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원심 판시 근로자들(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에 대하여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의무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실질적으로 C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이하 ‘C아파트’는 ‘이 사건 아파트’라 하고, ‘C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를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라 한다)가 위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에게는 임금 및 퇴직금 체불의 고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범죄 성립에 있어 구성요건적 고의란 자신의 행위가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함을 인식하고 구성요건적 결과를 일으킬 의사가 있는 경우로서, 여기에 있어서 인식은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함을 것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이루는 구성요건적 사실을 인식함으로서 족하다. 이 사건에서 구성요건적 사실은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의 사용자인 사실, 이 사건 근로자들이 퇴직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기타 모든 금품 지급하여 금품을 청산하고,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못한 사실인데,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의 사실관계를 모두 자인하고 있는바,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의무를 실질적으로 부담하므로 피고인에게는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어 책임이 조각된다’는 취지로 선해하여 판단한다.
구체적 판단
근로기준법 제112조, 제36조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는 사용자가 그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지급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인정되는 경우에만 면책되는 것이고, 단순히 사용자가 경영부진 등으로 자금압박을 받아 이를 지급할 수 없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데(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9230 판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연차수당과 퇴직금 등을 지급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 하였거나, 퇴직금 등을 지급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는 2020. 12. 10.경 피고인 회사에게 피고인 회사 소속 경리주임인 G이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회계정리, 장부정리, 직원급여지급 등의 위탁업무를 수행하던 중 횡령하였다는 사실을 통보하면서, 횡령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이하 ‘이 사건 횡령사건’이라 한다), 2020. 12. 21.경 이 사건 위탁 계약의 해지를 통보하면서 아파트 회계장부 등에 대한 피고인 회사 측의 접근을 제한하였다. 이후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는 2021. 2. 28. 주식회사 Q와 위탁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그 무렵 이 사건 근로자들은 피고인 회사에서 퇴직하고, 주식회사 Q에 고용되었다.
그렇다면 피고인 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으로서는 2020. 12.경부터는 이 사건 위탁계약이 이 사건 횡령사건으로 인하여 종료되어 이 사건 근로자들의 퇴직 및 금품 청산의무가 발생할 수 있고, 이 사건 아파트입주자대표회가 위 금품 청산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막연히 G의 변제와 주택관리사공제증권, 신용보험증권, 회사종합보험 등을 통한 피해회복이 이루어지면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비 계좌에서 연차보상과 퇴직금 등이 지급될 것을 기대하는 것 이외에 별달리 이 사건 금품청산의무 불이행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다.
피고인은 2021. 3. 12.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에 G이 변제한 5,000만 원과 충당부채 적립금으로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연차수당과 퇴직금의 지급을 요청하면서 부족액에 대해서는 피고인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직접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피고인이나 피고인 회사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연차수당이나 퇴직금 등의 청산을 위한 자구책을 강구하는 등의 변제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연차수당과 퇴직금 등을 지급기일 내에 지급하지 못하게 될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장래의 변제계획을 제시하거나 변제에 관하여 협의를 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 및 변호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금품청산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였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책임이 조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것과 같이 피고인 회사는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인건비 부분에 상응하는 용역대금을 수령하지 않고,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 명의의 계좌에서 급여와 퇴직금, 연차수당 등이 지급되었던 점, 피고인 회사가 G의 횡령에 가담한 것도 아니고, G은 피고인 회사의 근로자이나, 실질적으로는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의 관리·감독을 받으면서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경리업무를 하였으므로, 피고인 회사의 사용자책임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었던 점, 그럼에도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는 피고인 회사에게 전적으로 사용자책임을 질 것을 주장하면서 일방적으로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 명의 계좌에서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인건비 지급을 거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범행 경위에 다소나마 참작할 사정이 있다.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연차수당과 퇴직금이 모두 지급되어 이 사건 근로자들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는 점, 비록 피고인이 자신의 적법행위 기대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을 하나, 구성요건해당성에 대하여는 자인하고 있고, 위와 같은 범행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참작할 사정이 있다는 취지로 선해하지 못할 바 아니므로,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하여 개전의 정상이 없다고 볼 수 없다<1>.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직업, 환경,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