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19. 11. 8. 선고 2018노217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1)

판시 각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에 관하여

피고인은 'C 치과'(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 원장이자 남편인 치과전문의 F이 2016. 3. 28. 뇌출혈로 쓰러지자 F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병원의 운영을 보조한 것일 뿐이고, 그 사용자가 아니므로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설령 피고인을 이 사건 병원의 사용자로 본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을 위하여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음에도 이를 지급할 수 없었는바, 이는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에 해당하므로 책임조각사유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병원의 사용자라고 보고, 책임 역시 인정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시 2017고단6752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 중 E, P에 대한 부분에 관하여

E의 임금은 2014. 9. 25.부터 퇴직시까지 계속 월 200만 원이었고, P의 임금은 기본급 270만 원에 업무시간 외 서류작성 업무로 30만 원, 보험청구 업무로 70만 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한 것인데, P은 업무시간 내에 보험청구 업무를 하였기 때문에 해당 금액이 미지급 임금에서 공제되어 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E, P에 대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급여 및 퇴직금이 미지급되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판시와 같이 위 피해자들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미지급하였다고 판단하였는바,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직권판단

(1)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2)

먼저 보건대,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8. 7. 20.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018. 7. 28. 상소기간 도과로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인에 대한 원심 판시 각 죄와 판결이 확정된 위 사기죄는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9조 제1항 전문에 따라 이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원심판시죄에 대한 형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은 이 점에 있어서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3)

다음으로 보건대, 형법 제1조는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되 범죄 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는 신법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원심판결 중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한 행위시법인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근로기준법'이라 한다) 제109조 제1항은 "제36조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였으나, 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은 "제36조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구법보다 신법의 법정형이 더 중한 때에 해당하므로, 각 근로기준법위반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행위시법인 구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여야 함에도 원심은 신법을 적용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처단형을 정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이 점에 있어서도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4)

다만, 위와 같은 각 직권파기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이 이 사건 병원의 실질적 운영자였는지 여부

(가)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위반죄의 주체는 사용자인바, 근로기준법 제2조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사업주'란 사업경영의 주체를 말하고,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4도15915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3984 판결 등 참조).

(나)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병원의 사용자로서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주체가 된다고 봄이 상당한바, 이 부분 원심판결에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피고인은 원심 제2회 공판기일에 2017고단4399 공소사실을 인정하였고, 원심 제4회 공판기일에 2017고단6752 공소사실에 관하여 '사용자' 여부에 관하여 다투지 아니하고 미지급 임금액수만 다투다가, 당심에서 번의하여 사용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피고인이 원심에서도 변호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원심에서의 자백이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②

E, P, Q, R, AH, D은 모두 일치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병원의 실질적 운영자였다는 취지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 구체적으로 피고인은 간호조무사 등 직원 채용을 위한 면접을 보았고, 채용 여부를 결정하였으며, 직원들의 업무분장을 결정하고 급여를 조정하는 등 수입·지출을 관리하였고, 각종 회의를 주재하였다. 이 사건 병원에서 치과의사로 근무한 AH 역시 채용 당시 면접상대는 F이었으나 피고인이 이 사건 병원을 실제로 운영하는 것으로 인식하였다고 진술하였다.

③

F은 2016. 3. 28. 뇌출혈로 쓰러져 진료를 할 수 없게 되었는데, F이 진료를 할 수 없게 된 이후 이 사건 병원의 운영에 직접 관여하거나 구체적으로 지시를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다. E의 자필메모(증 제7호증), AH의 이력서(증 제9호증) 등은 모두 F이 쓰러지기 이전의 내용에 관한 것일 뿐이며, AH는 오히려 F이 진료를 하였을 당시에도 실제로는 피고인이 실제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진술하였다(AH에 대한 당심 증인신문 녹취록 2쪽).

④

피고인은 E, P, S, T 등 직원들이 실질적으로 이 사건 병원 경영에 관여하였으므로 자신은 이들과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에 있지 않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당심에서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이들이 근로관계가 아니라 동업자의 자격으로 이 사건 병원 운영에 관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책임조각사유의 존부

(가)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임금 등을 체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 제36조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가 된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5984 판결).

(나)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F이 회생절차 진행을 하였던 사실, 피고인이 2016. 5.경 AN으로부터 2,000만 원을 차용하는 등 이 사건 병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린 사실 등은 인정되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하였어도 임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고 보기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에 관하여 책임이 없다는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피해자 E, P의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액수에 관하여

피고인 및 원심 변호인은 원심에서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이에 대하여 ① E, P의 수사기관 및 법정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허위가 게재될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② 이들이 높은 급여를 지급받게 된 경위(근무시간, 근무조건 등)에 대한 나름의 설명을 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돈을 대출받아 이를 피고인에게 빌려주기도 하였으며, 피고인은 E에게 병원 근무를 하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주고 향후 병원 운영에도 참여하기를 원했던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사정이 급여 책정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E, P의 급여가 피고인이 인정하고 있는 S, T에 대한 급여와 현저히 차이나지 않고, 담당업무도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없는 점, ④ P, E은 2017. 6. 25. 피고인과 협의하여 급여 액수를 다시 정하였는데 당시 이들이 제안한 내용(P은 보험청구를 하지 않는 대신 급여를 250만 원으로, E은 350만 원으로 감액하는 안을 제시하였다)에 비추어 보면 이들의 급여가 그 이전에는 더 높았음을 추인할 수 있는 점 등의 사정을 들어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살피건대, 원심 판시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E, P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진술은 금융자료(수사기록 116. 257쪽 이하, 481쪽 이하), 녹취록(공판기록 176쪽, 237쪽 이하 등)과 대체로 부합하며, 특히 위 녹취록에 나타난 대화가 당사자의 하자 있는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은 나타나지 아니하는 점, ② E의 경우 근로계약서, 이직확인서(증 제20호증의 1, 2) 등 피고인이 당심에서 추가로 제출한 증거들을 더하여 보더라도 2016. 6.까지 지급된 450만 원 중 상당 부분이 임금이 아니라 대여금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P의 경우 P의 메모(증 제10호증) 등 추가 제출된 증거들을 더하여 보더라도 P이 휴무일 근무를 조건으로 보험청구비를 지급받기로 하였다거나 차량할부금을 과지급받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한 점, ③ 피고인은 S, T가 임금을 많이 받은 것은 병원 운영에 큰 공로를 세웠거나 뛰어난 실력 때문이었던 반면 E, P은 그러한 사정이 없었다고 주장하나, 위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별다른 자료가 없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고, 이 부분 원심판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각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