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전주시 덕진구 B에서 택시여객 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위 사업장에서는 120여명의 근로자가 상시 근무하고 있다.
원고는 2019. 12. 31. 교섭대표노동조합인 C노동조합(이하 ‘교섭대표노동조합’이라고 한다)과 사이에 2020년도 임금협정(적용 기간: 2020. 1. 1. ~ 2020. 12. 31., 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바, 그 중 이 사건과 관련한 주요 내용은 별지1 기재와 같다.
원고 회사의 근로자 9명이 소속된 D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고 한다)은 이 사건 단체협약 중 일부 조항이 법령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시정명령 신청서를 제출하였고, 피고는 2020. 9. 17.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게 그에 대한 의결을 요청하였다.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11. 12. “이 사건 단체협약서 제4조 제2항 단서 조항, 제8조 제2항(이하 ‘제1 쟁점조항’이라고 한다)은 근로기준법 제58조에 위반되고, 이 사건 단체협약서 제10조 제4항, 제5항(이하 ‘제2 쟁점조항’이라고 한다)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이라고 한다) 제21조 제1항 제3호 및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이하 ‘택시발전법’이라고 한다) 제12조 제1항<1>에 위반된다”는 내용의 의결을 하였다.
피고는 2020. 12. 8. 원고에게 위 의결에 따라 2020. 12. 31.까지 제1, 2 쟁점조항을 시정할 것을 명하였다(이하 위 시정명령을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별지2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원고 주장의 요지
제1 쟁점조항과 관련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서 제4조 제2항 본문과 단서 모두 실제 운행현실 등을 고려하여 노사 자치 원칙에 따라 정한 2가지 유형의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것이고, 그 중 단서가 실제근로시간의 계산이 가능함을 전제로 정해진 조항은 아니므로, 피고가 제1 쟁점조항이 근로기준법 제58조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것은 그 내용을 오해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나아가 노사간의 합의는 존중되어야 함이 원칙이고 제1 쟁점조항이 관련 법규를 위배하거나 잠탈하기 위한 조항도 아니므로, 제1 쟁점조항이 위법하다거나 무효라고 볼 수 없다.
제2 쟁점조항과 관련하여
제2 쟁점조항은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이 원고 회사 차량을 사적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된 사례가 있었기에 노사 간의 공감대 형성을 통해 회사 차량을 사적 용도로 이용하는 것에 있어서 유류비를 해당 근로자가 부담하도록 하기 위하여 규정된 것일 뿐, 원고가 원고 소속 근로자에게 유류비 부담을 전가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다. 또한 피고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여 노사 합의를 통해 사적 운행시간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하여 제2 쟁점조항과 같이 합의한 이상 이는 노사 자치의 영역으로서 존중되어야 한다.
판단
제1 쟁점조항에 대한 판단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8호는 “소정근로시간이란 제50조, 제69조 본문 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39조 제1항에 따른 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58조 제1항은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다만, 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그 업무에 관하여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그 합의에서 정하는 시간을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은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경우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는바, 택시여객 운송사업의 경우 근로자들이 승객을 태운 후 주행하는 시간만을 근로시간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보이고, 손님 승하차 시간, 손님을 발견하고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승객을 태우기 위하여 대기하거나 도로를 배회하는 시간, 택시의 인수․인계 또는 배차나 차량점검 등 업무개시를 위한 시간, 가스충전이나 차량청소 등 업무종료를 위한 시간 등도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택시운전근로자는 차고지에서 배차를 받은 순간부터 차고지로 차량을 반환할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사업장 밖에서 보내게 되고, 정해진 노선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운행 여부, 운행시간, 운행장소를 결정하기 때문에, 사용자로서는 타코미터, TIMS<2> 등에 기록된 내용만으로는 근로자들이 실제로 근로한 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난점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위와 같은 현실적인 난점을 타계하기 위하여 사용자와 근로자․노동조합 사이에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를 두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실질적으로는 근로자들이 승객을 태운 후 주행하는 시간만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거나, 위와 같이 근로시간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간 가운데 지나치게 짧은 시간만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함으로써 실제근로시간을 왜곡하고 그 결과 최저임금법 등 강행법규의 적용을 잠탈하게 된다면 이는 위법하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 등 참조).
제1 쟁점조항 및 관련 조항의 내용들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제1 쟁점조항은 근로기준법 제58조 및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를 한 경우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에 반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제1 쟁점조항 및 이 사건 단체협약서 제4조 제1항 등 관련 조항은, 영업시간(실차시간)에 빈차 운행시간 중 일부를 더한 값을 근로시간으로 보되, 다만 위 빈차 운행시간 중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시간을 영업시간의 10%로 간주하기로 정하면서(위와 같이 간주한 근로시간을 ‘실제근로시간’으로 칭하고 있는바, 이하에서는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로 한다), 이 사건 단체협약서 제4조 제2항 본문의 소정근로시간(1일 6시간 40분, 1주 39시간)에 실제근로시간이 미달하는 경우에는 실제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보기로 하고, 조합원의 운송수입금이 회사가 정한 임금보전기준액(4,300,000원)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실제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그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 회사의 경우 1년간 타코미터 기록 및 TIMS 자료를 분석한 결과, 1일 평균 영업시간이 4시간 50분 정도라는 것으로서(이 사건 단체협약서 제4조 제1항 제2호 참조), 위 평균 영업시간을 기초로 실제근로시간을 계산하면 5시간 19분(= 4시간 50분 + 29분<3>)만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즉, 평균적인 정도의 택시운송근로자의 경우만 놓고 보더라도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은 전혀 변함이 없음에도 제1 쟁점조항이 적용됨으로써 이 사건 단체협약서 제4조 제2항 본문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1일 6시간 40분)이 상당 부분 단축되어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만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최저임금법의 취지에 전면적으로 반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 이 사건 단체협약서 제4조 제1항 제3호에 의하면 빈차 운행시간이 1일 평균 3시간 40분 정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제1 쟁점조항에 따르면 위와 같이 발생하는 빈차 운행시간 중 29분만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결과가 되므로, 빈차 운행시간 중 실제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시간, 즉 손님 승하차 시간, 손님을 발견하고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승객을 태우기 위하여 대기하거나 도로를 배회하는 시간, 택시의 인수․인계 또는 배차나 차량점검 등 업무개시를 위한 시간, 가스충전이나 차량청소 등 업무종료를 위한 시간 등 중에서 극히 일부 시간만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것이 되어 이는 근로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내용이다.
근로기준법 제18조 제3항은 4주 동안을 평균하여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상 주휴일제도(제55조)와 연차유급휴가제도(제60조)의 적용이 배제되고(근로기준법 제18조 제3항), 이러한 단시간근로자에 대하여는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할 사용자의 의무도 면제된다(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 제1항 단서). 그리고 1개월간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자는 고용보험 적용 제외 대상자이고(고용보험법 제10조 제1항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건강보험의 직장가입자에서도 제외된다(국민건강보험법 제6조 제2항 제4호, 같은 법 시행령 제9조 제1호). 이처럼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에 따라 근로자 보호 규정 내지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중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조항이 산재하고 있는바, 제1 쟁점조항이 유효하다고 보면 택시운송근로자로서는 실제 승객을 태우는 시간이 변동됨에 따라 위와 같은 중대한 예외 인정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이 좌우되게 되어 그 자체로서 불안정한 지위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소정근로시간을 서면 합의에 따라 정하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정적 지위를 꾀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제58조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제2 쟁점조항에 대한 판단
여객자동차법 제21조 제1항은 운수종사자에게 차량 운행에 필요한 제반경비(주유비, 세차비, 차량수리비, 사고처리비 등을 포함한다)를 운송수입금이나 그 밖에 금전으로 충당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은 택시운송종사자에게 택시 및 유류비를 부담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제2 쟁점조항은 앞서 본 실제근로시간, 즉 영업시간 및 영업시간의 10%에 해당하는 시간만을 근로시간으로 보아 그에 사용하는 연료비는 회사가 부담하되, 이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모두 근로시간에서 제외하고 그 시간에 사용하는 연료비는 개인의 용무로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여 연료비를 공제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이는 빈차 운행시간 중 그 실질에 있어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그 시간 동안의 유류비를 운송수입금 등으로 충당하게 하거나 택시운송근로자에게 유류비를 부담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여객자동차법 제21조 제1항 및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제1, 2 쟁점조항의 시정을 명하는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의석(재판장) 김진아 정주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