지만 현저하게 많을 정도에 이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점, ㉢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퇴사 전 3개월 동안의 추가근무에 따른 추가근무수당만을 추가로 지급받아야 된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2015. 10., 2016. 5. ~ 2016. 12., 2017. 4. ~2017. 9. 등의 기간 동안에 발생한 추가근무시간을 기준으로 계산된 추가근무수당에서 기존에 지급받은 추가근무수당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산정된 금액을 추가로 지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어서 피해자가 주장하는 추가근무수당을 고려 하더라도, 퇴사 전 3개월 동안의 임금만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평균임금과는 무관한 다른 월의 임금도 증가하게 되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 주장에 따라 초과근무시간이 증가한 것을 전제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더라도 피해자가 지급받아 오던 일반적인 임금보다 현저하게 많을 정도에 이르는 금원이 산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해자가 주장한 평균임금이 근로자의 통상의 생활을 종전과 같이 보장하기 위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인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거나 그 지급범위에 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됨에도, 고의가 인정되지 않음을 전제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검사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여야 하나,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과 유죄 부분의 각 죄는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어 이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