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E, F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E을 벌금 500만 원에, 피고인 F 주식회사를 벌금 2,000만 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 E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검사의 피고인 D에 대한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D에 대한 부분
피고인 D은 이 사건 공사의 도급사업주인 피고인 F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의 공무팀장이자 이 사건 공사가 수행된 사업장의 관리감독자[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4조]인바, 피해자가 도장 작업을 진행한 작업장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였으므로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에 따라 추락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이러한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가 추락하여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피고인 D에 대하여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 D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인 D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피고인 E, 피고인 회사에 대한 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 E은 이 사건 공사의 도급사업주인 피고인 회사의 제련소장이자 이 사건 공사가 수행된 사업장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구 산업안전보건법 제18조)로서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가 작업할 때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할 조치 의무가 있으므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에 정한 행위자에 해당한다. 피해자가 2019. 10. 26. 도장 작업을 진행한 작업장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였으므로, 피고인 E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에 따라 추락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이를 위반하였는바, 피고인 E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가 성립한다. 피고인 회사는 사용인인 피고인 E의 위와 같은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의무를 게을리 하였으므로 양벌규정이 적용된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 E 자신이 의무위반행위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위 피고인들에 대한 2019. 10. 26.자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을 무죄로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형(피고인 E: 벌금 300만 원, 피고인 회사: 벌금 50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판단
피고인 D에 대한 부분에 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무팀장인 피고인 D에게 공사감독관인 C과 별도로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위험요소를 직접 확인하고 스스로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인 D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검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제련소에는 생산 담당, 기술 담당, 생산지원 담당의 3개 부서 아래 13개 팀이 소속되어 있는바, 기술 담당에 속한 공무팀은 시설물의 유지․보수를 위한 공사 등 업무를 하는 부서이고, 생산지원 담당에 속한 안전팀은 피고인 회사의 안전 관련 교육 및 점검 등 업무를 하는 부서이며(안전팀 소속 R, S의 진술 참조), 생산 담당에 속한 화성팀은 공장 가동과 관련된 제반 문제를 관리․조치하는 조업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이다(화성팀 소속 O 진술 참조).
이 사건 공사의 안전 관리에 관하여는 위 세 팀이 관여되어 있는데, 먼저 화성팀은 이 사건 공사의 목적물인 1, 2 탈황 스택(stack, 공장 굴뚝)을 관리하면서 공무팀에 보수공사로 도색작업을 의뢰하고, 공사 진행 과정에서 공무팀 소속 공사감독관이 작업허가를 요청하면 안전조치 항목들을 확인한 후 최종 결재하여 작업허가서를 발급하였다. 공무팀은 이 사건 공사에 관한 계약 체결을 위한 공사 내용, 기간, 금액 등 제반 사항을 기안하여 제련소장으로부터 최종 결재를 받은 후, 이 사건 공사 현장을 감독하였고, 안전팀은 H에서 제출한 안전관리계획서를 승인하고 수시로 현장을 순찰하면서 안전작업 여부를 확인하였다(증거기록 제6권 525쪽 참조).
이 사건 사고는 그레이팅 절단 작업 이후 현장에서의 부주의한 안전 관리와 작업장소가 되는 스택의 부속물 중 내구성이 심히 저하된 그레이팅을 방치한 시설물 관리상의 잘못이 결합하여 발생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한 제련소 산하 각 팀의 업무 분장에 의하면, 기술 담당 부서인 공무팀의 주된 역할은 생산 담당 부서의 의뢰에 따라 시설물의 보수공사 등 계약 체결과 이행을 관리하면서 공사 현장을 감독하는 것이었고, 시설물 자체에 대한 관리와 작업허가는 생산담당 부서인 화성팀이 담당하였으며, 제련소의 전체적인 안전에 관한 업무는 생산지원 담당 부서인 안전팀이 담당하였던 것이다. 즉, 공무팀에서 이 사건 공사에 관한 계약체결과 이행을 주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공사의 작업장소였던 스택의 관리 및 전반적인 안전에 관한 업무는 여전히 생산 담당 부서와 생산지원 담당 부서의 분장에 속하였으므로, 공무팀장이 공사 현장에서 공무팀 소속 공사감독관 등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을 인식하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면 그에 따른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을 테지만, 생산 담당 부서의 지배․관리 영역에서 기인하는 문제들은 다른 사정이 없는 이상, 공무팀장이 이를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안전조치에 관하여는 피고인 회사 측의 공사감독관으로 지정된 직원들(C, P)이 관리감독 업무를 수행하였고, 공사계약 당시 예정된 공정을 진행함에 있어서는 세부적인 공정 내용이 공무팀장에게까지 보고되지 않았던바, 그레이팅 절단 작업에 대해서도 피고인 D에게 추가 비용 지출에 대한 결재 요청 외에 작업 내용이나 현장의 안전과 관련된 구체적인 보고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E에 대한 부분에 관한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 E이 피고인 회사의 제련소장 및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안전보건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은 위반행위에 대해서까지 죄책을 부담하는 것은 아닌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작업발판의 개구부는 구체적인 작업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이고, 제련소 업무를 총괄하는 피고인 E이 그레이팅 절단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 및 개구부에 관한 위험요소를 사전에 보고받았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달리 피고인 E이 직접 안전상의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의 위반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E에 대한 공소사실 중 2019. 10. 26.자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사업주에 대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호, 제23조 제1항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구 법 제23조 제1항에 규정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규칙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지, 단지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위와 같은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필요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 죄는 성립한다(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도11906 판결 등 참조).
한편,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호, 제23조 제1항에 정하여진 벌칙규정의 적용 대상은 사업주이지만, 제71조는 법인의 대표자 또는 법인이나 개인의 대리인․사용인(관리감독자를 포함한다)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6조의2 내지 제70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본조의 벌칙규정을 적용하도록 양벌규정을 두고 있고 이 규정의 취지는 각 본조의 위반행위를 사업주인 법인이나 개인이 직접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그 행위자나 사업주 쌍방을 모두 처벌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이 양벌규정에 의하여 사업주가 아닌 행위자도 사업주에 대한 각 본조의 벌칙규정의 적용 대상이 된다(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도1190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총괄책임자로서 같은 법 제71조 소정의 행위자에 해당한다면, 그의 행위에 대하여는 같은 법 제68조 제3호, 제29조 제3항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7834 판결 등의 취지 참조).
판단
도급사업에 있어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직무
피고인 E은 피고인 회사가 H에게 도장작업에 관한 도급을 주어 제련소 내에서 행하여졌던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18조 제1항에 정한 안전보건총괄책임자였는바,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18조 제1항은 사업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및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 전부를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에 관하여, 그 사업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지정하여 사업주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업무를 총괄 관리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직무와 권한 등은 대통령령에서 정하는바(구 산업안전보건법 제18조 제3항),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2019. 12. 24. 대통령령 제3025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4조 제1항 제2호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직무 중 하나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2항에 따른 도급사업 시의 안전ㆍ보건 조치를 규정하고 있고,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2항은 안전ㆍ보건에 관한 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제1호), 작업장의 순회점검 등 안전ㆍ보건관리(제2호), 수급인이 근로자에게 하는 안전ㆍ보건교육에 대한 지도와 지원(제3호), 제42조 제1항에 따른 작업환경측정(제4호), 작업 장소에서 발파작업을 하는 경우 또는 작업 장소에서 화재가 발생하거나 토석 붕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한 경보의 운영과 수급인 및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한 경보운영 사항의 통보(제5호)를 열거하여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을 위반한 행위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살피건대, 피고인 E은 제련소장이자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은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여 수급인인 H 소속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었던 작업 장소에 안전난간, 울타리, 수직형 추락방망 또는 덮개 등의 방호조치를 충분한 강도를 가진 구조로 튼튼하게 설치하고, 덮개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뒤집히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설치하는 등 추락 사고를 방지하는 데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이를 위반하였으므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에 정한 의무를 위반한 행위자에 해당한다. 그리고 피고인 E은 위와 같이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사정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는 인식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반행위에 대한 고의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현장 근로자들이 그레이팅을 절단하는 작업을 한 것만으로 곧바로 이 사건 공사가 이루어진 작업장소에 추락할 위험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스택의 부속물인 그레이팅의 안전성에 결함이 존재하였던 것이 추락 사고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피해자와 함께 추락한 그레이팅은 두 조각으로 파단되었고 네곳에 티그(TIG) 용접이 되어 있었는데, 이 부분은 2008년경 탈황 스택 지상에서부터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작업 장소였던 28m 구역까지 화재가 발생하여 그레이팅을 교체할 당시 그레이팅과 그레이팅 사이를 고정하기 위해 포인트 용접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제3권 73쪽). 그런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감정에 의하면, 피해자가 발을 딛었던 그레이팅의 파단 하중을 구체적인 수치로 측정하기는 어려우나(즉, 피고인의 체중만으로 그레이팅이 파단될 수 있는 상태였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레이팅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부식이 진행되어 강도가 저하된 상태였고, 그레이팅 베어링바의 파단 하중에 비하여 용접부의 파단 하중이 현저하게 낮았으므로, 그레이팅이 부식과 용접 상태로 인하여 단번의 충격으로 파단될 정도의 강도밖에 갖추지 못하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피고인 E은 2014. 7. 1. 피고인 회사의 제련사업 부문장(제련소장)이 되면서,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14조에 따라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선임되었다. 이 사건 공사의 목적물인 스택은 제련소장이 총괄적인 관리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는 제련소의 시설물이며, 이 사건 공사는 피고인 회사의 내부 결재 규정에 따라 제련소장인 피고인 E의 최종적인 결재를 받아 진행되었으므로 피고인 E도 이 사건 공사가 그 사업장에서 진행됨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앞서 제2의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사의 안전과 관련하여서는 제련소 산하에 화성팀, 공무팀, 안전팀이 각각 부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고, 피고인 회사는 제련소의 시설물에서 외부업체에 의한 작업이 이루어질 경우 작업장이 되는 시설물의 안전에 관한 최종적인 점검․ 관리 권한 및 책임을 갖는 담당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조직 구조였으므로, 이 사건 공사와 같은 외부업체에 의한 작업에 있어 제련소의 시설물인 작업장의 안전에 관한 업무를 실질적으로 총괄 관리할 수 있는 유일한 책임자는 제련소의 모든 시설물과 그 소속 직원들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제련소장뿐이라고 보아야 한다.
더구나 피고인 E은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이므로, 위 (1)항에서 본 바와 같이 구 산업안전보건법령에 따라 같은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도급사업에 있어 작업장의 순회점검 등 포괄적인 안전ㆍ보건관리 직무를 수행하였으므로, 피고인 회사의 다른 사용인들보다 산업재해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작업장소의 위험요인에 대한 관리에 있어 더 폭넓고 무거운 책임을 부담할 뿐만 아니라, 이를 구체적․현실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직무상 권한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이 사건 공사의 목적물인 스택의 부속물인 그레이팅은 스택에서 이루어지는 고소 작업에서 추락 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매우 기본적인 시설물이고, 이 사건 공사는 그레이팅을 교체한지 약 11년이 경과하여 진행된 것이었음에도, 이 사건 공사 당시 현장의 근로자들이 그레이팅을 직접 발로디뎌 보는 방법으로 확인한 것 외에 그레이팅의 안전성을 점검하는 조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사건 공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고소작업차로 외부를 도색하고 작업자가 플랫폼에서 작업을 하는 방법만으로는 부족하고, 작업자가 달비계에 타서 도색작업을 하는 줄타기 작업이 불가피하였으며, 이 사건 공사 시방서에도 ‘줄타기 작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줄타기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그레이팅을 제거하여 작업공간을 만들어야만 하는데, 그레이팅의 부식 상태로 볼트를 푸는 방법으로는 그레이팅을 제거할 수 없었고, 위 ①항에서 보았듯이 그레이팅과 그레이팅 사이가 용접으로 마감되어 있어서 그레이팅을 절단하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그레이팅 절단 작업은 이 사건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 체결 당시부터 예상할 수 있었던 공정으로 봄이 타당하다(D도 이 사건 공사는 필요시 그레이팅을 제거하고 작업하기로 되어 있었으므로, 그레이팅 절단 작업 역시 사전에 계획된 작업의 일환으로 특별히 공무팀장까지 보고가 필요한 사항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그레이팅을 절단하는 방법과 구체적인 위치는 수급인인 H의 근로자들의 재량에 따라 정해진 것이기는 하나, 수급인의 입장에서는 피고인 회사 측에서 관리하는 작업장의 시설물에 내재된 위험 요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반면, 피고인 E으로서는 자신의 관리 하에 있는 제련소의 시설물인 그레이팅의 부식 및 용접 상태로 인하여 그레이팅 제거에 절단 작업이 수반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그레이팅 제거 시 가중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점검하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수급인 측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그레이팅 제거 및 절단에 관한 결정을 내리도록 방치하였다.
피고인 회사에 대한 부분에 관한 판단
원심은, 피고인 E에게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관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 E이 행위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가 성립함을 전제로 하는 피고인 회사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역시 성립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회사에 대한 2019. 10. 26.자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위 나.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 E에 대하여는 2019. 10. 26.자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가 성립하고, 피고인 회사는 피고인 E을 이 사건 사업장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지정하였을 뿐, 추락 사고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아무런 관리․감독도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의 양벌규정에 따라 피고인 E의 사용자인 피고인 회사에 대하여도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가 성립한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 D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기각하기로 하고, 원심판결 중 피고인 E, 피고인 회사에 대한 각 무죄부분은 그에 관한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한 항소가 모두 이유 있어, 이와 각 경합범 관계에 있는 피고인 E, 피고인 회사의 나머지 유죄 부분과 함께 형을 정하여야 하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E, 피고인 회사에 대한 부분은 모두 파기되어야 하는바,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은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 E, 피고인 회사에 대한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