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폭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무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조건 미명시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면소.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폭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 피고인은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
양형부당 : 원심판결의 형(벌금 400만 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직권판단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원심판결에는 아래와 같은 파기사유가 있다.
면소로 인한 파기사유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조건 미명시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의 요지는,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자에게 임금의 구성항목, 계산방법, 지급방법 및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명시한 서면을 작성하여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1992. 6. 25.경부터 위 사업장에서 근로한 E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위와 같은 근로계약 서면을 작성하여 교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판단
위 죄는 구 근로기준법(1953. 5. 10. 법률 제286호로 제정된 것) 제111조 제1호, 제22조에 따라 법정형이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되어 있어, 형사소송법 부칙(제8730호, 2007. 12. 21.) 제3조, 구 형사소송법(2007. 12. 21. 법률 제87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9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공소시효가 3년인바, 이 부분 공소는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부터 이미 3년이 지난 2013. 11. 29. 제기되어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3호에 따라 면소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원심은 이를 간과한 채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나아가 위 공소사실과 나머지 원심 판시 각 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리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그 전부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공소기각으로 인한 파기사유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의 요지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1992. 6. 25.경부터 2012. 6. 25.경까지 근로한 E의 2012. 5. 임금 462,226원, 2012. 6. 임금 862,567원 합계 1,324,793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도록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고,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의 요지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당사자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1992. 6. 25.경부터 2012. 6. 25.경까지 근로한 E의 퇴직금 801,920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도록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은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에 해당하는 죄로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 단서에 의하여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런데 피고인이 2014. 2. 25. 원심에 제출한 합의서 사본의 기재에 의하면, E는 이 부분 공소가 제기된 이후로서 원심판결 선고 이전인 2014. 2. 14.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에 의하여 공소를 기각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해자의 원심 법정에서의 증언에 비추어, 지적 장애 3급의 피해자가 피고인과 위와 같은 합의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G 또한 피해자를 대리하여 위와 같은 합의를 할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특별히 G는 피해자와 20년 동안 거의 교류가 없다가 이 사건이 발생하자 피해자의 보호자임을 자처하면서 피해자를 대신하여 이 사건 합의에 관여한 점에 비추어 위와 같은 합의는 지적 장애인인 피해자를 장기간 방치한 가족이 재차 합의라는 명목으로 피해자를 금전적으로 이용할 위험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커서 이를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진정한 의미의 합의로 인정할 수 없고, 실제 G는 피고인으로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4,500만 원을 피해자 명의의 통장으로 교부받아, 위 통장 및 비밀번호를 관리하면서 은행 CD기를 통하여 490만 원을 임의로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며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피해자는 당심 법정에서, "합의서를 읽어 보고 도장을 찍은 적이 있다.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피고인을 용서해 준다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라고 진술한 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지급한 합의금의 액수, 피해자가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피고인에게 건네준 경위에 비추어 보았을 때 위 합의가 강압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은 피해자 명의의 통장으로 합의금을 송금하는 외에 위 합의금을 다른 사람이 이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방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원심은 이를 간과한 채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나아가 위 공소사실과 나머지 원심 판시 각 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리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그 전부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공소장변경으로 인한 파기사유
검사가 당심에서 이 사건 근로자 폭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공소사실 중 '피해자 E(46세)를 때려 폭행하였다.'를 '피해자 E(46세)의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고 발로 엉덩이를 걷어차는 등 폭행하였다.'로, 이 사건 최저임금법위반의 점 공소사실 중 '2007. 12. 21.부터 2012. 6. 25.경까지'를 '2008. 11. 30.부터 2012. 6. 25.경까지'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이 점에서도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소결
다만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더라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전주시 덕진구 C에 있는 (주)D 대표이사로서, 상시 2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도소매업을 영위하는 사람이다. 사용자는 사고의 발생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자에게 폭행을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08. 1. 2. 시간불상경 위 사업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피해자 E(46세)의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고 발로 엉덩이를 걷어차는 등 폭행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피해자는 자신이 담배를 피워 불을 냈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자신의 멱살을 잡고 머리를 쥐어 박았다고 진술하고 있고, 실제 2008. 1. 2. 전주시 덕진구 F에 있는 피고인 운영의 양봉농축장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하여 조립식 샌드위치패널 1동 1층 등이 소실되어 총 4,378,000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점, ② 피해자는 피고인이 '개새끼, 쌍놈, 죽일 놈, 도둑놈' 등의 욕설을 하였고 망치로 피해자의 왼쪽 어깨를 구타한 사실도 있다고 진술하고, 피고인 운영의 사업장 인근 주민들도 피해자가 평소 피고인으로부터 욕설이나 싸대기를 맞는 등 폭행을 당하는 소리를 직접 들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인근주민들에게 자신이 맞았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피고인 스스로도 피해자가 시킨 일을 잘못 이해하여 답답하다는 이유로 '이 새끼, 저 새끼'라고 욕설을 한 사실은 있다고 인정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오로지 피해자의 진술에만 터잡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정확성에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이 요구되고, 이러한 증명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가 한 진술 자체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은 물론이고 피해자의 성품 등 인격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 등 참조).
판단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피고인의 사업장에 발생한 화재는 정교하고 계획적인 방법에 의한 방화로 지적장애인인 피해자가 이러한 방법으로 불을 붙였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를 방화자로 의심한 적이 없고, 따라서 불을 냈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폭행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런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근로자인 피해자를 폭행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피해자는 3급 지적장애인으로, 광주지방노동청 전주지청 근로감독관이 질문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조서를 준비해서 피해자가 거주하는 I에 방문하였고, 피해자의 사회재활교사인 J이 피해자의 진술을 듣고 위 조서에 자필로 기재하는 방법으로 진술조서를 작성하였다. J이 기재한 피해자에 대한 진술조서에는 공소사실 기재 폭행 부분과 관련하여 "E가 담배피워서 불냈다며 멱살잡고 머리쥐어박음. 공장에서 피고인과일하는 것으로 시작해 싸움이 붙었고 서로 화나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이 개새끼, 쌍놈의, 죽일놈의, 도둑놈의 건방진 놈의 욕과 망치로 왼쪽 어깨를 구타당함.", "예전에 공장에 불이 난 적이 있는데 사장님과 사모님이 E씨가 담뱃불로 불을 질러다며 경찰서에 신고하여 쇠고랑차고 경찰에서 조사받은 적 있음. K, L, M, N, O 5명이 공장에서 촛불키고 있다 불난 것이라고 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피해자가 위 양봉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하여 수사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거나 피해자가 진술하는 인물들이 방화자로 추정된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욕설을 한 적이 있는가요"라는 검사의 질문에 "아니요"라고, "피고인으로부터 매를 맞은 사실이 있는가요"라는 질문에 "때린일은 없어요"라고, "담배를 피우다 양봉장에 불을 냈다면서 피고인이 때린 사실이 있는가요"라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진술하였고, 불이 난 계절을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4회에 걸쳐 여름이었다고 진술하여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일시와 일치하지 않는다.
피해자는 당심 법정에서, "불이 났을 때 K와 L가 경찰서에 잡혀 갔는데, 피고인이 불이 난 것을 보고 피해자를 때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여름에 때렸는지, 겨울에 때렸는지 묻는 질문에 "벌을 키울 때 때렸다. 여름에 때렸다."라고 진술하여 피해자가 진술하는 피고인의 폭행이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인은 1988. 6.경 전주시 덕진구 P 소재 벌꿀농축장에 화재가 발생한 후 양봉장을 전주시 덕진구 Q로 이전하였다.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의 담배꽁초로 인하여 화장실에 있는 고무호스에 불이 붙어 조립식 건물이 전소된 것이 아닌지 의심을 하였고, 당시 피해자의 멱살을 잡고 머리를 때린 적이 있다고 진술하는바, 피해자가 위 1986. 6.경 화재가 발생하였을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과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폭행을 구분하지 못하고 혼동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피고인의 주거, 농축장, 사무실에 같은 달 동시에 방화의 흔적이 나타나서 피고인은 지능적인 방화범이 인위적으로 불을 지른 것으로 추측하였고, 따라서 피고인이 지적장애인인 피해자에게 화재의 책임이 있다고 의심한 나머지 피해자를 폭행하였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도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