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울산 중구 B건물, C호에 있는 D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상시 480여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시설 유지관리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사용자이고,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하여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얻어 2019. 11. 12.경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였다.
근로기준법 위반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1. 7. 8. 위 사업장에서 근로자 E를 해고하면서 30일 전에 E에게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고, 해고예고수당 3,840,720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사용자는 가입자의 퇴직 등 확정급여형퇴직연금제도의 급여를 지급할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연금사업자로 하여금 적립금의 범위에서 지급의무가 있는 급여 전액을 지급하도록 하여야 한다. 다만, 퇴직연금제도 적립금으로 투자된 운용자산매각이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 가입자 및 퇴직연금사업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8. 12. 31.부터 2021. 8. 5까지 근로 하다 퇴직한 근로자 E의 퇴직급여 9,975,350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사용자, 가입자 및 퇴직연급사업자 간의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인정사실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피해자는 2021. 4. 20. '본인은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하여 퇴직을 청하오니 승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의 퇴직일자를 2021. 4. 30.자로 기재한 사직원을 제출하였다.
D 주식회사(이하 'D')의 경영관리실 팀장은 2021. 6. 8. 피해자에게 사직서를 수리해도 되는지 물어보았는데, 피해자는 '수리하고 싶으면 수리하라', '지금 대답하기 곤란하니 상급기관에 질의한 후 다시 답변하겠다'는 취지로 대답하였다.
D는 2021. 7. 7. 피해자에게 내용증명으로 '2021. 5. 17. 이후 휴가원 제출 없이 무단결근 중임을 이유로 2021. 8. 6.자로 직권면직됨'을 알리는 '직권면직 예고 통보'(이하 '이 사건 통지')를 발송하였고, 이 사건 통지는 2021. 7. 8. 피해자의 주소지에 도달하였다. D는 2021. 8. 6. 피해자를 직권면직(이하 '이 사건 면직')하였다.
피해자는 이 사건 면직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2021. 10. 18.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는데,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12. 22. '이 사건 면직이 부당해고에 해당함을 인정하고, D는 피해자에게 원직복직에 갈음하여 합계 22,845,730원(해고일부터 판정일까지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 17,795,336원 + 판정문 송달일을 고려한 1개월분 임금 3,344,632원 + 1개월분 임금에 근속연수, 0.2를 곱한 금액 1,705,762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정을 하였다. D는 위 초심 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4. 6. D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고, D가 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대전지방법원은 2023. 12. 14. 이 사건 면직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대전지방법원 2022구합102955).
한편, 피해자는 2021. 10. 21. 부산지방고용노동청울산지청에 피고인을 상대로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였고, 그 무렵 피고인에게 해고예고수당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그 후 피해자는 2022. 1. 24. 부산지방고용노동청울산지청에 퇴직금등 미지급을 이유로 피고인을 고소하였고, 그 무렵 피고인에게 퇴직금 등 지급을 청구하였다.
D는 2022. 2. 16. 피해자에게 초심 판정에서 지급을 명한 22,845,730원 및 7,904,817원(D가 해고일 전까지 미지급 임금으로 산정한 금액)을 지급하였다.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금품청산의무 위반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 및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해자는 퇴직일자를 2021. 4. 30.자로 기재한 사직원을 제출하였고,2021. 6. 8. D 직원이 사직 의사표시 철회 여부를 질문하자 모호한 입장을 취하였으며, 이 사건 통지 발송 전까지도 출근하지 않았는데,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에게 근로계약을 해지할 의사가 있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었던 점, ② D는 앞서 본 심판 및 소송에서, '피해자와 D 사이의 근로계약이 이 사건 통지 전 피해자가 제출한 사직원에 의하여 이미 해지되었으므로, 이 사건 통지가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다투었고, 위 ①항에 비추어 그러한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없는 점, ③ 이 사건 통지는 피해자 측에 해고일 29일 전에 도달하였고, 이는 유효한 해고예고 기간인 30일 보다 1일이 모자란 기간인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제110조 제1호, 제26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17조 위반죄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 퇴직급여를 지급할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연금사업자로 하여금 적립금의 범위에서 지급의무가 있는 급여 전액을 지급하도록 하지 아니할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이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7조에서 말하는 근로자의 '퇴직'이란 근로관계의 적법한 종료를 뜻한다고 할 것이므로, 근로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여 사용자의 퇴직금지급의무나 금품청산의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위 각 범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도7908 판결, 대법원 2018. 4. 24. 선고 2015도15317 판결 취지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면직은 위법하여 효력이 없으므로, D와 피해자 사이의 근로관계가 2021. 8. 6. 적법하게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고, 2021. 8. 6.에 근로관계가 종료되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2021. 8. 6.에 피고인에게 퇴직급여 지급의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17조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한편,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12. 22. 'D는 피해자에게 원직복직에 갈음하여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하였고, 근로기준법 제32조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은 중앙노동위원회에 대한 재심 신청이나 행정소송 제기에 의하여 그 효력이 정지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근로관계가 2021. 12. 22. 종료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D 경리 직원은 2021. 9.말경 피해자에게 퇴직금 산정과 관련하여 연락하였고, 경영관리실은 피해자에게, 2021. 10. 5. 및 2021. 10. 6. '퇴직연금급여지급신청서'를 첨부하여 '퇴직급여신청서를 작성하여 보내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2022. 1. 19. '피해자가 IRP 계좌를 안 보내줘서 퇴직금 신청서를 보낸다. F은행에 방문하여 퇴직금을 수령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메일을 각 보낸 점, 피해자는 경찰에서 '회사에 IRP 계좌를 제출하지 않았는데, 퇴직금 액수가 잘못되면 논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퇴직금산정내역을 보고 금액이 맞으면 IRP 계좌를 제출하려고 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퇴직급여 지급 절차가 지연되고 있고, 그에 따라 2021. 12. 22.로부터 14일이 지나도록 퇴직급여가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이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여 피고인의 동의를 받을 수 없으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는다.
판사 민한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