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퇴직금의 지급주체는 사단법인 E(이하 '이 사건 협회'라고 한다)이고, 피고인은 비상근 명예직인 이 사건 협회의 대표자에 불과하므로,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회계책임자인 G의 횡령행위로 인해 이 사건 협회의 재정이 고갈되어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인바, 더 이상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에게는 책임조각사유가 존재한다.
판단
피고인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의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금 미지급에 따른 책임은 "사용자"가 지도록 규정하고 있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조 제2호,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서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법인의 경우에는 그 대표자가 사용자에 해당하고, 이는 사단법인이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이에 따라 살피건대, 이 사건 협회가 민사상 근로자들에 대하여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은 이 사건 협회의 이사 중 유일하게 대표권을 가진 이사로서 이 사건 협회의 대표자이므로,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에게 책임조각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9조에서 정하는 퇴직금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는 사용자가 그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지급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인정되는 경우에만 면책되는 것이고, 단순히 사용자가 경영부진 등으로 자금압박을 받아 이를 지급할 수 없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가 퇴직금의 기일 내 지급의무를 정하고, 위 법 제44조에서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의 대상으로까지 삼고 있는 것은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 그러한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안전판이 마련될 수 있도록 확실히 강제하려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다 할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위와 같이 '퇴직금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퇴직금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 퇴직 근로자 등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치들이 행하여졌는지 여부도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9230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라 살피건대, 이 사건 협회의 회계책임자인 G이 약 10억 4,000만 원 가량의 협회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2018. 1. 9. 공소제기된 사실은 인정되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로부터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2012. 12. 30. 대표권을 가진 이사로 취임한 이래 현재까지 이 사건 협회의 대표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점, ② 피고인이 퇴직하는 F에게 구체적인 퇴직금 지급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이에 관하여 F과 성실하게 협의하거나 그러한 협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제반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③ G은 횡령 이후 개인 자금으로 이 사건 협회에 약 10억 7,000만 원 가량을 입금하는 등 횡령한 금액을 지속적으로 변제하여 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다가 이 사건 협회의 업무와 운영방식, 운영자금의 재원과 그 규모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퇴직금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판사 홍창우(재판장) 오현석 정유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