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7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근로자 D가 주식회사 C(이하 ‘C’라 한다)에서 ‘퇴직’했음을 전제로 하고 있고, ‘퇴직’이란 적법한 근로관계의 종료를 의미하므로, 관련 소송에서 C가 D를 부당해고한 사실이 인정되어 D의 근로관계가 유지되는 이상 피고인에게 해고예고 수당 및 퇴직금 지급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판단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에 관하여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그 절차에 관계없이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은 제23조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27조에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으면 해고는 효력이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위와 같이 일정한 요건을 갖춘 해고만을 유효한 해고로 인정하는 취지는, 일반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한 해고에도 불구하고 그 지위를 박탈당할 우려가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오히려 그와 같이 효력이 없는 해고에 의해 근로자가 영업장을 떠나게 된 상황에서 사용자의 해고예고의무나 해고예당 수당 지급의무를 면책시키려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아울러 아무런 대책 없이 뜻하지 않게 사용자로부터 해고를 당하는 근로자의 불안정한 지위를 보호하기 위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면서 해고예고를 하지 않거나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용자를 형사처벌하는 근로기준법 제110조 제1호, 제26조의 규정취지까지 고려해 보면, 근로자가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실제로 근로를 제공할 기회를 잃게 된 이상 근로기준법 제110조 제1호, 제26조 위반죄의 성립에 있어 해고가 실체적으로 또는 절차적으로 적법, 유효할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26조 본문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면서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해고예고수당은 해고가 유효한지와 관계없이 지급되어야 하는 돈이고, 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효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근로자가 해고예고수당을 지급받을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7다16778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D는 2017. 4. 3.부터 C에서 근무하다가 2018. 6. 5. 해고되었다. 피고인은 D를 해고할 때 30일 전에 예고하지 않았고,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도 않았다(증거기록 제210면).
D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였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8. 10. 22. ‘C가 2018. 6. 5. D에게 한 해고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한다. C는 이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D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라는 판정을 내렸다(증거기록 제25 내지 40면).
C는 위 판정에 이의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 2. 20.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증거기록 제92 내지 106면)
C는 서울행정법원에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서울행정법원은 2020. 1. 16. D의 근로자성이 인정되고, C가 D에게 구두로 해고의 의사 표시를 한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위 재심판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위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증거기록 제285 내지 310면).
C는 이에 대해 항소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2021. 5. 28. 항소기각 판결을 내렸고(서울고등법원 2020누32755호), 상고하였으나 기각되었다(대법원 2021두43675호).
피고인이 D를 2018. 6. 5.자로 해고하면서 30일 전에 그 예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통상임금의 30일분에 해당하는 해고예고수당 3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행위는 근로기준법 제110조 제1호, 제26조 위반죄에 해당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나중에 D의 부당해고 구제 신청이 인용되어 그에 대한 해고가 부당해고로 판정되었다 하더라도 해고예고수당은 해고가 유효한지와 관계없이 지급되어야 하는 돈이므로 D에게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피고인의 행위는 여전히 처벌 대상이 된다.
나아가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① 피고인이 D와 사이에 월 급여, 근무 일수 등 근로조건에 관하여 구두로 합의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한 점, ② D가 피고인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온라인쇼핑몰 총괄영업팀장으로서 직원들에 대한 직무상권한도 행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인이 D에게 직무 수행의 대가로 2017. 4.부터 2017. 7.까지 매월 250만 원을, 2017. 8.부터 2018. 5.까지 매월 300만 원을 고정급으로 지급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D의 근로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D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별다른 검토 없이 D에게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는바,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퇴직금 미지급에 관하여
관련 법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죄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 퇴직금을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하지 아니할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이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에서 말하는 근로자의 ‘퇴직’이란 근로관계의 적법한 종료를 뜻한다고 할 것이므로, 근로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여 사용자의 퇴직금 지급의무나 금품청산의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위 각 범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도7908 판결, 대법원 2018. 4. 24. 선고 2015도15317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2018. 6. 5. D를 구두로 해고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27조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으므로, 위 해고로써 피고인 측과 D의 근로관계가 적법하게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공소사실 기재 퇴직 일자에 이들 사이의 근로관계가 종료되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2018. 6. 5. 피고인에게 D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항소는 일부 이유 있다. 원심판결은 이로써 파기되어야 할 부분과 나머지 유죄 부분을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보아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